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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후작 아들이 너무 아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작뚜
그림/삽화
잘개
작품등록일 :
2021.07.27 14:04
최근연재일 :
2021.10.30 18:3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132,875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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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25,895

작성
21.10.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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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외전 1화

DUMMY

외전 1화


사실 진작에 알고 있었다.

이 세계에 그가 했던 ‘파이오니아’ 게임처럼 엔딩이 있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때문에 프라이드를 죽였을 때.


[악마-프라이드가 처치되었습니다.]라던가,

[1포인트가 지급됩니다.]와 같은.


단 두 줄의 시스템 알림만 떴을 뿐.

게임에서처럼 바로 에필로그로 넘어가지 않은 건 그렇다 쳐도.

일주일 후 청문회가 열릴 때까지 엔딩 크레딧 비스무리한 것 하나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해.

수한은 ‘김수한’으로 살았던 자신이 어떻게 된 것일까 잠시 고민했을 뿐.

이 현실에 크게 낙담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낙담할 거리가 없기도 하고.’


가족과 친지에 더해, 연인이나 친구도 없었으니까.

물론 회사를 다니긴 했으니 얼굴을 아는 사이야 상당히 많았지만.

수한은 동기 중 한두 명씩은 꼭 있는 대단한 녀석들처럼,

회식자리 한 번 나가고 상사와 호형호제를 할 정도로 친화력이 많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파이오니아에 더 빠져든 것이고.

때문에.

수한은 오히려 지금 자신의 모습이 더 본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마치 원래 자리를 찾은 것처럼.


다만 문제라면 게임에서의 엔딩이 지난 이후에 대해선 에필로그를 통해 간략하게만 알고 있었고,

그마저도 본래 시나리오와 현실이 많이 틀어져버렸기 때문에.

그가 예상한 일과는 다른 일들이 생기는 것에 대해 수한, 아니, 리안은 적잖은 당혹감을 느끼는 일이 많아졌다.

지금처럼.


“..제가 왜요?”


그래도 아버지인 데힐에게 이렇게까지 대놓고 싫어하는 티를 낸 적은 거의 없었지만.

이번엔 도저히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왜냐니, 너도 나이가 있으니 슬슬 신붓감을 찾아봐야지. 나도 빨리 손주를 보고 싶고 말이다.”


있지도 않은 며느리한테 손주를 바라다니.


그 모습에 리안의 표정이 더 구겨지는 동안.

이 사태의 시발점이 통신구를 통해 연락했다.


“라이어스 ‘공작’. 내 전갈은 잘 받았나?”

“예, 폐하. 당장 리안에게도 알리고 있었습니다. 이번 파티엔 특히 타국의 주요 인사들도 온다고 하니 리안도 이번만큼은 훈련 핑계를 대지 않고 꼭 참석하겠다고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언제..!”

“그럼 안 갈 것이냐?”

“...”

‘처음 파티에 대해 말할 땐 분명 저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말이지.’


다만 그렇다고 데힐의 말대로 주요 인사들도 오는 이번 파티에 안 갈 수도 없는 일이지 않나.

특히 악마와 흑마법사들을 잡은 공로로 최근 공작의 지위에 오른 라이어스가의 입지를 생각하면 더더욱 말이다.


때문에 리안은 실렌이 듣지 못할 정도로만 한숨을 깊게 내쉬다가 결국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 모습에 데힐이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는 실렌과 담소를 이어나갔다.


‘..억지로 보낸다고 뭐가 극적으로 바뀌진 않을 텐데.’


그 미소에 왠지 꿍꿍이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의 생각대로, 파티에 참여하는데다가 데힐의 꿍꿍이에 그대로 걸려든다 해도.

무언가가 바뀔 리는 없을 터였다.




한 달 뒤 이스터 왕궁.

옷을 새로 맞춰야 한다는 둥, 뭘 자꾸 새로 준비해야한다고 달려드는 모든 집안 식구들의 이야기는 간신히 다 물리치고.

리안은 천만다행이라 해야 할지, 본인의 고집을 관철시킨 덕분이라 해야 할지.

라이어스 가문의 기사단 정복에 조금 손을 대는 것을 끝으로 왕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리안-! 하하, 실버 백작이 자네라면 또 훈련이든 뭐든 할 거라며 오지 않을 거라고 한 바람에 조금 걱정을 하고 있던 차였는데.”

‘표정 보니까 오히려 그웬 본인이 그런 이유로 안 오고 싶었던 것 같은데.’


텔레포트 마법진에서 라이어스 가문의 파티 참석자들을 기다리고 있던 에일러스가 먼저 살갑게 리안과 데힐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 뒤로.

파티에 맞춰 드레스를 입는 대신 자신과 마찬가지로 실버가의 기사단 정복을 입은 그웬을 본 리안이 피식 웃었는데,

당연하지만 그와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한 사람이 이 왕궁에 적어도 한명은 있는 것 같아 그런 것이었다.


“흠.. 설마 이번 파티의 드레스 코드가 제복인 것은 아니겠지? 실버 백작도 그렇고.. 어째서 자네까지 그렇게 입은 것인가?”

“애초에 오고 싶었던 것도..”

“말도 마십시오. 제가 이 날만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 아들놈은 아비 마음도 모르고 끝까지 이렇게 입지 않으면 파티 참석은커녕 왕궁에 눈도 두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말입니다.”

“아직 저녁까진 시간 여유가 있으니 갈아입으면 되지 않겠나. 자, 어서 가지. 나와 체형은 비슷하니 내가 여분으로 챙겨온 옷을 입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고 말이야.”

‘어, 이건 예상 못했는데.’


이번 파티의 명목이 ‘대륙의 안전과 평화를 쟁취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라는 것인 만큼 에일러스가 올 건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설마 이런 변화구가 들어올 줄 누가 예상했겠나.

보통 귀족의 파티복은 맞춤으로 제작되는 만큼 남에게 빌려주는 일 자체가 드문 일이었으니 말이다.


“호의엔 감사드리지만 그럴 순 없습니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좋게 거절하는 다른 허례허식이나 관용구로 점철된 문장들이 빠르게 지나가긴 했으나.

어째 지금 확실하게 거절해두지 않으면 상황에 떠밀려 더한 일이 생길 것만 같다는 직감에.

리안은 직접적으로 필요 없다고 잘라버렸고,

그 모습에 에일러스가 필요 이상으로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닌가.


“어.. 하지만 그러면..”


평소 그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더 밀어붙이거나 그냥 쿨하게 넘길 것이라 예상했기에.

리안은 갈피를 잃고 헤매는 듯 눈알을 굴리는 에일러스를 의아하게 쳐다볼 수밖에 없었고,

그 스스로도 이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크흠,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음.. 일이 있어서 말이야. 이만 가보겠네.”


그러더니 에일러스는 갑자기 데힐에게 눈짓을 하더니 자리를 피하는 게 아닌가.


‘뭐야. 둘이 뭐 꾸미고 있는 건가?’


누가 봐도 꿍꿍이가 있는 게 확실해 보이는 모습에.

리안은 벌써 저만치 걸어 가버린 에일러스대신 데힐을 쳐다보았는데.


“왜 그러느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능청스럽게 넘기는 데힐을 무턱대고 추궁할 수도 없어서.

리안은 일단 모르는 척 의심의 눈초리를 거뒀다.

대신.


“제가 백작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말입니다. 아버지 먼저 폐하께 가보십시오.”

“엇, 같이 안 가는 것이냐?”

“예.”

“그건.. 음..”

“꼭 같이 가야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


작게 이러면 안 된다고 중얼거리는 데힐의 목소리는 안 들린 척 하고.

리안은 그의 꿍꿍이를 피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진심이 반쯤 섞인 미소를 지어보였는데,

그 모습에 데힐은 파티에 꼭 오라는 당부만 남기고 일단 멀어져갔다.


“..진짜 할 말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정말 있습니다.”


그러면서 리안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간이 텔레포트가 그려진 종이를 품에서 꺼내보였고.

그 정체를 확인한 그웬의 눈이 조금 커졌다.


“한 달 전만 해도 이럴 용도로 가지고 다니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게 있으면 굳이 아버지나 폐하의 허락이 없어도 제 집까지는 바로 텔레포트가 가능합니다.”

“아, 혹시 같이 가자고 하시는 겁니까?”

“백작님도 파티는 그닥 달가워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그웬이 본인의 제안에 혹하고 있다는 것은.

하지만.


“..그래도, 기회는 줘야하지 않겠습니까.”


그웬이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젓는 게 아닌가.


“기회라니, 설마 제 아버지에게 기회를 줘야한다는 말씀은 아닌 것 같고. 누구 얘기를 하시는 겁니까?”

“놀라게 하겠다면서 엄청 기대하시던데 제가 알려드린 걸 알면 에일러스님이 달가워하진 않을 텐데.. 어쩌면 학을 뗄 지도..”


망설이던 그웬은, 그러면 오히려 자신이 바라는 것 아니냐며 문득 중얼거리더니 한결 편해진 얼굴로 리안에게 물었다.


“항상 같이 다니는 그 실력 좋은 기사 말입니다.”

“아, 라나 얘기를 하는 거라면 이 파티는 귀족만 참석할 수 있다고 해서 오지 않았습니다.”

“아뇨, 올 수 있습니다.”

“..예?”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뒤로 사람의 얼굴만 봐도 대략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대략 유추해낼 수 있는 리안이었지만.

지금 그웬이 하는 말은 논외였다.

그도 그럴 것이, 라나가 아버지처럼 따르는 빌레이크야 엄밀히 말하면 라슈드의 공작이긴 했으나.

라나는 조금 궤를 달리 하는 인물이 아닌가.

사람들의 시체 속에서 처음 깨어나, 어쩌면 놈들과 무슨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는 인물.


‘라나의 아버지가 빌레이크 공작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말하는 건가? 아니, 뭣보다 라나의 정체에 대해선 그웬이 알 리가 없는데?’


그런데 갑자기 파티에 올 수 있다며 라나가 마치 귀족인 것처럼 말하다니.

물론 라나가 귀족이든, 놈들과 연관이 있는 누군가이든.

지금 리안에겐 그저 라나는 라나이기에 무슨 상관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웬이 라나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다면 그 정보의 출처에 대해선 알아봐야할 필요성이 있었다.


‘..아무래도 에일러스겠지만.’


그웬의 근처에 라슈드와 관련이 있는 인물은 에일러스가 유일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라나의 풀네임이 라나 빌레이크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참석할 수 있는 것이고 말입니다. 물론 라슈드 내에서 빌레이크의 입지가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은 에일러스님이 어떻게든 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하시더군요.”


에일러스와 친분이 생긴 이상 언젠가 라이어스 영지 내의 빌레이크에 대해 들킬 것은 알고 있었지만.

빌레이크가 라나에 대해 자신의 딸이라고 알린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아버지도 뭔가 아는 눈치였지.’


아무래도 데힐도 같이 참여한 무슨 수작인 건 분명해 보이는 상황.


“..백작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진 알겠습니다. 라나에 대해선 진작에 알고 있는 사항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게 어째서 ‘기회’라는 겁니까?”

“그건..”


무언가 있기는 한 듯 입을 달싹이는 그웬이었으나.

이내 그녀는 인상을 미비하게 구기더니 고심하는 표정을 짓다가 아예 고개를 저어버렸다.


“그것만큼은 파티에 참석해야 알 수 있는 사항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습니다.”

“제가 왜 파티에 가기 싫은지는 잘 아시지 않습니까. 백작님도 마찬가지이시면서 말입니다.”


단호한 모습에 리안이 그녀와 자신의 상황을 언급했지만.

혼기가 찬 그들이 파티장에서 얼마나 시달릴 지는 그웬이 말한 ‘기회’라는 것보단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다만.


“그래도 이정도면 정말 많이 알려드린 겁니다.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놀라서 말문이 막힐 일도 없을 것 같고 말이죠.”


그웬의 혼잣말에 가까운 뒷말 때문에.

리안은 자신이 놀랄 정도의 일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고.

물론 그걸 안다는 게 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를 일이었으나.

그렇다고 계속 물어도 알려주지 않는 그웬을 계속 붙잡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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