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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 아공간

조숙한 아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공(工)
작품등록일 :
2012.11.18 23:15
최근연재일 :
2013.04.25 17:4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728,618
추천수 :
2,067
글자수 :
36,330

작성
12.11.06 18:33
조회
31,606
추천
58
글자
8쪽

조숙한 아이 - 1

DUMMY

사람들은 인생을 살면서 많은 후회를 한다. 아, 저때는 내가 이랬어야 했는데, 저랬어야 했는데……. 혹은 지금의 삶이 지쳐서 어렸을 적 동심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고픈 욕망이 생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나 같은 부류는 절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싫어한다. 아니, 저주한다. 나 같은 부류가 뭐냐고?

“취침하시랍니다!”

일석점호가 끝이 나고, 생활관 문 앞에 있던 이등병 하나가 복도에서 전파 받은 것을 외쳤다. 그 순간 나는 침상 아래로 내려가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어이~ 이병장 왜이래? 취침시간에는 취침을 해야지.”

나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침상 아래서 후임 녀석들 네 명이 순식간에 날아왔다. 주변에 일, 이등병 애들은 우리 일에 별 관심이 없는지 매트리스와 모포를 펴고 있다.

“하하! 그렇지 애들아?”

꼼짝없이 잡힌 상태에서 난 웃음을 지어 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놈들이 왜 이러는지는 아주 확실하게 알고 있다.

난 내일 전역을 하니까.

“우리 이병장. 그 동안 이병장이 우리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냥 보내기에는 너무 마음이 아프고 아쉽잖아.”

나의 바로 한 달 후임 녀석이었다. 저 녀석은 지금 왜 저런 짓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야, 네가 그러면 안 되지. 너는 이 날이 안 올 줄 아냐?”

난 다른 후임 녀석들이 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입을 벙긋거리지 않고 복화술로 말했다. 그러자 그 녀석이 피식 웃었다.

“내 생활신조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거든.”

녀석의 미소는 너무나도 음산했다. 마치 차가운 시신을 바라보는 영혼에게 빨리 저승으로 가자고 재촉하는 저승사자의 모습과도 닮은 것 같다.

그리하여 난 후임 녀석들에 이끌려 다시 침상 위로 올라왔다. 근데 이 녀석들이 나에게 자비조차 주지 않는다. 보통은 모포 안에 전역자를 집어넣고 두들겨 패는데, 이 녀석들은 나를 세워놓고 모포를 돌돌 말아버렸다. 놈들이 때리는 장면을 모두 감상 할 수 있게 말이다.

“이병장, 전역하게 되어서 축하해.”

“우린 정말 이병장을 잊지 못 할 거야.”

“그동안 이병장이 우리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약소하지만 우리 성의라고 생각하고 받아줘.”

겉으로 내뱉는 말은 매우 섬세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줬다. 그런데 이놈들은 하는 말과 다르게 나의 몸을 거칠게 다루고 있다.

“으헉!”

이놈들이 나를 샌드백처럼 생각했는지 로우킥으로 나의 하체를 실험하고, 니킥을 날려 나의 복부가 얼마나 견디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날라 오는 발차기들이 나를 정신없게 만들고 있다.

그때였다. 생긴 건 곰처럼 덩치도 있고 푸짐하게 생긴 녀석이 뒤로 물러서더니 다리를 털며 달려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야! 너 임마, 이건 아니잖아.”

“이병장! 사랑해!”

그 녀석이 내말을 가볍게 씹고는 성큼성큼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날아오는 하이킥! 그녀석의 발등이 내 귀 방망이를 정확하게 타격했다.

머리가 띵해지더니 내 몸이 점점 가벼워졌다. 시야가 점차 흐려지며 난 암흑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었다.

아아~ 난 아직 사재 공기도 못 마셔 봤는데 이대로 가는 거야? 이런 시발놈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우리 집 내 방이었다. 내 방이긴 한데, 뭔가 다른 느낌…….

바닥에 변신로봇 장난감이랑 옥스퍼드 조립장난감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고, 벽지는 미키마우스가 그려져 있고, 작은 책장 쪽에는 전래동화와 위인전기가 꽂혀 있었다.

그리고 방안에 틀어져 있는 구식 선풍기.

문득 느낌이 이상하여 내 몸을 훑어보았다. 다행이도 어디 다친 흔적은 없으나, 이상하게 팔과 다리가 짧으면서도 통통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이지? 나는 너무 의아해 하여 주변들 둘러보았다. 그리고 눈에 뜨이는 달력. 거기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네 자리 숫자.

1994년!!

뭐야? 나 14년 전으로 되돌아 온 거야? 이제 막 군대 전역하고 민간인이 됐는데? 이제 학교에 복학하고 파릇파릇한 89년생이랑 같이 수업도 듣고 예쁜 여자애를 자빠뜨리고 그래야 되는데? 08년 학번 새내기들이 이제 여섯 살이 되는 94년도로 온 거야?

“으앙~!”

그래 다 좋다. 다 좋은데, 군대에 한 번 더 가는 것은 싫다! 그 많은 뺑이를 다치고, 후임 녀석들한테 전역빵까지 받았는데 다시 갈수는 없단 말이야!

갑자기 내 울음소리를 들었는지 주방에 있던 엄마가 달려 들어왔다. 94년도의 엄마모습…….

예전에는 못 느꼈는데 이렇게 보니까 꽤나 미인이네…….

엄마가 나를 껴안고 내 등을 토닥여 주었다.

“동우야 울지마. 엄마가 있잖아.”

이유 없이 울고 있는 나에게 엄마는 그 이유도 묻지 않고 달래주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엄마의 품……. 정말 포근하고 따뜻했다.

정말로 어렸을 적에 나였으면 모르겠지만, 20대 초반의 기억까지 생생한 나는 울음을 제어할 수 있었다. 일단 혼자서 생각해 봐야 하기 때문에 울음을 그쳤다.

“우리 동우, 혼자 있어서 무서웠쪄?”

다 큰 성인한테 애 취급을 하다니……. 아, 나 지금 애 맞구나. 하는 수 없이 나는 고개를 절래 흔들며 오버액션을 취했다.

“아니, 동우는 하나도 안 무서워~”

으웩~ 내가 생각해도 토가 쏠린다. 하지만 엄마는 이 모습에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지금 저녁 차리니까 조금만 놀고 있어.”

“네에~”

그리고 엄마가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엄마가 완벽하게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명이 2008년도의 기억까지 생생한데 1994년도로 오게 되다니. 이게 어떻게 된 것이지? 이런 것을 보고 타임리프라고 하나? 그렇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보통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이런 경험은 절벽에서 떨어진다든가 번개를 맞던데, 난 무슨 하이킥을 맞고 과거로 돌아 오냐고!

난 잠시 방안을 돌면서 고민했다. 이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난 지금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나?

잠시간의 고민 끝에 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왕에 이렇게 된 것! 지난날을 반성하며 좀 더 완벽하게 인생을 설계하기로 한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2008년도에서 2년 전으로 되돌아가 다시 군생활 하는 것 보다는 꽤나 긍정적이지 않은가!

한 달 전에……. 그러니까 2008년 5월 4일 날 나의 맞 고참이 전역을 앞 둔 밤에 모포말이를 해주고 불이 꺼진 내무실에서 대화를 나눴다.

“기분이 어때?”

그 시기에는 나도 이제 전역이 한 달도 안 남은 말년 병장이었음에도 그 선임이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글쎄다. 2학기 칼복하고 공부해야지.”

“졸업하고 뭐 할 건지는 다 생각해둔거야?”

나의 질문에 선임은 한 숨부터 쉬었다.

“내가 뭐……. 학교를 좋은데 다니나, 따 놓은 자격증이 있나, 그때 돼봐야지…….”

“열심히 해. 내가 후임이라서 이런 말 하는 게 아니라, 너 정말 군생활은 잘했잖아. 지금처럼만 하면 잘 될 거야.”

“그러면 좋겠다.”

“그나저나 핸드폰은?”

“말년 나가서 살려놨어.”

“번호 말해줘. 언제 만나서 술 한 잔 해야지.”

“그래.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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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숙한 아이 - 2 +25 12.11.06 24,216 5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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