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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후작 아들이 너무 아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작뚜
그림/삽화
잘개
작품등록일 :
2021.07.27 14:04
최근연재일 :
2021.10.30 18:3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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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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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7
글자수 :
625,895

작성
21.10.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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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외전 2화

DUMMY

외전 2화


몇 시간이 지나고.

아예 파티가 시작되고 난 후,

리안은 점점 몰려드는 귀족들 중 상당수가 자신에게 보이는 관심을 피해 정원의 구석까지 들어와 몸을 숨긴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자신의 예상과 달리 파티가 시작되고 난 지금까지도 별말은커녕 모습도 보이지 않는 데힐이라던가 에일러스 때문에 오히려 초조한 기분에 휩싸여 있었고 말이다.


‘엄청 닦달할 줄 알았는데.’


거기에 더 놀라운 점은 그와 비슷한 심정으로 파티를 기피하는 듯 보였던 그웬조차 그를 혼자 두고 파티에 가버렸다는 점이었는데,


‘그웬 말 대로면 라나도 오는 것 같은데.’


장담하건데 라나도 이 파티에 큰 관심이 있을 것 같진 않으니 아마 제복을 입은 사람이 하나 추가되는 게 끝이겠지만.


‘그런데 이렇게 자꾸 뭐가 있는 것처럼 굴면..’


정말 뭐가 있나 싶은 궁금증이 점점 머릿속을 잠식해가던 그 때.

리안은 결국 마음을 정한 듯 계속 손에 쥐고 있던 간이 텔레포트가 들어있는 상자는 품속에 넣어버렸다.




그때 파티 홀에선.


“..전 대륙의 귀족 중 남자는 전부 저기 있는 것 같군.”

“사람 보는 눈은 다 비슷하지 않습니까. 저도 처음 봤을 때 놀랄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에스코트 했을 때의 표정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던데.”

“저야 이미 마음을 준 이가 있으니 그렇지 않겠습니까.”

“거 참 솔직하군.”


에일러스에게 반쯤은 혼잣말에 가까운 말을 한 실렌은 자신이 말한 남자 귀족들 무리에 껴있는, 에드먼드 남작과 같이 뭐라고 외치고 있는 자신의 아들을 보곤 혀를 짧게 찼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는지 실소를 뱉었다.

그런 그의 시선은 무리의 중앙을 향하고 있었다.


“라이어스 공작이 고생하고 있군. 그러길래 제대로 라이어스 자작을 데려왔으면 문제가 없었을 걸 말이야.”

“그 친구가 언제는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자였습니까?”

“그건 그렇지.”

“폐하, 에일러스님.”


그때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그웬이 그들을 불렀고.

눈짓과 동시에 말했다.


“왔습니다.”


그녀의 시선은 홀의 정면 입구가 아닌 측면의 사용인들이 드나드는 통로를 향하고 있었는데,

그곳엔 괜히 대놓고 나타났다가 이목이 끌리는 게 싫은 리안이 있었다.


잠시 홀의 상황만 살펴보고 바로 가기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리안은 바삐 움직이는 사용인들과 섞여 움직이고 있었는데,

당연히 생김새는 많이 달랐으나 그들이 입은 옷처럼 검은색 제복을 입고 있던 터라 대충 봐서는 바로 그를 알아챌 수 없었으나.

불행히도 하필이면 그 근처에서 마찬가지로 홀의 상황을 한 발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에 의해 리안의 정체가 바로 들통 나고 말았다.


“라이어스 자작! 오랜만이군.”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공님.”


댈러스의 정체에 대해 실렌이 함구령을 내린 덕분에 리테란의 입장이 곤란해진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스스로의 죄책감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리테란은 축하하는 열기로 가득 찬 이 파티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거의 벽에 붙다시피 한 채로 다가오는 모든 이들을 물리던 중이었고,

오히려 그 때문에 리테란이 먼저 나서서 인사를 한 리안에게 근처에 있던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말았다.


“리안님이다!”

“어디, 어디?”

“저기! 벽 쪽에..”

“좀 비켜봐, 안 보이잖아!”


갑자기 주변이 번잡스러워진 탓에.

리안과 리테란이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고,

리안은 난감한 듯 표정이 굳어지다가.


‘저 근처면 가까이 못 오겠네.’


실렌과 에일러스, 그웬이 있는 쪽을 보고는 바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그래도 왕이 하는 말까지 끊으면서 올 사람은 없을 테니까.’

“..늦었군.”

“죄송합니다. 보시는 대로 계속 사람이 몰리는 바람에 말입니다.”


옅은 미소에 조금 피곤함이 담겨 있는 것을 보곤.

애초에 안 올까봐 걱정하고 있던 실렌은 됐다는 듯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대공이 제대로 말했는지는 모르겠군.”

“말..이요?”


설마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더 있나 싶어 의아하게 되묻는 리안에게.

리테란이 진중하게 조금 굳은 표정을 하곤 말했다.


“감사인사 말이지. 자네와 자네 단원, 그리고 위스텔경이 ..도와줬다고 들었네.”


차마 댈러스를 무찔렀다거나 죽였다고는 말하지 못한 리테란은 잡생각을 떨치려는 듯 고개를 저었는데,

이어 모든 잘못은 자신에게 있다고 자책하자.


“놈들이 잘못한 것을 대공님이 사과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라이어스가에도 놈들이 심은 첩자는 있었으니까요. 놈들에게 작정하고 잠입하라는 명령을 내리신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야..”

“놈들이 잠입한 정도에 따라 사과를 해야 한다면 우리 라슈드가 가장 큰 죄를 지은 것이겠지. 나는 내가 잘못을 저질렀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 자네도 너무 죄책감을 느끼지는 말게나.”

“하지만..”


리테란이 느끼는 죄책감은 댈러스의 정체를 의심하면서도 확신을 하기 전까지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인한 것이었지만.

에일러스가 워낙 단호하게 말하는 바람에 리테란은 더 이상 놈들에 대해 말할 수 없었고,

그에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에일러스가 과하게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그래도 자네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가서 저들을 좀 물려주게. 대공쯤 되면 말을 듣겠지.”


에일러스의 시선은 아직 라나와 데힐을 감싸고 있는 귀족무리를 향하고 있었는데,

물론 굳이 리테란이 나서지 않아도 당장 에일러스나 실렌이 다가가기만 해도 물러날 이들이겠지만.

리테란은 별다른 말없이 바로 움직여 귀족 무리를 억지로 해산시켰다.

그리고.


“어..”


그 중심에 있던 라나를 봤을 때.

리안은 자신도 모르게 작게 소리를 내고 말았는데,


“아들아! 내가 빨리 오라고 하지 않았느냐!”

“...”

“음, 이러면 보통 ‘빨리’라는 말은 안 하지 않았냐면서 토를 달아야 하는데. 왜 말이 없지?”


리안이 크게 놀라 자신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자.

다가오던 데힐이 혼잣말을 하는 사이.


“아, 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리안이 중얼거리듯 대답했고.

그 모습에 에일러스뿐만 아니라 실렌, 그리고 라나까지 킥킥거리고 웃는 게 아닌가.


“많이 놀랐나? 나도 내가 이런 옷을 입을 거라곤 상상도 못 해 봤으니 이해는 간다만. 그래도 네가 그런 표정까지 지을 줄은 몰랐다.”


이어 무슨 일이든 항상 다 알고 있다는 듯 굴어서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는 말에.

자신이 그렇게 티나게 굴었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긴 했지만.

리안은 애써 그런 내색을 감추고 헛기침을 두어 번 뱉었다.


“크흠, 흠. 그 머리색은 계속 감추려고 할 줄 알았는데.”

“아버지의 신분이 보장된 이상 계속 감출 이유도 없지 않나. 뭣보다 이젠 날 죽이려들 이들도 없고 말이지.”


아직 흑마법사 잔당도 있고, 대륙 전역으로 보면 마물도 존재하지만.

악마는 다 잡은데다가,

그렇다고 익스퍼트 상급 중에서도 실력자로 통하는 라나를 이길 수 있는 무언가는 거의 없는 현실에.

리안은 무의식적으로 납득한 나머지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나 동시에 라나가 자신의 본모습을 대놓고 드러낸 이 상황에 마음 깊이 알 수 없는 찝찝함을 느꼈다.


“표정이 좋지 않군.”


그것을 기민하게 잡아낸 그웬이 말하자.

리안은 다시 정신을 다 잡고 애써 미소를 띠었다.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 그랬습니다.”

“흠, 그럼 아예 생각을 할 여유가 없는 게 낫겠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갑자기 실렌이 한 말에.

리안이 의아하게 쳐다보건 말건.

실렌은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사용인을 보고 손을 까닥였고,

사용인이 자신의 머리 근처 무언가를 확 잡아당기자.


스륵..


홀 중앙 계단 밑, 그냥 벽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의 커튼이 가운데부터 빠르게 갈라졌다.


‘악단?’


그 뒤에 있던, 저마다 클래식 악기를 들고 있던 이들의 앞에 선 지휘자가 기다렸다는 듯 지휘봉을 어깨보다 조금 높게 들어 올리자.

홀 전체에 마법이라도 부려놓은 건지 일순 침묵이 찾아왔고.

곧이어 지휘봉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과 동시에 왈츠 음악이 홀을 가득 메우는 게 아닌가.


‘갑자기 뭔.. 춤이라도 추라고?’


검술이나 마법 등은 남들에 비해 월등히 잘해내던 리안이었으나.

춤은 정말 생각도 못 해봤던 것이지 않나.

때문에 리안이 보기 드물게 눈에 띄게 당황한 사이.


스륵..


라나가 치맛자락을 조금 들어 올리며 리안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


“첫 춤을 함께할 기회를 주겠나?”

‘기회..’


리안이 그 말에 문득 아까 그웬이 했던 ‘기회’라는 말을 떠올린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 모든 것을 준비했을 실렌이나 데힐, 에일러스를 떠올린 것도.


“..어.”


그간 20년이 넘도록 아팠고, 그 이후엔 흑마법사들과 악마와 싸우느라 제대로 아들을 사교계에 소개시키지 못한 데힐의 염원이라던가,

자신의 본국을 구해준 리안과 라나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은 에일러스라던가,

나라는 물론 자신의 목숨도 구한 리안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가 고심했던 실렌 등.

바로 깨닫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보답으로 준비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런 깜짝 쇼에 리안은 라나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고,

솔직히 말해서 그런 복잡한 이유들이 없더라도 왠지 그녀의 요청을 모른척하고 싶지도 않았다.


물론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한 번도 안 춰본 춤을 갑자기 출 수 있게 되는 건 더더욱 아니었기에.


“하하, 잼병이네.”

“너도 못 추면서 무슨.”


자신만만하게 추자고 하길래 설마 잘 추나 했더니.

리안 만큼이나 춤에 관심이 없는 라나도 춤을 못 추는 건 매한가지였고,

결국 둘은 가만히 있을 땐 홀 내의 어떤 커플보다 멋져보였지만,

조금이라도 발을 움직인 순간 삐걱대기 일쑤였다.


“하하하! 춤이 이렇게 재밌는 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아버지한테 가르쳐 달라고 할 걸 그랬네.”


그리고 본인이 보기에도 엉망인 춤에 결국 라나는 다른 귀족들과는 달리 입도 가리지 않고 크게 웃었고,

그 모습에 리안도 마찬가지로 킥킥거렸는데,

결국 둘은 배까지 잡고 웃느라 춤은 얼마 추지도 않고 홀 중앙에서 벗어났다.


“..루크가 봤으면 통탄하겠군.”


그 모습에 데힐이 말로는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렸으나,

막상 리안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크게 웃는 모습을 보더니 자신도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다른 의미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웬의 표정엔 조금의 씁쓸함이 감돌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에게 에일러스가 허리를 살짝 굽히면서 손을 내밀었다.


“저는 춤에 자신이 있습니다만. 한 곡 추시겠습니까?”

“존댓말은 하지 마십시오. 에일러스님은..”

“지금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의사이지 않습니까.”

“...”


말투는 단호하지만, 웃느라 살짝 굽힌 눈매 때문인가.

에일러스의 정중하면서도 따듯해 보이는 표정에,

그웬이 머뭇거리다 천천히 에일러스의 손을 맞잡았다.


작가의말

‘후작 아들이 너무 아프다’에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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