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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가는 지망생

제국의 하얀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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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해엄청
작품등록일 :
2021.02.22 08:42
최근연재일 :
2021.03.18 14:47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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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수 :
121,968

작성
21.03.0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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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장 - 암살자 훈련소에 도착하다

DUMMY

1장 - 암살자 훈련소에 도착하다


“···제가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너를 포함해서, 지금 지하 감옥에 갇힌 녀석들도 죽게 되겠지. 아마 이름이 칼슨하고 테오였나?”

“애초에 저한텐 선택지가 없었네요.”


제국의 암살자 훈련소, 데우스. 괴상하고, 극단적인 훈련으로 악명이 높았다는 서술만 넣어놨던 그런 곳이다.


자세한 설정을 애초에 넣지 않은 곳이기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가늠하기 힘들었다.


“어차피 여기서 죽으나, 그 곳에서 죽으나 매한가지. 가겠습니다.”


···그 곳으로 가다가 도망칠 기회라도 잡는 편이 낫겠어.


“알베르트. 호송 마차를 준비해라.”

“알겠습니다, 영주님.”


#


죄수마냥 호송 마차에 갇힌 채로 실려 가는 리베르.


며칠 동안 이동한 끝에, 그녀는 훈련소에 도착했다. 마차에서 끌려나오고 나서, 손이 자유로워지고,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도 풀어졌다.


눈부신 햇살에 손으로 햇빛을 가리는 리베르. 그녀는 반쯤 잠긴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근처에선 구경이라도 난 듯, 리베르를 쳐다보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살아남길 바라지.”


알베르트는 그녀에게 이 말 한 마디만 던지고는, 훈련소장에게 다가갔다.


“살아남는다면 보고해주게나.”

“알겠습니다.”


알베르트는 타고 왔던 호송 마차를 이끌고, 길을 나섰다.


“지금은 점심시간이니까, 배식 끝나기 전에 가서 배를 채우는 게 좋을 거다.”


병사 한 명이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면서 말하자, 리베르는 고개만 끄덕하고 알려준 대로 향했다.


그 곳에는 리베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은 식사를 하면서, 리베르를 흘깃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식판을 가지고 배식하는 곳으로 갔다.


“신입인가보군?”


리베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가라.”


리베르의 식판에는 두 명이서 먹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빵과 고기, 그리고 채소와 스프가 놓였다.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앉을 자리를 찾았으나, 다 한 두 명씩은 기본적으로 앉아있었다.


“이봐, 새로 온 애.”


자신을 부르는 것 같아서, 소리 난 쪽을 바라본 리베르.


“이 쪽으로 와봐.”


손을 까딱거리면서 오라는 뉘앙스를 취한다. 그녀를 부른 건 또래로 보이는 금발 잔디머리 소년. 하지만 리베르는 그를 무시하고 다른 자리로 앉았다.


“내 말을 무시했다, 이거지?”


수군거리는 애들 사이를 지나치면서, 리베르에게 다가온 소년. 그녀는 태연하게 빵을 먹고 있자, 곧바로 발로 옆구리를 걷어차서 땅바닥에 쓰러트렸다.


“으···.”


리베르가 다시 일어서려하자, 그는 이번엔 다리를 걷어차 쓰러트렸다. 금발 소년은 거만하게 시선을 내리깔며 입을 열었다.


“너, 내가 누군지 아냐?”

“···굳이 알아야 되니?”


퍽.

복부를 걷어차이자, 이를 앙 다물고, 신음을 참는 리베르. 배를 움켜쥔 채, 웅크리고 있었다.


“제르카 후작의 차남, 발베로가 바로 나야, 이 년아.”


리베르는 제국의 조직 표를 머릿속에서 그렸다.


제르카 후작은 원래 공작이며, 제국의 개국 공신 중 한 명이었다. 통제가 되지 않아 황제가 꺼려하는 인물이다.


제르카의 성미는 포악하고 색을 밝혀서, 하루가 멀다 하고 제국 내에서 여러 논란을 낳는 트러블 메이커였다.

그가 어느 정도였냐면··· 정실이 살아있지만 첩을 많이 두고 있었고, 황제가 사랑하던 여인마저 자신이 건들 정도로 도가 지나쳤다. 게다가 다른 영주들의 아내 중에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이가 있으면 추파를 던지곤 했다.


결국 황제와 다른 이들은 참을 수 없었다.


다른 영주들과 재상은 모두 힘을 합해 그의 군사력을 모조리 빼앗고, 그를 후작으로 강등.


그의 자식 중에 장남은 말단 병사 신분으로 끌려갔고, 차남은 현재의 암살자 훈련소로 보내지게 된 것이다.


제르카 후작의 차남, 발베로는 리베르의 머리를 발로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


“안 그래도 기존의 도구 2호가 죽어서, 대체제가 필요했는데. 잘 됐어. 이제부터 네가 내 도구 2호다. 알겠어?”

“······.”


리베르가 답하기 싫어, 침묵으로 일관하자 그는 복부를 다시 한 번 걷어찼다.


“크윽.”

“알겠어, 모르겠어? 대답 해야지?”

“아, 알았어.”

“어쭈? 도구가 말을 하네? 도구는 사람 말을 하지 않는다. 짐승 말을 하지. 자. 개처럼 짖어봐.”

“······.”


퍽!


“으읏··· 멍멍.”

“뭐라고? 잘 안 들리잖아, 이 년아.”

“멍멍!”

“그래, 잘했어. 넌 이제 앞으로 내 말에 무조건 개처럼 짖어야 돼. 사람처럼 말하면··· 알지?”

“멍멍!”

“도구 2호의 임무는 식량 배달이다. 얼굴은 맘에 들게 생겼으니까, 도구 3호랑 역할을 바꾸려고 했는데··· 몸 곳곳에 멍이 들어있는 걸로 봐서 노예생활을 하다가 왔을 수도 있겠지. 내 말 맞나?”

“멍멍···.”

“특히 밤 시중까지 드는 네 년 같은 노예들은 병을 옮길 수도 있어서, 나로서는 꺼려지거든? 그러니 식량 배달이라도 시키는 거야. 알겠어?”

“멍멍···.”


사실 리베르의 멍 자국은 병 때문은 아니다.

며칠 전, 소변을 본다는 핑계로 알베르트와의 거리를 벌린 후에, 몰래 도망치려 하다가 순식간에 그에게 붙잡힌 일이 있었다.

알베르트는 그녀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마구 때려 팼고, 리베르는 웅크리며 폭력을 견뎌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생긴 게 멍 자국이었다.


“이건 내게 대든 벌이야.”


발베로가 그녀의 눈앞에서, 식판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음식들은 모조리 흙바닥에 곤두박질쳐서, 더러워진 상태였다.


“말이라도 잘 들었으면, 빵 조각 하나라도 먹었을 텐데··· 쯧!”


그는 바닥에 침을 뱉고, 리베르에게서 사라졌다.

그동안의 일을 모두 숨죽여, 보고만 있었던 애들은 식사를 끝마치고 하나 둘씩 흩어졌다.


#


작중에서 장남과 차남은 결국 죽는 걸로 해놨었다. 장남은 전장에서, 차남은 이 곳에서. 어떻게 죽는지는 구체적으로 서술해놓진 않았다.

그래서 발베로가 죽는 이유는 내가 될 것이라고. 벼르면서 일어서려던 그 때, 누군가가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테오랑 비슷한 말투였으나, 목소리가 확연히 달랐다. 테오가 전형적인 애들 목소리라면, 이쪽은 어른스런 목소리였으니까.


“···멍멍.”

“강아지 소리 내지 않아도 돼. 녀석은 시야에서 사라졌으니까.”


붉은 머리 녀석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났다.


“저 녀석, 악명 높은 후작 놈 자식 아니랄까봐 꽤 난폭해. 하지만 우리들은 발베로의 상대가 안 되서, 훈련과 녀석의 괴롭힘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지.”

“그런 거였구나.”

“내 이름은 제롬. 네 이름은 뭐야?”

“···리베르.”

“부르기 좋은 이름이구나.”

“그런데 너, 이렇게 도와줘도 되겠어? 그 녀석이 너를 괴롭히면 어쩌려고?”

“나는 녀석의 도구 1호야. 이미 그 전부터 괴롭힘을 당해 와서, 지금은 그나마 견딜 만 해.”


사람을 도구 취급하는 건, 어딜 가든 마찬가지로군.


“너야말로 괜찮겠어? 한 끼라도 굶으면, 곧 있을 훈련을 견디기가 힘들 텐데.”

“···괜찮아.”


꼬르륵.

사실 전혀 괜찮지는 않다. 알베르트가 음식을 준 게 불과 3일 전의 일이었기에, 등가죽이 위장에 붙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거··· 어떻게든 되겠지.


댕. 댕. 댕.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후··· 또 다시 훈련 시간이군. 어서 가자. 여기 있다간, 병사들에게 붙잡혀서 구타당해.”

“알았어.”


멀리 보이는 네 갈래 길 중 한 방향으로 향하는 제롬. 그를 따라 가보니, 병사들과 교관으로 보이는 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각자 열을 맞춰 목검을 허공에 휘두르고 있었다.


“약간만 더 늦었다면 하늘이 노랗다는 게 어떤지를 보여줬을 텐데, 이거 아쉽게 되었군. 빨리 열 맞춰 서서, 바닥에 있는 목검을 집어라. 그리고 휘둘러라.”

“넵!”


교관의 말에 제롬이 움직였다. 그를 따라가서 나란히 섰다. 목검을 집어 들고, 주변을 둘러봤다.

애들이 목검을 휘두르는 동작은 서로 달랐으며, 정교하고 일정하지가 않았다. 다만, 뭔가 악에 받쳐서 휘두르는 느낌이 있었다.


“···그냥 대충 있는 힘껏 휘둘러.”


제롬이 속삭이듯 얘기하자, 그의 말대로 행동했다. 그렇게 몇 분을 휘둘렀을까. 벌써부터 체력이 지쳐가기 시작했다.


“이거··· 언제까지 해야 돼?”

“교관이 만족할 때까지 해야 돼.”

“······.”


이게 무슨···.


“그리고 힘이 빠진다 싶으면 대충 휘둘러서도 안 돼. 그게 교관이나 주변의 병사들에게 들키면, 일대일 대련을 붙게 하거든.”

“···상대는 누굴 붙이는데?”

“···너도 잘 알고 있는 애야.”

“······.”


저 멀리 있는 발베로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망나니의 아들답지 않게, 의외로 강단이 있고, 묵직하면서도 빠른 움직임이었다.


꿀꺽.

이거 걸리는 순간 아작 나겠는데···.


다른 애들처럼 기합을 넣으며, 전력을 다해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까. 팔에 힘이 다 해서, 더 이상 못하겠다고 생각이 들었을 쯤.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그만! 이쯤이면 되었다. 식사하러 가보도록.”


교관의 말이 떨어지자, 애들이 저마다 앞 다투어 자리를 벗어났다.


“오늘 첫 날이었을 텐데, 잘 버텼네?”

“···죽겠다, 죽겠어.”

“그래도 이 정도 깡으로 버티는 녀석은 네가 처음이야. 다른 애들은 다 첫 날에 먼지 나게 두들겨 맞았거든.”

“혹시 발베로도 첫 날에 맞았었어?”

“그 자식도 마찬가지였지. 그런데 녀석은 적응력이 워낙 빠르더라고.”

“그렇구나.”

“배고플 텐데, 어서 가자.”

“응.”


그렇게 배식을 받으러 갔다. 그리고···.


“넌 이 정도면 충분하지?”

“···멍.”

“이제 볼 일 없으니까 꺼져. 이 몸은 식사를 해야 되니까.”

“멍멍.”


주인님(?)에게 음식 대부분을 바치고, 떠나려던 차였다.


“으읍···.”


무슨 소리가 들려서, 발베로가 먹고 있는 식탁 밑을 들여다봤는데.


으.

도구 3호는 이런 식이었나.

식탁 밑의 여자 애가 불쌍하기는 했지만, 나 또한 같은 처지라서 자리를 나섰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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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장 - 하얀 들고양이의 잠입작전 21.03.18 20 0 9쪽
24 1장 - 고민거리 21.03.17 25 0 9쪽
23 1장 - 한 발 물러서는 왕국군 21.03.14 21 0 10쪽
22 1장 - 루테아 왕국의 침공 21.03.13 22 0 13쪽
21 1장 - 재회 21.03.12 27 0 11쪽
20 1장 - 첫 실전(3) 21.03.11 28 0 8쪽
19 1장 - 첫 실전(2) 21.03.10 18 0 9쪽
18 1장 - 첫 실전(1) 21.03.09 17 0 11쪽
17 1장 - 빌드 업 21.03.08 37 0 11쪽
16 1장 - 제국의 비밀실험 21.03.07 22 0 18쪽
» 1장 - 암살자 훈련소에 도착하다 21.03.06 24 0 11쪽
14 1장 - 백작의 제안 21.03.05 28 0 11쪽
13 1장 - 제국의 움직임 +2 21.03.04 24 1 15쪽
12 1장 - 그녀의 당돌한 계략(2) 21.03.03 23 1 14쪽
11 1장 - 그녀의 당돌한 계략(1) 21.03.02 46 1 12쪽
10 1장 - 호수에 드리운 먹구름(2) 21.03.01 32 1 13쪽
9 1장 - 호수에 드리운 먹구름(1) 21.03.01 33 1 8쪽
8 1장 - 호수의 도시 21.02.28 31 1 10쪽
7 1장 - 이름을 가지다 21.02.27 44 1 7쪽
6 1장 - 인정받은 책략 +2 21.02.26 49 3 12쪽
5 1장 - 제리코의 도박 21.02.25 62 2 14쪽
4 1장 - 쇠망치 용병단 21.02.24 48 2 11쪽
3 1장 - 끝과 시작(2) 21.02.23 65 2 11쪽
2 1장 - 끝과 시작(1) 21.02.22 78 3 10쪽
1 서장 - 매일 밤 꾸던 꿈 +2 21.02.22 154 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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