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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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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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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글자수 :
24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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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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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6화 용봉지회 (3)

DUMMY

유가령은 이때까지 유현인이 만났던 여자 중에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다. 소검후란 별호는 그녀를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순백의 비단 무복은 아무런 장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몸을 완벽하고 고급스럽게 감싸주었고 유가령의 얼굴은 흰 비단의 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눈코입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하얀 얼굴과 대명 최고의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짜낸 흑단같은 머리칼, 그중에 가장 인간의 혼을 끌어들이는 건 빛나는 눈동자였다. 이제 이십대나 되었을까 싶은 그녀가 유현인에게 인사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소녀는 유가령이라 합니다.”


“유현인입니다. 강호에서는 진선생이라 불립니다.”


“유명세입니다.”


미모에 넋이 나간 유명세는 계속 유가령을 흘끔거렸지만 유현인은 그것보다는 이 기막힌 우연에 더 관심이 있었다. 서효길이 말하길 이화옥은 복잡한 사람, 그가 마침 이 시간에 여기 나타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이 형은 어쩐 일로 여기 계신 겁니까?”


넓은 도시 개봉, 고급 객잔은 여기 말고도 수두룩하다. 우연히 유현인이 안내받아 온 객잔과 이화옥이 찾은 객잔이 겹칠 확률은 아주 낮다. 하지만 이화옥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어제 하오문에서 사람이 오더군요. 유운옥검께서 용봉지회로 초대하신 진선생이 오늘 여기 객잔으로 올 거라고요. 하하.”


“하오문은 어떻게 알았답니까?”


“글쎄요. 항주에서 나를 본 사람이 있으니까 거기에서 나온 추측이겠죠. 용봉지회 참가자 중 유 형과 접점이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까요. 하오문의 정보력은 어딜 가든 알아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럴듯한 설명이다. 이화옥은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다. 유가령이 말했다.


“신기하네요. 원래 화옥 오라버니는 이렇게 말을 많이 하거나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닌데.”


이화옥이 어깨를 으쓱한다.


“글쎄, 가치의 문제 아니겠니? 보물을 눈앞에 두고 기분이 좋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


서로간의 인사가 끝나자 점소이가 본격적인 식사들을 내오기 시작했다. 이화옥이 말했다.


“여기 객잔은 이름이 소천당이라고 하는데 옛 북송의 요리 명맥을 잇고 있는 숙수가 주방을 책임진다고 하더군요. 식사라도 같이 하시죠.”


그 말대로다. 자라, 양고기, 장어 등 남쪽에서는 잘 먹지 않는 식재료들이 모양과 색, 향과 맛, 식감까지 사람을 즐겁게 하는 형태로 식탁에 올라왔다. 유현인과 유명세도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어 차려진 음식을 같이 들기 시작했다.


즐겁게 식사를 하던 도중 이화옥이 말했다.


“생각해보니 제가 용봉지회에서 어떤 것들을 하는지 제대로 말씀드리지 않은 것 같은데.”


“숙지해야 할 규칙 같은 게 있습니까?”


“아니, 그런건 없습니다. 말이 용봉지회지 각자 노는 것이거든요. 다만 평소에 잘 보지 못하던 무인들끼리 모여서 방송하고 하니 상승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거죠. 편하게 방송하시면 됩니다. 저나 가령이를 찾아오셔도 되고, 평소에 궁금했던 문파의 인물에게 찾아가 비무나 논검을 신청하셔도 되고. 단 이주 뒤에 열리는 행사인 창생전은 모두가 참가해야 합니다. 그게 끝이에요.”


그 때 다시 사람들의 시선이 객잔의 입구로 쏠린다. 청의 무복을 입고 화려한 검집을 등에 찬 젊은 남자와 그의 일행 두 명이 객잔에 들어온 것이다.


이화옥이 그를 보곤 미간을 찌푸린다.


“오라버니, 너무 티 내지 마세요,”


이화옥은 그와 아는 관계지만 따로 약속은 없었다. 우연히 들어온 듯 자리를 찾아 객잔을 둘러보던 남자가 이화옥과 유현인이 앉아있는 식탁을 발견하곤 이쪽으로 다가온다.


“화옥, 반갑군. 지난 용봉지회 이후 보는 거니 일 년 만인가? 가령도 반갑구나. 이제 어엿한 숙녀가 되었어.”


그의 정체는 남궁하룡. 안휘의 귀공자이자 그 검세가 마치 벼락같다 하여 뇌전검이라 불리는 남자다. 무림에서 가장 고귀한 혈통을 타고난 사람. 이화운과 유가령도 웃으며 인사했다.


“하룡, 일찍 왔군그래.”


“하룡 오라버니, 기세가 더욱더 날카로워지셨네요.”


남궁하룡의 시선이 이번에는 유현인으로 향했다. 그는 유현인의 정체를 금방 알아보았다.


“이쪽은 최근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진선생이겠군.”


남궁하룡이 유현인에게 포권했다. 식사하던 중 포권을 받은 유현인은 마주 인사하려 일어나려 했지만 남궁하룡이 바로 만류했다.


“아, 포권은 안 하셔도 되오. 식사 중이지 않소?”


점소이가 예비 의자를 하나 더 가져다주었고 남궁하룡은 거기에 혼자 앉았다.


“너희들은 물러가 있어라. 오랜만에 친우를 만나 담소를 나눌 시간이니.”


“존명.”


그의 수하들은 아무런 이의나 질문도 없이 바로 물러갔다.


“자네가 이 귀한 분을 초대했다지?”


“그렇지, 비재이 초출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 난 진선생의 추종자가 되었거든.”


남궁하룡이 부드럽게 웃었다.


“참 기대되는군요. 강남 무림인이 용봉지회에 참여한 건 이번이 두 번째인데 첫 번째는 처참했거든요.”


유현인은 남궁하룡의 말에서 어딘가 껄끄러운 무언가를 느꼈다. 겉으로 포장된 그의 화법 속에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가시가 있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며 그 느낌은 확신으로 변했다.


“그래, 강남은 요즘 어떻습니까? 예전에 한번 강호행을 할 때 항주를 지나 복건까지 가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어떤지 궁금하군요. 그때 강남 무림인들에게 여러 가지 가르침을 줬었는데.”


“사문을 아직 안밝히셨다지요? 하하, 좋은 전략입니다. 그런 사정이 있을 수도 있죠.”


“글쎼요. 은거기인이란 건 말로 들었을 땐 멋있어 보이지만 과대평가되는 감이 있죠. 그럴듯해보이는 설정이니까요.”


아무튼 마음에 안드는 자식이다. 겉으로는 사람 좋은 척 하지만 은근히 자신보다 못한 환경에 있는 사람을 깔아보는 녀석. 어차피 용봉지회에서 다른 누구보다 시선을 끌어모으려면 먼저 치고나가야 한다.


“글쎄요. 회가 열리면 어떤 지 알게 되겠죠?”


하지만 유현인의 속마음은 이렇게 말했다.


‘글쎼, 누가 웃을 지 나중에 보자고.’


.

.

.



[방송이 시작됩니다.]

[방송 명 : 용봉지회 중대발표]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유현인은 바로 방송을 켰다. 시청자들이 어느 정도 모일 때까지 최근 근황, 그리고 개봉의 분위기 등을 전한 유현인은 자신이 기다렸던 숫자가 모이자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서로 많이 알고 하던데, 나는 아직 아는 사람이 이 형밖에 없더라고. 그래서 합작방송에 있어서 조금 난항을 겪을 것 같아.”


-이형이면 설마 유운옥검 이화옥?

-너무 그러지 마시오. 유운옥검이면 용봉지회 참가자 중에서도 제일 인기가 많을뿐더러 무공도 고강한 젊은 고수 아니요.

-에이, 진선생 너무 겁먹은 척 한다. 그정도 외모에 무공이면 다른 쪽에서 먼저 찾아올 것 같은데.

-그건 아닐수도. 명문대파들 자존심이 워낙 세잖아? 아예 안 끼워줄 가능성도 있지.


갑론을박하는 시청자들. 강남 무림에서 유일하게 용봉지회에 참여한 유현인이라 그의 방송에는 강남 시청자들이 많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자존심을 유현인에게 대입했고 유현인을 응원해주었다.


“그렇다고 내가 뒤에 큰 사문이 있는것도 아니라 어떤 발표를 하기도 곤란해. 검진이나 기관, 새로운 초식 이런 게 없으니까. 나는 은거고수잖아? 그래서 나는 친구들을 즐겁게 해 줄 공약을 하나 걸려고.”


유현인이 미소를 지었다.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같은 미소다.


“나, 유현인. 이번 용봉지회 창생전에서 무조건 우승한다. 못하면 대환단급 영약 하나 추첨으로 뿌릴 거야.


벽력탄이 떨어졌다.


-방금 본인이 들은 거 실화요?

-哈哈哈哈哈哈哈哈 이제 난리났네. 다른 후기지수들. 이때까지 이런 선언이 있었나?

-유가가는 원래 이런 사람이에요. 처음에 명세 공자 방송에서 이상한 시청자 참교육시켰을 때부터 난 알고 있었지.

-대환단급 영약은 뭐지? 뭘 갖고 있나 본데?


원래 용봉지회는 그리 격렬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서로 가진 게 많고 잃을 게 많은 대문파의 제자들. 진심과 사력을 다해 붙었다가 예상치 못하게 박살이 나기라도 하면 그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럴 이유가 무엇이 있는가?


용 형, 적 소저, 하하호호 좋게좋게 웃어주면서 서로의 체면과 위상을 높이는 방법이 있건만. 그러나 유현인은 기존 질서에 자신을 맞출 생각이 없었고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는 사상누각 위에 커다란 돌을 던져버린 것이다.


선언이 가진 파괴적인 힘은 유현인 방송의 전언창을 먼저 초토화했고 곧이어 그 충격파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

.

.



용봉지회의 고수들은 실제로 만난다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하늘이다. 무림의 기둥인 대문파의 자제들과 동네 삼류 문파에서 간신히 수정구에 사용할 심법 정도만 배운 자들은 비교하기조차 민망하니까.


그러나 비재이와 시청자의 관계에서는 그 격차가 없어진다. 물론 자기 자신의 무림명을 걸고 활동하는 시청자도 있다. 그 사람들은 소위 큰손, 즉 대형(大兄)으로 대접받곤 하지만 그런 극소수의 대형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아무렇게나 지은 가명을 걸고 시청하고 전언을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아부리가에서는 시청자들의 정보를 어떤 일이 있어도 누설하지 않는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어떤 흥미로운 소재가 있을 때 비재이들을 쉽게 놀릴 수 있었다.


-뇌전검님. 뇌전검님. 그 소식 들으셨음?


“소식요?”


남궁하룡이 부드럽게 반문했다. 실제 성격과는 다르게 비재이로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친절한 공자를 연기하는 남궁하룡이다.


-진선생이 아까 방송에서 공약을 걸었는데 이번에 창생전에서 자기가 우승 못하면 대환단급 영약 내놓는다고 했어요.

-그 배포가 어디서 나오는지 신기함 哈哈哈哈哈哈 자기 사문도 아직 안 밝혔다고 하지 않았나?

-근데 잘생긴 공자가 대놓고 그러니까 멋있다는 생각밖에 안 들던데.


-관계없는 주제에 대해 전언 도배시 기간추방되니 유의바랍니다.


남궁하룡의 방송을 관리하는 지배인이 하다못해 경고를 보냈지만 그들은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용봉지회란 거대한 행사에다 유현인의 공약 및 도발과도 겹쳐 이곳 저곳 기웃거리는 유동층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추방되어도 용봉지회에 참여하는 다른 비재이의 방송으로 가서 놀리면 그만이다.


‘건방진 자식, 그게 무슨 말이야? 우승공약?’


남궁하룡은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은 그렇지 못했다.


비단 남궁하룡의 방송에서만 그런 소요가 일어난 건 아니었다. 후기지수들 중 비재이 활동을 하는 자들은 자신의 방송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들을 찾아오는 빈객들에 의해 유현인의 선언을 접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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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61 shadowx
    작성일
    20.07.25 14:40
    No. 1

    환단 얻은 게 있었나요. 기억이 안 나네. 여튼 비재이로서 레벨업 하기 위한 잡몹 등장이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rino321
    작성일
    20.07.26 04:00
    No. 2

    공약걸고 추첨으로 뿌리기라니... 현대 인방 지식을 아주 잘 활용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sdggs
    작성일
    20.07.26 23:32
    No. 3

    아 ㅋㅋㅋㅋ 다음화 못참겠다ㅋㅋㅋㅋ 다음화 올라올때 까지 숨 참는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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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 검마의 장보도 (3) +2 20.07.03 397 14 13쪽
30 29화 검마의 장보도 (2) +3 20.07.02 412 16 13쪽
29 28화 검마의 장보도 (1) +2 20.07.01 409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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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이건 좀 이상한데? (2) +2 20.06.24 525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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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9) +2 20.06.21 554 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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