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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가는 지망생

제국의 하얀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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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해엄청
작품등록일 :
2021.02.22 08:42
최근연재일 :
2021.03.18 14:47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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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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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2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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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장 - 재회

DUMMY

1장 - 재회


···끝난 건가.


그런데, 앞으로 날아오는 녀석의 팔이, 궤도를 벗어나 다행히 빗겨갔다. 아무래도 아까처럼 옆에 있는 녀석의 난동에, 또 다시 휘말렸나보다.


지금이 기회다.


쥐고 있던 칼 하나를 버렸다. 그리고 허리에 묶었던 쇠사슬을 풀어, 시력 없는 녀석의 목에 휘둘러 감았다. 그대로 쇠사슬을 타고, 괴물의 등에 접근해, 쥐고 있던 나머지 칼을 박았다.


녀석은 고통스러운지, 이리저리 움직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벼룩 같이 붙어있는 나를 떼어내긴 어려웠다.


한편. 다른 괴물은 아이들에게 묶여 있어서, 나를 신경 쓰지 못했다.

아이들은 녀석의 무릎을 집중 공략했다. 한 아이가 단검을 발등에 꽂아놓고, 그걸 말뚝 삼아 망치로 내려쳤다. 화살을 갖고 있던 애는, 두 발의 화살을 양쪽 무릎에 박아 넣었다.


아이들의 하체 공략이 효과를 봤는지, 괴물이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이 때다 싶었는지, 아이들은 개미처럼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붙어있던 괴물이 움직임을 잠시 멈추자, 칼 손잡이를 붙잡은 손을 떼어내, 쇠사슬을 잡았다.


그대로 쇠사슬을 타고 올라가는데, 녀석이 허공에 자꾸 팔을 휘둘렀다. 아무래도 등에 팔이 안 닿는 모양이었다.


약간 흔들리기는 했지만, 무사히 괴물의 머리에 도착했다. 등 뒤에 매고 있던 창으로 놈의 머리를 꿰뚫었다.


괴물은 쓰러졌고, 나는 괴물을 타고 있다가 바닥으로 착지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죽인 괴물의 몸에 기대어, 숨을 고르며 쉬고 있었다.


제롬이 열린 철창들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헉··· 헉··· 끝난 건가?”


···플래그 세우지 마.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달리, 굳게 닫혔던 문이 열렸다. 우리들은 문 밖으로 빠져나오자마자, 지쳐서 쓰러졌다. 긴장감이 풀려서인지,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눈 뜨고 일어나니, 침대에 있었다. 주변에는 그 날 살아남은 다섯 명의 아이들이 날 지켜보고 있었다.


“치료사 아저씨! 깨어났어요!”

“이봐, 잠꾸러기. 이제 일어났어?”

“우리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안 일어나기에 죽는 줄 알았잖아!”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주변이 시끄러워서,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어느 새 다가온 초록머리의 치료사는, 날 보고 입을 열었다.


“일어나서 다행이군.”

“······.”

“앞으로 3년 동안은 이 같은 실전은 없을 거다. 그동안은 비슷한 훈련만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다음은요?”

“제국의 수도로 가서, 기사 직을 수여받게 된다. 그 후에는 각자 흩어져서, 첩보 임무를 맡게 되고.”

“음···.”

“네 경우에는··· 흠.”


치료사는 아이들을 쳐다봤다.


“너희들은 잠시 나가있어라.”

“알았어요.”


치료사의 명령에, 천막 바깥으로 나가는 아이들. 그는 다시 말을 꺼냈다.


“너는 루스턴 백작과 연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아셨나요?”

“백작 휘하의 헤르만이 알려줬다.”


···걔는 누군데?

내가 말없이 가만히 있자, 치료사가 말했다.


“그새 잊었나보군. 널 봤던 점술가라고 하면 기억나려나?”

“아···.”


이제야 기억났다. 재수 없는 녀석.


“너는 다른 녀석과는 달리, 기사 직 임명과 함께 백작에게 보내지게 된다. 내가 전달할 말은 이걸로 끝이다. 너도 나가봐라.”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요?”

“뭐지?”

“그 괴물들의 정체는 뭐였어요?”

“···여긴 원래 범죄자들을 가둬놓는 수용소 역할을 하던 곳이었다. 난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실험을 했었지. 그 결과로 생긴 실패작들이, 네가 봤던 괴물들이다. 이제 됐나?”

“네.”

“그럼 나가봐라.”


천막 바깥으로 빠져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제롬이 말을 꺼냈다.


“며칠 동안 잠들었으니 배고플 텐데, 어서 식사하러 가봐.”


떠 있는 해를 바라보고, 제롬에게 물어봤다.


“아직 시간 남아있어?”

“음··· 아직 남아있을 걸?”

“‘남아있을 걸’은 또 뭐야?”

“아직 종소리가 들리진 않았잖아. 그러니까 이 틈에···.”


익숙한 종소리가 들렸다.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기에, 나는 제롬을 째려보며 농담조로 이렇게 말했다.


“···네가 식사시간을 죽였어.”


#


수련을 멈추고,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둥근 달을 바라보며 리베르를 생각했다.


“칼슨. 리베르는 잘 있을까요?”

“낸들 알겠냐.”


옆에 있는 칼슨은 쉬지 않고, 목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루스턴 백작이 처음에 우릴 가둘 때는, 이대로 죽나 싶었다.

하지만 리베르가 우리를 위해 위험한 곳으로 보내졌다는 말을 듣고는, 그녀가 걱정되었다.


우리는 그녀 덕분에 살아남았고, 현재는 백작 휘하의 기사 한 명이 우리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훈련의 이유에 대해서는 백작이 이렇게 말했었다.


“만에 하나, 그 년이 살아 돌아온다면··· 네 놈들을 수행원으로 붙일 생각이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테니, 훈련을 잘 받는 게 좋을 게다. 내 병사로 쓰이려면 말이지.”


이렇게 해서, 오전은 잡일을. 낮에는 훈련을. 그리고 밤에는 수련에 임하고 있다.


“칼슨. 리베르가 걱정되지는 않으세요?”

“잘 있겠지. 워낙에 머리가 잘 돌아가는 애잖아.”

“그건 그렇죠.”


칼슨이 계속 무미건조하게 답을 해서, 나는 그가 리베르를 걱정 안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이렇게 물어봤다.


“리베르 덕분에 저희가 살아있는 건데, 걱정은 안 하시고 검술 연습에 매진하고 계시네요. 혹시 기사가 되고 싶은 건가요?”


이에, 칼슨은 하던 동작을 멈추고 나를 쳐다봤다.


“너,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훈련받고 있는 줄 알아?”

“모르니까 물어봤죠.”

“우릴 수행원으로 삼겠다던 백작의 말, 기억하지?”

“네.”

“수행원이라고 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보통 집사 역할이나, 아니면 호위 역으로 붙일 확률이 높아.”

“음··· 그럼 돌아올 리베르를 위해서 단련하고 계신 건가요?”

“그럼!”

“오오오오! 그럼 리베르가 살아 돌아올 거라 믿고 계신 거네요?”

“안 믿었으면 애초에 이러고 있진 않았지.”

“오오! 감동이에요! 멋있어!”

“나 원 참. 내가 이렇게 멋진 남자인 줄, 이제 알았어?”

“네! 이제 알았어요!”

“그러니까 너도 그만 쉬고, 빨리 움직여. 수련은 게을리 하는 거 아냐.”

“알겠습니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목검을 쥐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칼슨도 마찬가지로, 나를 따라 목검을 휘둘렀다.


한참동안 우린 말없이 검술 연습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칼슨이 침묵을 깨고, 말을 꺼냈다.


“그런데 말야.”

“네.”

“그 위험한 곳에서 리베르가 살아 돌아온다는 건···.”

“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우리보다 더 강해져서 돌아온다는 뜻 아냐?”

“···그게 그렇게 되나요?”


#


3년 후.

까만 제복 차림의 남녀 한 쌍이 루스턴 백작이 거주하는 성에 도착했다.


똑똑.


“들여보내라.”

“예.”


문이 열렸다.

집사와 함께 들어온 남녀 한 쌍이 루스턴 백작을 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흥. 그 곳에서 잘도 살아나왔군.”


루스턴 백작은, 허리까지 닿을 정도로 긴 은발의 여성에게 이렇게 말했고, 그녀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백작님은 제가 살아나오길 은근히 기대하지 않으셨나요?”

“무슨 헛소리냐?”

“그 보라색 물약··· 아이리스를 위해 만들어진 약이라고 들었는데 말이죠.”

“···그런 약이 있었나?”

“아이리스가 죽고 나서야 개발되어, 쓰지는 못했다고 들었어요. 제가 다쳤을 때, 그 약을 사용하게 지시한 건 백작님이었다고 들었는데···.”

“크음.”


루스턴 백작은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3년 만에 헛소리만 늘었군.”


이 때, 문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진 은발의 여성은 시선을 그 쪽으로 돌렸다.


“백작님, 긴히 보고할 게 있어서 왔···.”


제국 병사임을 암시하는 붉은 색의 경갑과 까만 군복차림의 그들이, 앞에 서 있는 은발의 여자를 보고 말을 하다 말았다.


“리, 리베르야?”


신장이 커졌고, 몸매가 변했고, 이목구비가 조금 달라졌지만 그들은 알아볼 수 있었다.


“응. 용케도 알아보는구나?”

“리베르, 살아와줘서 정말 고마워··· 얼마나 걱정했다구···.”


테오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자, 리베르는 그에게 다가와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좋은 날에는 우는 거 아니야, 테오. 활짝 웃어.”

“으, 응!”


리베르의 말에 테오는 활짝 웃었다. 말없이 상황을 지켜보던 루스턴 백작이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보고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아, 네! 주변을 정찰한 결과, 루테아 왕국에서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트레도르 요새로 향하고 있습니다!”

“루테아에 심어놨던 첩자가 한 달 전부터 소식이 끊긴 이유가 이거였군.”


백작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서신이 든 봉투를 집어 들었다.


“칼슨. 테오. 너희들은 이 서신을 들고, 한 명은 제국의 수도로. 다른 한 명은 그레고니아 성에 전달해라.”

“옙!”

“헤르만?”


리베르의 옆에 있던, 헤르만이 답했다.


“하명하십시오, 백작님.”

“루테아 왕국에 첩자를 다시 심어놔야겠다. 지금 움직일 수 있는 애들로 심어놓도록.”

“네, 알겠습니다.”


백작의 지시에, 그들은 신속히 집무실을 나섰다. 이제 남은 건 리베르와 집사 알베르트, 그리고 루스턴 백작 뿐이었다.


“리베르. 내가 왜 널 남겨놨는지 알고 있나?”

“글쎄요?”

“알베르트!”


백작의 부름에 알베르트는 허리춤에 매고 있던 칼을 뽑아, 단숨에 리베르에게 휘둘렀다. 그녀의 얼굴을 향해 칼날이 들어왔지만, 리베르의 머리카락만 몇 가닥 잘렸을 뿐이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알베르트에게 접근했다. 그 후에 제복 소매에 숨긴 단검을 꺼내, 그의 목을 겨눴다.


“···!”

“굳이 절 시험에 들게 하시는 이유가 뭐죠?”


루스턴 백작이 자신의 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인생은 여러 전장이 섞인 하나의 전쟁이다. 이번 전장에 널 출전시키려 하는데,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 궁금해서 말이지.”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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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장 - 하얀 들고양이의 잠입작전 21.03.18 15 0 9쪽
24 1장 - 고민거리 21.03.17 23 0 9쪽
23 1장 - 한 발 물러서는 왕국군 21.03.14 21 0 10쪽
22 1장 - 루테아 왕국의 침공 21.03.13 20 0 13쪽
» 1장 - 재회 21.03.12 25 0 11쪽
20 1장 - 첫 실전(3) 21.03.11 25 0 8쪽
19 1장 - 첫 실전(2) 21.03.10 16 0 9쪽
18 1장 - 첫 실전(1) 21.03.09 14 0 11쪽
17 1장 - 빌드 업 21.03.08 33 0 11쪽
16 1장 - 제국의 비밀실험 21.03.07 19 0 18쪽
15 1장 - 암살자 훈련소에 도착하다 21.03.06 19 0 11쪽
14 1장 - 백작의 제안 21.03.05 27 0 11쪽
13 1장 - 제국의 움직임 +2 21.03.04 20 1 15쪽
12 1장 - 그녀의 당돌한 계략(2) 21.03.03 18 1 14쪽
11 1장 - 그녀의 당돌한 계략(1) 21.03.02 42 1 12쪽
10 1장 - 호수에 드리운 먹구름(2) 21.03.01 29 1 13쪽
9 1장 - 호수에 드리운 먹구름(1) 21.03.01 30 1 8쪽
8 1장 - 호수의 도시 21.02.28 29 1 10쪽
7 1장 - 이름을 가지다 21.02.27 40 1 7쪽
6 1장 - 인정받은 책략 +2 21.02.26 47 3 12쪽
5 1장 - 제리코의 도박 21.02.25 59 2 14쪽
4 1장 - 쇠망치 용병단 21.02.24 46 2 11쪽
3 1장 - 끝과 시작(2) 21.02.23 62 2 11쪽
2 1장 - 끝과 시작(1) 21.02.22 73 3 10쪽
1 서장 - 매일 밤 꾸던 꿈 +2 21.02.22 146 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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