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공의 아공간

조숙한 아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공(工)
작품등록일 :
2012.11.18 23:15
최근연재일 :
2013.04.25 17:4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728,615
추천수 :
2,067
글자수 :
36,330

작성
12.11.06 18:37
조회
17,199
추천
54
글자
8쪽

조숙한 아이 - 9

DUMMY

엄마, 아빠에게서 용돈을 모은 지 몇 달이 흘렀다. 아무래도 구두닦이와 와이셔츠 다리기로 교재를 마련하는데 부족해서 안마해주기(군시절 고참들에게 해줬던 스킬을 이용한!), 청소, 새차등 이것저것으로 야금야금 용돈을 모았고, 교재를 마련한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엄마, 아빠 앞에서 군것질을 하는 과감함도 보여주었다.

아마 “동우는 용돈 모아서, 과자만 사먹네.”라고 생각 할 지도 모른다.

하나, 하나 마련된 교재들을 가지고 기존 내 방안 책꽂이에 꽂혀 있던 위인전기라던 지, 동화책 같은 것에 교묘하게 끼워 놓았고, 평소에 공부를 하다가 엄마 아빠가 내 방에 들이닥치면 그세 위인전기 책을 읽는 척을 해주었다.

아직까지는 시간도 많으니 94년도에는 딱 중학교 과정만 제대로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공부를 하다가 지친 나는 방에서 나와 TV를 틀었다. 그리고 이곳저곳 채널을 돌렸지만, 이제 초저녁이 될 시간인지라 애들 취향의 방송만 하지 않았다.

아, 근데 나도 애들이 구나…….

별 생각 없이 채널 11번부터 6번까지 내리다가 6번에서 뭔가 호기심을 끄는 방송이 방영되고 있었다. 그건 바로 ‘달려라 코바’

“이게 뭐였더라?”

김예분씨가 나와서 하는 방송이었다. 단순한 만화프로그램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해서 계속 쳐다보다가 이 프로그램의 정체를 깨닫게 되었다.

“아! 전화기로 게임하는 프로그램이구나!”

난 서둘러 거실에 있던 무선 전화기를 잡고 TV앞에 앉았다. 컴퓨터 게임을 안 해본지 오래인데 이것이라도 해서 마음을 풀 생각이었다.

방송 하단에 전화번호가 뜨고, 난 미친 듯이 버튼을 눌렀다. 제발 걸려라! 제발 걸려라!

이게 전국으로 방송을 타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전화가 걸릴 확률은 로또에 맞는 확률만큼이나 적을 것이다. 근데 운이 좋게도 내가 걸려버렸다!

-여보세요?

TV화면에서 나오는 말이 그대로 수화기에서 들린다.

“예에, 여보세요?”

-달려라 코바를 진행하고 있는 예분누나에요, 친구 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예에, 전 태안국민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동우라고 합니다.”

-예, 동우군. 참 씩씩하네요.

그리고 몇 십 초 동안 쓸데없는 대화를 나눈 것 같았다. 그리고 대화 후에 게임이 시작되었다.

달려라 코바는 여러 게임이 있었는데, 그 중 내가 선택된 게임은 행글라이더를 타는 게임이었다. 행글라이더를 타면서 바위와 반대쪽에서 날아오는 장애물을 피하는 내용이고, 전화기 버튼마다 방향키가 지정 되어 있었다. 그것을 눌러 적절하게 피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자칭 게임 신인 내가 이까짓 게임 못 할 일이 없다. 반드시 게임을 클리어 하여 선물을 받아 내는 것이다!

드디어 코바가 워밍업을 하더니 날아들었다. 난 이리저리 방향키를 누르며 장애물들을 피했다. 뭐, 생각보다 껌인데?

하지만 내가 게임을 오랜만에 하는 것이라 그런지, 아니면 달려라 코바를 오랜만에 접해서 그런지 몰라도 결국 게임을 클리어 시키지 못하고 종료 되어 버렸다.

젠장! 잘 할 수 있었는데…….

그리고 난 달려라 코바가 끝날 때까지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아쉬웠다. 전화통화가 될 확률이 지극히 낮을 텐데 그 기회를 그렇게 날려버리다니…….

프로그램이 끝이 나자 난 내 방으로 들어가 공부를 계속하려 했다. 근데 갑자기 우리 집으로 어느 가족이 방문했다.

“동우오빠~”

그리고 웬 꼬마여자에게 나에게 달려 붙었다. 옌 또 누구야? 그 뒤로 남자 아이도 있었고, 걔네들의 부모님도 있었다.

“왔어?”

엄마가 그들의 방문을 환영해 주었다. 그리고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동우야, 선영이랑 진영이 데리고 방에 가서 놀아.”

그럼 여자에가 선영이고, 남자에가 진영인가? 아무튼 난 별로 그럴 생각도 없었는데, 이 녀석들이 먼저 내 방으로 달려갔다.

“네.”

나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이 녀석들이 말썽을 피웠다. 진영이란 녀석은 내 침대위에 올라가서 방방 뛰질 않나, 선영이는 내 책상위로 올라가서는 책꽂이의 책들을 전부 꺼내어 훑어보았다.

잠깐? 근데 그 책에는 내 교재가 있잖아!

“안돼! 선영아. 건들지 마!”

“응? 오빠 이건 뭐야?”

선영이가 기껏 내 수학교재를 찾아내서는 지면 하나를 펴 보였다. 거기에는 간단한 연립방정식이 쓰여 있었다.

“어, 그게……. 국민학교 2학년 때 배우는 산수야.”

선영이는 분명 나에게 오빠라고 했다. 그러니 아직 초등학교 2학년생이 아닐 것이다. 선영이는 내가 한 말에 이해를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다, 인상을 썼다.

“힝~ 나 국민학교 가기 싫어! 너무 어려워 보여.”

“아냐, 보기에 어려워 보여도 막상 배우면 쉬워.”

“아~ 그렇구나~”

선영이가 관심을 가지고 수학교재를 보다가 금방 싫증났는지 그것을 던져버렸다. 난 잽싸게 주어서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우리 소꿉놀이 하자!”

선영이가 말하자, 침대 위에서 뛰어 놀던 진영이가 아래로 내려왔다.

“나도 나도!”

아~ 피곤해. 얘네 들은 나랑 나이차도 별로 안 나는 것 같은데, 하는 짓이 왜 이리 어려보이냐!

“뭐가 있어야, 소꿉놀이를 하지.”

“있어! 밖에!”

그리고 선영이가 밖으로 나가서 가방 하나를 끌고 왔다. 그리고 그 가방을 열자, 소꿉놀이를 위한 장난감이 즐비했다.

“나 엄마 할래!”

“그럼 나는 애기!”

선영이가 외치자, 진영이가 따라 외쳤다. 그럼 남은 건 하나밖에 없잖아?

“후~ 알았어. 그럼 난 아빠.”

그리고 일사분란하게 선영이와 진영이가 소꿉놀이 장난감으로 세팅했다. 난 그 모습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시작!

“엄마 나 배고파! 밥 주세요.”

진영이가 자기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가야~ 아빠가 와야 밥을 먹지.”

그리고 둘 다 나를 쳐다보았다. 뭐야? 나보고 들어오란 뜻이야? 후~ 알았다.

“아~ 오늘도 힘든 하루였어.”

그리고 난 자리에 앉았다.

“여보~ 식사 준비했어요. 밥 먹어요.”

선영이의 말에 난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아니야. 난 외국 바이어들 접대 하느라 술에 떡이 되었어. 그만 자야겠어.”

넥타이 푸는 것 같은 모션을 취하고 자리에 누웠다. 소꿉놀이를 하느니 그냥 시체놀이를 하고 말지.

“여보~ 그래도 밥은 먹어야죠.”

내가 소꿉놀이에 비협조적이라 그랬는지 선영이가 이를 살짝 물었다.

“내가 좋아서 먹는 줄 알아? 다 당신과 아이를 먹여 살려야 하니까 싫은 술 억지로 먹는 거야!”

나도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마치 실제 가정의 모습을 보는 것 마냥 실감나게 연기를 했다. 근데 선영이가 인상을 썼다.

“오빠! 재미없어. 소꿉놀이인데, 진짜 부부처럼 해야지. 다정하게.”

이게 진짜가 아니면 어떤 게 진짜란 거지? 근데 다정하게란 말이지?

“엄마, 아빠 배고파요~ 밥 먹어요.”

“야, 시간 늦었으니까 넌 처 자!”

내가 또 버럭 소리를 지르니까 진영이가 알아서 누워버렸다. 그리고 난 선영이를 다정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자~ 여보 우리도 자야지.”

난 선영이의 어깨를 잡고 자리에 눕혀 버렸다. 선영이는 영문도 모른 채 힘이 가는 데로 눕다가,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다시 일어났다.

“여보! 왜이래요?”

“어허! 지아비가 눕자는데 누워야지!”

그리고 다시 눕혔다. 근데 요 기집에가 다시 일어났다.

“왜 이러냐니까?”

“우리 애기 둘째도 만들어야 할 것 아냐.”

그리고 다시 선영이를 눕혔다. 이번에는 열이 끝까지 받쳤는지 선영이가 아예 일어나버렸다.

“이씨~ 왜 자꾸 눕제? 나 이제 오빠랑 안 놀아!”

그리고 선영이는 내 방에서 나가버렸다. 난 시선을 아래로 내려 여전히 자리에 누워있는 진영이를 쳐다보았다. 진영이는 눈치를 보며 나갈까, 말까 고민하는 것 같았다.

“야, 넌 안 나가냐?”

“응!”

그리고 진영이도 방에서 나갔다. 이제 방안에는 나 밖에 없다.

“골칫거리들 쫒아냈으니 슬슬 공부를 시작할까?”

난 책상 위에 올라가 공부를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조숙한 아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녕하세요 GM공, 공_, 공(工)입니다 +19 12.11.06 28,970 19 -
13 조숙한 아이가 이북으로 나왔습니다. +2 13.04.25 1,881 4 1쪽
12 그 동안 잠수타서 죄송합니다 +16 13.01.10 4,125 12 1쪽
11 조숙한 아이 - 11 +18 12.11.07 17,698 44 9쪽
10 조숙한 아이 - 10 +5 12.11.06 17,420 50 8쪽
» 조숙한 아이 - 9 +12 12.11.06 17,200 54 8쪽
8 조숙한 아이 - 8 +6 12.11.06 17,222 46 7쪽
7 조숙한 아이 - 7 +13 12.11.06 18,226 49 8쪽
6 조숙한 아이 - 6 +6 12.11.06 19,057 46 7쪽
5 조숙한 아이 - 5 +12 12.11.06 20,114 48 8쪽
4 조숙한 아이 - 4 +10 12.11.06 20,502 44 7쪽
3 조숙한 아이 - 3 +22 12.11.06 21,617 51 7쪽
2 조숙한 아이 - 2 +25 12.11.06 24,216 59 8쪽
1 조숙한 아이 - 1 +23 12.11.06 31,606 58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