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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뭐있남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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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증후군
작품등록일 :
2022.05.12 12:04
최근연재일 :
2022.05.20 08:25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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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2,268

작성
22.05.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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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DUMMY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선 혜준을, 지미는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혜준은 그런 지미의 시선을 한 번 받고는 외면한 채, 구석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런 혜준을 은하가 난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국수 한 그릇 줘요.”



혜준이 지미를 향해 손짓했다. 지미는 물끄러미 혜준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주방 쪽으로 몸을 돌렸다.


“어떻게 된 거에요?”


지미를 신경 쓰며, 은하가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혜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보는대로?”

“거지꼴 된 옷 밖에 안 보이는데?”

“흠, 그게 범인凡人들의 시각이긴 한데.”


은하가 뾰루퉁한 표정으로 눈을 흘겼다. 혜준은 피식 웃으며 지미를 가리켰다.


“뭐, 하는 말 없어?”

“가방 받고부터 아무 말도 안 하더라구요.”



흐음. 혜준은 지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대체?”

“원래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서.”


그 때 지미가 국수 담긴 그릇을 들고 몸을 돌렸다. 은하가 천천히 혜준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지미는 그런 은하를 흘깃 바라보곤 혜준이 있는 테이블로 와 국수를 내려놓으며 앉았다.


“생각보다 멀쩡하네.”



혜준은 국수를 입 안으로 허겁지겁 밀어넣었다. 아까 까지는 허기라는 걸 인식하지 못했는데, 눈 앞에 놓인 국수를 보자 식욕이 마구마구 샘솟았다. 혜준의 먹는 기세를 바라보던 은하가 냉큼 주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지미는 그런 은하를 다시 한 번 흘긋 바라보고는 이죽거렸다.


“내 마누라 마음을 온통 사로 잡았나 봐?”

“그런 얼토당토 않은 오해로 비즈니스를 무너트리진 않길 바랍니다.”


지미가 코웃음 쳤다.


“웬 존댓말이야?”

“앞으로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해야 하니까, 나이 대접은 해드려야죠.”

“아주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나 보군. 뭐, 인정하지. 이렇게까지 사지 멀쩡하게 돌아올 줄은 몰랐어.”

“캡슐까지 가지고 말이죠.”

“하지만, 아직 금액적으론 턱없이 모자라.”


턱없이? 혜준이 국수를 가득 문 턱을 치켜들며 지미를 쏘아보았다.

그 시선을 마주 받던 지미가 곧, 겸연쩍은 듯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뭐, 많이는 아니지만. 적당히.”

“적당히 좀 해요. 그래서 얼마라는 건데?”

“이렇게 한꺼번에 거금을 얻을 케이스가 많지 않으니까 하는 말이야.”

“웃기시네 정말.”


혜준이 국수를 비우자마자, 은하가 새로운 국수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혜준은 지미가 안보는 틈을 타 은하를 향해 눈을 찡긋하고는, 다시 게걸스레 먹기 시작했다.


“좋아, 적당하게.”


지미가 담배를 꺼내 피워 물며 말했다.


“마지막 한 번만 더 하자.”

“정말 마지막 인 겁니다. 그 다음엔 꼭 해커를···”

“해커는 이미 섭외해 놨어. 나도 수지가 맞아야 해커한테 돈을 주고 고용을 하지 않겠나?”

“장사꾼한테 돈 없다는 건 참···믿으라는 소린지.”



혜준은 두 그릇째 국수마저 뚝딱 비우고는 입을 쓱 닦았다. 그리고 물을 꿀꺽꿀꺽 마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로 향했다.


“정해지면 전화 줘요. ‘마지막’!!”


혜준은 ‘마지막’이라는 글자에 맞추듯 문 옆을 주먹으로 쾅쾅쾅 쳤다.


“일. 알겠죠?”

“그러지.”


문을 나서는 혜준을 바라보던 지미는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은하는 혜준이 사라진 문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 * *


이른 저녁의 도심에는 벌써 퇴근을 서두르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길에 쏟아지는 인파 속에 파묻혀 걷던 혜준은 문득, 길 옆 커피숍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밖이 보이는 통 유리로 하루의 마지막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자리였다.

커피 한 잔을 가지고 자리로 되돌아와 한모금 마시려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정해졌어요? 마지막!”

-뭐가 정해져요?


예상외의 목소리에, 혜준은 휴대폰 액정을 다시 확인했다. 낮은 한숨과 함께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는 천천히 대꾸했다.


“잘못 봤네.”

-애인이라도 기다리나 보네요.

“질투나도 참아줘. 그래, 무슨 일이야?”

-잠시 얼굴 볼 수 있어요?

“지금? 나 바쁜데.”

-그렇게 안 바빠 보이는데? 뒤에 앉은 여자 예쁘네요.


혜준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중년 아주머니 둘이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혜준은 허, 하고 헛웃음을 쳤다.


“정말 노잼인데.”



뚜,뚜,뚜.


이런 망할 계집애가.

혜준이 속으로 욕을 삼키며 휴대폰을 끄는데, 입구가 열리며 한 여자가 안으로 들어섰다. 여자는 지체없이 그대로 혜준을 향해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본 혜준은 눈을 찌푸렸다.


“이게 뭔 짓이야?”

“뭔 짓은? 사람 찾아온 짓 이죠.”


여자는 혜준의 앞에 앉으며 다리를 꼬았다. 미니스커트 아래 미끈한 각선미가 드러났다. 혜준은 거기에서 시선을 떼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차지희 경사님. 저 스토킹하시는 겁니까?”

“네.”

“아, 그러시군요. 왜죠? 저 같은 빈털터리에 가진 것 없고, 아무 것도 쥐뿔도 없는 신원미상의 애새끼를?”



여자, 지희가 코웃음을 쳤다.


“불쌍한 척 하지 마시고요. 안 어울리니까. 잊었어요? 계약.”


혜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놈의 계약. 계약대로라면 벌써 해줄 만큼 해 준 것 같은데.”

“아니거든요?”

“게다가 갈수록 보수도 줄여 버리면서, 무슨 낯짝으로?”

“이 건은 달라요.”



지희가 혜준 앞으로 파일 하나를 건내며 말했다. 혜준은 눈을 찌푸리며 그걸 받아 들었다.


“뭐야 이건?”

“계약을 일시에 날려버릴 수도 있는 거금이 되는, 그런 현상수배죠.”

“응? 마리오 에스코바르?”


파일 안에는 멕시코 혹은 브라질 사람 느낌의 남자가 현상수배된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 아래로, 각종 데이터와 뉴스 기사들이 스크랩된 문서들도 포함이 됐다. 혜준은 그것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드렁커 브로커 업체? 아니, 왜 남미 새끼가 한국에서 약쟁이들 데리고 설쳐?”

“한국이 세계 최대 캡슐 생산국가 중 하나라는 사실, 잊었어요?”

“그것 만으로 이런 놈들이 판을 치다니. 망조구만.”

“아무튼, 그 업체를 박살내고 놈을 잡아주는 게 조건이에요.”



혜준은 눈을 찌푸렸다.


“경찰이 왜? 직접 하던가, 아니면 죄를 밝혀내서 잡아들이던가 하면 될 일 아니야?”

“경감님의 깊은 속 뜻을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쯧쯧, 그렇게 노친네 시키는대로 살기만 할 거야?”

“나이도 내가 더 많은데, 그렇게 무슨 인생 선배마냥 말하니까 참 재수없네요.”

“재수없다면서 반말하는 것까지 참아주시고. 내가 꽤나 예쁜가봐? 아니면.”

“아니면?”

“나에 대해 더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던가? 가령, 나이 같은? 내 원래 나이를 알고 있으니까 반말을 하든 지랄을 하든 넘어가는···”

“소설 쓰지 마시구요.”


지희가 파일을 들고 일어났다. 그리곤 혜준에게 파일을 건내듯 내밀었다.


“어떻게 할 거예요? 콜, 아님 패스?”

“뭐, 방법이 없잖아.”


혜준은 파일을 낚아채듯 집어 들었다. 지희가 미소지으며 입구로 향했다.


“준비되면 알려줘요. 지원해 줄테니.”

“지원? 퍽이나.”


또각거리는 소리만 남기고 커피숍을 나가는 지희를 바라보며 혜준은 픽 웃음지었다. 그 때 휴대폰이 울렸다.

지미였다.


“그래, 마지막! 일은 결정이···에? 뭐요?”


말을 하다 말고, 혜준은 파일을 다시 꺼내들었다.


“마리오 에스코바르?”


* * *


경기도 외국인 거주구.

원래부터 많았던 외국인들의 수는 캡슐의 등장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결혼과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속에서도 나라 인구가 증가한 이유가 달리 뭐가 있을까?

가뜩이나 한류에 노동력 감소로 인한 외국인 노동자 수입 증가 추세로 많았던 외국인들이었다. 더이상 방치할 수가 없어서 정부에서는 몇 개의 외국인 거주구를 만들어 안정적 관리를 꾀하고 있었다.


혜준이 지금 들어선 동네도 바로 그런 곳이었다. 특히 이곳은 중남미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약이야 많이 챙기기는 했는데.”



혜준은 조수석에 놓인 캡슐 상자를 흘깃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지미는 캡슐 뿐 아니라 자동차도 지원해 주었다. 그 덕분에, 혜준은 목표물이 있는 건물 주변을 어슬렁대는 대신, 형사처럼 자동차 안에서 편하게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었다.


목표 장소는 거주구 안에서도 공단이 밀집해 있는 외곽에 자리잡고 있었다. 단층짜리였으나, 높이가 왠만한 건물 3,4층은 되어 보일 법한 커다란 창고형 건물 앞에 남자들이 늘어서 있었다.

한 눈에 봐도 남미 사람들로 보였다. 험악한 인상과,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두툼한 점퍼가 특히 눈에 띄었다.


“저거 분명히 총 인데.”


남자들의 불룩한 오른쪽 가슴이나 뒷주머니를 바라보며 혜준이 한숨을 쉬었다. 주먹으로 싸우는 것과 총으로 붙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리고 더욱 큰 문제는 혜준이 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이건 딱 봐도 맥이는 건데.


혜준은 곰곰이 생각을 거듭했지만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결국 캡슐 상자에서 다른 종류의 약 세 개를 꺼냈다.


근력강화제.

민첩강화제.

피부강화제.


피부강화제는 두 알을 준비한 뒤, 혜준은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어둠이 짙게 내려 깔리며 음산한 바람이 부는 벌판을 지나 건물로 다가갔다.


응?


입구로 가까이 다가가던 혜준은 순간, 눈을 의심했다.

방금 전에 봤을 때만 해도 멀쩡히 서서 농담을 주고 받던 남자들이 모두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얼굴이 돌아가 있거나 배를 움켜쥔 자세였다. 일격에 이들을 모두 제압해 버린 것이다.


누구지 대체?

혜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우선 남자들의 품을 뒤져 권총을 꺼내들었다.

가벼운 무게가 마치 장난감 권총 같지만, 엄연히 실탄을 쓰는 똑같은 총이었다.

‘일명 고스트 건’이라 불리는 것이다. 밀수된 부품들을 이용해 제작되는 이 권총들은 은밀하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이런 권총들이 히로익 캡슐과 함께 범죄 시너지(?)를 일으켜 사회 문제화 된 지 오래 됐다.


혜준은 권총 탄창을 몇 개 챙겨 주머니에 집어 넣은 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열려 있는 건물 입구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 순간,


“끄아악!”


안에서부터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컨테이너 박스나 벽면이 넓은 창고 건물의 공간을 구분 짓고 있었다. 입구를 들어서며 안을 살핀 혜준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움직였다.

비어있는 컨테이너 안을 살핀 뒤 밖으로 돌아 나갔을 때,


퍽!


난데없는 몽둥이가 혜준의 등을 때렸다. 혜준은 앞으로 쏠린 몸을 재빨리 바로잡으며 몸을 돌렸다. 동시에 발차기를 날렸다. 재차 가격하려던 남자가 발에 맞아 뒤로 밀려 났다.


“여기! 다른 놈이 또 있어! 여기!”


알아듣지 못할 말로 소리친 남자가 품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순간, 혜준은 남자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함께 쓰러지는 와중에 남자의 팔목을 붙잡아 비틀어 꺽어 버렸다. 남자의 비명이 창고 건물 안에 길게 울려 퍼졌다.


“말해. 누가 이렇게 만든 거야?”


남자의 품 안에서 꺼낸 권총을 머리에 들이밀며 혜준이 물었다. 하지만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기만 할 뿐이었다. 혜준은 욕설을 뱉으며 총 손잡이로 남자의 뒤통수를 후려 갈겨 기절 시킨 뒤 몸을 일으켰다.


탕탕!!


그때 저 편에서부터 총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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