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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숙한 아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공(工)
작품등록일 :
2012.11.18 23:15
최근연재일 :
2013.04.25 17:4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728,620
추천수 :
2,067
글자수 :
36,330

작성
12.11.06 18:36
조회
19,057
추천
46
글자
7쪽

조숙한 아이 - 6

DUMMY

학교 종이 울리고 하교시간이 되었다. 난 중간 중간에 있었던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애들 이름을 외우기 시작했고, 다행이 두 녀석을 건질 수 있었다. 이대건이랑 문재현.

이대건은 조금 까무잡잡한 얼굴에 날렵한 녀석이었는데, 아무래도 싸움을 좀 잘 할 것 같다. 문재현도 싸움은 좀 할 것 같은데 비쩍 마른 것이 이대건보다는 조금 후달릴 것 같다.

나야 뭐……. 싸움은 정말 못하고…….

하교시간이니 학교 앞에 여러 구멍가게에는 온갖 초딩들이 바글바글했다. 100원이면 살 수 있는 일명 ‘불량식품’을 사먹기 위한 애들의 움직임이 치열하다.

아폴로라는 빨대 안에 들어있는 과자를 들고 쪽쪽 빨아먹는 녀석도 있고, 페인트 모양의 사탕을 빨고 다니는 녀석도 있다.

어떤 뚱뚱한 녀석은 거금 300원을 들여 꼭 먹고 말겠다는 광고가 인상적인 ‘치토스’를 혼자서 우걱우걱 씹어 먹고 있다. 돼지 같은 녀석…….

그때 이대건이 그 뚱뚱한 녀석한테 다가갔다. 뭐 하려고 그러지? 과자 뺏어먹으려고 그러나?

“야!”

“응?”

덩치는 더 있는 녀석이 대건이가 말을 걸자 몸이 움츠러든다. 대건이가 학교에서 이름 좀 알려진 녀석이었나?

“야, 너 따조는 필요 없지?”

과자 뺏는 거 아니었어? 근데 따조가 뭐였지?

“으응. 여기.”

그리고 그 뚱뚱한 아이가 과자 안에서 꺼낸 것은 동그란 모양의 작은 플라스틱 딱지였다. 아! 따조! 이제 생각난다.

대건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그것을 들고 오더니 히죽 거렸다.

“좋아. 나중에 이걸로 한 판 쳐야지.”

따조를 가지고 따먹기를 했었지 아마? 그리고 이 녀석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난 돈이 있었나? 내 주머니를 열어보니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흘렀다. 그 녀석들이 들고 나온 것은 수박바 아이스크림 하나씩이었다. 야야……. 기왕에 사올 거면 불쌍한 친구를 위해서 나눠먹기 좋은 쌍쌍바나 더위사냥이 좋잖아……. 하다못해 쭈쭈바 꼭다리도 있고!

녀석들이 봉지를 뜯고 먹기 시작한다. 아, 나도 덥고 먹고 싶은데…….

“넌 안 사먹어?”

재현이가 물었다. 누군 먹기 싫어서 이러니? 돈이 없으니까 그렇지!

“으응……. 그게 말이지…….”

아아! 23년 인생을 살아온 내가 초딩이 먹는 아이스크림을 구걸해야 하는 건가? 하지만 이 녀석들은 내가 23년 산 것도 모르고, 나도 지금 초딩이잖아?

“나 한입만…….”

내 말이 무슨 금기시 되는 금어인양, 내 말 한 마디에 재현이는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수박바 한 입이 그렇게 심각한 고민이 되는 문제였던 것일까? 하긴 저 나이에 저거 하나 사먹으려면 꽤나 아끼고 아껴서 먹어야겠지.

“음…….”

근데 그거 한 입에 고민이 좀 기네……. 임마 차라리 주기 싫으면 아이스크림에 침을 발라라.

“너 혈액형이 뭐야?”

혈액형? 아이스크림 한 입에 뭔 혈액형?

“나? O형인데…….”

내 말을 듣더니 재현이는 표정까지 굳어지며 더욱더 망설이기 시작했다.

“난 A형인데.”

쉬발!! 아이스크림 한 입 주는 게 수혈하는 거랑 똑같냐!! 여기서 뭔 혈액형 타령이야!

“너 그거 몰라? O형은 만능이라서 아무 혈액형이랑 섞여도 상관없어.”

그래도 내가 재현이랑 싸우면 진다.

머리는 컸어도, 신체적으로 발육이 덜 된 내가 딸린 거다. 이럴 땐 잘 구슬리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내 말에 재현이는 또 한 번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재현이의 얼굴에서 굳은 결심을 한 표정이 나왔다.

“너 한 입 먹어.”

앗싸! 아이스크림 한 입 먹는다. 난 주저 없이 아이스크림 한 입을 베어 먹었다.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느낌……. 언제 먹어도 아이스크림은 맛있구나.

난 재현이 것에 머물지 않고 대건이꺼 까지 한 입 얻어먹었다. 이제야 속이 후련하다.

“근데 말이야……. 이 수박바 아이스크림에 수박씨가 진짜 수박씨면 어떨까? 뱉어 먹는 재미도 있고……. 이름하야 수박씨바…….”

난 기분이 좋아 유머하나를 날렸다. 근데 얘네들이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이해를 못한 건가?

“수박씨바라고……. 뭔 뜻인지 몰라? 수박……. 씨바!! 수박, 씨바!!”

난 뭐가 좋은지 키득키득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얘네들은 아직도 무표정이다. 이 시대에는 이런 유머가 통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아직 얘네들은 욕을 모르나?

아무튼 그렇게 하교를 하여 대건이의 집으로 놀러갔다. 집에 훼밀리 게임기가 있다고 같이 놀자는 뜻이었다. 이름하여 겜보이.

대건이의 집에 놀러가니까 그 애 엄마가 날 알아봤다. 아, 원래 아는 사이 였구나……. 근데 난 기억이 잘 안 나지?

대건이가 거실에 있는 TV 앞에 겜보이 게임기를 들고 와서, TV에 설치했다. 근데 이 게임들이 재미있나? 스타크래프트, 스폐셜포스, 리니지 같은 것만 하다가 이런 걸 하려니 적응이 안 될 것 같다.

재현이가 게임기에 팩을 넣었다. 그런데 실행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이게 왜 이러지?”

재현이가 게임기를 보며 갈등하는 사이.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대건이가 답답했는지 게임기 앞으로 나섰다.

“나와봐 병신아.”

뭐야? 이 놈들 욕 할 줄 알잖아? 근데 아깐 왜 수박씨바를 알아듣지 못한 거야?

대건이는 게임기에 꽂아져 있던 팩을 빼고, 팩을 뒤집어서 그 안에다가 바람을 불기 시작했다. 팩에 먼지가 끼어서 그런 거니? 그리고 다시 팩을 게임기에 넣자 게임이 실행되었다.

“오오~ 너 천잰데?”

우린 신이 나서 게임을 시작했다. 팩 안에는 여러종류의 미니 게임들이 들어있는데, 원더보이, 닌자, 슈퍼마리오, 갤러그, 서커스, 남극탐험(펭귄이 엄마 찾아 가는 내용인 것 같은데, 빙판길을 걸으며 물구덩이를 피하거나 뛰어서 넘어가는 게임) 아이스클라이머(얼음깨고 그 위로 올라가는 게임) 쿵푸 등등이 있었다.

그나마 내가 적응을 하면서 할 수 있는 게임은 테트리스 정도? 아무튼 우리들은 게임을 즐겼다.

겜보이는 2인용 게임기였으나, 우리들은 세 명이니 나름대로 공정한 룰을 가지고 게임을 즐겼다.

공평한 룰이란, 일단 겜보이가 대건이 것이니까 조이스틱 하나 잡고, 나머지 하나는 나와 재현이가 번갈아 가면서 즐기는 것이다. 나름 공평한 거다.

오랜만에 하는 게임이라 그런지 생각 외로 재미가 있다.

그렇게 우리들은 저녁이 다되도록 게임을 즐겼다.

야야! 이러다 수능공부는 언제하고 종자돈은 언제 모을래? 내가 생각해도 참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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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조숙한 아이 - 10 +5 12.11.06 17,421 50 8쪽
9 조숙한 아이 - 9 +12 12.11.06 17,200 54 8쪽
8 조숙한 아이 - 8 +6 12.11.06 17,222 46 7쪽
7 조숙한 아이 - 7 +13 12.11.06 18,226 49 8쪽
» 조숙한 아이 - 6 +6 12.11.06 19,058 46 7쪽
5 조숙한 아이 - 5 +12 12.11.06 20,114 48 8쪽
4 조숙한 아이 - 4 +10 12.11.06 20,502 44 7쪽
3 조숙한 아이 - 3 +22 12.11.06 21,617 51 7쪽
2 조숙한 아이 - 2 +25 12.11.06 24,217 5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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