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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뭐있남 님의 서재입니다.

약 빨면 나만 혼자 레벨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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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증후군
작품등록일 :
2022.05.12 12:04
최근연재일 :
2022.05.20 08:25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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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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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수 :
72,268

작성
22.05.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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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화

DUMMY

분명 이 정도 충격은 충분히 버텨내야 했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 몸이 아파서 죽을 지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혜준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언제까지 쳐 자빠져 있을 거야, 앙?”



검은 가죽부츠가 혜준의 옆구리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충격을 준 뒤에도 그대로 박힌 채 힘을 주어 혜준의 몸을 들어서 엎어 놓았다. 그제서야 혜준은 자신을 가격한 사내를 볼 수 있었다.


짧은 스포츠 머리를 진한 적갈색으로 물들이고.

귀에는 귀걸이를 한.

일자 눈썹에 두툼한 코에 약간 들린 입술.

잘 생겼다고 보기는 힘든 외모에 어울릴 법한 굽은 등과 땅딸막한 키.

무엇보다 압권인 건,

가죽 부츠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주색 세미 정장과 하얀 티셔츠.


그리고, 목에 건 두툼한 금목걸이···


“뭐야, 수갑을 왜 목에 차고 다녀?”

“앙?”


혜준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사내는 얼굴을 왈칵 찌그러트렸다. 그리고는 혜준의 가슴 팍을 발로 짓밟았다.

그 충격 때문은 아니고 나올 타이밍이었을 뿐이지만, 어쨌든 혜준은 고개를 돌리며 왈칵 토를 했다. 사내는 으왁, 하고 소리치며 한 발자국 폴짝 뛰어 물러났다.


“더러운 새끼가 어디 내 명품 부츠에 오바이트를 하려고.”

“지랄하네. 네가 두목이냐?”

“두목? 하아, 이 새끼가. 엄연한 사업체 대표이신 이 몸을 조폭으로 몰아?”



사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혜준을 바라보다 곧,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골목 앞뒤로 몇 사람이 이 쪽을 힐끔 거리고 있었다. 사내는 그들을 의식한 듯, 주위에 둘러선 남자들에게 손짓했다.


“야야, 이 새끼 일단 끌고 가서 차에 태워.”



사내의 말에, 남자 둘이 혜준의 양 팔을 붙잡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혜준은, 일어나자마자 팔을 양 쪽으로 휘두르며 남자들을 밀쳐냈다.

남자들은 혜준의 힘에 떠밀려 양 쪽 벽에 몸을 부딪치고 나동그라졌다.


아니, 몸은 정상인데.

왜···이러는 거지?


극심한 두통과 심하게 떨리는 오한 속에서도, 몸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혜준은 영문을 알 지 못해 당황스러운 심정을 추스르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다른 남자의 주먹을 피한 뒤, 발로 쳐 날렸다.


“이거 참, 앙칼진 놈이네. 안 되겠다.”


사내가 주위 남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일단 잡아.”


사내의 명을 받은 남자들이 우르르 혜준에게 달려들었다. 토악질이 나오고, 초점이 흐려져 감기는 눈에 깨질 듯한 두통, 온 몸을 흔드는 오한 속에서도, 혜준은 다가오는 남자들의 공격을 피하고, 맞받아치면서 버텼다.

하지만 중과부적. 결국 남자들이 혜준의 사지를 붙들고 늘어졌다.


“자, 순순히 말하면 곱게 죽여줄게. 약 어디로 뺴돌렸냐?”

“택시에 두고 내려서, 모르겠는데.”

“하아, 이런 닝기리.”


사내가 품에서 전자담배를 꺼내어 물었다. 그리고 길게 들이마셨다가 연기를 뱉은 뒤.

혜준의 안면에 주먹을 꽂았다.


퍽!


두개골이 머리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충격을 느끼며, 혜준은 어질어질거리는 몸을 축 늘여트렸다. 하지만 남자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혜준의 몸을 바짝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다시금 사내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아아, 미안해. 내가 요걸 빨면 좀 흥분이 되서.”


사내가 담배를 들어보이며 야비한 웃음을 지었다. 다시 길게 한모금을 삼킨 뒤, 혜준의 멱살을 잡았다.


“이제 마지막이야. 어디로 보냈어?”

“...”

“너, 그거 가지고 간 거, 얼마 안 돼. 내 입장에서는 한, 열흘? 보름? 그 정도 돈 날린 거 밖에 안 된다고. 그리고 네 놈 몸뚱이로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고 말이야.”


사내가 혜준의 뺨을 탁탁 때리며 이죽거렸다.


“그런데 네 입장에서 보자면 말이야. 아주 중요하잖아? 안 그래? 그깟 돈, 모가지 날아가 봐야 무슨 소용이냐? 그러니까 곱게 불어. 내가 아까는 말을 잘못했는데···안 죽일 거야. 어디로 보냈는지만 말하면, 절대 안 죽일게. 곱게 돌려 보낼게.”

“...ㅈ···ㄲ···”

“뭐? 어디?”

“조···까···”

“...”


퍽!


사내가 연신 주먹을 날렸다. 혜준은 이제 몸의 고통을 느낄 수도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있었다. 정신이 몸 밖으로 나가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러면서도 희한한 건, 뿌연 것 같았던 머릿속이 점점 더 맑아 지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안개가 걷히면서 눈 앞에 무언가가 드러나는 것 같은 환각.

하지만 몸은, 가면 갈수록 깊은 심연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야, 안되겠다. 얘 데려가.”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남자들이 혜준의 사지를 잡았다.

혜준은 희미해지는 눈을 뜨려고도, 붙잡힌 온 몸을 뒤틀며 반항해 보려고도,

어둠 속으로 침잠하는 것 같은 정신을 붙잡으려고도 해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가서, 돈 되는 거 다 떼고 처리해. 바다에 쳐 넣던가 태우던가 땅에 파 묻던가.”


사내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바깥과 통하는 혜준의 감각이 모두 닫혔다.


* * *


‘최상위 등급은, 아직 위험해. 인류에겐 무리야.’


?


무슨···


‘오빠, 금방 갈게.. 이 일 끝나면, 돈 많이 생겨. 그러니까 그때.’


알 수 없는 말들이 귓가를, 아니 머리 속을 타고 흘렀다.

혜준은 알 수 없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역시 우리···이는 최고야! 너무 똑똑해! 천잰가?’


가장 기묘한 건, 이 모든 말들이.


‘머터리얼 스타일이 필요해. 그런 타입을 개발해야 캡슐의 미래가.’


‘...홍? 그게 네 이름이야? 뭐, 사람이···라고?’


혜준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돌아왔네?


“응?”


느닷없이 들리는 목소리. 혜준은 알 수 없는 소리들을 이해하려다 체념하며 가라앉던 의식을 되살렸다.


“누구야 넌?”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 아니, 자신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참 어색하면서 신기할 수 밖에 없었다.


혜준의 질문에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날, 몰라? 잊은 건가?

“애초에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흐음. 그럴리가? 왜?

“내가 어떻게 알아. 넌 날 알아?”

-당연히 알지.

“그래?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잘 됐네. 그럼 나에 대해 알려줘.”

-그래. 알겠어.


자신의 상황 때문인지 뭔가 의욕이 넘치는 듯한 그 목소리는 그러나, 다시 들리지 않았다. 길게 이어지는 침묵을 깨고 혜준이 목소리를 불렀다.


“뭐야, 왜 대답이 없어?”

-너에 대해 알 수 없어.

“안다며?”

-네가 너를 모르니까, 나도 너에 대해 알 수가 없잖아.

“...무슨 개소리야?”

-개소리? 개소리는 이거 아니야? 왈왈.

“장난 하냐?”

-장난 아닌데.

“너, 누구냐고.”

-나? 난 연홍이잖아. 정말 잊은거야?


눈 앞에 있으면 한 방 때려줬을 것 같은데. 아무리 목소리가 여자여도.

혜준은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느끼며 입을 다물었다.


대체 어디서 느닷없이 나타난 건지. 왜 자신이 상대해야 하는 건지.


아니, 그런데 그 전에.

내가 지금 무슨 꼴을 당하고 있는 거야?


“이봐. 너, 날 볼 수 있어?”

-볼 수 있냐는 게 무슨 말이야?

“지금 내 모습. 어떤 모습인지 보고 있냐고.”

-응. 넌 지금 침대 위에 온 몸이 결박되어 묶여 있어.

“그리고?”


잠시 침묵.


-네 옆으로 수술 도구들을 나르고 있어.

“수술 도구?”

-응. 병원에서 쓰는 수술 도구들. 그리고 커다란 아이스 박스도 몇 개.


아아. 대충 뭘 하려는 건지 알겠다.

쓸만한 장기들을 챙겨서 손해를 만회하려는 거겠지.


갑자기 조급한 생각이 혜준의 머리 속을 가득 채웠다.

이렇게 죽는 건가?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로. 왜 이렇게까지 구질구질하게 버텼던 걸까?

뭘 알기 위해서?

이렇게 비참한 마무리를 하려고?


-그때, 얘기한 거 기억 나?


조급함이 분노와 후회, 탄식으로 바뀌어가는 순간.

목소리, 연홍이 물었다.


“그때? 무슨 얘기?”

-너의 능력을 개선시켜 줄 수 있다는 이야기.

“능력을 개선해?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네 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개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했잖아.

“그 때가 언제야?”

-그건 네가 기억을 못하니까 내가 못하는 거고.


내로남불 대단하네. 혜준은 속으로 혀를 찼다.


“아무튼 좋아.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내가 지금 살 수 있어?”

-글쎄? 그건 해 봐야 알 것 같은데?

“당장 능력이 막, 그러니까 내 몸 상태가 엄청 좋아지고 그럴 수 있는 거야?”

-가능성은 충분해. 네 몸 안에 남아있는 캡슐의 원 성분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캡슐의 원 성분? 그게 몸 안에 남아 있다고?

무슨 소린지 몰랐지만.

당장 눈알이 빠지고 간과 신장이 들려 나갈 판국에 따질 겨를은 없었다.


“좋아, 그럼 당장 프로그램을 시작해 줘!”

-그래? 프로그램 시작에 동의한다는 거지?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빨리!”

-알겠어. 10초 뒤에 재부팅되고 시작한다.


뭐? 재부팅?

얘, 뭐 일종의 컴퓨터 같은 건가? 아, AI 뭐 그런 거?


혜준이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갑자기 눈 안으로 빛이 스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 * *


“어?”



어두컴컴한 창고 안. 오직 침대를 비추는 조명만이 대낮같이 환한 곳에 서 있던 남자가 움찔했다. 곁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다른 남자가 곁눈질하며 물었다.


“왜 그래?”

“아니, 이 새끼 지금, 움직였어.”

“뭐? 뭔 소리야?”


남자는 침대 위에 양 팔과 다리가 묶인 채 누워있는 남자, 혜준을 바라보며 코웃음 쳤다.


“야, 마취제를 얼마를 넣었는데 움직여?”

“진짜라니까?”

“너, 아까 이 새끼한테 쳐 맞았지?”


남자가 실실 웃으며 손가락질 했다. 움직였다고 말한 다른 남자는, 벌겋게 부어 있는 얼굴을 만지며 이빨을 드러내고 소리쳤다.


“그게 뭔 상관이야!”

“쳐 맞았으니까 쫀 거 아냐? 또 일어나서 줘 맞을까 봐?”

“이 씨발 새끼가!”

“야야! 농담이야 농담. 그렇게 반응하니까 진짜 같잖아?”



남자는 얼굴이 빨개진 남자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리곤 혜준의 뺨을 찰싹찰싹 후려치면서 말했다.


“됐어. 쫄지마. 혹시라도 일어난다고 해도 말이야. 이 새끼 약도 없고, 약빨도 떨어졌잖아?”

“뭐, 그렇지.”

“우린 주머니에 있는 약 한 알만 빨아도? 이런 새끼, 찜쪄 먹을 수 있어. 그러니까.”


남자는 말을 끊고 혜준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 이거 여자면 재미라도 볼 텐데. 어쩔 수 없지. 너, 복수라도 해.”

“복수?”

“그래. 아까 쳐 맞은 거 안 억울해?”


그 말에, 다른 남자가 벌건 얼굴을 쓰다듬으며 혜준을 내려다 보았다.

그리곤 곧 주먹을 들어올려 혜준의 얼굴을 후려 갈겼다.


퍽!


“이 씨발 새끼! 아까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

“더 쳐, 더! 아니, 눈은 치면 안 되고! 뺨! 그래, 싸다구! 싸다구!”

“이, 개새끼! 경아 그 년이 떠난 것도 네 탓이고! 울 엄마 맨날 지랄하는 것도 네 탓이고! 로또 안 되는 것도 네 탓이고! 지난 달 칼 맞은 것도···”


덥썩.


“네···탓···어?”


열심히 주먹을 휘두르던 남자가 우뚝 멈춰섰다.


혜준이 남자의 손을 잡은 채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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