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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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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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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9화 견자, 犬子 (1)

DUMMY

아부리가 항주 분타.


내전의 서효길의 공간이건만 서효길은 지금 그의 자리, 상석이 아닌 객석에 앉아 있다. 그리고 그의 자리에는 커다란 수정구가 서효길을 대신해 놓여 있었다. 그 안에 있는 노인이 서효길을 부드럽게 바라본다.


-이번 절강에서의 실적이 제법이구나. 사용자 수가 배는 많은 화북지방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아.


하지만 서효길은 여휘나 유현인에게 보여주던 것과 다르게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그의 입은 애써 부드럽게 돌아가고 있지만 굳은 몸은 서효길이 지금 어떤 압박을 느끼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본단에서 안배해주신 계획 덕분입니다. 장로님의 공에 비하면 제 성과는 하잘 것 없죠.”


그러나 노인은 그런 아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갑자기 생겨난 취식방송이란 것도 그 유현인이라는 아해가 만들었다지?


서효길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확실히 머릿속에 칼부림밖에 없는 무식한 무림쟁이들과는 다릅니다. 반년 동안 관찰한 다음 그가 이룬 성과를 보고하려 했습니다만 그는 반년도 아닌 한 달 만에 절강 무림의 눈을 모조리 빨아들였죠. 때문에 보고를 일찍 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인이 말했다.


-절강뿐만이 아니야. 고급 객잔과 주루가 있는 도시들을 중심으로 요 며칠 간 신규 방송 신청과 시청시간이 유의미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중 대부분이 취식방송의 공급과 수요지.


서효길은 그저 고개를 깊숙이 숙일 뿐이다.


-효길, 네 생각은 어떠냐? 본교에서 찾는 조건에 그가 부합하는 것 같으냐?’


서효길은 잠시 고민했다. 이 임무는 아부리가, 그리고 아부리가를 지배하는 교의 지상목적이다. 자신이 지금 취하는 태도에 따라 추후 교에서의 자신의 미래가 바뀐다. 그는 유현인을 만난 경험을 다시 상기했다.


“예, 적어도 절강에서 활동하는 그 어떤 비재이들보다 유현인이 기준에 부합한다 생각합니다.”


-좋다. 지급(地級) 권한을 허락한다. 재량껏 무대를 만들어 보도록.


노인이 말한 직후 수정구는 꺼졌다. 그러나 서효길은 꺼진 수정구를 향해 깍듯이 인사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

.



蚍蜉撼大樹 可笑不自量(비부감대수 가소부자량)

개미떼가 큰 나무를 흔들려하니 분수를 모름이 가소롭구나.


당(唐) 한유(韓愈)의 시, 조장적(調張籍)





유현인의 첫 취식방송은 서효길의 보고대로 아주 성공적이었다. 그 단적인 예가 화봉루에서의 달라진 대접이다.


“어서 오십시오! 유 대협!”


유현인과 그 일행이 화봉루에 들어서자마자 지배인이 다가와 깍듯이 인사했다. 유현인이 검마록을 방송한 날부터 일주일간 화봉루는 역대 최고 매출을 갱신했다.


시청자들은 검마록 방송에서 셋이 그리 맛있게 먹던 음식들은 도대체 어느 객잔의 무슨 음식인가 궁금해했고 유현인이 방송에 남긴 ‘아, 여기 화봉루에서 배달시켰어.’ 이 한 문장을 절대 잊지 않았다. 절강성을 기반으로 굵직굵직한 방송을 해온 유현인의 시청자들은 삼분지 일 이상이 항주와 남경 등 절강에 분포되어 있었고 그들은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기꺼이 여정을 치렀다.


그 결과가 바로 유현인에게 돌아온 지배인의 인사다. 물론 지금도 화봉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지배인과 그 아래에 있는 점소이와 숙수들은 행복하기만 했다. 어쨌든 화봉루는 바쁜만큼 자신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주는 착한 가게였으니까. 두둑해진 주머니로 계집질도 하고 평소에 못 먹어본 술도 마셔본 화봉루의 고용인들은 유현인이 올 때마다 극진히 대접했다.


유현인은 음식을 넉넉하게 시켰다. 이제 덤도 충분하게 나오고 화봉루에서 특별한 손님들에게만 내어주는 화봉백주까지 아주 저렴한 가격에 주문할 수 있다.


유명세가 새콤달콤한 민물생선찜, 서호초어의 껍질을 한 젓가락 집어서 입에 가져가며 말했다.


“공자님, 그런데 제가 항상 궁금한 게 있었는데요.”


유현인이 먹는 건 찰향령(炸??)이다. 말린 두부를 기름에 튀긴, 바삭한 과자같은 간식으로 요즘에 유현인이 푹 빠진 음식이기도 하다. 바짝 튀겨진 두부피가 아작 소리를 내며 부서진다.


“뭔데?”


“공자님의 부모님은 어떤 분이세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유현인이 움찔했다.


유명세는 지금 현재, 전 중원의 그 누구보다 유현인을 잘 아는 사람이다. 절대적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유현인이 인생 절반 이상을 보낸 동굴에서부터 그와 인연을 맺었다. 지금의 유가장 이전, 이가촌의 망해버린 유가장에도 유현인과 같이 갔었다.


거기서 유명세는 유현인의 가족이 사라진 폐허를 보았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유현인의 가족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 정도로 항주와 절강성에 이름을 날렸다면 한번 쯤 찾아올 법도 한데.


유현인이 대답했다.


“글쎄······.”


동굴에서 나온 다음, 유현인은 자신의 자아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했다. 십 대 초중반까지, 과거의 기억을 가진 상태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건 힘들었지만 그럭저럭 삶을 이어나갔다. 동굴 안에서의 십이 년 동안, 전생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중원에서 현생을 끝까지 살아나갈 준비를 했다.


그러나 유명세를 만나고, 내공대래비를 알게 되면서 모든 게 헛수고로 돌아갔다. 현대의 문물과 굉장히 비슷한 기술, 문물, 그리고 이름들은 유현인의 향수를 다시 살려냈다.


“공자님이 대단한 일을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어요. 세상 누구보다 자유로운 사람이다, 이런 생각요. 그리고 궁금해요. 어떤 분들이 이런 분을 키웠을까.”


그러나 유현인은 대답이 없다. 어째서 옛날에는 그렇게 궁금했던 가족의 안부가 이제는 궁금하지 않은 걸까? 자신의 근본은 어디에 있는가?


유현인의 복잡한 표정을 읽은 백수련이 탁상 밑에서 유명세의 발을 콱 짓밟았다. 그리고 유명세를 강하게 흘겨봤다. 유명세는 백수련의 공격을 받고 속으로 비명을 삼켰다.


백수련이 콧소리를 내며 아양을 떨었다.


“오라버니, 복잡한 문제는 천천히 생각하셔요. 오늘은 맛있는 거 먹으러 왔잖아요.”


미인의 적극적인 애교에 유현인은 생각을 멈추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내 부모님? 글쎄, 안 본 지도 오래됐고 워낙 어릴 때고 해서 잘 기억이 안 나네, 하하.”


다시 유현인 일행의 자리에는 화기애애한 웃음이 흘렀다.







그리고 같은 화봉루에는 분위기 좋은 유현인 일행을 기분 나쁘다는 쳐다보는 남자가 하나 있었다.


‘근본도 없는 녀석이 제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군.’


유현인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이 남자의 이름은 팽무진, 하북 팽가의 방계 중 하나다. 방계 특성상 가문의 대소사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은 극도로 제한되어 있었고 자연스레 그는 유흥과 잡기에 빠져 시간을 보냈다. 나름 풍류를 즐긴다는 그가 하북을 떠나 항주에 머무르게 된 건 개가 음식 찌꺼기를 쫓아가듯 자연스러운 이치다.


그래도 나름 팽가의 자손이라고 어려서부터 정종의 무예와 심법을 익혀 도는 꽤 휘두를 줄 안다. 거기다 하북 팽가라는 배경 덕분에 아리따운 부인을 맞은 그의 아버지 덕에 얼굴도 미공자처럼 반반하다.


팽무진이 운영하는 내공대래비 방송도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고정 시청자가 있었다. 백여 명 정도. 명문세가의 자손이라는 그의 입장 상 주변에 잘나가는 후기지수들이 즐비하다. 말은 나눠보지 못했지만 대문파 수준의 비재이도 있고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시청자 수천 명 수준의 중견문파급 비재이들도 많았다.


그게 팽무진이 항주로 온 다른 이유였다. 가문에 계속 머물러 있다면 늘 마주치게 되는 그의 형제들, 그리고 가문과 문파 간의 교류에 따라 만나게 되는 명문대파 후기지수들에게 끝없는 열등감을 느끼게 될 테니.


그래서 그는 요새 더 화가 났다.


“얘, 어제 진선생 방송 봤니?”


“봤지, 봤지. 그 눈웃음 때문에 정말 미치겠어.”


팽무진이 단골 기루의 복도를 지나가며 듣는 기녀들의 대화였다. 용문혈사 이후 항주의 가장 떠오르는 화젯거리는 유현인이었다. 어딜 가나 그의 이야기가 들린다. 젊고 잘생긴 신비한 고수. 거기다 자신의 이득도 없이 한 소저를 위해 종사회를 박살내고 용문산에서는 전설 속의 괴물인 생혈강시를 상대로 사람들을 지켜냈다. 어딜 가나 사람들의 관심은 자신이 아닌 유현인에게 집중되었다.


화봉루도 마찬가지다. 팽무진이 오리 구이에 소흥황주를 곁들이고 있는 이 주루는 원래 그가 자주 다니던 곳이다. 지배인은 명문 무림세가의 자손인 자신이 올 때마다 극진히 대접을 해줬다. 하지만 이게 뭔가, 어디를 가나 자신은 안중에도 없고 온통 유현인, 그리고 유현인 이야기뿐이다.


마음 속에 뱀이 들끓는 듯한 분노를 삼키고 팽무진은 화봉루를 나섰다. 저 연놈들이 웃고 떠드는 꼴을 보기만 해도 열등감이 온몸을 가득 채운다. 물론 팽무진은 그게 열등감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았지만.


“도련님, 재밌게 놀다 오셨습니까?”


하인이 집으로 돌아온 팽무진에게 인사했다. 매번 기루에서 날이 샐 때까지 음주가무를 즐기다 오는 팽무진이기에 하인은 의외라는 듯 말했다.


“영감, 젖가슴 크고 발 작은 계집 세 명 불러와. 나이는 스물 밑으로.”


하지만 이미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팽무진은 하인의 인사는 들은 체 만 체하고 자기가 할 말만 남긴 다음 방으로 쿵쾅거리며 들어갔다. 하인은 팽무진의 모습이 사라지자 한숨을 쉬었다. 저 어린 도련님은 언제쯤 철이 들까? 하지만 그는 하인이다. 주인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는 하인은 내공수정구를 통해 출장 기녀를 셋 불렀다.



.

.

.

.

.



“꺄아아악!!! 오라버니! 너무 아파요···”


“아악!!!”


오늘따라 팽무진의 성행위는 거칠었다. 둔부를 피멍이 들 때까지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뜯고. 소녀가 감당하기 힘든 크기의 기구를 억지로 사용했다. 소녀들의 비명소리가 팽무진의 방을 벗어나 그가 머무는 장원 전체에 울려 퍼진다. 하지만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의 성욕을 푸는데 어린 여체를 도구처럼 사용한 팽무진은 돈 몇 푼 쥐여주고 기녀들을 내쫓았다. 성교할 때를 제외하면 더러운 것들이 자신이 머무는 곳에 조금이라도 접촉하는 게 싫다. 방에 혼자 남은 팽무진의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그 유현인이라는 재수없는 자식을 끌어내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팽무진도 자신의 도를 어느 정도 쓴다 해도 유현인과 맞붙었을 때 자신이 처참히 깨질 것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어디 칼을 맞대는 것만이 상대를 끌어내리는 방법인가? 무림세가와 방파 사이에는 온갖 모략이 난무한다. 겉으로는 하하호호 사이좋게 손을 잡고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끌어내리기 위해 음지에서 온갖 수를 부리는 것이다. 그것들을 보고 자란 팽무진은 이내 그럴듯한 계략을 생각해냈다.


“흐흐흐. 그래, 네 녀석이 과연 어떻게 나오나 한번 보자.”


음습한 웃음소리가 팽무진의 거처를 축축하게 채웠다. 유현인, 그리고 백수련에 관한 이상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며칠 뒤였다.


작가의말

와, 하루만에 선작이 50이 넘게 늘었네요 ㅠㅠ 타입문넷에 추천글 써주신 아스펠님 정말 가맣바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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