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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후작 아들이 너무 아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작뚜
그림/삽화
잘개
작품등록일 :
2021.07.27 14:04
최근연재일 :
2021.10.30 18:3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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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555
추천수 :
2,627
글자수 :
625,895

작성
21.10.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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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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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00화

DUMMY

100화


다음날 점심.

북적거리는 법황청 앞에는 노숙자들이 가득 몰려들어 있었다.


“비켜! 내가 먼저..!”

“넉넉하게 준비했으니 굳이 먼저 받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하하, 아, 예.”


스프와 빵을 나눠주는 자원봉사자 신도들이 말하자 배식을 받으려는 사람이 다투지 않고 뒤로 가서 줄을 섰고,

수한은 넬과 함께 도착해서 멀찍이 그 모습을 지켜보며 주변을 훑고 있었다.


“뭐 찾으시는 거 있으십니까?”

“내 일행.”

“일행분과 같이 오셨던 거였습니까?”

“도련ㄴ.. 으악!”


그때 수한을 발견한 루크가 손을 들고 흔들다가 옆에 있던 위스텔에게 팔꿈치로 옆구리를 찔렸고,

위스텔이 옆구리를 슬슬 문지르는 루크와 같이 다가왔다.


“라나는?”

“아직 안 온 것 같습니다.”

“일단 줄 서고 얘기하지.”


위스텔의 말에 일행은 대충 가장 가까운 줄에 섰고,

혹시 주변에 엿듣는 사람은 없는지 확인하다가.

그가 먼저 지난밤에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숙식 제공을 빌미로 이들을 불러 모은 건 사실인 것 같더군. 혹시 쓸 만한 정보를 얻은 사람 있나?”

“코어를 개방한 자들을 우선적으로 데려가는 것 같습니다.”

“아, 그 얘긴 저도 들었습니다. 대부분이 그 이야기뿐이더군요.”

“그 와중에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 들통 날 뻔할 걸 구했지.”

“..죄송합니다.”

“사과할 필요는 없네. 누구든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있지 않겠나.”


위스텔이 좋게 넘어가긴 했지만.

수한은 순간 루크가 연기를 전혀 못한다는 것을 상기해내곤 이마를 짚었다.


‘잠입은 절대 못 한다는 거잖아. 차라리 같이 안 오는 게 나았을 지도.’

“그리고 워낙 특이한 자들이 많아 그렇게 눈에 띄지도 않았어.”


위스텔이 웃음을 참기 힘들었는지 조금 큭큭거렸고,

미안해하던 루크도 그 말에 뭔가 떠오르는 게 있는지 입가가 순간 위로 향했으나.


“크흠, 어쨌든. 혹시 다른 정보는 없었습니까?”

“딱히. 일단 법황청에 잠입해서 알아보는 게..”


그때 수한 일행이 우루루 서 있어 아무도 서지 않았던 길어진 줄의 맨 끝에 누군가가 바짝 붙어 섰는데,


“다들 큰 이상은 없어 보여 다행이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으레 사용하던 망토를 더욱 꽁꽁 싸매 완전히 모습을 가린 라나가 말하자.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정체를 알아챈 일행이 긴장했던 표정을 조금 풀었다.


“쓸 만한 정보가 있었나?”


그에 수한이 코어를 개방한 자들을 우선 데려가는 것 같다는 것 말고는 없었다고 하자.

뒤에서 라나가 조금 난처한 듯 머뭇거리다 말했는데,


“일이 좀.. 생겨서 말인데, 만일 오늘 못 들어간다면 조금 곤란하게 될 수도 있다.”

“무슨 말이야?”

“싸움이 있었거든.”


라나가 슬쩍 오른쪽을 가리켰는데,

거기에도 마찬가지로 길게 줄이 늘어져 있었고, 그 끝에는.


“어이! 점심 먹고 보자고?”

“야, 야. 너무 겁주지 마. 도망이라도 치면 어쩌려고 그래?”

“어제도 엄청 도망 다녀서 못 잡았다고.”


한 패거리로 보이는 노숙자들이 때가 잔뜩 낀 옷을 펄럭이며 라나에게 팔을 높이 들어 소리 지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큰일은 아니다. 내가 불한당 한 명을 손쉽게 제압하는 걸 보더니 자기 패거리로 들어오라고 하길래 거절하느라 좀 피해서 저러는 것이니.”

“근데 네가 도망을 쳤다는 건..”


라나가 메리센과 텔레나에서 협박하던 걸 생각하면 도망을 쳤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아 물어보니.


“그때는 잠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지 않았나. 저 패거리는 꽤 규모가 있는데, 대판 싸웠다간 놈들에게 정보가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나는 작전에 걸림돌이 될 생각은 없어.”


라나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수한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코어를 개방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려주려면 싸움만한 게 없기는 하잖아.”

“설마..

“도련님, 설마 싸우기라도 하시겠다는 건 아니시죠?”


위스텔과 루크의 말에 더해 라나까지 의아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곤 그를 쳐다보는데.

수한은 패거리에 있는 이들 중 둘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맞네.’


어제 넬을 밀쳤던 그 창고에 있던 둘이다.


솔직히 그 자체로 수한이 저 둘에게 악감정을 가져서 이러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거기에 더해 라나까지 함부로 대했다는 말을 들으니 그들에게 동정의 여지가 없어서 이러는 것이지.


확인도 끝난 차에 수한이 서서히 다가가자.

녀석들이 갑자기 성큼성큼 다가오는 수한을 보곤 잠시 움찔했다가,

이내 잘 씻지 못해 얼룩덜룩한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이 놈 봐라?”

“같이 얘기하는 거 보니까 쟤랑 친한 것 같은데, 우리 그룹에 들어오고 싶어서 이러는 거냐?”

“너 말고 가서 쟤나 데려와. 그럼 너도 우리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여 줄 수도..”

“필요 없어.”


수한은 아이스를 시전하고는 그 손으로 그대로 자신에게 가장 가까이 있던 남자의 어깨를 잡았는데,


쩌저적..!


“으아악! 뭐, 뭐야?!”


자신의 어깨가 시시각각으로 얼어붙는 걸 정면에서 본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물러나 어깨에 붙은 얼음결정을 떼어내는 동안.

수한은 자신의 손바닥을 이들에게 들어보였는데,

그곳에 얼음이 서리처럼 낀 것을 확인하자마자.


“이놈 마법사야!”

“괘, 괜찮아! 이 놈 손에 닿지만 않으면 되는 것 같다고!”

“그럼 니가 싸우던가, 이 멍청아!”


같이 다니긴 하지만 의리라곤 없는 것인지 녀석들은 괜찮다고 한 사람을 수한 쪽으로 밀고 도망을 쳤고,

수한이 엉겁결에 넘어질 뻔한 그 남자의 팔을 잡아 얼리기 시작하자.


“으아아! 자, 잘못했어!”


쩌적..


서서히 팔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하는 얼음을 보고 남자는 점점 사색이 되어 발버둥 쳤는데,


“그만해! 잘못했다니까!”


그렇다고 단련한 수한을 힘으로 떨칠 수도 없었기에.

남자는 이대로 얼음 동상이 되어버릴 것이라고 생각이라도 한 건지 어깨 가까이까지 올라온 얼음을 다른 손으로 뜯어내기 시작했지만.

그 속도보다 얼음이 올라오는 속도가 더 빨랐기에.


“으아아아!”


목을 침범하기 시작한 얼음에 남자가 고개를 최대한 젖힌 채 울기 시작했을 때.


“그만 하시지요.”


갑자기 나타난 여자는 배식을 하고 있는 다른 신도들과는 달리 성직자가 입는 긴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녀는 수한이 남자를 잡고 있는 팔에 손을 올리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두 분이 어떤 문제가 있든, 폭력으로 해결해서는 안 됩니다.”


그에 수한은 남자의 손을 놓고 물러났다.


“..그렇죠.”


분명 흑마법사에게 먹힌 법황청 쪽의 인물이 한 말이기에 신빙성이 떨어져야 맞건만.

수한은 그녀가 짓는 미소를 보곤 잠시 진심으로 당황했다.

도저히 거짓말하는 사람의 얼굴로는 보이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확실히 확인하기 전까진 속단하면 안 돼.’


그는 마음을 다잡고 사제로 보이는 여자에게 혼란스럽게 해서 죄송하다며,

다시 줄을 서러 가겠다고 했는데.


“굳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를 따라 오시지요.”

“아, 제가 일행이 있어서요.”


수한이 그냥 같이 줄서서 먹겠다고 하자.

그녀는 도저히 무언가를 숨기는 사람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예의 미소를 짓고는.


“그럼 일행 분들도 같이 오시지요.”


라고 말하며 그들 전부를 법황청 안으로 데려갔다.




‘..대단하군.’


남자의 어깨를 얼리고, 지금은 또 다른 자의 팔을 얼리고 있는 수한의 모습을 보면서.

사제, 헬렌은 섬뜩할 정도로 올라가려는 입 꼬리를 의식적으로 내리고는.

대신 다들 깜박 속아 넘어갈 정도로 완벽한 미소를 얼굴에 장착했다.


그녀에게는 타인의 코어 상태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데,

지금 그녀를 한눈에 사로잡은 저 코어는 상당히 보기 드문 형태의 것이었다.


‘검을 쓰는 자들의 코어와 흡사하게 발달했지만.. 동시에 마법도 쓰고 있어. 선천적으로 마나를 다루는 데 익숙하다는 건가. 거기에 예사 실력자도 아니야. 최소 익스퍼트 상급에서도 특히 더 높은.. 최상품이군.’


만일 저 코어를 자신이 먹을 수 있다면..


‘그러면 힘 좀 세다고 그동안 날 업신여겼던 엔비나 프라이드도 태도가 달라지겠지.’


진작에 법황청을 먹겠다는 안을 낸 것은 자신인데.

그녀를 같잖게 내려다보며 부하들을 발판삼아 올라가라 명령한 엔비도,

자만심에 빠져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다면서 엔비의 도움은 받는 멍청한 프라이드도.


저 코어를 먹고 강해진 그녀의 힘은 무시할 수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 법황청을 온전히 내 것으로 하는 거야. 모든 대륙인이 존경하는 법황청의 교황이 되어, 그 모든 것을 내가 가지는 거지.’


생각만 해도 슬슬 웃음이 비집고 튀어나올 지경에.

헬렌은 다시 의식적으로 꾸민 미소를 짓고는 수한에게 다가갔다.




“진짜 싸움하는 걸로 들어올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법황청의 거대한 복도를 지나며 루크가 속닥거렸고.

그에 위스텔이 최대한 소리를 죽이라고 하면서도 루크의 말엔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은 괜히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그냥 돌진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군.”


자신을 헬렌이라 소개한 사제를 따라 계속 걷는 와중.

수한은 최대한 소리를 죽인 건지 [민감한 신경]이 있음에도 잘 들리지 않는 둘의 대화를 듣다가,

흘깃 시선을 돌려 법황청의 입구를 잠시 보았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십니까?”

“예? 아뇨, 그냥 넬을 두고 온 게 신경 쓰여서..”

“이곳이 꽤 넓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분들을 받아들일 순 없어서 말입니다. 다음에 자리가 난다면 반드시 친구 분을 먼저 들일 수 있도록 말해두겠습니다.”

“아닙니다.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수한은 일행을 보고는 다시 진실된 것처럼 보이는 그 미소를 지었던 헬렌이 굳이 넬을 콕 집어 자리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던 것을 상기했는데,

내심 넬이 있어도 24시간 지키는 데엔 한계가 있으니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기는 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찝찝해지는 기분에 다시 입구 쪽을 보았다가,

다시 말을 거는 헬렌 때문에 고개를 돌렸다.


“..이곳엔 이미 많은 분들이 들어오셔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잡고 계시지요. 다만 밖에서 지낸 세월이 긴 분들이 많아 조금 예민하신 분들도 계십니다. 그래서 저희는 여러분들을 무조건 1인 1실을 하시도록 방을 배정해 드리고, 밤마다 문을 잠근 뒤 열쇠를 따로 보관하고 있는데..”

‘그러면 감옥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어차피 내부부터 무너뜨리거나, 최소한 놈들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들어온 이상 수한은 그 정도는 그냥 넘어갈 수 있었기에.


“괜찮습니다. 거둬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예. 괜찮습니다.”


끄덕끄덕.


수한에 이어 일행의 의사를 확인한 헬렌이 각자 쓸 방이라며 안내해 주었고,

이내 자신은 아직 배식이 끝나지 않았으니 돌아가겠다고 했기에.


그들은 안내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끝으로 헬렌을 보냈고,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그리고 이내 그들은 서로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는데,


“밤이 관건이군요.”

“넬의 말을 들었을 땐 재우자마자 제물로 보내는 줄 알았는데, 조금 바뀐 것 같아.”

“아마 텔레나의 일 때문인 것 같습니다.”


루크의 말에 수한이 미간을 조금 구기며 수긍했다.


“라스를 잡고 나서 라슈드가 바로 전쟁 준비를 시작할 정도니까. 제물 충당 방식도 좀 더 조심스러워진 거겠지.”

“그러면 일단 주의해야할 건 밤이겠군.”


라나의 말에.

그들은 일단 밤이 되기 전에 법황청 내부를 좀 더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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