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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뭐있남 님의 서재입니다.

약 빨면 나만 혼자 레벨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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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증후군
작품등록일 :
2022.05.12 12:04
최근연재일 :
2022.05.20 08:25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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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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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2,268

작성
22.05.1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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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DUMMY

은하가 혜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무슨 꿍꿍이야?’ 라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

의심과 불안, 왠지 모를 걱정이 섞인 그 얼굴에, 혜준은 씩 웃음으로 대답했다.

혜준의 웃는 얼굴을 본 은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요. 말려도 멈출 것 같지 않으니, 어쩔 수 없죠. 어떻게 하면 되요?”

“아, 그냥. 두 가지. 처음엔 내 뒤에 딱 붙어 서 있으면 되고, 그 다음엔···그냥 내가 하는 대로 가만히만 있으면 돼. 오케이?”


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혜준은 은하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뒤 몸을 돌려 건물 2층으로 오르는 계단으로 향했다.


“사무실은 어디야?”

“3층에 있어요.”

“2층에도 놈들이···있네.”



2층 계단 앞을 지키고 서 있던 두 사내가 혜준을 바라보고는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은하가 앞으로 나서며 뭐라고 말하려고 하자, 혜준이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다짜고짜 주먹을 날리는 상대의 공격을 흘린 뒤, 다시 달려드는 다른 사내의 가슴에 발을 꽂아 넣었다.

어, 젠장. 약빨이 떨어지는데 이제.

몸 안에서 돌던 약효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가장 나중에 먹은 피부 경화제는, 그 덕분에 첫 놈을 수월하게 잡았으나 약효 지속 시간이 다른 것에 비해 훨씬 짧았다.

여기서 더 약을 소비할 순 없다.

그렇게 마음 먹으며, 혜준은 뒤로 나뒹구는 사내에게 다시 달려들어 일격을 날렸다. 그 사이 등에 충격을 받았으나, 재차 주먹을 날리는 상대의 안면에 일격을 꽂아 넣고 마무리 지었다.


“자, 바짝 따라붙어.”



은하를 재촉하며 3층 계단을 오른 혜준은, 3층에 도착하기 직전에 은하의 손을 잡아 뒤로 바짝 붙였다. 은하가 순간 당황했지만, 당연히 혜준이 볼 수 있을 리는 없었다. 둘은 그렇게 3층으로 올라갔다.


“너 뭐야!”


은하의 말대로 열 댓명 남짓한 사내들이 복도 앞 의자에 옹기종기 둘러 앉아 있다가 혜준을 반겼다. 혜준은 은하의 손을 붙잡고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으로 섰다. 쇠파이프, 야구 배트, 도끼나 망치 같은 전형적인 무기들을 든 사내들이 천천히 혜준 앞을 에워쌌다.


“여기 대가리가 누구신가?”

“뭐?”



혜준의 물음에 앞선 사내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대가리는 물어서 뭣하게? 곧 죽을 놈이.”

“아니, 너희는 손님을 이렇게 대접하는 거야? 난 전뇌 전문 해커 찾아왔을 뿐인데.”

“그러니까 미친 놈아. 여기서 해커를 왜 찾냐고?”

“그럼 여긴 뭐 하는 곳인데?”

“여기? 죽을 놈 묫자리 알아봐 주는 곳이지. 어떻게 죽을 수 있을 지 컨설팅 해 주는 곳이기도 하고.”

“오, 제법 똑똑한데. 말 잘하네?”



혜준이 빈정대자 사내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곧, 그 뒤에 있던 사내 셋이 한꺼번에 혜준을 향해 뛰어올 기세로 나섰다.

순간, 혜준이 뒤에 있던 은하의 손을 휙 잡아 끌어 자신의 앞으로 끌어 안았다.


“잠깐, 멈춰.”



은하를 앞으로 안은 혜준의 오른손에는 단도가 들려 있었다. 혜준은 단도를 은하의 목 앞으로 가져갔다. 그 모습에, 다가오던 사내들이 멈칫 하며 걸음을 멈췄다.


역시, 생각이 맞았네.


혜준은 얼굴이 붉어진 은하를 곁눈질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모님 얼굴에 칼자국 나면, 너희 보스가 화를 많이 내겠지?”

“!”


혜준의 말에 은하가 흠칫 놀라며 곁눈질로 쳐다봤다. 혜준은 픽 웃으며 낮게 속삭였다.


“그렇게 놀랄 말이야 이게?”

“어떻게, 알았어요?”

“아빠라면 그렇게 이름 부르진 않을테고. 단순한 사장이라면 그렇게 옹호해 주진 않을 테니까. 넘겨 짚어 봤어 그냥.”

“정말···궁금한 사람이네요, 당신.”

“미스테리한 게 내 매력이지. 아무튼 가만히만 있으면 돼.”


혜준은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려는 사내를 향해 단도를 뻗어보인 뒤, 다시 은하의 목덜미를 겨눴다. 그 모습에, 앞선 사내가 손짓을 하며 다른 이들을 멈춰 세웠다.


“어서 내려가서, 너희 보스 오라고 해.”

“너, 이 새끼···이러고도···”

“아아, 무사할 줄 알고 있어. 그런 뻔한 소리로 시간 낭비 말자고.”


혜준은 은하를 안은 채 천천히 계단 벽 쪽으로 향했다. 그리곤 앞선 사내를 향해 손짓했다. 사내는 잠시 혜준을 노려보다, 다른 사내들을 향해 턱짓을 했다. 곧, 두 명의 사내가 빠르게 계단 아래로 사라졌다.


“대체 전뇌 해커는 왜 찾는 거예요?”


지루한 대치의 침묵을 깨고 은하가 물었다. 혜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내게 관심이 많네?”

“김칫국 마시지 말고요. 사업이니까 묻는 것 뿐이에요.”

“그럼 먼저 묻지. 내게 왜 이런 거야?”

“당신을 믿지 못하니까요.”

“믿지 못해서 묻어버리려고 했다?”

“경찰 끄나풀일지, 어느 조폭 두목이 보냈는지, 아니면 정부 조직 놈들일지. 아무 것도 모르는 거 아니겠어요?”

“많이 당하고 살았나 보네. 아무튼 그렇다면 그 반응은. 해커를 소개해 줄 수 있다는 소리겠군?”

“묻는 말에 대답해요. 왜 찾는 건지.”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에 대해 알아내야 해서.”



은하는 눈을 찌푸렸다. 그 때, 계단 아래에서 발자국 소리와 함께 세 사람이 올라왔다. 혜준은 노인, 아니 지미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또 만났네?”

“허허, 골 때리는 젊은이로군.”

“지미, 늙은 척 안 해도 돼. 얼굴로도 충분하다구.”

“...성질 긁는 능력도 좋고 말이야. 그래, 무슨 일로 부른 거지?”



혜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사내들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훑으며 말했다.


“말했잖아. 난 그냥 해커를 찾고 있을 뿐이라구. 함정도 뭣도 없고, 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야.”

“그래. 그건 알고 있어.”

“뭘 알고 있는데? 날 의심해서 묻으려고 이곳으로 보낸 거라는데.”

“뭐, 확실하게 해 두려고 한 것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지미가 가는 눈 아래 웃음을 지었다.


“너, 돈 없다며?”

“돈? 뭐, 없긴 없는데.”

“흥정은 안 해. 그럴 여지는 없어. 그런데 돌려보내면 안 되지. 비밀이 새어 나가니까.”

“그래서 그런 거라고? 너희는 손님을 모두 죽여서 관계를 끝내나 봐?”

“아니, 아니지. 거래를 튼 사람은 이미 한 배를 탄 몸이니 상관없어. 하지만 거래가 없다면? 같은 위치에 설 수 없지. 입을 막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뭐, 논리는 맞긴 한데.

혜준의 침묵이 수긍이라 생각했는지, 지미는 혜준을 향해 턱짓했다. 그러자 사내들이 천천히 움직였다. 혜준은 은하의 목에 댄 칼을 치켜 올리며 소리쳤다.


“스톱! 와이프 죽이고 싶어?”

“뭐, 할 수 없지.”

“뭐?”


혜준이 눈을 찌푸렸다. 그 소리를 듣던 은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계획을 미리 알았으면 말해줬을 텐데.”

“뭐, 뭘 말이야?”

“지미는 나와 약병이 옥상에서 떨어지면 약병을 구할 사람이라는 걸요.”



은하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 지미는 실눈을 더 가늘게 뜨며 입을 벌려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국수라도 맛있게 먹이고 보내서 다행이군. 자, 그럼!”


이런 씨발.

혜준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내들을 둘러보며 주머니 안에 있는 캡슐 병으로 손을 밀어넣었다.

그런데 그 순간, 문득.

은하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자, 잠깐!”

“아, 거 귀찮게 구네. 뭐가 또?”



지미가 눈을 찌푸렸다. 실금이 가기라도 한 것처럼 눈과 주름이 어우러진 그 얼굴을 보며, 혜준은 잠시 할 말을 정리한 뒤 말했다.


“한 배를 태워 줘.”

“뭐?”

“몸으로 때운다고. 네가 처리했으면 하는 문제들, 내가 해결해 줄게. 그 대가로 내가 원하는 일을 해 주는 게 어때? 이러면 한 배를 탄 거잖아. 안 그래?”

“흐음.”



지미는 이미 실만큼 가늘어진 눈이 어디까지 가늘어질 수 있을 지 시험이라도 하는 것처럼 혜준을 노려보았다. 혜준은 그 모습에 피식 웃었다.


“너무 열심히 생각해 봐야 답 안 나와. 직관적으로 생각해. 이 새끼가 왜 이러나, 그런 생각 하는 거지?”

“죽기 싫어서 발버둥치는 거 치고는 너무 여유있고. 허세라고 생각하기에는 여기까지 온 실력은 확인을 했고. 그런데 그 말을 듣자니, 왜 저러나 싶고. 그래서 그래.”

“혼란을 줘서 미안하군.”


혜준이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은하를 안고 있던 팔을 풀고, 칼을 거둬 들였다. 은하가 뭐냐는 듯이 혜준을 바라보자, 혜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본의 아니게 미안하게 됐군.”

“살아 나서나 사과해요.”



은하는 혜준과 지미를 번갈아 쓱 바라보고는 계단을 내려갔다. 사라지는 은하를 보던 혜준이 지미에게 말했다.


“당신에게 해가 되는 일은 없을 텐데. 아직도 간을 보고 있는 거야?”

“좋아. 뭘 원하는 건지 들어나 보지.”

“간단해. 내 뇌를 해킹해줘.”

“...”


그게 간단해 보이냐, 라는 느낌이 되돌아와서 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보였다.


“아아, 말만 간단하다는 거야. 쉽지 않다는 건 알아.”

“그래. 뇌를 해킹해서, 뭘 하려고?”

“우선···이 인간의 정체를 밝히고, 그걸 정부 DB(데이터베이스)에 심으려고.”


혜준이 자신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지미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 뇌를, 해킹해서, 네가, 누군지, 밝힌 다음, 그걸, 등록하겠다?”


끄덕


“왜? 뭔 지랄이야 그게?”

“이거야 말로 간단하지. 지금 이 몸이, 신원미상자로 등록되어 있거든. 그래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하아···여기가 전뇌 연구소라도 되는 줄 알아?”

“가능은 하잖아?”

“뇌를 해킹할 수는 있지만, 여기서 하는 건 그 정도 기술이 아니라고! 말했을 텐데?

그냥 캡슐 지속 시간이나 반응 속도 늘리고, 가상 캡슐 자극 주거나 효과 저장하거나. 그 정도 뿐이야.”

“못하는 거야 그래서?”

“...”

“못한다는 소리는 안 하네?”


지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곤 고민하듯 턱을 쓰다듬으며 혜준을 노려보다가 땅바닥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딱 봐도 상위권이니, 맡길 만은 한데.”

“뭐?”

“이봐. 그럼 일은 다 끝낸 다음에 해 준다. 알겠어?”

“다 끝낸 다음에? 뭘 얼마나 부려먹으려고 그래?”

“미친···네 놈이 해 달라는 그 일, 금액 자체가 10억이야, 10억!”

“...”


혜준은 쩝,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비싸?”

“최저가로 잡은 거야. 인건비도 안 남기고 원가만 잡은 거라고.”

“장사꾼이 남는 거 없다고 하면···”

“그래서, 안 할 거야?”

“아니, 해야지. 오케이, 10억. 그 금액을 채울 수 있는 일만 마무리하면 바로.”

“바로 해 주지. 그건 믿어도 돼. 지미의 신용은 이 바닥 최고니까.”

“뭐, 들어본 적은 없지만 믿어줄게.”



혜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들고 있던 칼을 소매 안에 집어 넣었다. 그리곤 계단을 내려가는 지미를 뒤따랐다.


“가지. 첫 번째 일을 줄 테니까.”

“그냥 여기서 주지, 꼭 따라가야 해?”

“목록이 여기 없어. 봐야 일을 맡기지.”


두 사람은 천천히 건물 입구로 향했다. 그런데 막 입구를 열기 전에, 혜준이 지미를 입구 안으로 밀쳤다.


“뭘 하는 거야?”

“나오지 마. 미행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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