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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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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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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6화 취식방송의 탄생 (1)

DUMMY

“···아.”

유현인도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 세상에 나온지 얼마 안 됐을 때, 이래저래 내공 대래비를 알아보며 소위 잘나간다는 젊은 비재이들 이름을 들은 적 있었는데 바로 그때였다.


유현인은 마주 포권했다.


“실례했습니다. 유명하신 분을 제가 못 알아봤습니다. 사람 얼굴 기억하는 덴 영 소질이 없는지라.”


유운옥검 이화옥(梨花玉)을 보좌하는 수행인, 무상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화옥은 거만하고 자기애가 충만한 남자다. ‘감히 자신을 몰라보다니?’ 하고 버럭 성질을 낼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무상이 상상하던 경우의 수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화옥이 유현인의 손을 덥석 잡는다.


“진선생!!! 나 이화옥, 진선생 유현인을 얼마나 만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대는 이 열망을 절대 가늠할 수 없을겁니다!”


그 눈빛이 굉장히 초롱초롱했다. 유현인의 손을 감싼 그의 손도 아주 뜨겁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유현인은 조심스레 손을 뺐다.


“저를 아십니까?”


하지만 이화옥은 그런 것들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우상을 만난 기쁨에 가득 차 있었다.


“당연하지요! 현재 절강성을 넘어 전 중원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는 비재이 아닙니까? 별호는 진선생. 나이는 미상이지만 이립이 그리 머지않은 것으로 추정됨. 무공 역시 사문은 알 수 없지만, 초절정 이상으로 추정.”


이화옥은 유현인에 대해 그가 수집하고 모아온 정보들을 좔좔 풀어놓았다. 유현인에게 깊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하나같이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백수련이 황당한 표정으로 유명세에게 속삭였다.


“유운옥검이 원래 저런 사람이었나요?”


하지만 유명세도 할 말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글쎄요······. 저도 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그 장면에 무상은 이마를 짚었다.





일단 정원에 그대로 서 있기도 그래서 유현인과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정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유현인의 좌우로 백수련과 유명세가, 맞은 편에 이화옥과 무상이 앉았다.


“그래서 저를 만나러 그 먼 섬서에서 여기 절강까지 오신 겁니까?”


“할 수 있는 걸 하지 않을 이유가 있습니까?”


어쩐지 유운옥검의 방송이 최근 뜸해진 이유가 있었다. 그는 이천오백 리가 넘는 길을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진선생 정도의 성장세라면 아부리가 분타에는 초대를 받아서 갔다 오셨을 겁니다.그렇지 않습니까?”


이화옥이 말했다. 그런 초대를 받은 사람은 유현인뿐만이 아니다. 유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한두 달 정도 되었죠.”


“그렇다면 아부리가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는 어느 정도 아시겠군요. 그런데 아부리가가 아닌 같은 비재이들과는 친분이 있으십니까?”


이번에는 유현인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아는 비재이는 여기 옆에 있는 수련이 끝입니다. 아, 이제 오늘부터는 유운옥검도 친분이 있는 사람이겠네요.”


그 말에 이화옥의 입꼬리가 광대뼈까지 올라간다.


“하하하, 그렇군요. 제가 두 번째라니. 그러나 곧 첫 번째로 친한 비재이가 될 겁니다.”


이화옥은 그렇게 말하며 백수련을 흘겨보았다. 지금 유현인가 가장 친한 비재이는 그녀, 바로 이화옥의 경쟁자이므로. 눈 흘김을 받은 백수련은 황당한 표정으로 유현인을 쳐다보았다. 유현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화옥이 다시 말했다.


“아, 이야기가 샜군요. 어쨌든 요지는 이겁니다. 요즘 비재이계는 말 그대로 썩어가고 있습니다. 순 쓰레기들밖에 없어요. 부모나 사부의 후광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철부지들이죠.”


무상이 이화옥에게 속삭였다.


“공자님, 말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들이 조금 철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쓰레기라니요.”


그러나 이화옥은 거침없다.


“뭐 어때, 내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유현인의 바라보는 이화옥의 눈빛은 진지했고 그 안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있었다.


“저는 진선생이 예전의 그 순수함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로지 본인만의 능력으로 정상을 향해 치달아가는 그런 열정이요. 두달 뒤, 하남성(河南省) 개봉(開封)에서 후기지수와 인기 비재이들의 모임인 용봉지회(龍鳳之會)가 열립니다. 저는 진선생을 그곳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저를요?”


이화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늘 진선생을 직접 눈으로 보고 대화를 나눠보니 제 생각에 더 확신이 드는군요. 진정한 별을 눈으로 본다면 그 철부지들도 어느정도 정신을 차리겠죠.”


이것이 그의 본론이었다. 유현인은 거절하지 않았다. 도대체 유운옥검 이화옥이 그렇게 한심하게 보는 유명 후기지수와 비재이들이 어떤지 직접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화옥과 무상은 유가장에서 하루 자고 돌아갔다.


.

.

.

.



이제 검마록을 슬슬 공개할 날이 되었다. 어제, 유현인은 미리 방송을 켜 시청자들에게 일주일 후 검마록을 공개할 거라고 예고를 해놨다. 이제 그 날까지 육 일이 남은 상태.


유현인은 용문혈사가 생기기 전, 백수련을 종사회의 손길에서 구한 날 저녁에 했던 발상을 다시 떠올렸다.


“으음······”


“오라버니,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가요?”


“수련아, 네가 음식을 좀 많이 먹지?”


백수련의 볼이 붉어졌다.


“그··· 그렇긴 하지만 오라버니도 보기 좋다고 하셨잖아요!”


그녀는 빼액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유현인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의 질문을 이어갔다.


“너 혹시 내공대래비 하면서 음식 먹은 적 있었니?”


“아뇨. 방송하면서 음식을 왜 먹나요?”


생각해본 적도 없고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냐는 듯 되묻는 백수련이다. 유현인은 아직 무림에 먹는 방송이란 개념이 확실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명세야! 이리로 와봐!”


유현인은 유명세를 불렀다. 자신의 방에 있던 유명세가 부름을 받고 정방으로 쫄레쫄레 걸어왔다.


“너희 둘, 여기 앉아 봐.”


유현인은 백수련과 유명세를 탁상에 앉혔다. 그리고 자기 생각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내가 말이지. 새로운 형태의 방송을 도입해보려고 해.”


“그게 뭔가요?”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


“네??”

“네??”


둘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반응이다. 그들로서는 상상해보지 못한 발상.


“자, 생각해봐.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게 뭐야? 먹는 거, 마시는 거잖아.


“명세야, 수련이 식사하는 거 볼 때 ‘와··· 진짜 맛있겠다···.’ 하는 생각해 본 적 없어?”


그 말에 유명세는 잠시 과거를 회상했다. 확실히 백수련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일부러 그렇게 보이려는 게 아니라 자신도 식재료의 질감과 향신료의 풍미를 즐긴다. 그런 걸 보면서 입에 침이 고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자신도 같은 자리에서 음식을 먹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유명세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죠.”


다시 한번 백수련의 볼이 붉어졌다.


“꼭 수련이 아니더라도, 저잣거리나 객잔골목을 지나면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볼 때 시선이 어쩔 수 없이 거기로 가는 건 둘 다 느꼈을 거야.”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내공 대래비에서도 한번 적용해보는 거지. 시청자들 입에서 침이 줄줄 흐르게끔 해보자고.”


유명세가 말했다.


“확실히 발상은 특이하긴 합니다만··· 특이한 것도 너무 나간 건 아닐까요? 맛있는 음식도 좋고 그걸 즐겁게 먹는다는 것도 좋은데 아직 그런 걸 한 비재이가 한 명도 없기도 하고···. 또 방송 제목이 뭘 먹는다거나 하면 조금 이상하게 느껴져서 그렇게 접속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백수련도 유명세의 의견을 거들었다.


유현인은 둘의 반론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비록 자신은 미래에 어떤 방송들이 인기를 끄는지 알고 있지만 그건 그때의 일이고 여긴 대명의 시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는 확연히 다르다. 자신도 태어나서 어느정도 머리가 클 때까지 얼마나 괴리감에 고생했던가.


“그래. 너희들 의견 확실히 일리가 있어.”


유현인은 고민했다. 아직까지 대놓고 먹는 방송을 하기에는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재를 포기하기에는 그 막대한 잠재력이 안타깝다.


‘어떻게 하면 좋으려나······’


그 때, 한 가지 발상이 유현인의 머릿속을 번뜩 스치고 지나갔다.


“그럴 수 있지. 그러면 이건 어때?”


삼일 뒤, 개방의 걸상이 유가장에 방문하고 검마록 공개방송이 진행된다. 예상 접속자 수만 적어도 기천, 미리 예고 후 진행하는 방송이니 어쩌면 저번 용문혈사처럼 일만 명을 넘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눈이 모이는 대형 사건. 방송의 중간 부분이자 핵심인 검마록 낭독 부분은 어쩔 수 없겠지만 앞쪽 부분에 예정되어있는 대담, 그리고 뒤쪽 부분에 배치될 용문혈사 후일담 부분을 연회 방식으로 꾸미는 것이다.


“우리 집에 있는 정원에다가 커다란 탁상을 설치하고 항주의 유명 식당에서 온갖 요리들을 깔아놓는 거야. 작계(炸鷄), 당초어(糖醋魚), 추화육(楸火肉)······. 그리고 맛있게 먹으면서 방송을 진행하는 거지. 수정구도 작은 소리를 잘 잡아내는 걸로 로지택에서 새로 사고. 튀김 옷 부서지는 바삭한 소리, 채소를 씹는 아삭한 소리 하나하나까지 잘 들리게.”


유현인의 묘사는 가공할만한 위력이 있어서 유명세와 백수련을 저절로 그런 환상 속에 빠져들게 했다. 그런 그들의 표정을 본 유현인이 손뼉을 한번 쳤다. 짝 소리가 나며 둘이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자, 이 정도면 괜찮지?”


“네··· 확실히 그러네요. 제대로 된 설명을 들으니 훨씬 그럴 듯해요, 공자님.”


유명세는 넘어왔다. 하지만 백수련은 뭔가 걸리는 듯 미적미적댄다.


“연아는 다른 의견이 있니?”


백수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오라버니. 개방의 사람들은 좀··· 위생적으로 그런 게 있잖아요. 사람들이 질색하지 않을까요?”


생각하지 못했던 고민이다. 유현인은 걸상의 모습을 떠올렸다. 전형적인 외모의 중년 거지. 솔직히 냄새가 조금 나기도 했다. 유명세도 그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거지인 걸상이 맛있는 요리를 마다할 리는 없다. 거지답게 잘 먹기도 잘 먹을 것이다. 유현인은 걸상이 싫지 않다. 오히려 호감이다. 그는 정보통일뿐더러 성격도 나쁘지 않았으니까. 문제는 그걸 보는 시청자들의 거부감이다. 유현인도 걸상에 대한 호감과는 별개로 거지가 뭔가를 허겁지겁 주워 먹는 게 썩 보기 좋지는 않았으니까.


“그건 미리 걸 형과 의논을 해봐야겠네.”


유명세가 말했다.


“그런데 만약에요. 공자님 예상이 적중해 그런 먹는 방송이 생기면요. 그런 건 뭐라고 부르나요?”


다른 방송들은 각자 이름이 있다. 사담 방송, 비무 방송, 수련 방송. 유현인은 고민했다. 이제는 입에 잘 붙지 않는, 미래의 이름을 떠올려봤다. 먹방······. 하지만 여기는 과거의 중원이고 그 이름은 아무 뜻 없는 소리에 불과하다. 유현인은 그 분야에 새로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취식(取食), 그래. 취식방송이라 하자.”


그게 바로 내공 대래비의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되는 취식방송의 탄생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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