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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뭐있남 님의 서재입니다.

약 빨면 나만 혼자 레벨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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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증후군
작품등록일 :
2022.05.12 12:04
최근연재일 :
2022.05.20 08:25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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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2,268

작성
22.05.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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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DUMMY

간판 그대로 ‘모퉁이 국수’집은 큰 길 대로변 끝자락, 정말 길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른 저녁을 먹는 손님들이 꽤 많은 가게 안으로 들어선 혜준은, ‘바’ 자리 앞에서 열심히 국수를 말고 있는 노인과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앉았다.


“어서 오세요.”


방긋 웃으며 다가온 여 종업원이 메뉴 판을 내려 놓았다. 혜준은 적당한 국수 하나를 시키고는, 돌아서려는 여 종업원을 잡았다.


“여기 컴퓨터 잘하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하는데. 맞아요?”

“예?”



여 종업원은 난데없는 질문에 눈만 끔뻑거렸다. 그때, 앞에 있는 손님에게 국수를 내어주던 노인이 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주변이 죄다 IT회사들이라, 컴퓨터 잘하는 사람들이 많이 오지!”



이마에 난 주름보다 얇아 보이는 눈에 웃음 기가 가득했다. 올라가 있는 입꼬리를 보며 혜준은 피식 웃었다.


“그렇군요. 우문현답이시네. 그러면···”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나?”

“예?”

“아니. 컴퓨터 잘하는 사람을 말이야. 어이! 여기 국수 갖다 드리고!”



여 종업원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노인이 건넨 국수를 받아 혜준에게 가져다 주었다. 주문을 다 마무리했는지, 노인은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몸을 돌려 혜준에게 다가왔다.


“드셔 봐. 컴퓨터는 몰라도 국수는 먹을 만 할 거요.”

“아, 네.”



그러지 않아도 싸움박질을 하고 온 참이라 허기가 져서, 혜준은 국수를 입 안 가득 밀어 넣었다.


꽤 맛있군. 그나저나 국수다운 국수를 먹어 본 지가 언제였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깨어난 이후로, 처음인 것 같고.

그 이전은, 기억이 나지 않으니까.


“아마, 이제껏 먹은 국수 중에 가장 맛있지 않을까?”

“후후. 노인장 말씀대로 맛이 있긴 한데, 그 정도까지 일지는 모르겠네요.”

“노인장···뭐, 아무튼, 내 장담하지.”

“자신감이 넘치시네요”

“자신감이 아니라 근거 있는 확신이지. 이제껏 제대로 된 걸 먹어본 기억이 없을 테니까 말이야. 안 그래?”



혜준은 국수를 입에 밀어 넣으며 노인을 바라보았다.


눈알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대체. 보이지도 않으니 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있나.


혜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노인은 웃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넘겨짚기가 특기이신가 보네.”

“글쎄. 여기 와서 그런 걸 물어보는 사람은 죄다 비슷해서 말이야.”

“그런 부류가 많나 보군요?”

“그렇지. 그러니 나도 경계하지 않을 테니까, 자네도 경계할 필요 없네. 뭐, 여기 무기 같은 것도 없고. 깡패들이랑 관계있는 곳도 아니고. 경찰도 없으니까.”

“캡슐은 있을 것 같은데.”

“아아, 요즘 그거 없는 집이 어디 있나? 하지만, 그거 먹는다고 해서 자네 같은 사람들 상대할 수 있겠어? 젊고 힘 좋은 남자도 상대가 안 될 것 같아 보이는데, 하물며 나 같은 늙은이가?”

“경계심을 풀게 만들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인지 구별할 방법이 없군요. 그러니 그냥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혜준은 다 먹은 국수 그릇을 밀어 놓으며 말했다.


“해킹 브로커. 연결할 수 있어요?”

“어느 쪽? 뇌 전기 자극이나 기능 활성화 쪽이라면 조금 비싼데. 약물 주입 같은 경우에는 좀 싸고.”


혜준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빌어먹을 시대.

약을 가지고 몸에 장난질 치는 걸로도 모자라서.

이제는 뇌까지 좌지우지 하고 있으니 원.


하지만 혜준이 찾는 것은 그런 종류가 아니었다. 노인은 고개를 젓는 혜준을 보며 혀를 쯧 찼다.


“그럼 뭔데?”

“짐작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억 운운하셨잖아요.”

“약쟁이들이 다 그렇지 않나? 여기에 관한 약을 특히 많이 먹었으면, 옛날 생각이 안 나게 되는 법이라니까. 경험으로 알 수 있는 거지.”


노인은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혜준은 피식 웃었다.


“난 약쟁이가 아닙니다. 그리고 내가 찾는 이유도 약 때문이 아니고요.”

“그 외에 다른 종류가 있단 말인가?”

“네. 전뇌 쪽 해커를 찾고 있어요.”



혜준은 그제야 노인의 눈알이 검정색임을 알 수 있었다. 실밥처럼 가늘던 노인의 눈이 작은 조개 알만큼 커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노인은 잠시 혜준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무슨 일로 그러는지 물어봐도 될까?”

“개인적인 일이라. 바람직한 의뢰는 아닐 겁니다.”

“돈은? 충분히 있고?”

“흥정해 보고, 안 되면 몸으로 때워야죠.”

“허어, 꽤나 낙천적인 친구군.”


헛헛한 웃음을 지은 노인은, 뒷짐을 지며 뒤로 돌아 잠시 서 있었다. 그러다, 가게 안 마지막 손님이 나가는 걸 보고는 테이블을 닦는 여 종업원에게 말했다.


“은하야! 이 분 좀 모셔다 드려라.”

“에? 지금이요? 지금은···”

“아, 그거 말고 거기 있잖아! 못 알아 먹는 거야 여태?”

“예? 아, 아, 알아요, 알아.”



은하라는 종업원은 입맛을 쩝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앞치마 끈을 풀러 의자에 걸며 혜준에게 말했다.


“따라오세요.”



노인은 혜준의 인사를 받지도 않은 채 주방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뭔가 석연치 않은 뒷말과 반응에, 혜준은 한동안 노인이 사라진 주방을 바라보다 은하의 재촉에 국수 집을 나왔다.


* * *


모퉁이 국수 집보다 더 모퉁이 안 쪽에 있는 낡고 허름한 3층 짜리 건물.

그곳이 은하의 목적지였다.

그곳까지 불과 3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걸으며, 은하는 몇 번이나 혜준을 돌아보았다.


가는 눈과 약간 낮은 코는 노인과의 관계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아닌가? 편견인가? 상황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꽤 귀염상이라 생각하던 혜준은, 건물 입구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위치나 분위기가 아니라, 은하의 태도였다.


“뭐, 잘못된 게 있어?”

“네?”

“겁 먹은 것 같아서. 아니면, 뭔가 불안하거나?”

“아저씨. 지금이라도 돌아가세요.”

“왜?”

“여기 들어가면 안돼요.”

“여기 해커들이 있긴 있어?”



혜준의 물음에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에 혜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가야지.”

“그래도···”


혜준은 은하를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그리곤 건물 입구로 들어섰다. 우중충한 복도는 퀴퀴한 냄새를 풍기며 검은 속내를 혜준을 향해 드러냈다.

그리고.


혜준이 입구를 지나 복도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입구가 육중한 소리를 울리며 닫혔다.

유리 너머로 은하의 당황한 얼굴을 가리는 사내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에 호응하듯, 복도 앞에서 한 무리의 사내들이 혜준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닫힌 문 너머로 주춤거리며 물러나는 은하를, 육중한 몸뚱이의 사내가 가렸다. 혜준은 등 뒤에서 다가오는 사내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하나, 둘, 셋, 넷.

뒤에 두 명이 더 있는 것 같은데. 모두 일곱 인가.


“뭘 하자는 거야, 그 늙은이.”



혜준은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얼굴에 그대로 풀어내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곤, 꺼내든 약 병에서 종류를 재빨리 확인했다.

근력, 민첩, 그리고···피부 강화.

종류 별로 하나 씩, 세 알을 꺼내 입안에 털어 넣으려는 순간.


콰직.


눈 앞으로 달려 들어온 놈의 주먹이 방금 혜준이 서 있던 콘크리트 벽에 쳐 박혔다.


“깜짝이야, 젠장!”


오른손으로 캡슐을 입 안으로 밀어 넣으며, 왼 손으로 몸을 빼려는 상대의 오른 뺨을 후려 갈겼다.

놈의 비웃는 얼굴이 눈에 들어오려는 찰나


“으악!”



비웃음에서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바뀐 놈이 얼굴을 부여잡고 물러났다. 순간, 혜준은 놈의 팔을 붙잡아 비틀어 꺾어버린 뒤, 허물어지는 놈의 다리까지 대각선으로 차서 부러뜨려 버렸다.


하나 재꼈고.

순간적으로 전투불능 상태로 만드는 그 모습에 다가오던 사내들이 주춤 멈춰 섰다. 혜준은 소매 안으로 손을 넣으며, 몸을 돌려 뒤에서 다가오는 거구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앗!”


혜준이 주먹을 뻗었으나 거구는 굉장히 날렵했다. 주먹을 피하며 혜준의 옆구리에 펀치를 날렸다.


“크윽!”



혜준이 방어하지 못한 채 펀치를 맞는 순간, 거구의 손아귀가 혜준의 멱살을 붙잡았다. 곧, 혜준의 몸이 놈의 눈 앞에 대롱대롱 떠올랐다.


“크크! 까부는 건···”

“그래, 여기까지야.”


거구가 혜준을 향해 펀치를 날리려는 찰나에, 혜준의 손이 거구의 목덜미 앞을 횡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돌아왔다. 순간, 거구가 혜준을 잡은 손을 놓으며 자신의 목을 움켜잡았다. 두툼한 손 안 에서 피가 뚝뚝 흘러 내리고 있었다.


“끄으으···”

“돼지들 싸움 패턴은 워낙 단순해서. 기억이 그렇게 말해 주네?”


힘은 셀 테니 민첩이나 순발력을 올리는 약을 먹었을 테지만, 싸우는 방식이야 늘 똑같을 테니까. 혜준은 놈이 붙잡을 걸 예상하고 가지고 있던 단도로 놈의 목을 그어 버린 것이다.


“이 미친 새끼가! 백주대낮에 사람을 죽여?”

“이 새끼는 병신 만들어 놨네! 돌았어, 이 새끼야?”

“거참, 시끄럽네. 이 새끼 죽는다고 누가 그래?”


혜준은 주머니 안에서 스프레이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꺽꺽 거리는 거구의 목을 붙잡은 뒤, 피가 뿜어 나오는 상처에 스프레이를 뿌렸다.


치이이익.

시멘트 같은 점액질이 상처 위를 두텁게 덮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오려는 핏물이 조금씩 흐르다 멈췄다. 거구는 여전히 꺽꺽거리긴 했지만, 호흡이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런 거 몰라? 무식한 놈들이네.”

“이 새끼가 정말!”

“시끄럽고. 얘 지금 병원 안 가면 정말 죽어. 계속 이러고 있을 거냐?”



잠시 당황 하던 사내들은 곧, 둘 씩 짝을 지어 쓰러진 놈과 거구를 양 쪽으로 붙잡고 문으로 향했다. 혜준은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사내들을 향해 말했다.


“위에 다른 놈들 있지?”

“미친 새끼!”


웃기는 놈들이네. 혜준은 피식 웃으며 사내들이 나간 문으로 향했다. 은하가 벌벌 떨며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희 할아버지가 기다렸다가 보고 오라디?”

“우리 할아버지···아녜요.”

“아니야? 뭐, 아무튼.”

“지미···그렇게 보여도 아직 쉰도 안 됐어요.”

“뭐? 지미가 누군데?”

“당신이 할아버지라고 했던, 그 사람이요.”


혜준은 눈을 껌뻑껌뻑 거리다가 헛기침을 했다.


“아, 뭐. 그래. 팍 삯은 인간이야 여럿 봤으니까. 어쨌든 왜 기다리고 있는 거야?”

“아저씨 붙잡히면···지미한테 이야기하기로 되어 있어서.”

“음. 그게 패턴이야? 거참, 엉성하네. 위에는 다른 인간들이 있나?”

“위에 더 많아요. 아저씨, 이제 그냥 돌아가요.”


은하가 사정 하듯 말했다.

대체 이 아이의 사연은 무엇일까.

궁금하긴 했지만, 시간이 많지 않으니 물어볼 틈은 없었다.


“혹시 몇 명이나 있는지 알아?”

“일 나간 사람 없으면 열 명? 일 나간 사람 있으면 네 명이나 다섯 명 정도.”



음. 시간이 너무 끌리는데.

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은하에게 말했다.


“아무 일 없을 테니까 걱정 말고. 혹시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네? 어떻게?”

“아, 별 거 아냐. 아무도 다치지 않고 일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이 있어서.”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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