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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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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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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6화 의문의 편지 (1)

DUMMY

돌아오는 마차 속은 시끌벅적했다. 대화 내용의 대부분은 주로 유명세가 아부리가에서 있었던 견학 내용을 유현인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공자님, 그래서 말이죠. 여 외전주가 에··· 그 정보처리각이라는 걸 보여주는데 태어나서 세상에, 그런 복잡한 진법이라 해야하나요. 술식이라 해야하나요 어쨌든 그런 건 처음 봤습니다.”


유명세는 흥분에 빠져 떠벌거리며 침을 튀겼다. 그 손이 자신이 본 것들을 묘사하기 위해 상하좌우 쉴 새가 없다. 유현인은 주로 듣고 있었는데 백수련이 배시시 웃으며 속삭였다.


“유 소협에게 아부리가 견학이 정말 강렬한 기억이었나 봐요.”


“그러는 너도 입이 귀에 걸렸던데?”


“뭐··· 음식도 맛있었고 신기한 것도 많았으니까요. 내공 환단 교환을 할 땐 따로 마련된 교환실로 안내되니까 저도 아부리가의 다른 시설 구경을 한 건 처음이었어요.”



어느정도 떠든 유명세는 가진 기력을 많이 소모했는지 어느새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인 채 잠들어 있었다. 충분한 포만감과 부드럽게 흔들리는 마차의 진동은 사람을 저도 모르는 새 오침에 빠져들게 했다. 백수련도 마찬가지였다. 둘이 조용히 꾸벅거리는 동안 유현인은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평화로운 농경지들이 그의 눈동자에 흘러들어왔다 다시 스르르 나간다.


‘어찌되었건 이 내공 대래비에서 위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겠구나.’


자신도 모르는 새 아부리가가 구축한 세상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유현인도 그것이 싫거나 거부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분명 아부리가는 무언가 비밀을 숨기고 있다. 어쩌면 자신이 뜬금없이 환생한 이유도 이것과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날 저녁에 유가장에 또 다른 손님이 방문했다.


“진선생 있소이까?”


대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유현인이 손님을 맞이하러 나갔다. 목소리의 주인은 절운검 정립이었다. 종사회 앞에서 봤던, 예의 연하늘및 무복에 반들반들 윤이 나는 삿갓을 눌러쓴 정립은 손에 커다란 조롱박 하나를 들고는 유가장 앞에 서 있었다.


유현인이 먼저 포권했다.


“정 대협.”


“좋은 술을 들고 왔는데 오늘 식사를 대접받아도 되겠소이까?”


그가 손에 든 조롱박을 흔들어 보인다. 짤랑짤랑 술 흔들리는 소리와 은은한 술 냄새가 풍긴다.


“한양황주요. 내 고향에서 주조되는 것이지. 모처럼 파는 곳이 있어 들고 왔소. 비싸진 않지만 그 본질 안에 매력이 숨어있는 아름다운 술이요”


“좋은 술을 들고 오신다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들어가시죠.”


유현인은 유가장 안으로 정립을 안내했다.


“이 넓은 집에 혼자 사는 것이오?”


정립이 이제 어느정도 사람 사는 티가 나는 정원을 보며 유현인에게 물었다. 남자 둘이서 살 때는 마치 야생 같았던 정원이 백수련의 손길을 타니 그래도 볼 만하다.


“아닙니다. 저번에 종사회에 인질로 잡혔던 두 사람이 모두 여기 머물고 있습니다.”


“아, 그 소저와 소협 말이오? 이름이 뭐라고 했던가···.”


“백수련, 그리고 유명세입니다.”


정립은 고개를 끄덕였다. 종사회 앞은 통성명할 좋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가 정방으로 들어서 책을 읽고 있는 유가장의 두 식구에게 인사했다.


“백 소저, 유 소협. 잘 지내셨소?”






술과 음식은 시간을 쏜살같이 흐르게 했다. 낮에 아부리가에서 분타주 서효길과 했던 식사와는 사뭇 다르다.


그때는 고급스럽고 비싼 음식을 대접받았지만, 어딘가 편하지 않았다. 서효길이 해주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해박하고 정통했지만 그건 그냥 별 의미없는, 껍데기같은 대화였다. 하지만 정립은 그의 협처럼 풍류도 아는 사내였고 그와 나누는 술자리는 성격처럼 호방하고 또 호탕했다.


“···하지만 철정문은 거기서 진정 올바른 것보다는 자신들의 안위를 우선으로 생각했던 것이오. 그게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공분을 낳았지. 진정 정(正)을 읊으며 그들의 세를 확장했다면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는 것이었소.”


무림의 선배로서,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을 차근차근, 최대한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설명하는 정립. 셋은 모두 정립의 이야기에 깊게 빠져들었다.


어느덧 달이 하늘의 중턱까지 올라왔다. 음식이 바닥을 드러내고 술자리가 파해가는 분위기다.


“잠시 둘이서 대화를 나눌 수 있겠소?”


정립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조금 전까지 즐겁게 나눴던 대화와 다르게 사뭇 진지했다 .분위기를 읽은 유명세와 백수련은 알아서 자리를 피해주었다.


“정 대협. 오늘 해주신 이야기 정말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술기운이 많이 올라온 유명세가 비틀거리면서도 최대한 예의를 갖춰 정립에게 포권했다. 아주 강하진 하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얼굴을 봐서 익숙해진 유현인과 다르게 정립은 유명세가 이렇게 가까이는 처음 만나는 고수이자 무림의 명사다. 정립도 부드럽게 인사했다. 유명세와 백수련이 들어가자 정립이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진선생은 혹시 검마에 대해 들어보셨소?”


“검마요?”


유현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 보니 누가 자신에게 뭔가 물어봤을 때 알고 있다고 대답한 적이 극히 드물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공부를 좀 해야겠어.’


“흠, 하남과 절강은 멀리 떨어져 있으니 모를 수도 있소. 검마는 팔십 년 전 하남에서 활동한 희대의 마두요 살인마지. 내가 온 이유는 그것과 관계되어 있으니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간단하게 설명을 해 주겠소.”


정립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검마 사굉. 유명세의 말대로 팔십년 전 무림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오래전부터 무림의 중심지였던 하남성을 공포로 몰아넣은 전설적인 마두. 안갯속에서 홀연히 나타난 그는 정파와 사파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무림인들을 겁탈하고 학살했다. 무림의 태산북두 소림은 물론이요. 섬서의 화산파와 종남파까지 힘을 합쳐 검마를 막으려 했지만, 무용지물, 애꿎은 희생만을 늘렸을 뿐이었다.


그건 단지 검마의 검이 극에 달해 있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하지만 하남 무림은 공포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극도로 위축된 하남 무림은 삼십 년이 지나서야 겨우 원래 성세의 삼분지 이를 회복했다. 팔십년이 지난 지금에야 검마의 학살극을 실제로 겪은 사람이 줄어들어 공포가 희석되었지만 아직까지 전설처럼 그 이야기는 전해지고 있었다.


검마의 가장 큰 수수께끼는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서 무공을 사사했는지, 무슨 목적으로 학살극을 일으켰는지 그 모든 것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지 그가 누군가에게 남긴 사굉이라는 이름 두 글자만이 남아있을 뿐.


“헌데 나에게 얼마 전에 편지 한 통이 왔소이다.”


“편지요?”


정립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의 품 안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읽어보시겠소?”


[친애하는 절운검 정립 대협. 편지로나마 인사드립니다. 석 달 뒤 하늘의 달이 꽉 찰 때, 절강성에서 검마의 장보도가 발견될 겁니다. 대협의 의(義)와 협(俠)은 호북 무림에서 존경받을만한 것이니 대협께서 그 장보도를 수습해 공정하고 올바르게 처리해주시길 바랍니다.]


유현인이 천천히 말했다.


“보낸 사람이 없군요.”


편지는 별 특징 없는, 아무 곳에서나 파는 하급 재질의 종이였고 필체 역시 괴발개발 지렁이 기어가는 듯했다.


“약 한 달 전, 내가 빈객으로 머물고 있는 가문에 이 편지가 도착했네. 그 시간에 경비를 서던 무사는 그냥 길 가던 평범한 사람이 편지를 맡겼다는 것 말고는 기억하지 못했고.”


“그냥 장난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 편지가 들어있던 종이에는 금 한 냥이 동봉되어 있었소.”


“금 한 냥이요?”


유현인의 눈썹이 올라간다. 당장 자신이 가진 송출용 수정구가 은 백 냥 수준이다. 그것도 특별한 재주가 없는 보통 사람은 일 년 넘게 꼬박 일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이다. 장난일 수도 있고 기만일 수도 있지만 단지 남을 골려 먹기 위해 금 한 냥을 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느 누가 대단하지도 않은 한낱 개인을 기만하는데 금 한 냥을 쓰겠소? 물론 금은 진짜였소. 아마 이 일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동봉한 것이겠지. 필적에 대해 잘 아는 문인에게 편지를 보여주니 이 문장들은 왼손으로 쓴 글씨라고 하였소. 자신을 숨기기 위해서 자주 사용되는 수법이요.”


유현인은 다시 편지를 내려다보았다. 단순히 못 쓴 글씨라고 생각했는데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니 편지 너머에서 누군가의 음모 혹은 심계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내 생각은 이렇소. 이 검마의 장보도가 진짜 나타날지는 아직 알 수 없소. 하지만 편지를 보낸 자는 내가 절강에 오길 바라는 것이겠지. 금 한 냥을 내가 그냥 차지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치미뗄 수도 있소. 하지만 이 자는 내가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잘 알고 있는 모양이오.”


정립에 얼굴에 진 그림자가 더욱더 짙어진다.


“일종의 의뢰라고 봐도 되겠지. 어쨌든 이 편지가 내가 호북을 떠나 항주로 온 이유요. 어쩌면 나에게만 이런 편지가 온 게 아닐지도 모르지. 장보도가 실제로 나타난다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한 대혈투가 일어날 거고, 그게 아니라도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 거요. 나는 무의미한 희생을 막고 싶소.”


“세간의 평이 괜히 생긴 게 아니로군요.”


유현인은 종사회 동산일과의 비무가 끝난 후 유명세에게서 정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자신만의 협을 따르는 대쪽같은 남자.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왜 저에게 해주시는 겁니까?”


정립이 잠시 대답을 하지 않고 바닥을 들어낼 듯한 남은 술 한 잔을 들이켠다.


“소협이 그때 종사회라는 사파 무리와 알력이 있을 때 말이오. 그대가 보여준 행보가 마음에 들었소. 사실 난 무리를 이루어 행동하는 사람들을 크게 좋아하지 않소. 무리 안의 개개인의 성품은 선할지언정 그들은 자신의 무리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악을 행할 수 있으니까. 그것이 정파든 사파든 말이오. 양심은 그들만의 대의를 위해 언제든지 저버려지곤 하오.”


그가 유현인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소협이 보여준 기개는 대단한 것이었소. 물론 어떤 사람들은 소협이 보여준 무가 지나치게 가볍고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평할 수도 있지만, 존중은 그만한 상대에게 돌아가야 하는 거요. 동산일이 보여준 치졸함은 딱 그 값을 치른 거라 생각하오. 난 앞으로 생길 일에 소협같은 무인의 도움을 받고 싶소. 스스로의 선을 정해 움직이는 개인 말이오.”


정립의 눈빛은 진지했다.


“의와 협은 중요하지만 아직 일어나지도, 정확하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일에 맨입으로 끼어들라 하면 파렴치 없는 짓이지. 내가 받은 금 한 냥은 그대로 남아 있소. 배분을 원한다면 충분히 가능하오. 어떻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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