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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님의 서재입니다.

닥터 로드맨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박형준z
그림/삽화
M
작품등록일 :
2020.02.29 23:23
최근연재일 :
2020.04.04 11: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380
추천수 :
142
글자수 :
118,951

작성
20.04.03 11:00
조회
214
추천
2
글자
11쪽

닥터 로드맨 22화

DUMMY

- 제 22화 -




확신에 찬 듯 첵 교수는 내 어깨를 다독이고 있었다.


전혀 맘에 안 드는 인사들이었다.


첵 교수는 혹시나 싶은 듯 처치실을 힐끔거렸고, 놀란 표정으로 고갤 돌렸다.


“뭐야! 정말 끝낸 거야? 아니지? 그냥 덮은 거지?”


“교수님은 그러시는지 몰라도, 전 열면 끝내야지 그냥 덮지 않습니다.”


“뭐?”


“아니면 됐고요, 사람 그렇게 단정적으로 평가하지 마시죠.”


“······!”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미친놈.]


“지금 뭐라 한 건가?”


“아닙니다. 그냥 힘이 들어서요.”


믿지 못하겠다는 듯 첵 교수는 처치실 안을 다시 살피더니, 다시금 물어왔다.


“정말 끝냈다고. 이 시간에?”


시간이란 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ER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걸린 시간은 정확히 21분이었다.


모든 처치와 OP까지 걸린 시간이 30분도 걸리지 않았단 거다.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첵 교수였다.


“그럼 이만.”


“······.”


정말 이곳 이글에 와서 제대로 숨을 쉰 게 언제인지.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를 정도니 당연한 거지만 말이다.


잠시 찌뿌둥한 몸을 풀기 위해 기지개를 켜야 했지만, 그 또한 보는 눈들이 많아 조심해야 했다.


어쩐지 긴장을 푸는 순간 정신줄까지 놓을 것 같았다.


좀 쉬기 위해 준비실 옆에 있는 창고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순간 생각나는 건 달달한 믹스커피였으나, 여기선 불가능했다.


이곳이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곳이어도, 한국의 달달한 믹스 커피는 그림 속 떡이니 말이다.


몇 걸음 걸었을 때였다.


“선생님! 선생님!”


미치겠단 한국말이 절로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냥 확 어디론가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환자를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


뒤돌아보는 순간 동공이 터질 것 같았다.


“저건 또 뭐야!”


ER 한쪽에 있는 스트레쳐 카트 주변에 이상할 정도로 스텝들이 몰려 있었다.


자세한건 가봐야 알겠지만 카트에 누워 있는 건 분명 ER스텝이었다.


코드블랙- 코드블랙-


천장 스피커에선 연신 코드블랙을 외쳤고, 그에 맞춰 데스크 앞쪽에선 경광등 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여기 온 뒤로 처음 보는 거였다.


‘뭐야! 스텝은 왜 또···.’


혹시 싶어 돌아본 첵 교수는 VIP로 보이는 여자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ER의 책임자란 타이틀을 믿기 어려울 정도라, 화가 치밀었다.


[염병할 놈! 줄타기가 뭐 좋다고···. 그러다 줄 끊어진 놈 여러번 봤다.]


절로 고개가 흔들며, 스텝 쪽으로 걸어갔다.


ER이 쉬고 싶다고 쉴 수 있는 곳이 아니란 걸 알지만서도 이 정도까지인가 싶었다.


끝없이 밀려오는 외상 환자들.


처음엔 잠시 이곳에서 쉬었다 오면 된다 들었지만, 이곳에 온지 사흘 만에 내겐 피로감이 가득 찼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커지고 있어 버틸만했다.


게다가 한국에선 볼 수 없던 환자도 접하고, 해보고 싶었던 OP도 할 수 있어 좋았다.


왜 이곳이 기회의 나라라고 했는지 그 뜻을 알 것 같았다.


거리를 좁히는 순간 난 다시 동공이 확장됐고, 전신에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상황이지? 저건도 왜?’


카트 위에 있는 스텝 가슴에 나무 꼬챙이가 박혀 있었고 바닥엔 붉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좀 더 다가서 스캔하려 했지만, 주변을 감사고 있는 동료들이 길을 막고 있어 어려웠다.


“잠시만요.”


“······.”


“비켜!!”


손을 모아 스텝들 사이를 가르며 안쪽으로 들어섰다.


‘윽···.’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에 인상이 구겨졌다.


시선에 들어온 상황은 처음과 달랐고, 박혀있는 꼬챙이가 스텝의 흉부를 관통한 상태였다.


발밑에 자박거리는 소리에 대충 출혈량을 가늠할 수 있었다.


다행인건 언제 왔는지 햄스가 스텝위로 올라가 컴프레이션(흉부 압박)을 하고 있단 거였다.


이상할 만큼 전문의나 전공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단 거다.


뭔가 싶었다.


모든 응급 상황에선 컨트롤 할 수 있는 이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햄스와 눈을 맞췄다.


“선생님! 어레스트(심정지)입니다.”


“어떻게 된 거야?”


햄스에게 묻고 있지만 그가 뭘 알겠냔 거다.


주변에 있는 스텝들 목소리에 귀를 열고, 시선을 모니터로 향했다.


리듬이 많이 흔들리고 있었고 햄스 덕인 듯 SP는 78로 아직은 괜찮아 보였다.


시선에 들어온 심장의 움직임과 박동엔 무게감을 볼 수 있었다.


DCMP(dilated cardiomyopathy:확장형심근증)이 분명했다.


이상했다.


확장성 심근염은 자상과는 연관성이 전혀 없는 병이다.


게다가 꼬챙이도 심근을 조금 스쳐 지나고 있을 뿐이고.


아마 스텝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질병이 아닐까 싶었고, 이 모든 정황이 합쳐져 어레스트를 만들어낸 것 같았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흉부에 박혀 있는 꼬챙이였다.


제거가 급선무였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을 게 분명했다.


“여기 에피네프린(epinephrine:심근강화제), 로큐로니움(rocuronium:근육이완제) 줘!”


“예?”


“뭐 하고 있어! 라인 두 개 더 잡고, 펙드셀 걸어 풀 드립해.”


주변에 있는 스텝 모두가 날 쳐다봤고, 그 중 한 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대한 빨리 카트를 가져 와야 했지만, 주변에 모여든 이들 때문에 쉽지 않았다.


“뭣들 하고 있나. 구경났어? 거기 카트 가져오고, 각자 하던 일해!”


“렌스 선생 좀 살려주세요.”


“렌스···?”


환자의 이름이 렌스인 것 같았다.


“렌스 걱정말고 움직여. 이러고들 있는다고 렌스에게 도움이 되진 않아!”


“선생님.”


“부르지 말고, 저 카트나 가져와!”


그가 카트를 밀고 왔고, 동료라 그런지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카트에 놓여있는 정맥 카테터(catheter:라인)를 들었다.


“뭐해. 씨라인(C-lin:정맥 라인)부터 잡아.”


“네.”


역시란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햄스의 손놀림은 빨랐다.


정확하다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가 잡은 라인에 풀루이드(수액)를 연결하는 순간, 다른 스텝이 펙드셀(수혈피)을 연결했다.


손발이 착 착 맞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뭐해. 짜줘!”


“옙!”


출혈량만큼 넣어줘야 한다는 걸 잊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마 동료란 특성에 처치 순서를 잊을 정도로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환자와 의사는 친하면 할 수록 거리를 둬야한단 말이 생겨난 것 같기도 하다.


뭐, 나와는 상관없는 말이긴 하지만.


그때였다.


렌스의 흉부 영상이 그려지기 시작했고. 고갤 돌리자 다른 쪽 영상이 재생됐다.


불행히도 꼬챙이가 흉추 옆 대동맥 손상을 일으킨 상태였다.


흉강에 고여 있는 피만으로도 렌스는 익사할 수 있었다.


우선 흉강에 고여 있는 피라도 제거해야 했지만, 그 결정도 쉬이 할 수 없었다.


혈흉을 배출하면 흉강이 쪼그라들어 꼬챙이를 제거할 때, 심장을 건드릴 확률이 커진단 거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암담했다.


잠시 생각해야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혈흉제거는 렌스에게 치명적이었다.


순간 진퇴양란이란 말이 생각났고, 동시에 머릿속에 한 영상이 보였다.


“그래. 저거다.”


“예?”


“꼬챙이부터 제거한다. 더블루멘 준비해줘!”


“예?”


“인투베이션(기도삽관) 키트 달라고. 더블 루멘(double lumen end o-tracheal tube:폐 출혈시 기관 삽관용 튜브)주고.”


같은 동료라 그런지 스텝들은 토 하나 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다른 환자를 보고 있는 이들 사이로 첵 교수 옆 전공의들이 보였다.


여기가 ER이란 사실을 망각하지 않고서야, 이런 환자도 있는데 저렇게 모여서 얘기나 하고 있다니.


‘미친것들···. 본분을 망각한 거야?’


이건 뭐 내가 이곳에 올 걸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오는 날부터 일복 하나는 터졌단 말 뒤에 이런 배경이 있었다니,


스텝이 들고 온 후두경(laryngos cope:기도 확보기)을 이용해 기도를 확인하려는 순간 울컥하고 피가 튀어 올랐다.


아차 싶었다.


갑작스러워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고글도 착용하지 못해 방어할 수도 없었다.


얼굴 전체가 축축한 게,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후두경을 통해 기도를 확인했고, 이내 더블루멘을 삽입했다.


벤틸레이터 라인을 루멘 한 쪽과 연결하고는 렌스의 자세를 바꾸기 위해 움직였다.


흉부에 박혀 있는 꼬챙이를 뽑아낼 차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78 n5******..
    작성일
    20.04.03 12:58
    No. 1

    밥 않먹어요? 설마 아직까지 아침인거에요? 하긴 모두가 기다리던 분이 이제오신걸 보면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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