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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 아공간

조숙한 아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공(工)
작품등록일 :
2012.11.18 23:15
최근연재일 :
2013.04.25 17:4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728,613
추천수 :
2,067
글자수 :
36,330

작성
12.11.06 18:37
조회
17,221
추천
46
글자
7쪽

조숙한 아이 - 8

DUMMY

난 아빠에게서 받은 2천원을 고이 모셔두었다. 지금의 물가라도 이것으로 새 책을 살 수는 없겠지만, 중고 책이라도 사게 된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학교가 끝나는 대로 시내를 돌아다녀 마땅한 서점이 있나 찾아볼 생각이었다.

오늘은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등교를 했다. 그리고 내 자리에 앉았다. 내 옆에는 역시나 희정이가 앉아있다.

“안녕.”

내가 희정이한테 인사를 했지만, 희정이는 어제 일이 생각났는지 가볍게 내 말을 먹어주었다. 하긴 어제는 좀 괴로웠겠지?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난 도통 수업에 집중 할 수가 없었다. 이건 뭐 당연하게 알고 있는 내용들만 가르치고 있으니 말이다.

수업이 어느 정도 끝이 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아직 학교에서 급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애들은 도시락을 꺼내어 밥을 먹었다.

난 대건이와 재현이를 더불어 몇몇과 함께 책상 네 개를 합쳐 놓고 도시락을 열었다.

“와아~ 비엔나 소세지다!”

내 도시락 안에는 초등학생 도시락에서 최고로 치는 소세지와 계란말이 같은 것이 들어있었다. 아무래도 아버지가 공무원이니 우리 집 형편이 조금 넉넉한 편이었다.

다른 아이들 역시 반찬은 괜찮았다. 그런데 왠지 내 입에는 만족하지 않은 걸까? 스무 살짜리가 마냥 햄을 좋아 할 일은 없잖아?

그리고 밥 한 숟가락 떠먹었다. 그런데 반 한 구석에 혼자서 도시락을 먹는 아이가 눈에 보였다. 누구지?

“왜 잰 혼자 먹어?”

나는 대건이한테 물었다. 대건이가 그 아이를 휙 처다 보았다.

“우석이? 잰 맨날 맛없는 것만 싸와.”

역시 초등학생 애들은 단순해서 좋다. 단지 맛없는 반찬을 싸오기 때문에 따돌린다니……. 친구끼리 이러면 안 되지 않니?

난 내 도시락을 챙겨서 우석이에게로 갔다.

“뭐 싸왔어?”

“으응……. 멸치…….”

우석이가 힘없이 밥을 씹다가 날 처다 보았다. 많이 외로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오~ 멸치랑 김치 싸왔네?”

난 우석이가 싸온 반찬을 보고는 그 책상 위에 내 반찬들을 올려놓았다.

“나 멸치랑 김치 정말 좋아하는데!”

그리고 나도 자리에 앉았다. 우석이는 내 반찬들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우리 같이 먹자.”

하지만 우석이는 선 듯 내 반찬들을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럼 내가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도록 유도시켜 줘야지.

내가 우석이의 멸치 반찬을 집어 먹었다. 그리고 정말 맛있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정말 맛있었다.

“와~ 정말 맛있다. 너도 내가 싸온 반찬 먹어.”

하지만 내 반찬을 먹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젓가락으로 내 반찬을 우석이 밥그릇 위에 올려주었다.

“많이 먹어.”

내가 먹으라고 손짓해주자, 우석이는 마지못해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번 소세지가 입으로 들어가자,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내 반찬을 먹었다.

“내일부터는 우리 애들이랑 같이 밥 먹자.”

내 말에 우석이는 머뭇거렸다. 난 미소를 지어주었다.

“괜찮아. 애들도 말만 저러는 거지, 너랑 밥 먹고 싶어 한다니까.”

내 말에 우석이는 미소를 지었다.

밥을 다 먹고 우리는 운동장으로 뛰쳐나가 수업종이 울릴 때까지 놀기로 했다. 우리가 2학년생이니 운동장을 차지하며 축구를 할 수 있는 짬은 되지 않았다. 그냥 애들끼리 구석에 가서 팽이치기를 했다.

“잘 봐라.”

재현이가 팽이에 줄을 돌돌 말아 휙 던져버렸다. 팽이가 지면에 맞닿으면서 힘차게 돌아갔다.

“어때?”

재현이가 거드름을 피우자, 대건이가 비웃었다.

“훗, 내 팽이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올까?”

대건이가 꺼낸 것은 쇠 팽이였다. 그냥 들고 있어도 약간 묵직한 느낌이 나는 것을 던져서 돌려버렸다.

“좋아, 누가 이기는지 한 번 보자!”

서로 반으로 접은 줄을 가지고 팽이를 살살 건드려, 두 팽이가 부딪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 안가 재현이의 팽이가 회전을 멈추었다.

“푸하하! 역시 내 팽이야.”

난 둘이서 열심히 팽이싸움을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시선을 돌려 다른 애들은 무엇을 하나 구경했다. 운동장 한 구석에서는 여자애들 끼리 모여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 몇몇의 남자 아이들이 있었다.

남자 아이들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들처럼 자세를 낮추며 여자애들의 동태를 천천히 살피고 있었다.

그러다 여자애들이 주변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 체 자기들끼리 고무 줄 놀이에 열중할 때, 잽싸게 뛰어갔다.

남자애들이 달려서 한 것은 고무줄 끊기였다. 남자 애들은 그냥 지나가기만 했을 뿐인데, 순식간에 고무줄이 끊겨버렸다.

“야!”

여자애들 중에서 조금 뚱뚱한 애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남자애들은 도망가는 척하다가, 그세 방향을 바꾸어 다시 여자애들에게 뛰어갔다.

이번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고무줄이 아니었다. 이젠 끊을 고무줄마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스께끼!”

녀석들은 치마를 입은 여자애들을 집중적으로 노리고는 치마를 휙 올려버렸다. 여자애들은 치마가 올라가지 않게 손을 내렸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태였다.

“야!”

알록달록, 그리고 여러 가지 캐릭터 그림이 그려져 있는 여자애들의 팬티가 노출되었다. 남자애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킥킥’거리며 도망갔다.

“쯧, 초딩 여자애들 빤스 본다고 꼴리냐?”

말은 이렇게 하면서 나까지 왜 저자세로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나도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날카로운 눈매로 여자애들의 무리로 서서히 다가갔다.

그리고 여자애 하나를 노리고 돌진했다.

“아이스께끼!”

치마를 올리자마자 미키마우스가 그려져 있는 팬티가 노출되었다.

“푸핫!”

팬티를 확인하고 난 곧장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난 자리에서 멈췄다. 뭐지? 왜 내 가슴이 떨리는 거지?

뒤를 돌아보니 그 여자애는 쪼그려 앉아 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파온다. 다시 가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하나? 그런데 다시 저길 가면 여자애들이 내 살을 막 꼬집을 것 같은 느낌이다.

하는 수 없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난 도망을 쳐야지!

근데 아까 느껴진 느낌은 뭐지? 혹시 나도 모르게 로리타콤플렉스가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닐 꺼야, 난 아닐 것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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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숙한 아이 - 8 +6 12.11.06 17,222 4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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