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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뭐있남 님의 서재입니다.

약 빨면 나만 혼자 레벨 업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다작증후군
작품등록일 :
2022.05.12 12:04
최근연재일 :
2022.05.20 08:2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37
추천수 :
21
글자수 :
72,268

작성
22.05.19 16:31
조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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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3화

DUMMY

이거 괜히 먹었잖아, 아깝게.


혜준은 속으로 연신 투덜거리며 오피스텔 건물을 나섰다.

혜준이 나가고 닫히는 문 저 편으로, 뒤엉킨 남자들의 고통에 겨운 신음소리가 울렸다.


-포즈(Pause)를 원해?

“뭐?”


차에 올라 타 시동을 걸려는데 연홍의 목소리가 울렸다.


“뭔 소리야? 포즈?”


난데없는 말에 어이가 없어, 손을 머리 위로 올리거나 얼굴로 향해 모델 같은 포즈를 잡아보는 혜준이었다.


“뭐, 요런 거? 이런 포즈?”

-그런 걸 보고 가지가지 한다고들 하는 구나.


정말 신경 거슬리는 계집애, 아니 사람인지 AI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다니까.


혜준이 자세를 바로하며 시동을 걸었다.


-멈추길 원하냐고, 캡슐 능력을.

“그러니까, 멈춘다는 게 무슨 말이야?”

-이해를 못했나 본데, 버리는 게 아니라 효과가 지속되는 걸 멈추겠냐고 물은 거야. 괜히 먹었다고 했잖아? 그런 의미 아닌가?

“멈춰? 아, 저 시간?”


혜준은 눈 안 쪽에 떠서 흐르는 숫자를 바라보았다. 79···78···이제 1분 정도 남은 상태였다.


“아까워서 그렇지. 좃도 아닌 놈들한테 비싸디 비싼 약을 두 개나 썼으니.


그게 얼마 인 줄 알아?


혜준은 입맛을 다셨다.


일반 캡슐이 (물론 종류와 구매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한 알에 5만원 선인데 반해, 불법 캡슐은 저렴해야 세 배, 비싸면 다섯 배가 넘게 뛰었다. 혜준이 먹은 것만 해도 벌써 25만원 어치.

돈을 생각하며 혜준이 눈을 찌푸렸다.


“멈춘다는 게 그럼, 효과를 남겨뒀다가 나중에 쓴다는 건가?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지. 가능해?”

-캡슐을 더 먹어 그럼.

“뭐? 뭔 소리야?”

-캡슐을 더 먹으라고. 그럼 가능해져.


이게 지미한테 영업 당했나?

혜준은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곧, 예전 처음 만났을 때? 만났다고 하면 이상하지만 아무튼.

위기에 처했을 때 혜준을 구해준 연홍을 떠올리고는 캡슐을 꺼냈다.


“믿는다.”


무슨 대단한 시도라도 하는 듯, 혜준은 비장한 표정으로 캡슐 두 알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러자 곧, 눈 안에서부터 불꽃이 터져 나왔다.


“뭐, 뭐야 이거?”


깜짝 놀란 혜준의 시야 안으로 텍스트들이 우수수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Character Status]


이름 : 박혜준

나이 : 22세

성별 : 남

직업 : 무직

레벨 : 12 (24%)


액티브 스킬

1. 히로익 포즈 (Heroic Pause) : 흡수한 히로익 캡슐의 능력이 지속되는 시간을 정지됩니다.

능력 정지는 24시간 동안 가능합니다. 24시간 후에는 능력을

이어지거나 소멸될 수 있습니다. (선택)


특기 : ?


오호?

추가된 내용을 읽던 혜준의 눈이 왕방울만해졌다.


“이야, 이거 정말 게임 같은데? 너 대단하다.”

-네가 무식해서 이렇게까지 만들어 준 거야. 원래는 네 몸이, 아니 네 뇌가 알아서 조절할 수 있는 거거든?

“아, 그러셔? 무식해서 미안하네. 아무튼 좋네?


혜준은 흐뭇하게 웃으며 약물 지속 시간을 바라보았다. 560초 대에서 멈춰있는 걸 보고 다시 한 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차를 몰아 나아갔다.


그런데,

혜준이 문득 입을 열었다.


“난 약을 먹어 몸에 쌓는다고 했지? 능력이 그만큼 좋아지고?”

-그래. 그런 사람들을 업소버(Absorber)라고 부르지. 아주 드물게 존재하는.

“이야, 이거 내가 복 받은 건가?”


혜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네비를 흘깃 보고 핸들을 꺽어 차 방향을 바꿨다.


“그럼 말이야. 약을 그냥 막 쳐 먹으면 되는 건가?”

-무슨 뜻이야?

“강해지려면 말이야. 그러니까 네가 쉽게 풀어준, 레벨 업을 하려면 약을 그냥 막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거지.”

-....


연홍의 대답이 없자, 혜준은 눈을 찌푸렸다.


“뭐야? 왜 말이 없어?”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그렇게까지 이상한 질문은 아니잖아?”

-굉장히 이상한 질문이야. 히로익 캡슐을 한꺼번에 다량으로 복용하면 어떻게 되는지, 뉴스나 인터넷에서 한번도 못 봤어?


쩝. 혜준은 입맛을 다셨다.


“아니, 뭐···당연히 알지. 아는데, 난 좀 특이한 줄 알았지. 안 그래? 약물이 몸을 강하게 한다면···”

-운동을 미친듯이 하면 몸이 단련되는 게 먼저일까, 몸이 망가지는 게 먼저일까?


얘, 사람이 분명하네.

계집애가 성깔은···


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다, 미안해. 앞으론 병신 같은 질문은 하지 않으마. 됐냐?”


혜준은 네비게이션에 표시된, 기양 시 외곽에 자리잡은 대규모 재건축 단지로 차를 몰았다. 거대한 콘크리트와 철골 복합 구조물들이 묘비처럼 곳곳에 자리잡아 하늘을 가리는 곳은, 왠지 음산하고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묘비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김서방 찾긴데 이건.”


짓고 있는 건물들을 올려다보며 혜준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시간은 저녁 시간을 넘긴 터라, 인부들이 일을 하는 곳은 없어 보였다.

아니, 아예 요즘에 건축이 중지된 곳인가?


혜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그리곤 휴대폰을 꺼내어 검색 창을 열었다.

역시, 시공사 자금난으로 인해 건설이 중지되어 있다는 기사를 금새 찾을 수 있었다.


바보들이 아니고서야, 이런 데에 차려놓을 이유가 없겠지.

불법 장기 적출 작업장.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 전문적이고 조직적으로 하는 놈들이야 지네들의 ‘병원’을 차려놓았겠지만.

도박장과 연계되어 있는 곳이라면, 그저 뜨내기 의사와 연결되어 그때그때 작업을 하는 상황이리라.


흠, 어떻게 이 놈들을 찾아낸다?


혜준은 늘어선 건물들을 바라보며 담배 꽁초를 땅에 던졌다. 잠시 생각하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곧, 무언가를 발견한 듯 재빨리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우으으읍!


침대에 누워 있는 사내의 몰골은 가관이었다.

양 팔과 다리가 침대에 묶인 채, 입에도 테이프가 붙여 있는 상태인데 발가 벗고 있었다. 몸을 흔들 때마다 볼성 사나운 무언가가 같이 덜렁거렸다. 사내가 심하게 흔들어 침대가 비명을 지르자, 저 편에 앉아 밖을 내다보고 있던 남자가 다가와 사내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조용히 안 해?”

“흐읍! 읍!”

“이 새끼가 그래도···”


남자가 주먹을 들어올리는데, 함께 앉아있던 다른 남자가 소리쳤다.


“그러다 물건 상하면 어쩌려고 그래? 그냥 놔 둬.”

“아, 씨발. 보기 싫으니까 그렇지.”

“보스 지랄하기 전에 가만 있으리나까? 그나저나 이 새끼 왜 안 와?”


남자는 사방이 뚫려있는, 짓다 만 건물 복도로 눈을 돌렸다. 황량한 주위 풍광과 어울리는 시멘트 덩어리로 가득 찬 공간 너머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의사 새끼, 빠져가지고···”

“곧 오겠지. 이 새끼가 도망만 안 갔으면 벌써 어제 끝났을 텐데.”


탕!


투덜대는 두 남자의 목소리 사이로, 어딘가에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응?”

“뭐야? 어디 타이어 펑크났나?”


두 남자의 시선이 (원래대로라면 베란다가 있어야 할) 공간 아래로 향했다. 그 때 다시 거푸 탕탕, 하는 소리가 울렸다.


“이거, 총소리 아냐?”

“그러게?”



두 남자의 말에 따라온 듯, 복도 쪽에서 헐레벌떡 남자 셋이 뛰어 들어왔다.


“형님들! 짭새 뜬 거 아니에요?”

“단지 입구에서부터 들리던데요?”


그 말을 들은 두 남자가 잠시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곤 한 남자가 일어서며 손짓했다.


“너희, 따라와! 아, 용복이 어딨냐?”

“13층이요.”

“걔 여기로 올려 보내고, 나머지 다 나오라고 해. 약 넉넉히 챙기고.”


남자의 지시를 따라 나머지가 우르르 복도로 몰려 나갔다.


* * *


“빙고.”


혜준이 씩 웃었다. 혜준의 시야 아래, 늘어선 건물들 중 한 곳에서부터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 나오고 있었다.

혜준은 품 안으로 권총을 밀어넣고는, 서 있던 모래 언덕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빠르게 언덕을 돌아 뛰기 시작했다.


“정지 풀려면 어떻게 해야 돼?”

-생각해.

“끄응.”


혜준이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곧, 얼굴이 확 펴졌다.

연홍의 말대로 그 생각을 하자마자, 몸 안으로 활력이 도는 걸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기하네 정말.”


잠시 서서 우왕좌왕하던 남자들은 어느 새 혜준이 서 있는 곳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혜준은 그럴 줄 알았기 때문에 모래 언덕에서 반대편으로, 남자들을 우회할 수 있는 건물 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잠시 남자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어디서 났다구?”

“저쪽! 저기 공사 자제랑 모래 쌓여있는 곳이었습니다!”

“몇 명이나 왔는지 파악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형님?”

“일단 가자! 내가 큰 형님한테 연락할 테니까!”


딱 들어도 조폭스러운 대화 내용이 가까이에서 들렸다가 저 편으로 사라져 갔다. 혜준은 피식 웃으며 남자들과 반대 편으로 냅다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들이 나온 건물 입구에 당도했다.


“엇? 너, 누구야?”

“친구겠냐 병신아?”



입구에 서 있는 남자 둘이 깜짝 놀라며 행동을 시작했다. 한 놈은 사시미 칼을 꺼내들었고, 다른 한 놈은 캡슐을 입 안으로 털어 넣는 것으로.

하지만 혜준은 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 캡슐을 먹은 놈에게 쇄도한 혜준은 놈의 주먹을 피한 뒤 명치를 연달아 두드렸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의 등을 노리고 칼을 휘두르는 놈에게 돌려차기를 먹였다.


“기부한다고 생각해.”


거품을 물고 쓰러진 남자들에게 다가간 혜준은, 안주머니를 뒤져 캡슐 통을 꺼내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곤 조심스레 계단 주위를 살핀 뒤,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간단하구만.”


계단 좌우를 살피며 올라가기 한참.

어느 층엔가 당도했을 때 마중(?)나온 남자를 통해 목적지에 당도했음을 알 수 있었다. 혜준은 캡슐을 먹고 달려드는 남자의 턱주가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준 뒤, 캡슐을 챙기고 복도 안 쪽으로 향했다.


“으음, 이 놈인가?”


휑한 건물 안, 병원에서 볼 법한 침대 위에 한 사내가 묶여 있는 게 보였다. 진정제를 맞았는지 축 늘어져 있었다.


“어디서 겪어 본 듯한 상황인데.”


같은 꼴을 당할 뻔 했던 경험을 떠올리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런 생각 속에 물끄러미 사내를 내려다보던 혜준은, 휴대폰을 꺼내 영상통화를 눌렀다.


-뭔 반가운 상판이라고 영상 통화를···

“닥치시고. 이 놈 맞아요?”


혜준이 침대 위 사내를 비췄다. 지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문진수, 용케 잘···어?

“왜요?”

-너, 뒤에···


퍽!


난데없는 충격이 혜준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크윽!”


문진수의 몸 위로 쓰러진 혜준이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돌아보았다.


“물건 위로 쓰러지면 어떡해요. 상하면 너님 새끼 몸뚱이로 대신 할 거에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하는 한 남자가 혜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서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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