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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뭐있남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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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다작증후군
작품등록일 :
2022.05.12 12:04
최근연재일 :
2022.05.20 08:25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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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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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2,268

작성
22.05.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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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화

DUMMY

혜준은 아올라를 향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리곤 천천히 허리를 굽혀, 들고 있는 총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보는 아올라가 눈을 찌푸렸다.


“뭐 하자는 거야?”


혜준이 총에서 한 걸음 떨어지며 한국말로 답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생각해 보자는 거야.”

“대승···뭐?”


아올라 역시 한국말로 이야기하자, 혜준이 빙긋 웃었다.


“역시, 우리말 할 줄 알았어.”

“닥치고, 할 말 없으면 이제 꺼져.”

“안 되겠어 그것도. 난 그 놈을 데려가야 하거든.”


아올라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그녀는 축 늘어진 마리오의 몸을 바닥에 내던진 뒤, 그 가슴을 밟고 섰다. 동시에 혜준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네 놈 먼저 죽여주지.”

“자자, 협상하자는 거야. 네 목적은 그 놈 멱을 따는 건가?”

“멱을 따? 뭔 소리야?”

“한국말이 서툴군. 그 놈 죽일 거냐고.”


아올라가 코웃음을 쳤다.


“그럼 내가 이 새끼랑 떡이나 치려고 온 줄 알아?”

“허허, 고운 얼굴에서 폐기물 쓰레기 같은 소리만 나오네. 아무튼 좋아. 그럼 이건 어때? 그 놈을 죽이는 일을 잠깐 유예하는 것 말이야.”

“무슨 개소리인지 정확하게 말해.”

“무슨 소리냐면.”


혜준이 손바닥을 들어올려 의도가 없음을 표시한 뒤, 천천히 주머니로 옮겨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액정을 몇 번 누른 뒤, 화면을 아올라 쪽으로 돌렸다.

디바운티 (D(Drunk)-Bounty)라는 이름의 현상금 수배를 위한 앱 화면이 보였다.


“경찰 견인가?”


아올라가 픽 웃음지었다. 혜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라고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야. 다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거지.”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 놈 넘긴 다음에, 내가 책임지고 빼내 줄 게. 그 때 죽이면 되잖아. 안 그래?”


아올라가 어이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누구를 개호구로 보고 있나? 뭔 말도 안 되는 헛소리야?”

“현상금은 반으로 나누고 말이야. 어때?”


혜준의 이어지는 말을 들은 아올라가 멈칫했다. 혜준은 속으로 ‘빙고’를 외치며 아올라에게 다가섰다. 아올라가 권총 총구를 흔들자, 양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하나 더 믿음을 주자면, 나도 이 놈 목을 따야한다 이 말씀이야. 그러니 결코 그 쪽을 속이거나 뒷통수 치는 일은 없을 거야. 맹세해.”

“어떻게 믿지?”

“현상금 반으로 우선 믿는 거 아니었어? 가만보니, 받는 돈이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아올라는 헛기침을 하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아올라가 앱 화면에 뜬 현상금 액수를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었다. 혜준은 싱긋 웃었다.


“2천이면 꽤 큰 돈이야. 안 그래? 더구나 엑스트라 차지라고. 짭짤하지 않아?”

“2천? 4천이 아니고?”


아아, 혜준은 생각났다는 듯 덧붙였다.


“미안. 내가 사정이 있어서, 공식 의뢰비의 반 밖에 못 받거든.”

“그렇다면 내가 할 이유가 없어지는데?”

“에이, 설마? 너, 공식 의뢰를 못 받잖아. 나 없이는 그 놈으로 이 방법 못 쓸 텐데?”



아올라는 정곡을 찔린 듯, 발그스름해 진 얼굴로 카일을 노려보았다. 그러다 곧, 총구를 내리며 말했다.


“방법은?”

“뭐?”

“그 놈을 빼내 올 방법 말이야.”

“아아, 그건 내게 맡겨 둬. 못 믿겠으면 나랑 같이 다니면 되잖아. 안 그래?”


카일이 빙긋 웃으며 천천히 바닥에 떨어져 있는 총을 주워 들었다. 그리곤 허리 뒷춤에 넣은 뒤, 마리오와 아올라를 향해 걸어왔다. 아올라는 마리오의 뒷덜미를 잡아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을 본 카일이 휴대폰을 들어 번호를 눌렀다.


“차지희 경사님? 약속대로 임무 완료 했는데요. 대체 지원은 언제 보내주려고 한 건가요?”

-완료라고요?

“속고만 사셨나, 지금···어어?”



여유있게 통화를 시작하던 카일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마리오를 일으켜 세운 아올라가 소매 안에서 단도를 꺼냈기 때문이다.


“역시, 안 되겠어.”

“이런 씨발!”


혜준이 아올라를 향해 냅다 뛰쳐나갔다. 그런데 동시에, 마리오가 팔꿈치를 휘둘러 아올라를 가격했다. 옆구리를 맞은 아올라가 비틀거리며 단도를 그으려 했지만, 마리오는 간발의 차로 목을 빼내며 앞으로 뒹굴었다.


“썅년! 쉽게 죽을 줄 알아?”


비틀거리며 몸을 일어난 마리오가 바닥에 떨어진 총을 들어 아올라를 겨눴다. 그 때, 혜준이 마리오를 뒤에서 걷어찼다. 총성이 울리며 저 편 벽에 총알이 날아가 박혔다.


“젠장!”


아올라가 주머니에서 캡슐을 꺼내어 입 안으로 털어넣었다. 그 와중에 혜준은 마리오에게 달려 들었다. 일어나려는 마리오의 복부를 다시 발로 가격한 뒤, 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내여 마리오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얌전히 안 있으면 뒤지는 거야!”

“좃까! 나중에 죽이려는 거 못 들었을 줄 아냐?”

“언어 능력자네, 이 새끼.”


혜준이 마리오의 손에 수갑을 채운 뒤 일으키는 순간, 총성이 울렸다.


“멈춰.”


바닥에 박힌 총알에 멈칫한 혜준을 겨누며 아올라가 낮게 말했다.


“그 새끼 두고 꺼져.”

“협상대로 하자. 그게 최선이야. 안 그래?”

“역시 네 놈을 믿을 구석이 없어.”

“날 믿지 말고 돈을 믿어. 그러면 돼.”



아올라는 혜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 곧,


“누구 돈인지도 중요하지.”


방아쇠를 당겼다.


“크윽!”


혜준이 왼쪽 어깨를 붙잡고 쓰러졌다. 그 뒤로 양팔이 묶인 채 사색이 된 마리오가 입구를 향해 냅다 뛰기 시작했다. 아올라가 마리오를 겨눴다. 하지만


철컥,철컥


총알이 없었다. 마리오는 비명 섞인 고함을 지르며 입구로 돌진했다.


“치잇!”


아올라가 바닥에 있는 총을 냉큼 집어든 뒤, 마리오를 향해 방아쇠를 거푸 당겼다. 건물 안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혜준이 아올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올라의 팔을 쳐 권총을 떨어뜨린 혜준은, 그녀의 몸 위로 타고 올라가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허리 춤에서 수갑을 꺼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아올라가 양 다리를 들어올려 혜준의 목을 휘어 감았다.


“윽!”


불시의 기습에 혜준은 아올라의 다리에 감겨 뒤로 나뒹굴었다. 몸을 일으키던 아올라가 신음을 흘리며 주춤했다. 페인리스의 약효가 거의 다 떨어진 것이다. 그녀는 찡그린 얼굴로 저 편에 떨어져 있는 총을 집기 위해 움직였다.


“끈질기네 정말!”


일어난 혜준이 아올라를 붙잡으려 했다. 아올라는 혜준의 손아귀를 피하며 주먹을 날렸다. 혜준 역시 상체를 움직여 아올라의 주먹을 흘렸다.

아올라가 연신 주먹을 휘둘러 혜준의 머리나 가슴을 노렸다. 혜준은 손을 들어 막거나 피하며 아올라의 공격을 무산 시켰다.


“어디서 배웠어? 잘 하는데.”

“닥쳐.”



혜준이 아올라의 어퍼컷을 피하며 느물거린 순간, 곧 몸이 붕 떴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어퍼컷 동작을 중간에 멈추며 혜준의 멱살을 움켜쥔 아올라가 그대로 업어치기 해서 날려 버린 것이다.


“넌 못하는데, 어디서 배운 거야?”

“이런 젠장···”



아올라는 캡슐을 꺼내어 입으로 털어넣은 뒤, 절뚝거리며 걸어가 권총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일어서는 혜준의 종아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혜준이 움찔하며 피하자, 그녀는 총구를 들어 올리며 뒷걸음질 쳤다.


“너도 이제 약발 떨어져 가잖아? 다시 쫓으면 이제 머리를 날릴 거야.”

“...하아.”


혜준이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걸 본 아올라는 휙 몸을 돌려 입구를 향해 뛰어갔다. 그녀를 지켜보던 혜준은 주머니를 뒤지다 빈 손으로 돌아온 손을 보며 중얼거렸다.


“페인리스를 왜 생각 못했지.”

-무식해서.

“위로 고맙군.”


입구 근처에서부터 총성이 연속으로 울려 퍼졌다.


* * *


“이게 해결된 거라구요?”

“...아, 그게.”

“경감님 모시고 오지 않길 잘했지. 내 얼굴이 뭐가 됐겠어요?”



차지희의 힐난을 들으며 혜준은 연신 한숨을 내뱉었다. 입구 주위를 가득 메운 채 떠들썩하게 움직이는 경찰들 사이로, 마리오 에스코바르의 시신이 들것에 실려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게 보였다.

계단에 걸터 앉아 그 광경을 바라보던 혜준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뭐, 안타깝네요.”


들고 있는 서류에서 눈을 돌려 혜준을 흘깃 바라보며 차지희가 중얼거렸다. 혜준이 뭐냐는 듯한 시선을 보내자, 지희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개인적으로 말이죠.”

“공식적으로도 그렇게 생각해 줄 수 없을까? 안에 봤지?”


혜준은 검지 손가락으로 건물을 가리켰다.


“저 놈 조직원 대부분이 골로 갔어. 보스도 죽었고. 이제 잔당만 소탕하면 거대 조직이 일망타진되는 거 아니야?”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그러니까, 온전히는 아니어도 얼마 정도의 현상금은 줄 수 있는 거 아니냐, 이거지.”


혜준이 간절한 눈빛을 담아 지희를 올려다보았다. 두 손까지 모으는 혜준을 내려다보던 지희가 얕은 한숨을 뱉었다.


“이 건을 ‘온전히’ 했다는 전제 하에, 신원 미확인자 등재를 해제해 주겠다는 거였어요. ‘온전히’!”

“아니, 하지만···”

“마리오 에스코바르가 살아 있어야 연결된 조직이 드러나죠. 일망타진은 일종의 덤이라구요. 보너스, 서비스, 알죠? 그런데 지금 군만두 시켜놓고 탕수육 서비스 달라고 하는 꼴이잖아요?”

“탕수육 땡기네, 쩝···”


혜준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지희는 들고 있던 서류철을 탁 닫으며 말했다.


“그리고 자꾸 착취한다는 둥, 현상금 착복한다는 둥 헛소리할 거면 일하지 말아요. 신원 미확인자에게 현상금 주려고 돈 세탁하는 게 쉬운 일인줄 알아요? 우리가 누구 좋으라고 이 짓을 하는데?”

“아아, 고마운 건 알고 있는데 말이야.”


혜준이 엉덩이를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물고만 있던 담배를 바닥에 내던졌다.


“솔직히 현상금 사냥하는 놈들이 다 변변찮은 거잖아? 경찰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고. 괜찮은 놈들은 죄다 민간 의뢰 쪽으로만 몰리고. 그런 상황을 모르는 사람도 있어?”

“그래서, 아쉬운 게 누구라고 생각해요?”

“당장은 내가 아쉽지. 그건 알고 있어. 하지만 곧 이 불공평한 관계도 끝날 테니까, 두고 보자고.”


혜준은 지희에게 흥칫뿡, 하는 과장된 표정을 지어보인 뒤 몸을 돌렸다. 지희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곧, 서류를 흘깃 바라보고는 생각 났다는 듯 소리쳤다.


“그 여자! 이름이 뭐라고 했죠?”


혜준은 지희를 돌아보았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혜준은 곧 어깨를 으쓱했다. 지희가 눈을 찡그렸다.


“들었다면서요?”

“들었는데, 뭐였더라? 아, 아···”

“아?”

“아이스 카라멜?”

“...”

“아무튼 ‘아’씨였어. 잘 찾아봐.”


안녕, 하는 손짓을 하며 돌아서는 혜준을 노려보며 지희가 중얼거렸다.


“아, 씨? 아, 씨발, 진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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