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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후작 아들이 너무 아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작뚜
그림/삽화
잘개
작품등록일 :
2021.07.27 14:04
최근연재일 :
2021.10.30 18:3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133,553
추천수 :
2,627
글자수 :
625,895

작성
21.10.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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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2화

DUMMY

102화


땡-


동시에 수한 일행을 제외한 식당의 모두가 양 손을 맞잡고 미소를 지은 채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이 낮에 잔디밭에 앉아 기도를 하던 기이한 모습을 떠올리게 했지만.

그들은 그때 루크처럼 큰 소리로 의문을 표하는 대신,

이번엔 옆과 앞사람의 모습을 곧잘 따라했다.

그러다가.


수한은 수프를 떠서 먹기 직전 넬이 음식을 먹고 기절해 라슈드까지 옮겨졌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멈칫했지만.


‘낮에 기도하던 사람들도 여기 있잖아. 넬 때처럼 음식을 먹이자마자 제물로 보내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오히려 의심스럽다면 예배당의 짙은 마나가 더 의심스러웠기에.

수한은 혹시 몰라 적게 뜨긴 하고, 일단 의심을 피하기 위해 수프를 입에 넣었다.


땡-


한 시간 뒤.

식사시간이 종료되었다며 헬렌이 종을 쳤고.

그들은 식당에 들어온 순서와 반대로 줄지어 나가,

나오면 안 된다는 경고와 같이 방에 갇혔다.


“..넬이라 그랬나? 그 사람이 자기는 음식 먹자마자 기절했다고 해서 불안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닌 것 같다.”


들어오자마자 걸려온 연락을 받으니 라나가 말했고.

수한은 자신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대답했다.


“이번엔 아무 일 없이 넘어가서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내일 아침도 방금처럼 운에 맡겨서 넘어갈 수는 없..”


똑똑-


그때 갑자기 들린 노크소리에 수한은 퍼뜩 놀라긴 했으나,

이내 통신구 너머의 라나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대답했다.


“누구십니까?”

“...”


그게 통신구를 켜놓을 테니 수한과 정체 모를 방문자의 얘기를 몰래 들으라는 얘기임을 눈치 빠르게 잡아낸 라나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대신 문 밖에서 누군지 바로 알 수 있는 나른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헬렌입니다.”


대체 사제가 갑자기 왜 온 건지는 모를 일이지만.

수한은 일단 문 쪽으로 다가가며 통신구를 품속에 집어넣었고,

이어 문을 열어도 된다고 말했다.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너무 경계하지는 마십시오. 잠시 할 이야기가 있어 온 것이니.”


그리고 헬렌은 눈짓으로 수한의 방 안쪽을 가리켰는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 예.”

“그렇게 경계하실 필요는..”


쿵!


방에 들어와 직접 문을 닫자마자.

헬렌이 눈매를 부드럽게 휘며 예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가늘어져서 잘 보이지 않는 헬렌의 눈동자는 수한의 가슴께, 정확히는 켜져 있는 통신구가 있는 쪽을 향했다.


‘마나의 흐름이 있으면 다 보이는 것을.. 의심하는 걸 보니 요즘 성가시게 군다는 이스터쪽 사람인가? 그래도 내 존재나 능력에 대해선 모르는 것 같네.’


알았으면 통신구를 키고 자신과 얘기한다는, 이런 통하지도 않을 작전을 짜지도 않았을 테니.


상대가 자신의 정체를 모른다는 것은 호재임에 분명하기에 입 꼬리가 더 올라가려 했으나.

헬렌은 다시 의식적으로 표정을 가다듬고는 말을 이었다.


“적응은 잘 하고 계십니까?”

“예. 덕분에 맛있는 밥도 먹고, 지붕도 있는 곳에서 안전하게 잘 수 있으니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모릅니다.”

“여러분들의 그런 말씀을 듣는 낙으로 하는 일이니, 벌써 마음이 벅차오르네요. 참, 이런 말을 하려고 온 게 아닌데.”


그때 헬렌이 자신의 두 손바닥을 짝, 치고는 말했다.


“내일부터 있을 예배 때문에 왔습니다. 오늘 새로 들어오신 분들의 방에 들어가신 신도분들은 벌써 얘기를 시작했을 테니 저도 빨리 해야겠네요.”

“예배하는 데 뭐 특이한 거라도 있는 겁니까?”

“경건하고, 열린 마음이 필요하죠.”


경건이야 둘째치고.

적진에 들어온 수한 입장에선 절대 마음을 열리가 없지만.

그렇다고 당연히 본심을 나불거릴 리도 없는 수한이 노력하겠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자.

헬렌이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분명 들어오신 분들 중 가장 먼저 독립해서 나가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예.”


이곳에서의 ‘독립’이란 악마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것이라는 것을 수한도 알고,

헬렌도 알았지만.

둘 다 옅은 미소만 지을 뿐, 본심을 드러내는 자는 없었다.


“그러니 내일 예배 시간 때 가장 앞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간 오랜 바깥 생활로 지치셨을 테니,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럼 안녕히ㄱ..”

“참.”


그때 나가려던 헬렌이 몸을 돌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물었다.


“정말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거지만, 법황청 내에 무기 반입은 금지되어 있답니다. 혹시..”

“없습니다.”

“아,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간혹 호신용으로 단도같이 작은 무기를 들고 다니던 분이 그대로 들고 들어오시는 경우가 있어서요.”

“아아..”


당장 다리에 감아 감춰 들고 온 단도가 생각났지만.

수한은 뻔뻔하게 그런 것은 없다고 재차 대답했고,

헬렌은 그제야 밖으로 나갔다.


‘..알고 물어보는 건가?’


그게 아니면 독립이 빠를 거라던가,

단도 얘기를 굳이 한 이유가 뭘까.


‘그리고 일부러 앞에 세우겠다면서 독립이 빠를 거라는 건, 앞쪽에 선 사람 순대로 제물로 보낸다는 얘기 같은데.’


그러니까.

이곳에 오래 지내면서 정보를 캐내기엔 시간제한이 걸려있다는 걸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다음날.

예배당에 어제 식당에 갔을 때처럼 줄을 서서 천천히 들어가는데.


“어제 얘기했지만, 전부 줄이 바뀔 거다.”

“들었습니다.”


그의 뒤에 선 위스텔이 넌지시 알렸고.

그 말에 수한이 눈살을 저도 모르게 찌푸리다가 이내 다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사실 어제 수한의 방에 헬렌이 찾아왔던 것처럼 라나와 루크, 위스텔의 방에도 신도나 사제가 찾아와 수한처럼 예배에 대해 말을 했는데,

수한이 맨 앞으로 가는 것처럼.

다른 이들도 전부 줄의 순서가 바뀐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방에 있을 땐 통신구를 통해 말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떼어놓을 생각인 게 뻔한데.’


때문에 그들은 어제 밤에 이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한 상태였고,

곧 이어 헬렌이 다가와 수한에게 말했다.


“저를 따라오세요.”

“예.”


그리고 한 가지 더 나눈 이야기는.


‘실렌이 보낸 기사들 중에 아직 밖에 있는 사람들이 검을 조달해준다고 했는데..’


수한이 헬렌의 뒤를 따라 점점 줄의 앞으로 향하며 창을 통해 밖을 흘깃 보았는데,

그 너머에 법황청을 감싸고 있는 높은 담벼락이 보였다.


‘어떻게 준다는지를 모르겠네.’


설마 밤에 저 담벼락을 넘어서 주고 간다는 건 아닐 거다.

밤엔 그들이 전부 방에 갇혀있는 데다가,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방 밖에 표시를 해놔도 나갈 수가 없으니 무용지물이지. 근처에 숨겨 놓는 것도 티나게 숨길 수도 없는 일이고.’


물론 단도가 있으니 문을 따고 나가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다시 잠그는 게 문제다.


‘..물론 일단은 내가 사는 게 급선무지만.’


수한은 헬렌이 예배당 안까지 들어와 이곳에 서라고 하며 가리킨 곳을 보고는 가능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는 들어가서 섰는데,

그곳은 첫줄에서도 첫 번째 자리였다.


‘내가 아는 건 일주일에 50명. 일주일마다 50명을 앞부터 골라서 보내는 거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늦어도 당장 다음 제물을 보내는 날짜에 그가 보내질 것이다.


‘일단 예배를 어떻게 하는지 까지만 보고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겠네.’


정보를 알아내겠다고 목숨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니까.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전부 들어왔을 때.

수한은 그의 앞에 있는 단상을 올려다봤는데,

잠시 후 올라온 한 노인은 수한이 게임을 했을 때 봤던 교황과 같은 인물이었다.


[교황을 최초로 보았습니다.]

[교황의 정신이 파괴되어있습니다. 포인트가 지급되지 않습니다.]


“..!”


흑마법사들이 법황청을 장악했으니 무언가 문제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설마 정신이 파괴됐다는 문구가 나올 줄이야.


‘정신 쪽이면 역시 그리드야.’


그런데 교황의 정신까지 파괴시켰다면서 어째서 그리드가 직접 교황이 되지 않았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그리드 성격상 무조건 다 가지려고 하면서 어떻게든 높은 자리에 앉으려고 할 텐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혹시 게임처럼 성장이 느려서 아직 교황까지는 되지 못한 건가?

그렇다면..


‘아직 그리드가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얘기일 수도 있어.’


그리고.

교황이 그리드가 아니라는 것은,


‘사제나 신도.. 아니, 정신을 파괴시킬 정도야. 최소 사제. 이 안에 있다.’


수한은 자신의 추측이 맞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가 아는 사제는 헬렌이 유일했기에.

반사적으로 헬렌을 찾아 눈을 굴렸는데,

헬렌이 교황의 뒤에 서서 어제 식당에서 쳤던 종을 들고 있는 것은 금방 찾았으나.


수한과 눈이 마주친 헬렌은.

입 꼬리를 끔찍할 정도로 위로 올린 채,


땡-


종을 울렸다.


“..ㄹ니 우리 모두 신실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신의 말씀을 담고 그 분의 말씀을 전파해야합니다.”

“전파해야합니다.”

“우리 모두는 그분의 종이며, 그것에 감사해야합니다.”

“감사해야합니다.”


귀를 통해 머릿속까지 강압적으로 때리는 소리에.

수한은 귀를 막기 위해 두 손을 들었으나.

손은 자신의 얼굴 앞에 멈춰 귀까지 다가가지 못했고,

반사적으로 얼굴이 구겨졌다고 생각했으나.

그 얼굴은 겉으로 보기엔 제대로 찡그려지지 못해 얼핏 보면 웃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지금 들리고 있는 저 말들처럼 그도 저 말에 복창해야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왜? 하고 싶지 않아.’


수한은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 어떻게든 정신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건 자다가 가위에 눌렸을 때 그걸 벗어나기 위해 손가락이라도 움직이려고 부들거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이내 수한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손가락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을 때.


“..!”


그는 자신의 코앞에 와서 하마마냥 거대한 입을 쩍 벌리고 있는 헬렌을 목도했다.


“으아아!”


그간 수한은 촉수 형태의 글러트니나 돌멩이와 같은 슬로스, 흉포한 미노타우루스인 라스 등.

여러 괴물 같은 악마를 처치해왔지만.

코앞에서 상어이빨처럼 여러 줄의 형태로 이빨이 빼곡히 박힌 이런 괴물을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꺼져!”


거대하게 부푼 헬렌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한은 정강이에 감아둔 단도를 잡아 검기를 씌우고, 헬렌의 손가락을 잘라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투둑!


어떤 원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수한의 몸을 한 손에 잡을 정도로 크게 부풀었던 헬렌의 손가락은 수한이 잘라내자마자 사람의 것처럼 작게 줄어들어 단상에 떨어졌고,

동시에.


“나, 나는 그동안 뭘 하고..”

“으아아아! 저, 저게 뭐야!”

“비켜!”

“도련님!”


수한이 그녀의 세뇌에서 벗어난 것이 무슨 트리거라도 되는 건지.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괴성을 질러대면서,

예배당은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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