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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후작 아들이 너무 아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작뚜
그림/삽화
잘개
작품등록일 :
2021.07.27 14:04
최근연재일 :
2021.10.30 18:3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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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25,895

작성
21.07.2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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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화

DUMMY

1화


늦은 밤.

김수한은 콘솔로 몰려드는 악마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종종 몬스터 웨이브가 끝나면 옆의 시원한 탄산음료도 목구멍에 붓고.


이렇게 하는 게 몸에 안 좋다는 건 알지만,

식도를 타고 흐르는 그 차가운 기운이 정신까지 상쾌하게 깨워주니 도저히 끊을 수가 없다.


지금 그가 하고 있는 게임도 마찬가지.

RPG, 파이오니아.

여러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있고, 지금 수한이 플레이하고 있는 건..


“후.. 거지영웅 루트도 클리어.”


거지다.

시작하면 기초 아이템조차 없고,

그렇다고 플레이 할수록 성장도가 빠른 것도 아닌 진짜 현실과 같은 캐릭터.

파이오니아의 악명 높은 난이도를 짐작케 하는 캐릭터 선정이지만.


그런 캐릭터로도 수한은 이어서 마지막 하나 남은 악마의 목마저 베어버렸고,

게임 화면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자 뻐근한 어깨를 빙빙 돌려 풀었다.


파이오니아는 워낙 자유도가 높고 클리어하면 새로운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해금되어서 계속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마성의 게임이다.

실제로 이번에 클리어한 것으로 수한은 20가지도 넘는 모든 캐릭터의 노말, 히든 엔딩을 다 보기도 했고.


그는 시계를 흘깃 보곤 그제서야 시간이 늦었다는 것을 자각했는데,

그동안 화면엔 그의 기대대로 새로운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해금되었다는 알림이 올라와 있었다.


평소엔 하나를 클리어하면 두세 가지가 떴는데.

이번엔 하나다.

그만큼 어렵다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 게임은 매번 그와 내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항상 클리어가 더 어려워지는 캐릭터를 들이밀면서 이것도 할 수 있겠냐는 듯 물어봤으니.


“리안 라이어스..?”


확실히 어디서 본 기억은 있는데.


수한은 리안보다는 라이어스에 더 기시감을 느끼다가,

이내 리안 라이어스가 데힐 라이어스라고 하는 후작의 아들임을 떠올렸다.


유저가 게임을 시작하면 가장 처음 마주하는 빌런인 데힐.

그는 아들이 죽자 흑마법에 손을 뻗어 영지민을 학살하고, 제물로 바쳐 아들, 리안을 되살리려하는 캐릭터다.

문제는.


“리안이 플레이어블 캐릭터면 좀 어렵겠는데.”


난이도가 거지 캐릭터 이상일 것이 눈에 선하다는 점.

리안은 ‘병약’ 그자체인 캐릭터니까.

오죽하면 매번 그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후작의 영지 내에서 이미 죽어버리는 바람에 실제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기도 하다.

그가 리안을 기억하고 있는 것도 매번 데힐을 잡을 때마다 언급해서 그나마 기억하는 거지.


때문에 그나마 리안에 관한 다른 정보가 있다면,

데힐이 흑마법사가 되어 피골이 상접한 얼굴이 되서도 꽤 중후한 인상을 가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리안도 외모야 나쁘지 않겠다는 정도다.

물론 수한이 그런 조건으로 캐릭터를 골랐다면 애초에 파이오니아의 모든 캐릭터로 엔딩을 봤을 리가 없지만.


그가 중요시 하는 것은 오직 하나.

과연 이 캐릭터로도 클리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었으니까.


“움직이면 막.. 피 깎이고 그런 캐릭터 아냐? 아니, 애초에 시작도 전에 죽는 캐릭터인데 플레이가 가능해?”


수한은 도둑 캐릭터로 했을 당시 움직일 때마다 명성이 깎였던 것을 생각하곤 킥킥거렸는데,

시간이 늦기도 해서, 자세한 건 일어나서 직접 해보면 알겠지, 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일단 침대에 누웠다.


이상하게 전신이 뻐근한 건 게임을 오래해서 그런가 싶어 무시하고.


그리고 눈만 감았다 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푹 잠에 들었다가 일어나는데.


“윽..!”


오히려 잠들기 직전보다 몸을 더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삭신이 쑤시는 게 아닌가.

동시에.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유저 정보가 등록됩니다.]


[김수한(리안 라이어스)]

[‘가족력’을 각성한 상태입니다.]

[특성이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3일 후에 죽습니다.]


“...”


수한은 자신이 자고 있던 곳이 무슨 중세 귀족 방처럼 휘황찬란하다는 것보다,

눈앞을 가리는 반투명한 창을 보고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사람이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나면 그걸 부정부터 한다는데.

정확히 지금 수한이 그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부정.


‘시스템? 아니, 이게 뭔..’


게다가 3일 후에 죽는다는 건 뭐야?

진짜 죽는다고?

그래도 돼?


자신도 모르게 마지막 알림창 쪽으로 손을 뻗으려는데.


“아악!”


팔을 들기도 전에 뼈를 찌르는 고통을 느끼고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대체 몸은 왜 이리 아픈 건지.


수한은 결국 눈만 굴려 상황을 파악하다 자신의 이름 옆에 ‘리안 라이어스’라는 이름을 보고 인상을 구겼는데,

머릿속에 잠들기 전 봤던 게임 화면이 떠오른 것이다.


리안 라이어스가 해금되었다는 그 알림.


‘설마.’


아니겠지.

만에 하나 이 상황이 전부 현실이라 쳐도,

리안 라이어스는 안 된다.

유저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죽는 캐릭터잖아.

3일 후에 죽는다는 걸 보면 진짜 그 리안 라이어스는 맞는 것 같은데.


‘이딴 몸일 거면 차라리 거지가 낫지.’


손 하나도 까딱할 수 없는 몸인데 대체 뭘 어쩌라고.

그나마 거지는 사지가 자유롭기라도 했는데 말이다.

이건 그냥 3일 동안 빌빌대다 죽으라는 말이나 진배없는데.


수한은 울컥 솟는 짜증은 잠시 심호흡을 해 묻어두고,

일단 몸은 가만히 둔 채 눈만 굴려 주변을 둘러보다,

이내 알림 중 특성이 업데이트되었다는 문구를 보았다.

동시에 그 알림이 저 혼자 확대되더니 특성 목록을 보여주었는데,

이 시스템이라는 건 그의 의지만으로 조절이 가능한 듯싶다.


[무른 뼈]

-뼈의 강도가 약합니다.


[비정상적인 혈구]

-만성 빈혈 보유. 균에 대한 내성이 약합니다.


[빈약한 신진대사]

-몸이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할 수 없습니다.


[???]

-아직 발현되지 않은 특성입니다.


“...”


진짜 할 말을 잃었다.

물음표 특성은 그렇다 치자.

그가 파이오니아를 하면서 종종 특성이 나중에 나타나는 캐릭터도 있었으니.

아마 이 리안이라는 캐릭터도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는 특성은 도저히..


하다못해 거지도 [고통내성]이라는 웬만한 고통에는 상태이상에 걸리지 않는 패시브가 있었는데.

이놈의 몸뚱아리는 무슨 저주라도 받은 건가,

특성이 세 개나 있는데 어째 좋은 게 하나도 없을 수가 있지?


“설마 이 ‘가족력’이라는 것 때문인가?”


그런 것 같다.

그는 파이오니아의 수많은 캐릭터를 플레이했지만,

그 중 이런 특성을 가진 캐릭터는 없었..


“도련님, 일어나셨습니까?”

‘도련님?’


수한은 설마 자신을 말하는 건가 싶어 소리가 들린 문 쪽으로 시선을 향했는데,

막 문을 열고 들어온 노신사가 정확히 수한 쪽을 보고 말하고 있었다.


순간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어 기억을 더듬었는데,

수한의 기억 속 흑마법사로 타락한 데힐 옆에서 빠른 검술을 구사하던 이 노신사가 떠올랐다.

이름은 루크.

어떤 면에선 데힐만큼이나 성가신 인물.

빠른 쾌검으로 데힐이 마법을 준비하는 동안 엄호하는 캐릭터가 지금은,


한 손에 수건이 반쯤담긴 물통을 들고 온 걸 보니 간병이라도 하러온 건가 싶다.


‘근데 왜 도련님.. 아,’


그러고 보니 리안은 몸이 이 지경이긴 해도 후작 아들이다.

집안사람 대부분에게 도련님이라 불리긴 하겠지.


‘그래도 직접 들으니까 기분이 이상한데.’


물론 좋지 않은 쪽으로.


수한이 저도 모르게 생각에 빠져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는데,

루크는 그 모습에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점점 표정이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많이 아프십니까? 당장 치료사를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차마 도련님이라고 불리는 게 싫다고 말할 순 없어서,


“그냥 속이 좀 안 좋아서.”

“그럼 당장 치료사를 부르겠습니다!”

“...”


그래, 이건 본인이 잘못 말한 게 맞다.


수한은 척 봐도 그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찬 루크를 보다가,

한숨을 푹 쉬곤 그가 뭐라고 하든 내버려 두었다.


결국 잠시 후 치료사가 와 안정을 취해야 한다,

이게 몸에 좋으니 꼭 챙겨먹어라, 등등.

치료사가 루크에게 약을 넘기며 뭐라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동안.


수한은 지금 게임 시점에 그 치료제가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이대로면 나는 백퍼 죽어.’


리안이 죽고, 데힐의 영지민 학살.

그리고 흑마법사 태동.

이어 그들이 무리하게 소환한 악마들로 인한 악마 대침공까지.


솔직히 말해 뒷부분 시나리오는 그가 플레이하는 방식에 따라 조금씩 바뀌긴 했으나,

일단 리안이 죽고 시작한다는 건 어떤 시나리오건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건 심지어 초단위로 줄어드는 저 알림만 봐도 알 수 있는 거고.

그러니,


‘일단 몸이 낫고 봐야지.’


수한은 치료사가 주고 간 약뭉치를 손에 가득 든 루크가 다가오자 난색을 표했다.


“그거 다 먹으라고?”

“네. 치료사 말론 다 먹으면 나을 거라고 했습니다.”


거짓말.

저런 걸 먹어서 리안이 나았다면 애초에 시나리오상 그가 죽고 시작할리가 없다.

게다가 루크의 표정을 보니 그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것보다, 부탁 좀 하려고 하는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분명 나으실 겁니다! 이거 다 드시면 맛있는 사탕을 드릴 테니 일단 다 드시고..”

“...”


이렇게 어린애 취급받는 건 또 처음인데.


수한은 설정상 스무 살이 넘은 리안에게 대체 루크가 왜 이렇게 대하는지는 일단 넘어가기로 하고,

결국 그 약을 다 먹을 테니 사탕 말고 다른 걸 구해달라고 했다.

속으론 다 나으면 절대 이렇게 애 취급은 못하게 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별꽃초요?”

“어. 그거랑 달광석. 가능할까?”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루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을 늘였는데,

그도 그럴게 별꽃초와 달광석은 구하긴 굉장히 어렵지만 딱히 쓸데는 없는 잡초와 그냥 돌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쓸 곳이 있다면 생긴 게 예뻐서 관상용으로 쓰이는 정도.


수한도 당연히 그 점을 알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게임 후반 시나리오에 가면 그 둘의 조합으로 ‘특성 전환’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

수한이 노리는 것도 당연히 그것이고.

다만 루크는 그저 리안이 너무 방에만 있으니 그 둘로 눈요기라도 하려는 건가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주인님께 말씀드려서 최대한 빨리 구해오도록 하겠습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진짜로.”


진심을 담아서 말했는데.

루크는 손에 든 약을 내밀 뿐이었다.


“그러면 일단 약부터 다 드시죠.”

“...”


괜히 그냥 순순히 먹겠다고 했나.

수한은 약만 먹어도 배가 찰 것 같은 그 양에 잠시 인상을 구겼다가,

결국 어거지로 그것들을 다 먹었다.


“우웩.. 올라올 것 같아..”


장난이 아니라, 몸이 약해서 그런지 진짜 토할 것 같은데.


“오오.. 말씀은 다 드시겠다고 하셨지만 안 드실 줄 알았는데. 원래는 잘 안 드셨지 않습니까?”

“뭐?”


아니, 그걸 진작에 말했어야지.


수한은 순간 된통 당한 기분에 어이없어 하다가,

루크가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하곤 손에 들고 온 것들을 보고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별꽃초와 달광석을 보란 듯이 들고 들어왔으니.


‘아니, 저거 생각보다 구하기 힘들 텐데?’


알고 보니 이 곳이 후작가인 만큼 관상용 풀과 돌쯤은 이미 관상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돈 많은 집 자식으로 살아봤어야 관상용 물품에 돈을 많이 쓴다는 걸 알지,

이것까지는 미처 예상을 못했다.


‘아냐, 오히려 빨리 나을 수 있으니까 좋잖아.’


수한은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곤, 루크에게 그것들을 찬물에 하루 동안 담가달라고 부탁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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