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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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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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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2화 견자, 犬子 (4)

DUMMY

유현인은 그제야 칼을 거뒀다. 노파와 거한은 여전히 자신을 노려보고 있지만 저 하오문주는 전략을 수정한 듯싶다. 한희령이 안쪽으로 향해 안내하듯 정중하게 그녀의 오른쪽 팔을 들었다.


“이리 오시지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유현인은 그런 한희령을 향해 다가갔다. 자기 스스로 협조적으로 나온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유현인이 한희령 옆에 서자 그녀는 유현인의 팔에 자신의 팔을 슬며시 걸었다. 얇은 옷 너머로 그 형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부드러운 가슴이 유현인의 팔 모양대로 변한다. 한희령이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사내를 유혹하는, 어릴 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해온 자연스러운 웃음이다.


창기가 손님을 받는 방 한쪽 구석에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나 있었다. 한희령은 유현인을 계단 아래로 이끌었다.


하오문은 넓지만 소박했다. 개방 항주 분타가 중원의 수많은 지역과 바로 연결되는 수정구를 수십 개씩 설치해놓았다면 여기는 오로지 종이, 그리고 인력이다. 정말 길거리 어디서나 보일 것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수많은 서류를 작성하고, 또 분류하며 불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문주가 유현인을 데리고 들어왔음에도 자기 일을 기계적으로 처리할 뿐 절대 이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인상적이다.


유현인은 그런 하오문 내부를 신기하게 둘러보았다.


한희령은 그런 유현인을 힐끔 보았다. 그의 적대적인 태도는 자신이 먼저 우호적으로 나온 다음 확연하게 누그러졌다. 그는 자신이 팔짱을 끼고 있는 남자가 누군지 잘 알고 있다. 하오문과 관계를 맺을 만한 문파들과 인연이 없는 유현인이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왔겠는가? 그가 위에서 태도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보나 마나 거지새끼들이 흘렸겠지.’


한희령은 걸옥의 얼굴을 떠올렸다.


‘망할 늙은 거지.’


그녀가 허가한 일은 아니지만 하오문에서 저지른 일이다. 한희령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순 없다. 이제 하오문을 찾아온 재앙에서 살아날 방법을 순식간에 구상해야 한다.


유현인은 한희령을 따라 문주실로 들어왔다. 문주실은 그녀의 생활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은은한 붉은빛이 감도는 침대와 이불, 간소한 화장대에서 여인의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한희령은 자신의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유현인에게 말했다.


“여기 와서 앉으시지요.”


그러나 유현인은 그녀의 말에 응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한희령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뭘 착각하나 본데... 난 너와 어떤 관계를 맺기 위해서 찾아온 게 아니야. 이런 식으로 접대하거나 친한 척할 필요도 없고. 그냥 너는 내가 묻는 말에 대답만 하면 된다. 용문혈사와 내가 관련되어 있다는 방, 하오문에서 붙였나?”


냉정한 유현인의 말에도 한희령의 웃는 얼굴은 그 어떤 감정의 동요도 드러내지 않는다.


한희령이 반문했다.


“확신을 가지고 찾아오신 듯싶은데 진선생께서 저희 하오문을 범인이라 특정하신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이번에는 유현인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자신이 얻은 정보의 출처를 정보원과 대립하는 조직에 밝히는 건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희령은 다 짐작한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소녀가 추측하자면 진선생께 그런 정보를 흘린 건 필시 거지집단일 겁니다. 그리고 그 거지들도 자기네들이 아무것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럴 능력이 있는건 하오문이라 생각했겠죠. 하지만 증거가 없다는 게 저희가 그런 행동을 했다는 증거는 아니지 않습니까? 목격자도 없고 물증도 찾지 못한 건 개방의 주장인데 그건 그들의 능력 부족이지요. 그리고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는 저희 하오문에게 혐의를 덮어씌운 것이고요.”


그녀의 논리는 부드럽지만, 하지만 단호했다. 그리고 그녀의 문장에는 교묘한 방향성이 섞여 있어서 다음에 어떤 논리가 나올지 사람을 궁금하게 만든다.


유현인은 생각했다. 확실히 개방의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 정답은 맞을지 몰라도 과정이 없는 도출과정은 그리 개운하지 않다. 그는 한희령을 쳐다보았다. 이 구릿빛의 여인은 흑도의 정보문파를 지배하는 자답게 논리적이고 영민하고 약삭빨라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판을 엎어버릴 수 있는 건 자신이다. 폭력을 사용하는 건 가능하지만 목표를 이룰 수 있는데 굳이 쓸데없는 피를 볼 필요는 없다. 아까 입구의 창관에서 자신은 충분히 노파를 죽일 수 있었다. 이 하오문주는 그런 자신을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유현인은 한희령의 변명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해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는 비천한 자들의 모임으로서 명문대파라 주장하는 자들의 심기를 거슬리지 못합니다.”


직접적인 단서.


“명문대파?”


“그렇습니다. 온 강호에 그 이름을 모르는 자가 없는 유서 깊은 무림세가지요.”


그럴 만한 원한을 산 정파의 인물이 있는가? 아니다, 없다.


“그게 누구지?”


한희령이 내린 결정은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겁쟁이라고 비난할 만하다. 고작 젊은 후기지수 하나에 하오문주가 겁먹어서 청부자의 신상을 노출하며 모든 것을 공개한다? 그런 추태가 어디 있는가?


하지만 한희령의 직감이 이야기했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자는 호랑이고 용이다. 그녀도 보고로만 유현인의 정보를 접할 땐 그가 어느 정도 강한 고수라 생각했지만 직접 보고 나선 이전의 모든 정보와 판단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자신을 지금의 자리까지 올려주고 살아남게 해 준 본능이다.


한희령이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하오문의 규율에 따라 청부자의 신상을 바로 알려 드릴 순 없습니다.”


유현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결국, 다 말장난에 불과한 거였나? 한희령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러면 진선생께서 직접 범인의 입으로 자백을 들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팽무진은 요새 기분이 아주 좋았다. 자신이 사주한 대로 유현인에 대한 소문이 항주 전역에 쫙 퍼졌을뿐더러 내공대래비란 신물을 통해 중원 전역에도 흘러나가고 있었다. 물론 여기서 만족할 생각은 없다. 여러 가지 공작을 더 펼칠 것이고 내킨다면 살수도 고용할 생각이 있다. 유현인의 무공이 고강한 건 알지만 일급 살수도 조건만 맞으면 능히 그 이상의 고수를 살해할 수 있다.


하오문은 팽가의 이름으로 찍어누르면 자신의 말을 들을 것이고 살문은 금전을 통해 고용하면 된다. 이게 진짜 힘이다. 며칠 전 유현인이 켠 방송을 팽무진도 보았다. 그래서 뭐 어떡할 것인가?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자, 한잔 따라봐라.”


팽무진은 자신의 시중을 드는 기녀, 앵월의 옆구리를 한쪽 팔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아이, 참. 팽 공자님도. 요새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앵월이 한 병에 은전 이십 냥이나 하는 태호백주를 팽무진의 잔에 따르며 교태를 부렸다. 어리고 고운 기녀의 육향이 그녀의 분 냄새와 섞여 이 뭉클 풍긴다. 팽무진은 다른 안주도 없이 잔을 목으로 털어 넣고는 말했다.


“큭큭큭큭, 근본도 없는 녀석이 그렇게 주제도 모르고 나대면 반드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법이지.”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취해 앵월의 눈빛이 빛나는 걸 알지 못했다.


밤이 깊어가고 팽무진의 피에 흐르는 술의 농도 역시 짙어져 갔다. 그가 충분히 취해 술이 술을 부르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앵월은 은근한 질문을 던졌다.


“그 근본 없는 녀석, 우리 팽 공자님의 심기를 어지럽힌 녀석이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평소같았으면 대답하지 않았을 질문일테지만 스스로의 공작에 도취한 팽무진은 그런 사리분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유현인이란 놈이지. 흥, 얼굴만 반반해서는, 그런 놈은 남창으로 팔아서 단물까지 쪽쪽 빨아먹어도 시원찮을텐데.”


눈이 풀린 팽무진은 앵월의 눈빛이 빛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방 한쪽에 설치된, 교묘하게 가려진 수정구를 통해 방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도 알지 못했다.







거나하게 취한 팽무진은 자신의 집으로 비틀비틀 걸어서 돌아갔다. 팽무진이 거주하는 가옥은 부유한 이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밤까지 시끄럽게 영업하는 객잔이나 기루가 없이 조용한 곳이다. 갈 지자를 그리며 걷는 팽무진 앞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하지만 고개를 땅에 처박고 술기운에 절어 있는 팽무진은 그러거나 말거나 앞으로 걸어간다.


쿵!


팽무진의 어깨와 낯선 이의 어깨가 부딪혔다. 그래도 팽무진은 깊이 있는 정종무공을 어릴 때부터 익힌 무인이건만 그의 몸은 종잇장처럼 나가떨어졌다. 팽무진의 하얀 비단 경장이 흙투성이가 되었다.


“이 새끼, 넌 뭐야?”


팽무진이 꼬부라진 혀로 으르렁댄다. 그는 도집을 지팡이 삼아 땅을 짚고 일어섰다. 하지만 그와 부딪힌 사내는 무감정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자 팽무진이 자신의 도를 뽑았다. 달빛이 잘 벼려진 도면에 반사되어 빛난다. 팽무진은 그제서야 자신와 충돌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팽무진 맞나?”


“네, 네놈?”


바로 팽무진이 열등감에 빠져 여러 소문과 공작을 펼친 상대, 유현인이다. 술은 참으로 신기한 마성의 약물이라 정상적인 상태였으면 하지 못할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팽무진의 무공은 유현인이 가볍게 제압했던 종사회의 동산일에 비교해도 미치지 못할 정도지만 그는 이상한 자신감에 차 자신의 도를 빼 들었다.


“근본없는 놈이면 자신의 주제를 알아야지!”


저 건방진 놈의 팔 한 짝을 잘라버리겠다. 그러면 저 자식이 잘린 자신의 팔을 들고 차가운 땅을 구르며 울부짖겠지. 그리고 그게 팽무진의 의식이 남아있을 때 한 마지막 생각이었다.


술을 떡이 되도록 마시긴 했지만 몸에 밴 무공이 어디 가진 않는다. 팽무진이 혼원보(混元步)를 밟으며 유현인에게 접근한다. 그의 도가 강맹한 기세를 담고 묵직하게 공간을 베어 온다.


오호단문도의 기본 초식, 단문참이다.


그러나 유현인의 몸이 땅으로 꺼지듯 사라졌고 무거운 팽가의 도는 목표를 완수하지 못했다. 팽무진이 미처 ‘어디냐!’ 라고 말하기도 전에 유현인이 팽무진의 뒤에서 나타났다. 유현인의 손이 기계처럼 움직여 팽무진의 뒤통수를 잡고 땅바닥에 내리박았다.


한낱 인간의 뼈가 어찌 대지를 이길 수 있단 말인가? 팽무진의 뇌는 유현인이 가한 무자비한 충격에 두개골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렸고 그는 바로 의식을 잃어버렸다.





팽무진이 눈을 뜬 곳은 어두운 방이었다. 팽무진의 의식은 돌아왔지만 그의 몸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기둥에 결박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 입에는 천 뭉치까지 쑤셔져 있어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다.


“읍읍..읍!!”


그 앞에는 유현인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지상의 빛이 들지 않는 땅 아래, 어두운 횃불만이 유일한 광원이다. 그리고 그 빛은 유현인의 등 뒤에서 비추는 것이기에 팽무진은 유현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자신을 감금한 자가 유현인이라는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지난밤의 과음 때문이었다. 팽무진이 몸부림치며 웅얼거렸다.


“읍!!! 읍!!!”


그 모습을 보던 유현인은 자신의 손을 살짝 비틀었다. 심후한 내력이 반 장 떨어진 대기까지 작용해 팽무진의 입에 박힌 천 뭉치를 빼낸다.


팽무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고도의 수법이지만 지금 그에게 그런 사리분별을 할 능력은 없었다. 팽무진이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누구냐! 감히 하북팽가의 자손을 납치하다니. 팽가가 가만 있을 것 같은가!!!”


작가의말

여러분은 둘 중에 누구와 더 친해지고 싶나요?


육덕 거유 구릿빛 피부의 30대 누나 vs 냄새 조금 나고 괴팍한 늙은 거지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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