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439
추천수 :
1,005
글자수 :
247,192

작성
20.07.09 16:00
조회
355
추천
17
글자
12쪽

34화 용문혈사 (1)

DUMMY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 내공대래비 수정구는 아부리가에서 전부 관할하지 않습니까?”


군중 중 하나가 대답했다.


“그거야 그렇지.”


“지금은 우리가 이 수정구에 등록된 내공 파형을 알 길이 없지만 아부리가에 찾아간다면 거기서 잠금을 해제해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거기서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당차게 말하기 시작한 유명세였지만 가면 갈수록 말소리가 쪼그라들었다. 아직은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명확하게 전하기에는 그의 능력이 모자란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었다.


“그 말이 틀린 것 같지는 않소이다.”


“그런데 누가 찾아간단 말이오? 혹시 여기 아부리가와 연이 있는 사람 있소?”


석 달 동안 여기 모인 사람 나름대로 편지의 발신인이 누군지 조사해봤었지만 아무도 성과를 내지 못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명세의 제안은 나름 합당하고 일리 있어 보였다.


-그런데 아무나 수정구를 들고간다고 아부리가가 풀어주나? 혹시 이런 경험 있는 사람 있소?

-글쎄, 모르지. 웬만하면 안 해줄 것 같은데 상황이 상황이니. 거긴 숨겨진 게 너무 많아서 어떤 반응이 나와도 이상하지는 않아.

-그런데 부검수가 좀 맹해보이긴 하는데 나름의 사리분별은 있네. 보다 보니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무림인들이 어느정도 수긍하자 유현인이 상황을 건네받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 좋습니다. 일단 수정구는 제가 들고 가서 아부리가에 찾아가 확인해보겠습니다. 저도 일단은 비재이고 아부리가 항주 분타에 찾아가본 적도 있으니까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유현인이 군중들에게 잘 보이도록 검마록을 어깨 위로 들고 흔들어보였다.


“그리고······ 이 책은 유가장에 보관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숨기는 건 아닙니다. 이 자리에 있는 분들은 유가장에 방문하신다면 언제든지 검마록을 열람할 수 있을 겁니다. 누구든 자신의 위치에서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기여를 했으니까요.”


실로 파격적인 말이다. 이때까지 무림에 나타난 보물 쟁탈전에서 이런 일은 없었다. 어떻게든 뭔가를 손에 넣은 사람은 그걸 자신, 혹은 자신의 방파에 귀속시키기에 급급했으니까. 그런 와중에 다시 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수두룩했고. 유현인의 공개 선언에 무림인들이 술렁거린다.


정립 역시 크게 감명한 모양새다. 그가 우연히 저잣거리에서 도움을 주어 시작된 인연이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해냈고 또 가장 공정한 방법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정립은 여기 온 사람 중 자신의 욕망을 성취한 유일한 사람이다. 유현인의 조력이 없었다면 수많은 피가 흘렀을 테니까.


“이제 돌아가도록 합시다. 여기에 더이상 머무르고 싶진 않군요.”


무림인들을 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던 벽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마지막 생혈강시를 쓰러트리고 제단이 바닥으로 꺼질 때 같이 녹아내린 모양이다.


동굴의 많은 시체는 일단 전부 밖으로 옮겨졌다. 그 중 살아남은 자들과 관계가 있는 시체들은 항주로 먼저 옮겨질 것이고 홀로 왔거나 무리가 통째로 몰살당한 경우에는 항주 시내에 방이 붙어 그들과 안면이 있는 자들이 수습할 것이다.



유현인과 정립, 유명세는 시체 이송을 모두 마친 무림인들이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구명지은을 입었습니다. 은혜는 바다처럼 갚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선생의 대협다운 풍모에 이 조모, 많은 것을 배웁니다.”

“절운검께서는 날카로운 검뿐만 아니라 예리한 눈도 가지고 계시는군요.”


그들은 유현인과 정립을 향해 각자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용문산 중턱, 구덩이의 입구에 서서 산 밑으로 쭉 펼쳐진 평야, 그리고 저 멀리, 항주가 보였다. 어느덧 동녘에서는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밤새, 구덩이와 공동 안에서 수많은 피가 흐르고 삶과 죽음의 경계가 그어졌건만 밖은 그런 것과는 무관하게 고요하고 평화롭다.


이제 방송을 마무리할 시간이다.


“명세야.”


이제 따로 지시하지 않아도 유현인과 유명세는 호흡이 잘 맞는다. 유명세가 최적의 촬영 각도로 이동해 자리 잡았다.


유현인은 수정구 위에 표시된 현재 방송의 상황을 흘끗 보았다.


[현재 시청자 수 : 일만 이천명]


두번째 절정이었던 동산일과의 결투에서 기록했던 삼천오백 명을 세 배 이상으로 능가하는 기록이다. 그에 걸맞게 전언창은 정말 미칠듯한 속도로 내려간다. 밤새 진행한 방송, 거기다 지금은 아침이 찾아오기 전인 새벽 직전인데 일만 이천 명이면 정말 대단한 시청자 수다.



-캬, 이제 대문파급이네. 역대급 성장세다 진짜.

-오늘 방송 처음부터 본 내가 더 역대급이오.

-아미타불. 그래도 결국에는 강시들을 모두 깨트려서 다행이오. 안타깝게 사그라든 생명에 염을 보내오.

-아침 되면 진짜 난리나겠다. 이정도면 혈사(血事)급 사건 아닌가?

-충분하지. 내공동행 전면에 나올 정도임. 거기다가 진선생이 실시간으로 중계까지 했으니 말이야.


“여섯 시진 정도 됐지? 방송 시작한 지.”


유현인은 이런저런 질문들에 답해주며 짤막한 마무리를 시작했다.


-검마의 무공이 어느정도였습니까?


“한 가지 먼저 짚고 넘어가야 될 건 이 생혈강시가 쓴 무공이 진짜 검마의 무공이라 하더라도 팔십년 전 검마의 실력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거라는 거야. 내가 느낀 건 말이야. 그 강시들은 몸에 배인 무공을 끝까지 끌어내진 못한 것 같았어. 그 목소리 말대로 생혈강시들이 검마의 복제인간이라한들 그게 검마의 원본은 아니니까. 팔십년 전 진짜 검마는 그것보다 훨씬 강력했을 거야. 그게 아니면 옛날의 참사가 설명이 안 돼.”


-그러면 그런 생혈강시 다섯구 이상을 혼자 쓰러트린 진선생은 도대체 어떤 무공을 사용하는 것이오? 본인도 나름 견식이 있소만 그런 무공은 평생 처음 봅니다.


“내 무공? 그건 내 방송 조금 더 커지면 이야기해주는 걸로.”


-절운검이랑 비교하면 누가 더 셈??


“정 대협이랑 나랑 겨루면 누가 이기냐고? 그런 예의 없는 질문은 곤란해. 한 번만 더 하면 추방할거야.


유현인의 방송에서 가장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건 하북 지방의 시청자들이었다. 다른 지역의 무림인들에게는 검마는 그냥 무서운 옛 이야기에 불과했지만 하북에서는 실존하는 공포였으니까.


[석가장이공자님이 내공 육십일을 기부하셨습니다.]

-진선생께 누가 되지 않는다면 부탁을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 중 한 명이 이 개월 분량의 내공을 기부하며 특별전언을 보냈다.


“음··· 석가장이공자. 고마워. 부탁이 뭔데?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최대한 들어줄께.”


[석가장이공자님이 내공 삼십일을 기부하셨습니다.]

-진선생께서 얻으신 검마록의 내용을 저희도 알 방법이 없겠습니까?


사정인 즉슨 이랬다. 석가장이공자가 사는 마을의 선조들이 팔십년 전 검마에게 태반이 살해당했다. 하지만 그런 철천지원수가 어떤 인간인지도 알지 못하니 그것이 대대로 내려온 한이 되었다는 것이다.


“충분히 가능하지. 나중에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방송을 켜서 어떻게 공개할지 알려줄께.”


[석가장이공자님이 내공 삼십일을 기부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협!


유현인으로서도 나쁠 게 없는 제안이다. 무림 최초로 검마의 정체가 공개된다고 하면 그것 역시 어마어마한 관심을 끌어올 것이다.


‘정보쪽에 일가견이 있는 걸상을 초대해서 진행하면 되겠지?’


마침 이 사건을 겪으면서 개방의 삼결제자, 걸상과도 어느정도 안면을 쌓았다. 그런 인물이 자신의 방송에 객원으로 출연해서 여러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태주면 재미가 배가될 것이다.


“자, 친구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야. 다음에 유가장에서 보자. 안녕.”


그렇게 방송이 종료되었다. 이 사건은 추후 용문혈사라 불리게 된다. 전 무림이 내공대래비를 통해 연결되어있는 작금, 절강성 항주에서 일어난 용문혈사는 순식간에 중원 전역을 달구는 화제가 된다.


그리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유현인 역시 마찬가지다. 항주와 절강에서 알음알음 이름을 알려나가던 진선생의 이름이 드디어 폭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다. 신성의 탄생은 여러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흑막에 숨어 웃고 있는 자.


“무조건 영입해야 합니다! 우리 연합이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절대 놓치면 안 됩니다!”


열변을 토하는 자.


“크하하하하하!! 내가 뭐라고 했나? 일만 명은 일 년도 되지 않아 달성할 거라고! 내기는 내가 이겼네, 친구!”


호쾌하게 웃는 자.


“흥, 그냥 운이 좋아서 큰 사건에 끼어든 것뿐이지. 나도 기회만 있다면 그 정도로 치고 나갈 수 있다고.”


시기하는 자.


[방송이 종료됩니다.]


유현인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길었던 밤이 드디어 끝났다.


“이제 돌아갈까?”


“네, 공자님!”








정립은 항주까지는 같이 돌아온 다음 자신이 머무는 손가장으로 돌아갔다. 용문산에서는 느끼지 못했는데 도시와 가까워질수록 유현인은 공동에서 새삼 먼지를 엄청나게 들이키고 또 뒤집어썼다는 것을 느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유현인의 세신욕구는 극에 치달아가고 있었다.


“수련아, 나 왔어!”


유현인은 대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단 하루를 비웠을 뿐인데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느낌이다.


“오라버니!”


문 열리는 소리를 듣고 백수련이 정원으로 뛰쳐나왔다. 백수련의 눈 아래가 퀭하다. 그리고 목소리는 걱정으로 가득했다.


“너무 위험했어요. 하마터면 몸 상하실까봐 너무 무서웠어요. 오라버니도, 유 소협도요.”


어젯 밤, 유현인이 방송을 시작한 뒤로 백수련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노심초사 내공대래비를 시청했다. 수많은 무림인, 끔찍한 생혈강시들. 백수련은 기겁했다.


“어, 응. 응. 근데 나 좀 씻고 싶은데.”


하지만 백수련이 걱정하든 뭘 하든 유현인이 찾는 것은 씻을 수 있는 차가운 물 뿐이다. 유현인이 먼저 우물이 있는 뒷마당으로 걸어가고 유명세가 그 뒤를 따라간다.


“소저가 이해해요. 겉으론 그렇지 않아 보여도 제일 앞장서서, 많이 싸운 분이 공자님이니까요.”


유명세가 지나가며 남긴 말이다. 백수련은 이해하지만 입이 세모 모양으로 튀어나오는 것 어쩔 수 없었다.


“······칫.”






온몸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고 나온 유명세에게 다시 백수련이 다가왔다.


“저, 오라버니 그런데 드릴 말씀이 있어요.”


“따로? 뭔데?”


유현인이 반문했다. 백수련은 잠시 고개를 내리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어제저녁에 저잣거리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요. 우리 집 대문 앞에 어떤 남자 두 명이 서 있더라고요.”


유현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혹시 종사회 떨거지놈들이 내가 없는 틈을 타서 해코지하러 찾아왔었니?”


백수련이 기겁해 손을 내저었다.


“아니 아니에요. 그런건 아니구요. 저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한 사람은 정말 잘생긴 공자였구요. 고급스러운 무복을 입고 있었어요. 나머지 하나는 그 공자의 부하 같았어요.”


“왜 우리 집 앞에 서 있었대? 말은 걸어봤어?”


“그게요···. 제가 집 가까이 오니까 갑자기 사라졌어요. 연기처럼요. 뭔가 헛것을 본 게 아닌가 싶어서 계속 생각해봤는데, 확실히 제가 본 게 맞아요. 남자 두 명.”


작가의말

종사회의 동산일을 격퇴하며 정립과 맺었던 인연이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다음 일화도 재밌게 봐주세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등포에서 인사 올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에 인방이 생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공지지입니다. 죄송합니다 . +3 20.07.27 220 0 -
공지 연재 요일 공지입니다. 20.06.27 77 0 -
공지 업로드 시간은 오후 4시입니다. 20.06.15 340 0 -
47 46화 용봉지회 (3) +3 20.07.24 196 9 11쪽
46 45화 용봉지회 (2) +1 20.07.23 287 8 11쪽
45 44화 용봉지회 (1) +4 20.07.22 238 13 12쪽
44 43화 견자, 犬子 (5) +4 20.07.19 287 15 12쪽
43 42화 견자, 犬子 (4) +1 20.07.18 266 11 12쪽
42 41화 견자, 犬子 (3) +6 20.07.17 293 13 13쪽
41 40화 견자, 犬子 (2) +4 20.07.16 312 13 13쪽
40 39화 견자, 犬子 (1) +2 20.07.15 325 12 11쪽
39 38화 취식방송의 탄생 (3) +7 20.07.14 352 16 12쪽
38 37화 취식방송의 탄생 (2) +3 20.07.13 335 14 14쪽
37 36화 취식방송의 탄생 (1) +7 20.07.11 357 16 12쪽
36 35화 용문혈사 (2) +4 20.07.10 361 16 12쪽
» 34화 용문혈사 (1) +2 20.07.09 356 17 12쪽
34 33화 검마 (3) +2 20.07.08 361 14 12쪽
33 32화 검마 (2) +3 20.07.07 355 15 12쪽
32 31화 검마 (1) +3 20.07.06 395 16 11쪽
31 30화 검마의 장보도 (3) +2 20.07.03 397 14 13쪽
30 29화 검마의 장보도 (2) +3 20.07.02 412 16 13쪽
29 28화 검마의 장보도 (1) +2 20.07.01 409 18 12쪽
28 27화 의문의 편지 (2) +1 20.06.29 439 14 12쪽
27 26화 의문의 편지 (1) +6 20.06.26 476 17 11쪽
26 25화 이건 좀 이상한데? (3) +1 20.06.25 511 16 12쪽
25 24화 이건 좀 이상한데? (2) +2 20.06.24 525 21 13쪽
24 23화 이건 좀 이상한데? (1) +2 20.06.23 535 20 11쪽
23 22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10) +6 20.06.22 553 24 11쪽
22 21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9) +2 20.06.21 554 25 13쪽
21 20화 여(女) 비재이 구하기 (8) +1 20.06.20 541 1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