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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 아공간

조숙한 아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공(工)
작품등록일 :
2012.11.18 23:15
최근연재일 :
2013.04.25 17:4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728,622
추천수 :
2,067
글자수 :
36,330

작성
12.11.06 18:37
조회
18,226
추천
49
글자
8쪽

조숙한 아이 - 7

DUMMY

다음날 새벽 5시. 아침을 알리는 자명종 소리가 울렸다. 난 그 소리에 잠이 깨서 손을 더듬더듬 거리다 자명종을 껐다.

그리고 겨우겨우 자리에 일어났다.

“음냐, 음냐…….”

창밖을 바라보니 아직 해가 뜨지 않고, 어둑어둑했다. 하지만 나는 다시 잠을 자지 않았다.

초등학생이 이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이유는 별로 없겠지만, 나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바로 돈을 모으기 위함이다.

이제부터 수능공부도 시작하려면 교재가 필요한데, 교재 살 돈을 모아야겠지?

어젯밤 잠에 들기 전에 내가 지금의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 돈을 모을 수 있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알바? 이건 나이 때문에 안 되고……. 공병이나, 박스 줍기? 이건 들인 시간에 비해 벌리는 돈이 얼마 안 될 것 같고. 게다가 주변에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보기라도 한다면 엄마, 아빠 손가락질 할 일이잖아?

그리하여 생각한 것이 하나있었다. 바로 집안에서 일거리를 찾아 일을 하고 엄마, 아빠에게 용돈을 받는 것이다. 그것만 차곡차곡 모으면 교재 살 돈 정도는 되겠지?

그리고 오늘 아침에 할 것을 떠올렸다. 군 생활을 한 나에게 지금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구두닦이와, 와이셔츠 다리기.

내가 한창 군 생활 할 때는 전투화를 거울로 쓸 정도로 광을 내고, 전투복에 손만 데면 베어질 것 같은 줄을 잡아 고참 들한테 사랑 좀 받았었다.

그리고 이 기술을 가지고 용돈을 벌어야 겠다는 것이다.

엄마, 아빠가 일어나는 시간은 6시 30분. 그러니까 이제 1시간 30분이 남은 것이다. 난 조용히 자리에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옷장을 열어, 오늘 아빠가 출근할 때 입을 만한 와이셔츠 하나를 꺼내고, 다리미 하나를 꺼내 거실로 가져왔다.

그때부터 내 스킬이 발동 되는 것이다. 입 한 번도 안댄 칫솔과 수돗물이 담겨져 있는 물 잔을 가져와 칫솔에 물을 담그고, 그것을 와이셔츠 줄을 낼 자리에 쓱쓱 문질렀다. 그리고 따끈따끈하게 데워진 다리미로 줄을 잡기 시작했다.

눈금자까지 동원하여 칼 같은 줄을 잡았다.

내 손이 예전보다 작아져서 더욱더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고난이도의 작업에 내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 송글 맺었다.

그렇게 40분이 지났다. 드디어 와이셔츠 줄잡기 성공. 난 이것을 포개어 군대의 칼 각이 살아나게 개었다.

그리고 이번에 해야 할 것이 바로 구두광내기. 우선 신발장으로 향하여 아빠가 신고 갈 구두부터 선별했다.

그리고 발견한 검정색 구두.

광택도 없고 꼬질꼬질하게 생긴 것이 닦긴 닦아야 할 것 같다.

난 내 방으로 들어가, 옷장을 뒤적거려 앞으로 입지 않을 것 같은 메리야스 속옷 하나를 꺼냈다. 이게 구두 광내는 데는 특효약이지. 그것을 커터 칼을 이용해 손에 잡히기 좋은 크기로 조각냈다.

그리고 그것을 들고 신발장으로 향했다. 그럼 또 뭐가 필요하지? 아! 물도 필요하구나. 다리미하다 남은 물 잔도 신발장으로 옮기고, 말 그림이 그려져 있는 구두약도 준비했다.

“그럼 구두를 닦아 볼까? 근데 무슨 방법으로 닦지?”

난 잠시 자리에 앉아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 광을 할 것인가? 아니면 불 광을 할 것인가? 잠시 고민한 끝에 난 결심했다.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하자.”

불 광으로 선택했다. 난 거실 이곳저곳을 뒤적이며 라이터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찾아낸 라이터. 식당 이름과 전화번호가 쓰여 있는 평범한 라이터였다.

난 그것을 들고 신발장으로 가서 구두약의 뚜껑을 따고, 그 위를 불로 지졌다.

“활활 타올라라.”

구두약이 라이터 불과 맞닿으며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그리고 난 약간의 시간을 기다린 후에 입으로 후 불어 그 불을 꺼버렸다.

불이 꺼진 자리에는 고체상태의 구두약이 녹아 액체 상태로 바뀌어졌다. 고 농축된 구두약 인 것이다.

난 조각낸 메리야스를 오른손 검지와 중지에 돌돌 싸버리고 그것으로 구두약을 찍어 구두에 골고루 바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약을 바르고 슬슬 문질러 주고, 물도 바르고 슬슬 문질러 주고, 약 바르고 문지르고, 구두에 광이 날 때까지 똑같은 작업을 번갈아 가면서 했다. 이렇게 구두 한쪽에 25분씩 소요하여 두 짝을 완료시키는 데에 50분…….

해는 이미 뜨고, 구두의 광도 점점 반짝여졌다.

“동우야, 뭐해?”

그때 잠에서 깨어난 아빠가 신문을 가지러 나왔는지 현관으로 왔다. 마침 나도 구두에 광내는 작업을 완료하여 아빠를 보며 미소 지었다.

“구두 닦았어요!”

나는 아빠의 구두 두 짝을 들고 아빠에게 보여줬다.

그걸 본 아빠의 두 눈이 커졌다.

“이거 동우가 한 거야?”

“네에~”

어린이가 한 것이라 보기에는 구두의 광이 실로 어마해서 거울로 쓰기에 적합할 정도고, 파리가 앉으면 미끄러질 정도였다.

“이걸 동우가 어떻게?”

아빠가 이상하다 생각했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구두약과 라이터를 봤는지 입이 벌어졌다.

“불, 광? 동우 네가?”

난 구두를 바닥에 내려놓고, 아빠의 손을 잡아 거실로 재촉했다.

“또 있어요, 아빠!”

아빠는 순순히 내 손을 잡고, 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 와 줬다. 난 칼 각으로 개어진 와이셔츠를 보여주었다.

“와이셔츠도 다렸어요.”

아빠는 와이셔츠를 보고 또 놀랐다.

“칼 각……. 이건 마치 현역 군인이 한 것 같은…….”

아빠는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보았다. 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동우 참 기특하네…….”

그러다 문득 아빠는 내가 대견하다고 생각했는지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백 원짜리 동전 세 개를 꺼냈다.

“우리 동우 잘했으니까, 이걸로 치토스나 사 먹어라.”

삼백 원? 내가 겨우 삼백 원 벌자고, 1시간 30분을 뺑이 친 줄 아나? 이건 최저임금보다 못한 것 아니야?

난 정중히 거절했다.

“아버지. 혈육 관계 일수록 돈 계산은 철저하게 해야 하는 겁니다.”

“으응?”

초등학교 2학년이 내 뱉을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아빠는 당황했다.

“시세대로 해주세요.”

“시세대로? 시세가 얼마였지?”

아빠가 당황한 상태에서 구두닦이와 와이셔츠 다리는 값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머릿속이 백지상태가 되어버렸는지 머뭇거렸다.

“그럼 구두 천 원, 와이셔츠 천 원씩 이천 원 주세요.”

“으응. 그래.”

아빠는 순순히 바지주머니를 뒤적이다, 천 원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어 나에게 줬다.

“잠깐만요.”

난 2천원을 들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내 방에서 연습장을 대충 오리고 거기다가 내 이름을 적은 쪼가리 두 개를 만들어, 그것을 아빠에게 줬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 이건 쿠폰인데요, 10장 모으시면 구두닦이 아니면, 와이셔츠 다리는 것 1회 무료로 해드려요. 앞으로도 많은 이용 부탁합니다. 아빠.”

“으응, 그래…….”

아빠는 내가 준 쿠폰을 들고 잠시 그 자리에서 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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