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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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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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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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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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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4화 이건 좀 이상한데? (2)

DUMMY

수정구 속의 지낭룡을 보던 유현인이 자신을 찾는 소리에 하품을 하며 정원으로 나갔다.


“누구십니까?”


대문을 열자 남자 하나가 있었다. 그는 감색 정복을 입고 있었는데 별다른 장식 없이도 윤기가 흐르는 것이 보통 비싼 옷이 아닌 듯했다. 그는 손에 옷 색과 같은 두루마리를 하나 들고 있었다.


“전할 편지가 있습니다. 소협이 유현인 본인이십니까?”


“네. 그런데 누구시죠?”


“아부리가 항주 분타에서 왔습니다. 여기 이걸 받으시면 됩니다.”


남자는 두루마리를 유현인에게 내밀었다. 두루마리는 감촉이 구름처럼 부드러운 것으로 이때까지 유현인이 만져보지 못한 고급 비단 재질이었다. 그 위에는 붉은색 실이 정교하게 매듭지어져 있다.


“아부리가요?”


유현인이 의아하게 말했다.


“네, 자세한 건 내용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그러면 저는 이만.”


남자는 필요한 말만 남기고 포권을 한 다음 다시 떠났다. 유현인은 대문에 서서 손에 두루마리를 든 채로 멀어져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유현인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터벅터벅 걸어 다시 정방으로 돌아오니 유명세와 백수련이 그를 빤히 쳐다본다. 유현인은 그 무언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두루마리를 보여주었다.


“이게 뭔가요, 공자님?”


“아부리가에서 나에게 편지를 보냈대. 같이 볼까?”


아부리가라는 말을 들은 유명세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역시 우리 공자님. 진선생이란 별호를 드디어 아부리가에서도 인정한 걸 겁니다.”


유현인이 작게 투덜거렸다.


“이번에는 따로 별호가 안붙나? 진선생이라는거 조금 마음에 안 들어.”


백수련이 옅게 웃는다.


“별호가 그렇게 쉽게 바뀌진 않는답니다. 목위기문에서 재미있는 수치를 제시한 적이 있는데 칠 할 이상의 무림인이 처음 얻은 별호를 가지고 은퇴할 때까지 활동한다고 하더군요. 나머지 삼 할은 대부분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려 다양한 일은 겪은 사람들이고요.”


“좋아, 수련이 제 말은 내가 좀 더 많은 사건에 휘말려야 한다 이거지?”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구요. 오라버니.”


짧은 시간을 기다리지 못한 유명세가 유현인에게 졸랐다.


“저, 공자님. 그런데 너무 궁금해서 그런데 빨리 편지 읽어보면 안될까요?”


“그렇게 궁금하냐?”


유명세는 신들린 듯 고개를 끄덕였고 두루마리는 바로 유명세의 손에 들어갔다.


“제일 안달이 난 사람, 명세야 네가 읽어봐.”


유명세가 과도를 가져와 두루마리를 봉인한 매듭의 끄트머리를 살짝 잘랐다. 그러자 붉은색 실이 부드럽게 해체되더니 감색 두루마리가 저절로 펼쳐진다.


“오오······”


유명세의 목소리에는 희열이 가득했다. 겉의 고급 비단만큼이나 두루마리의 안쪽도 기품있었다. 매끈한 순백의 종이에 고급스럽게 쓰인 글씨의 필체는 마치 황제가 내리는 교지만큼이나 우아했다. 유현인도 감탄할 만큼.


“아부리가가 금이 많긴 많은 가봐. 그냥 편지에도 이렇게 돈을 발라서 보내고.”


“대체할 수 없는 독점 체제를 구축했으니까요. 그럼 이제 읽어도 될까요?”


유현인이 고개를 끄덕였고 유명세가 목을 고르더니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진선생 유현인 귀하


아부리가 항주 분타주 서효길이 붓을 잡습니다. 귀하는 절강성 영파에서의 첫 방송에 이어 종사회와의 결전을 통해 삼천오백 명이라는 실시간 시청자, 그리고 일년 육개월이 넘는 내공 기부를 기록했습니다. 후견과 명성이 있는 대문파의 비재이들도 단 네 번의 방송만에 이 수치를 기록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여 저와 아부리가 항주 분타는 귀하의 성취에 진심이 담긴 포권을 보냅니다.


아부리가는 내공 대래비의 관리 주체로서 훌륭한 비재이의 성장을 후원하고 지원합니다. 비재이의 성장이 곧 본 가의 성장이기 때문입니다.귀하께서 보여주신 잠재력, 그리고 내공 대래비의 본질인 재미를 찾아내는 능력은 탁월한 것입니다. 하여 본 가에서는 귀하를 아부리가에 초대해 앞으로의 귀하가 나아갈 방향과 방송 분석 결과에 관해 깊은 대화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삼일 뒤, 사시(巳時)에 귀하가 머무는 곳으로 마차 하나가 도착할 것입니다. 꼭 만나길 기대하며 귀하의 발전과 성장을 기원합니다.


아부리가 항주 분타주 서효길 배상”



정방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유명세와 백수련의 침묵은 이런 편지가 올 수도 있구나 하는 놀라움이었다.


“공자님, 혹시 대단하다는 말이 지겨우신가요?”


유명세의 질문에 유현인이 건성으로 대답했다.


“아, 아니. 왜?”


유명세는 대단하다는 칭찬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유현인의 심기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현인이 침묵하는 이유는 둘과 다른 것이었다.


그의 시선은 편지의 마지막 부분에 꽂혀 있다. 유명세가 유현인의 시선을 따라가자 그곳에는 아부리가를 상징하는 문장이 찍혀 있었다. 한참을 가만히 있던 유현인이 유명세에게 말했다.


“명세야, 이 문장 혹시 아부리가의 상징이니?”


“네, 조금 특이하죠? 다른 무림방파나 세가의 문장들과는 양식과 형태가 완전 달라요.”


유현인은 눈을 찌푸리고 그 문장을 바라보았다. 청색 사각형, 적색, 녹색, 흰색으로 그려진 눈코입에 머리 부분 위로 그려져 있는 가느다란 침 두 개. 검이나 꽃, 호랑이나 용 등 일반적인 문장과는 공통점이 하나도 없다. 유현인은 사람의 얼굴을 본딴 이 문양을 본 적이 있다. 이 세계에 아니라 전생에서. 이건 현대에 실제로 존재한 그 방송회사의 문장이다.


‘이건 지나치게 우연이 심한데?’


우연이 겹치고 겹치면 필연이고 운명인 법. 내공 대래비든 로지택이든 우연이고 이상한 세계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문장은 선을 넘었다. 하필 실제로 미래에 존재하는 방송회사와 똑같은 문장이 뜬금없이 나타날 확률이 얼마나 될 것이고 그게 이 내공 대래비를 관리하는 세가의 것일 확률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유현인은 자신이 그냥 그러려니 수긍하고 납득했던 여러 것들이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느꼈다.


“공자님, 무슨 일이라도?”


유현인의 얼굴이 굳어져 펴질 줄 모르자 유명세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자신의 머릿속에 잠겨있던 유현인은 그제야 생각에서 빠져나와 둘을 살폈다. 편지를 받은 당사자가 기분이 좋지 않아보이자 유명세와 백수련 둘 다 불안한 표정이었다. 유현인은 그런 둘을 안심시켰다.


“아, 아니야.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명세야, 너 아부리가에 가보고 싶다고 했지?”


유명세가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네, 내공 환단 교환이 꿈이긴 했지만 이건 더 대단하네요. 이런 초대를 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저도 데려가 주시나요?”


유현인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련아, 너도 같이 갈래?”


“네, 오라버니. 저도 좋아요.”


편지에 적힌 시간은 삼일 뒤. 지금 당장 풀 수 있는 의문은 하나도 없다. 유현인은 삼일 뒤 직접 가서 판단하기로 했다. 아부리가에 가서 분타주든 뭐든 만나면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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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무장이다. 바닥에 깔린 고급 대리석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텅 비어있었지만 철저하게 설계된 비율 덕분에 부재(不在)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거기에는 공(空)의 아름다움마저 있었다.


연무장 한가운데에는 남자가 좌공하고 있었다. 몸은 움직임 없이 고요했지만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다. 남자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혈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 때 밖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온다. 부하가 그를 부르는 신호다. 남자가 눈을 번쩍 떴다. 빛나는 정광이 뿜어져나오더니 이내 갈무리되었다.


“무상이냐?”


그 말을 들은 부하, 무상이 연무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안쪽을 보고 앉아있는 남자의 뒤에 부복했다.


“지시하신 자료를 모두 수집했습니다. 지금 읽어보시겠습니까?”


남자는 턱으로 자신의 앞을 가리켰다. 무상은 남자의 지시대로 가져온 서류를 남자의 앞에 가지런히 놓았다. 그리고는 다시 뒤로 돌아가 부복했던 자세로 돌아간다.


남자는 천천히 서류를 집어들었다. 빨리 읽는다면 그 누구보다 빠르게 독해할 수 있지만 남자는 문자 하나하나를 음미하듯 여유롭게 읽어나갔다. 이윽고 한 대목에서 남자의 시선이 멈췄다.


“현재 거주지가······ 유가장이라 되어있군.”


무상이 대답했다.


“예. 가옥을 하나 사들여 그렇게 이름 지었더군요.”


“여기서 항주까지는 얼마나 걸리지?”


무상이 바로 대답하지 않고 머뭇거렸다.


“무상.”


남자가 재촉했다.


“왕복 한 달은 족히 잡아야 할 겁니다. 하지만 공자님, 직접 행차하실 필요가 꼭 있겠습니까? 섬서와 항주는 멉니다. 말씀만 하시면 아랫것들이 더 많은 정보와 자료를 구해올 겁니다.”


무상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가 모시는 남자는 단호했고 그 뜻이 흔들릴 일이 없었다. 무상도 그걸 잘 알고 있다.


“항주로 간다. 내일 안으로 출발 준비를 끝내도록.”


“······존명.”


.

.

.

.

.

.


삼일 뒤, 유현인 일행은 유가장 앞으로 온 마차에 탑승해 항주 외곽으로 빠져나왔다. 금 천단강을 건너 동쪽으로 한 시진 정도 쯤 가니 그 전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던 논밭들과 가옥들이 사라지고 나무도, 언덕도 없는 평원이 나왔다.


아부리가 항주 분타는 그런 평원 한복판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장원이었다. 마부는 유현인 일행을 내려 주곤 다시 마차를 몰아 항주 시내로 돌아갔다.


“진선생 유현인 소협 되십니까?”


다가온 경비 무사 하나가 포권하며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만.”


유현인은 그렇게 대답하며 경비 무사 너머로 보이는 아부리가 항주 분타를 쳐다보았다. 항주 시내에서 부유한 장원은 많이 보았다. 화려한 기루 건물들도 수두룩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아부리가는 이때까지 유현인이 봤던 중원의 그 어떤 건물과도 달랐다. 거기에는 대문도 없고 담벼락도 없고 정원도 없고 오로지 직육면체 모양의 건물만이 있었다. 회색 돌이 짜맞춰서 구조물을 이루었는데 어찌나 정교하고 그 틈이 미세한지 얼핏 보기에는 매끈한 하나의 돌을 깎아 만든 것 같았다.


눈 앞의 경비 무사는 멀리서 다가오는 마차를 보고 미리 나와서 기다린 모양이다.


“뒤에 있는 두 분은?”


경비 무사가 유명세와 백수련을 보곤 물어봤다.


“예, 같이 일하는 동료입니다. 남자는 유명세, 제 부검수고요. 여자는 비취화 백수련, 저와 같은 비재이입니다.”


“그렇군요. 일단 외전주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시겠습니까?”


그렇게 말한 경비 무사는 먼저 건물로 다가갔다. 유현인과 일행은 경비 무사를 따라 아부리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공자님, 저 많이 긴장한 것 같나요?”


유명세가 유현인의 뒤에 딱 붙어 속삭였다. 유현인이 고개를 살짝 돌려 그를 보니 유명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누가봐도 나 긴장했어요 하는 태도.


“응, 무림맹주에게 사열하는 신입 무사처럼.”


“하···하하. 그러게요. 저한테 초대장이 온 것도 아닌데.”


경비 무사는 그들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출입구와 이어진 곳은 응접실이었는데 일행이 전부 의자에 앉자 경비 무사가 한쪽에 놓인 수정구에 대고 전언을 보냈다.


“외전주님, 진선생 유현인 소협과 그 일행 두 명이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말한 경비 무사는 다시 일행에게 말했다.


“외전주님께서 곧 오실 겁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경비 무사는 포권을 한 후 응접실과 이어진 다른 통로로 나갔다.


“와, 공자님. 이거 보세요.”


유명세가 자신의 앞에 놓인 책상을 손으로 쓸었다.


“저도 옛날에 상행을 따라다닐 때 웬만큼 부유한 장원에도 가봤는데요. 이런 고급 나무를 쓰는 곳은 거의 못 봤어요.”


유명세 말대로였다. 책상뿐만 아니라 응접실의 모든 게 호화로움의 극치였다. 그러고 보니 백수련도 이 고급스러움과 화려함에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 때 건물 내부를 향한 문이 열리고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그는 일행에게 정중하게 인사하며 자기 소개를 했다.


“저는 아부리가 항주 분타의 외전주, 여휘입니다.”


여휘의 눈빛이 유현인을 향해 빛난다.


“이 옥안을 가지신 분이 저희가 기다리던 진선생 유현인 소협이겠군요.”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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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 검마의 장보도 (3) +2 20.07.03 397 14 13쪽
30 29화 검마의 장보도 (2) +3 20.07.02 412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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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 이건 좀 이상한데? (2) +2 20.06.24 524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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