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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 아공간

조숙한 아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공(工)
작품등록일 :
2012.11.18 23:15
최근연재일 :
2013.04.25 17:4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728,616
추천수 :
2,067
글자수 :
36,330

작성
12.11.06 18:38
조회
17,420
추천
50
글자
8쪽

조숙한 아이 - 10

DUMMY

초등학생이 되니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 어느덧 햇볕이 쨍쨍했던 여름은 가고 겨울……. 그리고 95년도가 다가오고 있었다.

오늘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이 되었다. 다음날이 크리스마스. 연일 TV에서는 이번 크리스마스가 화이트크리스마스가 될 수 있는지 방송하고 떠들어 댔다.

“동우야 저녁먹자.”

주방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벌써부터 주방에서 나오는 맛깔스런 음식 냄새가 내 코를 자극시켰다.

“네에~ 아빠, 진지 드세요!”

“그래, 동우야 밥 먹으러 가자!”

나와 같이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아빠가 리모컨으로 TV를 끄고 주방으로 향했다.

“우와!”

주방으로 도착한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해물찌개를 비롯하여 갖가지 반찬들이 식탁위에 즐비했다.

“오늘따라 웬 반찬들이 화려해?”

아빠도 약간 놀라셨는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엄마가 아빠를 보며 웃기 시작했다.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잖아요.”

“크리스마스이브랑 저녁상이랑 뭔 상관인데?”

아빠가 아직까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엄마가 아빠를 향해 윙크를 했다.

“흠흠!!”

아빠가 슬쩍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헛기침을 했다. 뭐야? 그 의미는? 오호라! 아빠한테 몸에 좋은 것은 다 먹여서 오늘 밤을 불태우려 그러는 구나!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이런 거 먹는 거야?”

나는 괜히 모른 척 순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엄마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동우야.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이렇게 저녁을 든든하게 먹어야 하는 거야.”

쳇, 그냥 넘어가는 척 해주니까 누가 모를 줄 알고? 마음대로 하세요.

“일단 먹자.”

아빠가 먼저 숟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엄마가 들었고, 그것을 확인한 나도 숟가락을 들었다.

“당신 많이 먹어요.”

엄마가 콧소리를 내며 흐뭇한 표정으로 아빠가 밥을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빠는 민망하다 생각했는지, 아니면 귀찮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밥을 먹었다.

쯧쯧쯔……. 엄마한테 얼마나 시달렸으면 이럴까?

“동우야 오늘 일찍 자야지?”

엄마가 이번에는 나를 쳐다보고 말했다. 이젠 노골적으로 빨리 재우려 하는 구나…….

“조금 있다가 재미있는 영화하는데.”

이건 진짜다. 괜히 엄마, 아빠 하는 일(?)에 방해할 생각은 없는데, 정말 보고 싶은 영화가 조금 있으면 하기 때문에 그것까지는 봐야 한다.

“그래, 좀 있다가 자.”

아빠도 역시 별 생각이 없었는지, 내편을 들어주었다. 그때 식탁 아래서 뭔가 ‘빠직’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악!”

아빠가 엄마한테 공격을 받았는지 짧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엄마가 아빠를 향해 입을 벙긋했다.

-왜 동우 안 재우려 그러는데?

대충 이렇게 말 한 것 같았다. 정말 열 받은 것 같은 표정이다. 그리고 난 시선을 돌려 아빠를 쳐다보았다. 아빠도 뭔가 말을 할 것 같은 느낌에서다.

-그럼 동우가 보고 싶은 게 있다는데 어떡해? 보게 해줘야지.

아빠 역시 입모양으로 말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그렇게 말한 것 같았다.

-그럼? 영화 끝나고 동우자면?

다시 엄마가 입모양으로 말했다. 난 잽싸게 아빠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

“후우~”

아빠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내렸다. 아무래도 아빠는 생각이 없나 보다.

아빠가 불쌍하다 생각했지만, 밥은 먹어야 하지 않겠나! 나는 이것저것 젓가락질을 하여 반찬들을 잡았다.

그러다 해물찌개 위에 있던 대하 한 마리가 포착되었다. 난 그것을 먹기 위해 젓가락을 가져다 댔다.

“이런 건 아빠 드시라고 하는 거야.”

내가 찜한 대하를 엄마가 낚아서 아빠의 밥그릇 위에 올려다 주었다. 그럴수록 아빠의 표정은 점점 힘들어하는 것 같다.

쩝……. 그럼 다른 걸 먹어야지. 난 식탁 위의 여러 반찬들을 탐색하다가 젓가락질을 시도했다.

“이것도 아빠가 드셔야지.”

엄마가 또 내 반찬을 스틸했다. 후~ 그래. 내가 양보해야지. 그럼 다른 거!

“이것도 아빠가 드셔야지.”

그리고 멈추지 않은 엄마의 스틸. 뭐야? 빨리 안 잔다고 지금 나한테 성 내는 거야? 그럼 나도 이렇게 당할 수는 없지!

“동생 만드려고?”

내가 툭 던지듯 말을 하자, 엄마 아빠가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애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이런 눈치였다.

“그게 무슨 뜻이야? 동우야?”

엄마가 조심스레 나에게 물었다. 난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

“응. 친구가 그랬는데, 그 애 집도 저녁에 맛있는 반찬 많이 먹고 그 다음에 동생이 생겼데.”

“그래? 그 애 집에서만 그런 거야.”

아빠가 슬슬 눈치를 살피다 대답했다.

“그런데, 동우야. 앞으로 그 애랑 같이 놀지마.”

엄마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아빠가 입모양으로 ‘애한테 자꾸 왜이래?’이렇게 말 한 듯싶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저녁식사에 몰두했다.

저녁을 먹고, 시간이 흐르자 내가 기다렸던 영화가 방영하기 시작했다. 그 영화는 크리스마스 때 당연히 나와야할 공식처럼 여겨진 ‘나홀로집에’. 크리스마스이브 때 1편을 방영하고, 크리스마스 당일 날에는 2편이 방영된다. 역시 우리 케빈을 봐줘야 크리스마스 맛이 나는 것이지.

나는 열심히 영화에 집중했다. 오랜만에 보는 영화라 그런지 감회가 새롭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나에게도 저런 상황이 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나도 지능은 초등학교 이상의 것이니, 케빈처럼 여러 트랩을 설치 할 수 있겠지?

그리고 두 시간이 흘러 영화가 끝났다. 이제 슬슬 두 분의 재미(?)를 위해 자러 가야하는건가?

“동우야, 산타할아버지한테 무슨 선물 받고 싶어?”

뜬금없이 아빠가 물었다. 선물? 그러고 보니 부모님에게 받고 싶은 선물 같은 걸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응! 마음속으로 기도했어.”

마땅히 생각한 것도 없기 때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근데 아빠가 조금 답답해하는 것 같다.

“그래도 아빠한테만 슬쩍 말해봐.”

“아냐, 산타할아버지한테 말했으니까 비밀로 할래.”

“동우야……. 그래도 아빠한테만 말해봐.”

뭔가 표정이 절박해 보인다. 하긴, 아빠가 그 선물 해줘야 할 텐데 내가 말을 안 해주니 말이야…….

“말해?”

“그래 말해봐. 동우야.”

난 잠시 고민했다. 무슨 선물을 받아야 하는 거지? 장난감? 이 나이에 무슨 장난감이야. 그럼 책? 책이 조금 적당할 것 같긴 한데, 이 나이에 맞는 책 선물을 해주면 분명이 수준이 안 맞을 거야……. 그럼 뭘로 하지?

“동생! 산타할아버지한테 동생 선물해달라고 기도했어!”

에라 모르겠다. 그냥 질러버렸다. 그러자 아빠가 잠시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동생? 동우야, 근데 말이야. 산타할아버지가 다른 선물은 다 해줄 수 있는데 동생은 못해준단다…….”

아빠의 그 말에 나는 아빠를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내가 보기에는 가능 할 것 같은데?”

“어?”

“아빠, 내가 노래불러줄까?”

“노래?”

아빠가 대답하기도 전에 나는 자리에 일어나 노래 부를 자세를 취했다.

“아빠~ 힘내세요~ 동우가~ 있잖아요~”

이 노래를 끝으로 난 내 방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08년까지 동생 없이 외동아들로 살아온 내 인생에 어쩌면 동생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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