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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무림에 인방이 생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영등포구민
작품등록일 :
2020.06.01 21:04
최근연재일 :
2020.07.24 16:0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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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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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7,192

작성
20.06.2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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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5화 이건 좀 이상한데? (3)

DUMMY

아부리가 항주 분타 여 외전주 여휘는 무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그 인상에는 범상치 않은 현기가 서려 있었다. 특이하게도 중원인의 이목구비에 그 눈동자만이 색목인처럼 푸르게 빛났는데 그게 여휘가 가진 기운과 어울려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았다.


유현인이 대답했다.


“네, 제가 유현인입니다.”


“진선생을 기다리는 삼 일이 무척이나 길었습니다. 분타주님이 안에 계십니다. 다만 초대장을 받은 본인, 유현인 소협만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유현인이 옆에 앉아있는 유명세와 백수련을 슬쩍 쳐다봤다. 너희는 초대받지 않았다는 여휘의 말에 둘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진다.


“그러면 둘은 여기서 계속 기다려야 하는 겁니까?”


여휘가 부드럽게 웃는다.


“그럴 리가요, 손님을 가만히 앉혀두는 건 예의가 아니지요. 제가 먼저 유 소협을 안으로 안내해 드린 후 두 분을 견학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먼저 오시겠습니까?”


그제야 안심하는 둘이다. 여휘가 문 안쪽을 향해 팔을 뻗었다. 유현인은 먼저 일어섰다.


“너희 둘, 구경 잘하고 있어. 갔다 올게.”





삼 장 높이의 석조 건물인 아부리가 항주 분타는 다시 삼 층으로 나뉘어 있었다. 유현인은 여휘를 따라 삼 층으로 이동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데 여휘가 말했다.


“진선생은 저희 아부리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십니까?”


유현인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짚어보았다. 내공 대래비 수정구 조작법 정도라면 몰라도 나머지는 유명세가 가르쳐준 한두 가지 사실이 다다. 물론 유명세도 그 이상 자세히는 모르는 것 같았지만.


“글쎄요. 십 년 전쯤 홀연히 등장했다는 것. 그리고 감숙성에 본단이 있다는 것 정도요? 비밀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여휘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렇다면 궁금한 게 많으시겠군요.”


“저뿐만이 아니라 강호에 있는 모든 무림인이 다 그렇지 않을까요?”


“하하, 그렇습니다. 저희에 대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통제되어있죠.”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여휘와 유현인은 계단의 삼층 꼭대기에 있는 나무문에 도달했다.


“삼층 전체가 내전입니다. 들어가면 분타주님이 계실 겁니다. 그러면 저는 기다리는 두 분께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여휘는 그렇게 말하곤 계단을 통해 응접실로 돌아갔다. 유현인은 굳게 닫힌 나무 손잡이를 잠시 바라보았다. 이 너머에 건물의 주인이 있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의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자다. 유현인은 손잡이를 잡고 앞으로 밀었다. 조금의 마찰음도 없이 부드럽고 고요하게 문이 열린다.


석조건물의 정상이지만 내전이란 말이 어울리게 참으로 부드럽다. 수리적으로 비율을 맞춰 배치된 꽃과 난, 인공적으로 꾸며진 작은 연못과 폭포. 은근한 차 냄새와 풀과 흙, 그리고 물 냄새가 어우려저 마치 진짜 정원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곳 중앙에 있는 정자에서 아부리가 항주 분타의 주인, 서효길이 차를 내리고 있었다. 그가 열린 문으로 들어온 유현인을 보고 인사한다.


“반갑습니다. 진선생 유현인 소협. 오는 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서효길 역시 여휘처럼 눈동자가 푸른 색이었다. 다만 그보다 더 색목인의 피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푹 들어간 눈. 얇고 구불구불한 갈색 머리칼.


“이리 오셔서 앉으시죠.”


서효길이 유현인을 자신의 방향으로 안내했다.


“시장하지 않으십니까?”


“예, 아직 끼니를 먹지 않긴 했는데 밑에 동료가 있어서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외전주가 잘 대접할 겁니다.”


서효길은 빙긋 웃더니 자신의 장포에 달린 주머니에서 엄지만 한 수정구를 꺼냈다.


“준비한 식사를 올려보내도록.”


유현인이 그 모습을 쳐다보자 서효길이 설명한다.


“저희 아부리가 내부는 모두 저희 전용 수정구를 통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일종의 비공개 소통망이죠. 자, 앉으십시오.”


유현인은 탁상을 사이에 두고 서효길과 마주 앉았다. 서효길이 미리 준비해둔 차를 유현인에게 따라주었다.


“항주 분타로 넘어온 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바로 이 서호용정을 가장 좋은 상태로 마실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감숙에서 마신다고 그 본연의 가치가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만 본고장에서 즐기는 향취는 특별하지요.”


유현인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고 이내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다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자신이지만 이 차에서 느껴지는 풍미는 절대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확실히 그렇군요.”


서효길은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찻잔이 바닥을 드러낼 때쯤 되어 유현인이 들어왔던 문으로 네 명의 시비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각자 가져온 커다란 쟁반 위의 요리들을 탁상에 우아하게 올려놓았다.



“드시지요. 오늘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답니다.”


유현인은 서효길과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 모든 걸 비싼 것으로 쓰는 아부리가 답게 요리의 수준도 탁월했다. 아까 마차를 타고 올라오면서 봤을 땐 이런 음식을 준비할만한 공간은 따로 보지 못했는데 도대체 어디서 준비했을까 싶을 정도였다.


서효길은 요리에 대해서도 정통한지 오늘 차려진 음식, 당연와(제비집 수프), 백유반야(남경식 오리요리), 동파육, 유민준순(달콤 짭짤한 죽순 요리) 등 절강성과 근처 지역의 향토 요리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한차례 거나한 식사가 끝나자 시비들은 다시 탁상을 깔끔하게 치운 다음 내전을 빠져나갔다.


다시 둘만 남게 되자 서효길이 말했다.


“자, 일단 제가 먼저 세 가지 질문을 받겠습니다. 제가 허락된 선에서 최대한 대답해 드리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 뒤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질문할 게 없으시다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질문이라.’


유현인은 일단 아무거나 물어보기 전에 서효길을 한번 쳐다보았다. 아까 자신을 안내해주었던 외전주 여휘도 그렇지만 눈앞의 이 분타주도 확실히 보통 사람은 아니다. 인상도, 분위기도 보통 지식이 뛰어난 사람들이 아닌 것 같다. 물론 유명세도 이리저리 들은 건 많다. 하지만 유명세가 귀 밝은 소식통이라면 아부리가의 사람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은 학사라는 느낌이다.


‘무슨 의도로 다짜고짜 질문하라는 걸까?’


유현인은 서효길의 의도를 짚어보았지만, 딱히 짚이는 건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제일 궁금했던 것을 먼저 물어보기로 했다.


“내공 대래비는 어떤 원리로 동작하는 거죠?”


서효길의 눈빛이 짙어진다. 그것은 이채라는 감정이다. 서효길이 곧 입을 열었다.


“진선생은 기(氣)와 내공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기는 하늘과 땅, 자연 만물에 깃든 기운이죠. 내공은 그 기를 인간이 받아들여 가공해 저장한 것이고요.”


“네, 맞습니다. 자연 만물에 깃든 기운이 바로 기죠. 그리고 그 자연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요. 내공 대래비는 그 점에 착안해 발명되었습니다. 때로는 남만에서 나비가 일으킨 사소한 날갯짓이 저 멀리 북경에 돌풍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시청자와 비재이들이 전달하는 미세한 내공의 떨림과 흐름이 우리 아부리가에 모인 다음 정보 처리 조직을 통해 가공되어 다시 전 중원으로 뿌려지죠. 이 모든 건 아부리가 독문의 내공 동기화 신공에 따라 찰나의 순간에 처리됩니다.”


알 듯 말 듯한 이야기다. 유현인은 서효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 감은 잡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어떻게’ 라는 근본적인 동작 원리는 들어있지 않았다. 바로 두 번째 질문.


“아부리가는 어떻게 그런 신공을 개발했죠? 제가 듣기로는 아부리가는 십년 전에 홀연히 감숙성에 등장했다고 들었습니다만··· 내공 대래비는 현재 중원의 그 어떤 무공이나 기술과도 궤를 달리하는 수준의 것입니다. 자체적으로 창안한 건가요? 아니면 영향을 받은 다른 기술이 있습니까?”


“하하, 그건 대답을 조금 미뤄야겠습니다. 하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다. 이건 나중에 설명해 드리죠.”


유현인은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설명해준다는 말은 해주지 않는다는 말과 똑같다.


“그러면 마지막 질문입니다. 아부리가는 다른 어떤 방파를 전신으로 삼고 있나요?”


서효길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네, 그건 맞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파인지는 대답해 드릴 수가 없군요.”


세 개의 질문을 하라고 해놓고 한 개는 어정쩡한 답변으로, 한 개는 연기, 한 개는 거절로 돌려받았다.


‘이러면 질문을 왜 하라고 한 거야?’


그런 낌새를 눈치챈 서효길이 사람좋게 웃는다.


“역시 진선생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시군요. 저희는 빼어난 초기 성취를 보인 비재이분들을 초대해 이런 자리를 종종 갖고자 합니다. 아 종종은 아니네요.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니까요. 하지만 그런 분들께 질문의 기회를 드리면 보통 자신의 이익이나 성취와 관련된 질문을 합니다.“


서효길의 눈이 빛난다.


“아까 아부리가의 신공에 대해 물어보셨었죠. 현재 중원에서 활동하는 내공 대래비의 비재이는 이만 명에 달합니다. 아부리가는 최상위권에 자리잡은 비재이들에게 본가에 접근할 수 있는 여러 권한을 제공합니다. 성장하십시오. 더 좋은, 더 재밌는 방송을 진행해 그들의 정점에 서십시오. 그러면 진선생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 다음에 이어진 대화는 조금 더 실무적이고 기술적이었다. 최근 유행이나 동향이 어떤지, 상황에 따른 수정구 선택 같은 이야기들. 흥미롭긴 하지만 유현인이 가진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건 아니었다.


“응접실에 외전주와 일행분들이 견학을 끝내고 돌아와 있을 겁니다.”


면담을 끝낸 서효길이 유현인에게 포권했다. 마주 포권한 유현인은 내전을 등 뒤로 하고 나와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공자님!!”


“오라버니!!”


응접실에 돌아오자 입이 귀에 걸리도록 싱글벙글 웃고 있는 유명세와 백수련이 그를 반겨주었다. 외전주 여휘도 그들과 같이 있었다. 둘이 아주 즐거워하는 모양을 보니 여휘와 보낸 시간이 꽤 재밌었나보다.


“면담은 잘 끝내셨습니까?”


여휘가 말했다.


“예··· 뭐. 덕분에요.”


유현인은 적당히 대답했다. 아부리가 관계자에게서 몇 가지 설명을 들은 건 좋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은 모르는 상태에서 면담이 끝났다. 뒷간에 가서 볼일을 보다가 중간에 나온 것처럼 개운하지 못하다. 여휘는 그런 유현인의 심정을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사람좋게 웃는다.


여휘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수정구를 꺼내 경비무사의 호출을 듣는다.


“마차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가시죠.”


유현인과 일행은 그렇게 짧은 면담, 그리고 식사를 마무리하고 항주로 돌아가는 마차에 몸을 실었다.


.

.

.

.


적막이 흐르는 내전. 여휘는 아까 유현인이 앉았던 자리에 앉아 분타주 서효길과 마주 보고 있다. 겉으로는 서효길이 분타주로서 이 건물의 관리자 행세를 하고 있지만 아부리가 내부의 직책으로는 둘은 동급이다. 기술을 다루는 외전, 사람을 다루는 내전. 서효길이 말했다.


“외전주.”


“예, 분타주님.”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이때까지 봐왔던 다른 비재이들과 다르긴 하더군요.”


“그렇단 말이지······.”


“분타주님이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저보다 훨씬 오래 대화를 나누셨잖습니까. 진선생 유현인이 본단에서 찾는 그 사람일 가능성이 있습니까?”


“질문할 기회를 세 번 주었을 때 내공 대래비의 원리에 대해서, 그리고 아부리가의 기원에 대해서 물어보더군.”


“과연······.”


“일단 목록에 올리고 그의 활동 하나하나를 파악해서 기록하도록. 반년 뒤, 그가 지금의 배 이상의 성장을 보여준다면 그때 본단에 보고하겠다.”


“알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74 릴리어스
    작성일
    20.07.10 10:42
    No. 1

    본단의 수장이 지구에서 온 애라서 걔가 지금의 방송 시스템 개발해내고 같은 지구인을 찾는 건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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