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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다.

신석기 제사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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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작품등록일 :
2021.05.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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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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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부족의 신(5)

DUMMY

"위대한 영이 뭡니까?"


디딤소리의 제안을 들은 이후, 나는 매일같이 디딤소리를 찾아와 주술사가 알아야 할 것들을 질문했다.


디딤소리 역시 주술사를 보조하며 주워들은 것들을 최대한 쥐어짜내 알려주었다.


"부족을 수호하는 위대한 영이다. 우리를 늘 축복해 주시며, 동시에 우리가 바치는 공물을 받으시고 복을 주시는 분이지.


작게는 흙그릇에 곡식을 담아놓고 빌 때, 크게는 제사자의 날 제례를 바치는 주술사님을 통해 우리를 돌보신다."


뻔한 이야기였다. 자기네 부족 정령은 위대하고 또 위대하며 복을 주고 어쩌고.


하지만 현재 우레가람의 기억 속에선 처음 듣는 얘기였다. 나는 귀를 쫑긋거리며 디딤소리의 말을 놓치지 않고 흡수했다.


디딤소리는 정말로 좋은 선생님이었다.


모든 이야기를 풀어서 쉽게 설명하고, 연관된 사례도 재밌게 읊어 주었다.


"아까 하늘뫼 제례는 뭐라고 했었지?"


"하늘뫼로 올라간 전사들을 기리기 위해 치루는 제례요."


"하늘뫼로 갈 수 있는 자와 없는 자는?"


"위대한 전사와 족장, 대모, 그리고 지혜로운 이들이 하늘뫼로 간다고 했습니다.

여자와 아이들은 별들로 올라가고, 큰 업적을 세우지 못한 부족원은 달들로 간다고 하셨죠."


"주술사는 어디로 가지?"


"주술사는..."


이런 식으로 문제를 내서 꼼꼼하게 내가 배운 걸 재확인해 주기도 하였다.


"...귀신굴로 들어간다고 했죠."


"좋다. 어지간한 잡지식은 다 배웠구나."


디딤소리는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는 나를 칭찬해주며 몇 가지 그림들이 그려진 나무판을 꺼냈다.


"잡지식은 다 가르쳐준 것 같으니... 이제 제사자의 날 행해야 할 절차와 의례를 가르쳐 주마.


아는 한도 내에서 말이다."


나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디딤소리 역시 진지한 얼굴을 하며 입을 열었다.


"제사자의 날이 위대한 영을 기리는 날인 것은 기억하나?"


"예, 기억합니다."


"사실 난 제사자의 날에 대해 잘 모른다. 주술사 님께선 위대한 영을 부르고, 위대한 영이 모든 일을 진행하신다고 하니 말이다."


디딤소리의 설명을 듣자니 대충 짐작이 갔다.


'이곳의 주술사는 무당하고 비슷하다.'


일종의 샤머니즘 사회인셈.


위대한 영이 진행한다는 건 아무래도 신내림일 가능성이 컸다.


디딤소리가 말했다.


"주술사께선 위대한 영과 항상 교신하시며 위대한 영의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춤을 추셨다. 제사자의 날 전반은 주술사의 춤과 함께하니 사실 제사자의 날은 위대한 영이 주관하는 것이다.

위대한 영과 소통할 수 있느냐?"


"... 모르겠습니다만."


내 대답에 약간 안색이 어두워진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주술사께서 무슨 신통력을 넘겨주시기라도 했어야지."


디딤소리는 그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기묘한 동작을 취했다.


"어쩔 수 없다. 우선 주술사께서 지금껏 제례를 지낼때마다 공통적으로 보이셨던 동작을 최대한 기억해내어 알려주마."


나는 그날 주술사가 취하는 동작과 춤사위에 대해서 한참을 배우게 되었다.


* * *


내가 그믄굴에서 나왔을 때는 하늘이 붉어져 있었다.


나는 그믄굴에서 나와 큰버루산으로 올라가 다시 큰버루 마을로 내려왔다.


서슬뱀이 내게 붙여놓은 꼬리는 큰버루산의 아랫목에서 누워 얼푼이풀을 씹고 있었다.


지난번 몰래 따라오다가 주술사의 경비와 맞붙어 난 멍은 아직 안 빠졌는지 꼭 팬더 같았다.


"퉤, 이제 내려온다."


얼푼이풀을 뱉으며 중얼거린 녀석은 내가 족장의 천막으로 향하자 다시 관심을 끄며 아랫목에 드러누웠다.


게으른 놈이다.


"하루종일 일도 안 돕고 어딜 나다니지?"


나는 문뜩 들려온 서슬뱀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서슬뱀이 사냥에서 돌아왔는지 물소 뒷다리를 들고 서있었다.


"듣자하니 큰버루산에 매일같이 올라간다 하던데..."


물소 뒷다리를 들고 본인의 천막으로 들어가며, 서슬뱀이 물었다.


"그렇군. 곧 제사자의 날이니... 위대한 영인지 뭔지 준비를 해야겠지."


서슬뱀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고는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 안에서 서슬바람이 얼굴을 빼꼼 내밀더니 구운 얌 조각이 담긴 토기를 건냈다.


"방금 구운 거야. 오늘 네 저녁이니까 먹어 둬."


서슬바람이 건낸 얌 조각은 네 조각이었다.


"어제는 두 조각이었는데 늘었네."


"내 것도 넣었어. 난 다른 거 먹어도 되니까. 고마우면 나한테 잘하라고."


말을 마친 서슬바람은 천막 안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아직 고맙다고 안했는데.."


애들이란.


나는 피식 웃으며 얌 조각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서슬뱀의 옆 천막에 들어가서 얌 조각의 온기를 느낄 때였다.


"위대한 영, 부족의 신이라. 결국 전래동화 속에서 만들어진 신일뿐이지. 주술사의 능력은 대단하구나.


어린애들이 모여 떠들 때 쓰는 이야기로 수십 해간이나 큰버루를 지배했으니."


서슬뱀의 목소리였다.


일부로 바로 옆 천막에 있는 내가 들으라고 큰 소리로 떠든 모양이었다.


"만들어진 신이라..."


하긴, 상식적으로는 저게 맞는 말이다. 신이니 종교니 뭐니 해도, 결국은 무리의 결속을 위한 수단일 뿐.


신은 결국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


아마 나 역시 우레가람의 몸에 들어오고, 기이한 일을 겪지 않았다면 오히려 서슬뱀의 말에 동조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신은 몰라도 신비한 힘은 존재한다.'


물론 나는 그걸 증명할 능력도, 증명해야할 의무도 없다.


그러나 의무가 없다고 해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비한 힘을 증명할 순 없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제사를 지낼 수 있다는 건 증명해야 살 수 있어...'


제사자의 날엔 위대한 영이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위대한 영과 교감할 수 없다.


서슬뱀을 포함한 아주 많은 사람은 신은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만들어진 신?"


나는 벌떡 일어났다.


종교는 본디 인간에게서 탄생한 것이다.


신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이다.


비록 이 세계는 어떨지 몰랐지만...


'지구에서 신이란, 죽은 존재지...!'


신을 모셔야 살지만,


신과 교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신을 만들어내면 된다.


"하하, 이렇게 간단한 걸..."


굳이 위대한 영에 대해 고민할 필요 없었다.


재림 예수 50명의 땅에서 온 사나이의 힘을 보여주면 된다.


* * *


주술사가 각혈을 하며 발작을 했다고 한다.


권위가 있는 치료자는 전부 주술사의 천막으로 가, 디딤소리는 더 이상 나를 도와주기 힘들다고 하였다.


"어제 가르쳐준 동작을 최대한 외우려무나. 검은뿔이나 억센잎은 피해다니고...”


주의사항을 몇 개 전달한 디딤소리는 갑자기 입술을 짓씹었다.


“억센잎, 그 염치없는 자식이 서슬뱀에게 붙지만 않았어도 널 부탁하는 건데... 그런 일을 겪고도 족장에게 꼬리내리다니...”


이 말을 끝으로 디딤소리는 약초를 챙겨 그믄굴을 서둘러 나섰다.


"디딤소리가 도와줬으면 했는데... 시간이 없으니까 우선 저지르고 봐야지."


제사자의 날까지 앞으로 보름.


최대한 빨리 일을 진행해야 한다.


나는 그믄굴에서 나와 큰바위와 서슬바람을 찾아갔다.


"날 좀 도와줘."


"뭔데?"


"말만 해봐."


각각 서슬바람과 큰바위의 대답이었다.


나는 씨익 웃으며 큰버루 마을을 가리켰다.


"애들한테 가서, 소문을 퍼뜨려주라."


* * *


어느 날부터.


큰버루의 아이들 사이로 기이한 말이 퍼졌다.


"우레가람이 귀신에 씌여서 얼굴에 똥을 바르고 제사자의 날 위대한 영을 선보인다고 떠들더라!"


대외적으로 우레가람을 싫어하는 서슬바람의 말에,


부족의 아이들은 우레가람을 또 괴롭히나 보다 하고 넘겼을 뿐이었다.


하지만 우레가람과 가장 친하다고 알려진 큰바위의 증언에, 소문은 엄청난 파급력을 갖게 되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우레가람에 대한 각종 소문이 나돌았다.


그렇게 아이들의 말은 곧 어른들에게,


어른들의 말은 전사들에게 들어갔다.


"허허, 족장. 우레가람이 벌써 주술사의 신통을 깨친 모양이오."


"기특하구려. 녀석이 신통을 알았다면 더 이상..."


족장이 귀신굴 앞에서 했던, 우레가람의 의붓 아버지 선언은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가.


주술파를 대표하는 큰버루의 세 번째 전사, 다섯 번째 전사가 그렇게 묻고 있었다.


우레가람이 위대한 영과 안정적으로 소통하는 그날까지, 서슬뱀은 우레가람의 의붓아버지가 된다.


서슬뱀은 그때의 맹세를 떠올리며 주먹을 꽉 쥐고 빙긋 미소를 지었다.


"허허, 아이들의 헛소문일 뿐입니다."


"아이들의 얘기일 뿐이라면 어찌 수많은 아이들이 동시에 떠들고 다닌단 말이요?"


서슬뱀은 미소를 유지하며 소문의 내용을 떠올렸다.


'똥...'


'우레가람이 귀신에 씌여 얼굴에 똥을 바르고...'


세상에서 가장 똥을 좋아하는 족속은 쇠똥구리와 어린아이다.


어린 아이 중에서 가장 똥을 좋아하는 것은, 심심한 어린아이였다.


서슬뱀이 알기로 큰버루 부족은 성년식 전까지 어린아이를 가장 무관심하게 방치하는 부족이였다.


'소문에 똥이 들어가니 좋다고 사방팔방으로 퍼졌겠군.'


귀신굴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주술사의 혈통으로 고고하게 지내던 우레가람의 소문이였다.


뒤쪽에 '위대한 영을 선보인다' 하는 대목이 들어갔다고 해도,


그 고고한 우레가람이 귀신에 씌여 얼굴에 똥 묻히고 다닌단 소문은 아이들이 신나게 퍼뜨릴 만한 소문이었다.


'억센잎에게 시켜 주술사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디딤소리가 더 이상 우레가람을 만나지 못하게 했는데... 이렇게 나올 줄이야...'


"하하... 지당한 말이군요."


서슬뱀은 미소를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


"분명 범상찮은 소문이긴 하지만 중요한 게 빠졌습니다.

우레가람이 '어떤' 영을 모시는지는 알길이 없습니다.

주술사들은 혈육이라 하더라도 모시는 영이 다른 법인데 만약 진짜 우레가람이 그런 소문을 몰고 다닌다면..."


"우, 우레가람..."


그때 전사들의 천막으로, 서슬뱀이 우레가람에게 붙인 꼬리가 뛰쳐들어왔다.


"우레가람이 겨드랑이로 번갯불을 떨어뜨린다는 소문이..."


"비켜!"


서슬뱀의 꼬리를 재치고 다른 부족원이 들어왔다.


"우레가람이 입에서 불을 토해낸다고 합니다!"

"우레가람의 트림 속에서 위대한 영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우레가람이..."


부족의 수많은 꼬리들이, 밀려드는 우레가람에 대한 소문을 전사들의 천막으로 몰고왔다.


어마어마한 부족원들의 증언에 서슬뱀은 결국 얼굴을 찌푸렸다.


"... 소문이 범상치 않으니, 제사자의 날 제례를 치룬 후 우레가람을 정식 주술사로 인정할지 결정하겠습니다."


많은 전사들의 눈초리 속에서 서슬뱀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 * *


댓글알바부대.

선거운동 알바.

사이비 종교 전도 알바.


돈이 궁할 때 안해본 것이 없다.


처음 서슬뱀과 마주했을 땐 서슬뱀이 내 앞에서 그만의 선동 수법으로 나를 압도했지만, 내게 시간을 준 이상...


"이번에는 두들데기한테 큰바위가 가서 은근슬쩍 말해줘. 얼푼이풀 하나 건내주면서."


제대로 된 여론몰이를 할 수 있다.


자칭 신(神) 수 분. 재림예수 수십 분. 메시아 수백 분이 존재하는 곳에서 온 나다.


선동과 날조로 인한 소문, 여론 조작은 내게 패시브 스킬이다!


"... 그런 식으로 말해줘. 그럼 내가 조금 이따가 너희 앞에 옷벗고 귀신들린 척 뛰어다닐께."


"괜찮겠어...?"


"이렇게라도 안 하면, 서슬바람내 아버지가 날 다진 새밥으로 만들 거 같거든."


나는 왼쪽 입꼬리를 올리며 아랫도리를 벗었다.


서슬바람은 극도로 얼굴을 찌푸리고는 다른 소문을 날조하러 가버렸다.


"다행히 소문이 확실히 퍼졌어..."


왼쪽 입꼬리를 틀어올리며 계획대로 된 것에 기뻐할 때였다.


서슬바람이 달려왔다.


"야, 우레가람. 근데 우리가 퍼뜨리지 않은 소문도 막 들리는데?"


"응?"


" '우레가람이 위대한 영 [우짖는 새]와 교감하여 전 주술사의 계보를 잇는다' 라는 소문이 도네..."


'우짖는 새? 그게 뭐지?'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바뀐다.


하지만 아예 없던 소문이 새로 생길 경우는, 댓글 알바부대를 경험했던 내 경험으로 봤을때...


"... 누가 소문을 만들고 있네."


누군지 짐작이 간다.


"너희 아버지 행동이 빠른걸?"


서슬바람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부터는 소문전이다.


빨갱이, 토착왜구 소리 등 각의각종 개소리를 들어가며 댓글알바를 한 결과, 한 지역 댓글알바부대 100명을 관리하는 백인장의 자리까지 올라가 본 나다.


'신석기 존만이에게 미래인의 힘을 보여주마...!'


며칠이 지나고 큰버루에는 두 가지 갈래의 소문이 나다녔다.


"우레가람이 제사자의 날 위대한 영을 선보일 것이다!"


"우레가람이 무슨무슨 위대한 영과 소통한다!"


비슷해 보이는 소문이지만, 두번째 소문은 첫번째 소문과 약간 성질이 달랐다.


우레가람이 부족의 수호신, [우짖는 새], [큰버루의 혼], [해달별 귀신], [버력미르], [푸르가람]


등 여러가지 위대한 영들 중 하나를 골라 소통한다는 것이다.


큰버루 부족은 기본적으로 [큰버루의 혼] 아래 세워진 마을이었으나, 각 집안 간 모시는 신이 있었다.


그리고 집안 간의 신은 곧 부족 내 지파간의 수호신이 되었다.


주술파는 주술사가 모시는 [우짖는 새]

족장파는 용기와 풍요를 기원하는 [버력미르]

대모파는 치유와 활력을 상징하는 [푸르가람]


그리고 내가 제사자의 날에 어떤 신을 고르느냐에 따라 어떤 지파가 힘을 쥘 수 있는지가 달렸다.


즉 두번째 소문은 굉장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문인 것이다.


똥은 아이들이 좋아하지만,

정치는 어른들이 좋아한다.


처음에 아이들이 노래불렀던 첫 번째 소문은, 어른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두 번째 소문에 묻혀 기세가 꺾여 버렸다.


"시X 족장... 전생에 정치인이었나."


선동과 여론몰이의 수준이 상상을 초월했다.


다행히 첫번째 소문의 여파로 족장은 나를 바로 옆 천막에 두고도 쉽사리 해코지하지 못하게 되었으나, 나 역시 족장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몸을 떨어야 했다.


얼마 안가서 소문은 아예 나에 대한 얘기가 사라지고 족장파와 주술파간의 대립으로 이어지려는 기미를 보여지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몸을 움직였다.


* * *


"... 오늘은 이런 식의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좋다. 그렇게 차차 우레가람에서 지파간 불화로, 지파간 불화에서 부족의 불행으로, 부족의 불행에서 부족을 구원할 영웅에 대한 소문으로 바뀔 수 있도록."


서슬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보고를 하러 온 꼬리를 돌려보냈다.


그리고 곧이어 또 다른 꼬리가 들어왔다.


"음? 뭐라고?"


서슬뱀은 그에게 보고를 한 꼬리를 보며 되물었다.


"예, 그러니까 소문이 잘 퍼지고 있다고..."


"아니, 잠깐..."


서슬뱀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언가 이상했다.


소문의 문장이 어딘가 꼬였다.


" '우레가람이 푸르가람을 제사자의 날 때 선보이며 소통하는 것을 버력미르를 통해 똥을 묻혀 선보일 것이다.' 라니... 왜 그렇게 변했지?"


"그... 아낙네들이나 어린아이들이 농담삼아서 그런 게 아닐런지?"


"그런 게 문제가 아니다. 우레가람에 대한 얘기는 소문에서 빠져야 한다."


"하지만 이 문장이 웃기다면서 아낙이나 어린아이들이 퍼뜨리고 다닙니다."


"흠... 아낙네들의 이야기니 신경쓸 것 없나. 하지만 소문이 너무 이상한 식으로 변하는 건 자제해야 할 것이야."


"알겠습니다."


서슬뱀은 꼬리에게 손짓하고는 족장파 전사들과 모여서 어디로 사냥을 갈 것인지에 대해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슬뱀은 몰랐다.


이 때를 기점으로 수많은 소문의 변형이 일어났고, 그 현상은 통제가 불가능했다.


* * *


사람들은 웃긴 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첫번째 소문이 빨리 퍼졌다.


그리고 정치 얘기도 좋아한다.


그래서 두번째 소문이 첫번째 소문을 압도했다.


하지만 댓글알바부대를 경험했던 나는 그 위의 경지를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웃긴 정치얘기'에 환장하지.'


특히나 오락거리가 사냥과 노가리 밖에 없는 신석기인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이제 제사자의 날까지 남은 기간은 일주일.


그 기간 안에 내가 위대한 영과 어떻게든 통한다는 소문을 잔뜩 퍼뜨려야 했다.


지파 같은 걸 신경쓸 필요는 없다. 어떤 신이든 나에 대한 소문이 잔뜩 퍼져, 제사자의 날 해야 하는 사기극이 통하길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소문도 흘렀다.


제사자의 날까지 하루 남은 시점.


큰버루 부족에서 수없이 떠돌던 낭설은 전해지고 전해지며,


섞이고 바뀌어 한 문장으로 통일되었다.


"우레가람이 부족의 수호신 '천벌의 버력미르'를 모셔 족장파와 주술파 간의 화합을 주도할 것이다!"


이제 결전의 때였다.


작가의말

첫날에 모든 걸 쏟아붓다니... 크윽... 공모전을 버틸 수 있을 것인가...!

... 잘 되겠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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