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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의 곰굴

EX급 귀농 라이프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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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
작품등록일 :
2024.05.11 21:02
최근연재일 :
2024.07.0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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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876

작성
24.06.0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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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글자
13쪽

47화

DUMMY

47화



점심이라기엔 조금 많이 늦은 오후. 제갈이준의 농장과 집이 함께 있는 오장원의 마당 평상에는 또 어지간한 잔칫집 부럽지 않은 먹거리들이 차려져 있었다.


“와 브라더 너 이런 것도 할 줄 알았냐??”


“엄머 엄머 세상에! 아니 아저씨! 이런 음식을 방송에서 좀 해보라고요!”


“와 선배, 이런 세련된 음식도 할 줄 아시는 거였어요??”


추영광과 주사랑, 정수아까지 호들갑을 떠는 음식은 그렇게까지 엄청난 음식은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토마토 파스타였으니까.


몇몇까지 양념과 함께 푹 끓여낸 토마토소스, 그것마저도 귀찮아서 삶아서 껍질을 벗긴다든가 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대충 갈아서 만든 녀석이었다. 거기에 고기 한 줌 넣어 대충 삶은 면과 함께 볶아낸 게 전부. 그게 전부일 뿐인데.


“끼야아아아 진짜 맛있어!”


주사랑이 거의 돌고래 같은 비명 소리를 지르며 자꾸만 파스타를 더 덜어간다. 멀리서 이 광경만 보면 이제는 흔한 음식인 토마토 파스타 하나에 뭐 저리 호들갑들을 떠나 하겠지만, 이건 그 수준이 달랐다.


오물 오물!


적당히 삶아진 면은 그저 파스타를 먹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진짜 본체는 누가 봐도 소스다. 시판되는 소스는커녕, 이 세상 그 어떤 토마토 소스를 대어도 모자람이 없는 환상적인 소스의 향과 맛!


몇 입 먹지 않아도 누구나 눈치챌 수 있었다. 이건 토마토 자체가 엄청나게 맛있는 녀석 이란 걸!


신선함을 품은 토마토소스는 씹을수록 맛도 맛이었지만 혈액에 건강이 주입되는 듯한 맛이었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음 입을 넣게 되었다.


‘여신님의 작물도 아닌데 맛이 괜찮네.’


토마토랑 오이, 참외 등은 여신님의 내려주신 작물이 아니었다. 그냥 재미 삼아 밭에 한 번 심어본 것이고, 품종 자체는 시중에 유통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게 없는 건 아니었다.


‘금빛 경작 스킬이랑 씨씨 씨를 심어요 스킬, 그리고 정령들이 토닥토닥도 해 줬지.’


그 모든 마법 같은 축복들이 깃든 토마토는 분명 평범한 녀석을 길러냈을 따름인데도 그 맛이 각별했다. 한 입 먹자마자 머리가 띵 해지는 여신님 표 작물의 맛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도대체 어디서 이런 신선하고 맛있는 토마토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정도는 되었다. 그 맛 자체도 고무 씹는 맛이 나는 강화 토마토들과 같은 품종이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 아삭하고도 녹진한 맛이었다.


옹알 옹알~!

옹알 옹알!


남들의 눈이 닿지 않는 주방, 정령들도 자기들보다 무척이나 커다란 토마토 파스타의 면을 오물오물 씹어먹으며 꺄르르 웃고 있었다.


제갈이준이 사준 아기용 플라스틱 미니 포크를 파스타에 꽂고 한 명이 차차차 댄스를 추듯 포크와 함께 날듯이 빙글빙글 돌면 파스타 면이 포크에 묶였고, 그걸 다른 정령에게 서로 먹여주고 있었다.


역시 여신님의 작물을 먹을 때만큼의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지만, 이것도 제법 맛있다는 듯 즐거운 풍경이었다.


옹알 옹알~!


원펀걸이 특히나 토마토 파스타가 마음에 든 듯 한 입 받아먹은 뒤 도마 위에 엎드려 누워 두 손으로 턱을 괸 채 두 눈을 감고 맛을 열심히 음미 중이었다.


마당에 있는 사람들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였다.


“와, 지, 진짜 정말로 맛있어요! 와······.”


아직은 이 자리가 어색한 노상아 주무관도 토마토 파스타를 한 입 먹고는 눈이 땡그랗게 커졌다.


구태여 밥을 먹고 가라는 제갈이준의 인사에 응한 것은 사실 별로 큰 생각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음식이 맛있게 보인 것도 사실이긴 하나, 후배인 김대현 주무관이 침을 흘리고 있었기에 거절하기도 민망했기에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파스타를 한 입 입에 넣자마자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너무 맛있어요! 와 세상에. 이거 소스 뭐 쓰신 거에요?”


“직접 기른 토마토로 만든 겁니다. 입에 좀 맞으세요?”


“네! 엄청요! 와. 이렇게 파스타를 잘하시는 농부분이 있으시다니. 좀 실례일 수 있겠지만 너무 세련되셨는데요?? 젊은 분이라 그런가.”


“하하하하.”


밥 먹고 가라는 소리가 농촌의 정이었다면, 제갈이준의 요리 솜씨는 서울의 어떤 번화가의 인기 있는 서양 요리 레스토랑에 비견해도 전혀 꿇리지 않았다.


‘진짜 맛있네. 물론 내 실력이 아니라 재료가 주인공이라 그런 거지.’


옛말에 그런 말이 있다.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고.

왜?

이미 좋은 도구를 쓰니까!


제아무리 실력이 좋은 요리사라 해도 쓰레기 같은 재료로 만들어낸 음식이 천상의 맛이 될 수 없듯, 반대로 재료가 워낙에 맛이 좋다면 사람이 조금 똥손이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와 이준 씨 정말 요리 잘하신다!”


“서민 주제에 제법이군.”


박선아의 칭찬을 듣다가 이상한 목소리가 끼어든 걸 눈치챈 제갈이준이, 어느새인가 식탁 머리로 와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당미미에게로 뚱하게 눈을 뜬다.


“······.이사님은 언제 오셨어요?”


“삼일 정도 됐는데?”


“······.”


아니 지금 이 사람들이!

아무리 내가 그런 거로 뭐라고 하는 사람이야 아니라지만, 이건 좀 정도가 심한 거 아닌가. 무슨 적진에 잠입하는 간자도 아니고 주인에게 알리지도 않고 제 멋대로 방 하나 차지하고 살고 있어?


“······. 안 바쁘세요? 서울에. 일은.”


“······.”


그냥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 말인데, 묘하게 찔렸는지 갑자기 파스타를 먹던 손길을 뚝 멈춘 당미미.


“너무한 거 아니야? 우리가 남도 아니고.”


당미미가 한쪽 입술 위에 토마토소스를 묻힌 채 눈을 가로 뜨며 말했다. ······.삐졌나?


아니, 그보다 우리 남 맞지 않냐고.


“파스타는 입맛에 맞으세요?”


“흥. 아주 제법이야. 이걸 먹으니 우리 호텔 조리장들이 얼마나 실력이 형편없는지 알 수 있겠어.”


마음에 들긴 하신 모양인데.


“······.근데 왜 반말하세요.”


“······.”


말이야 바른말이지, 잘은 모르겠지만 따지자면 내가 당미미보다 한 살이라도 더 많을 게 아닌가?


“······. 이제 와서 무슨. 너도 반말하던가.”


“······. 됐습니다.”


세상에 그 어떤 간 큰 이가 다른 데도 아니고 탕가 코퍼레이션 이사에게 반말을 턱 놓을 수 있을까. 당가의 비밀 병기(라고 하는데 모르는 사람이 없는)무형독이 정말로 무색무취 무증거의 독인지 자기 몸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일단은 패스.


제갈이준표 토마토 파스타.

이것만 해도 한 끼 식사 자리를 채우기에 나쁘진 않은 음식이었지만, 아직 오늘의 주인공은 나타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다음 이어진 음식엔, 모두가 감탄했다. 아니, 인간뿐만 아니라 성좌마저 감탄했다!


[ 당신의 성좌 ‘어디에도 없는 여신’이 팝콘을 먹던 손을 멈추고 침을 질질 흘립니다! ]


하늘이여!


하늘은 어찌하여 가리비를 만들고, 또 부추를 만들었는가. 맛있게.


“우와아아아아아!!”


“이게 뭐에요??”


“가리비 부추전입니다.”


이거다. 올게 왔다는 분위기였다.

들어간 가리비도 그냥 가리비가 아니었다. 무려 청청리 앞바다 해구의 인어 형님들이 육지 동생 먹으라고 친절하게 한 마리 한 마리 엄선한 초대형 가리비였다. 한 놈 한 놈이 가리비가 아니라 수박처럼 보이는 커다란 가리비. 그 살을 얇게 자르고 채처럼 썰어 토핑처럼 부추전에 얹어 함께 찐~~ 하게 구워냈다.


“꺄아아앗! 완전 맛있어. 박박짜짜 개꿀맛 와!!”


“너, 너, 너무 맛있으니까 뭐라고 할 말도 생각이 안 나는데요?”


“와 영광선배 진짜 고마워요 이런데 데려와 줘서······.”


“크으으으으으! 브라더. 그거 어딧냐 그거!!”


추영광이 자기 무릎을 팡팡 치며 온갖 야단을 떨었다.


“그거?”


“그거!!”


에이, 이거까진 안 가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


“청바지 하겠습니다 청춘은 바로 지금!”


짠!


추영광의 정말 아저씨 같은 건배사와 함께 청청리의 자랑 뉴 청청막걸리를 채운 그릇들이 서로 부딪쳤다.


고소함에 쫄깃함, 선선한 중독적 향기에 막걸리까지 한잔 걸치니 신선이 따로 없었다. 술은 역시 낮술이지.


그렇게 술들까지 한잔하고, 설탕 뿌린 토마토에 수박과 참외까지 대충 먹으라고 던져주고 나서는 슬쩍 빠져나와 전화를 걸었다.


“연맹장님~”


“아이고 제갈 선생~”


연맹장의 껄껄 웃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오늘 공무원들이 찾아왔던데요. 에너지 반응이 어쩌고 하면서······. 이런 거 연맹장님이 책임져 주시기로 한 거 아니었습니까?”


내가 잔뜩 비꼰 태도로 묻자 연맹장이 허허 웃었다.


“이미 사후 처리는 대충 끝났습니다 선생. 그리고 솔직히 말 하면 이번 일 커버 제때 못 쳐 드린 걸 제 탓이라고 하면 억울합니다?”


“무슨 소리세요?”


“대체 마당에서 뭘 하고 계신 겁니까 선생? 이 관측된 에너지 반응이라는 게요,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죠?”


제갈이준의 눈이 가늘어지며 더욱더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연맹장이 뜸을 들이더니 이야기를 이어갔다.


“몬스터로 치자면 최소 20등급 몬스터에 해당하는 파장이 선생의 집 앞마당에서 발생했습니다. 그 이전 며칠 전에는 앞서서 11등급 수준에 해당하는 파장이 같은 좌표에서 관측됐다고 하고요. 그게 7일날인가 그랬는데, 혹시 짐작 가는 거 없으십니까?”


20등급의 에너지 반응?

이건 보통 문제는 아니었다. 통상 S급 헌터의 영역이라고 치부되는 것이 대략 15등급 이후의 몬스터들이었다.


A급 헌터로 이루어진 토벌대가 15등급 몬스터를 잡기 위해선 한 마리당 5명 이상의 전력이 필요했다.


20등급 몬스터만 해도 범국가적 비상이 걸릴 일이었고, 현 몬스터 구분 체계엔 최고 난도의 보스 몬스터가 30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었으니 아무리 봐도 보통 일은 아닌 상황.


게다가.


“그 정도 규모 에너지 반응이 점진적으로 강해지고 있기까지 하니······. 누가 걱정을 안 하겠습니까? 어떻습니까. 7일에 뭔가 하신 건 아닌지요?”


“······.”


7일이라면, 정확히 블루베리 세계수를 심은 그날이었다. 그날 11등급 몬스터 수준의 에너지 파장이 일어났고, 오늘은 20등급의 에너지 파장으로 강화가 되었단 소리였다.


“······.”


저거 계속 크고 있는데?

그럼 다음은 대체 무슨 일이······.


저거 진짜 괜찮은 거 맞죠 여신님?


[ 당신의 성좌 ‘어디에도 없는 여신’이 눈을 가늘게 뜨고 두 손을 비비며 웃으며 아무 일도 없을 테니 걱정 말라고 합니다! ]


“······.”


엄청나게 별일 생길 거 같은데!


누가 봐도 음모를 꾸미는 악당 포즈잖아요.


“사실 제 성좌와······. 관련된 일을 하긴 했는데요. 나쁜 일은 아닙니다.”


“······. 그렇습니까? 호오. 제갈 선생께 성좌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 들은 거 같군요.”


사실 이런 이야기도 하고 싶진 않았지만, 성좌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는 도무지 해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뭐, 연맹장 정도면 일단은 믿을 만하겠지.


“앞으로도 종종 이럴 거 같은데, 어찌 되겠습니까?”


“아 그거요? 선생, 안 그래도 제가 묻고 싶은 말이었는데······. 혹시, 남궁세가쪽 사람과 무슨 접점이 있으셨습니까?”


“······. 남궁세가요?”


“예. 에너지 레이더 사업 쪽은 남궁 코퍼레이션의 소관인데, 제갈 선생과 관련된 일이라고 했더니 단번에 협조하겠다고 하더군요. 너무나 순순히 해주기에 저도 좀 의아했습니다.”


“······.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남남동의 일은 고마웠다고 전해달라는 전언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남궁세가가 협조해 주어서 선생님 댁에 일어나는 일들은 다시금 세상으로부터 숨길 수 있게 되었지요. 뭐 알려져서 나쁜 일이야 아니겠으나, 이 세상 어디 나쁜 놈들로 부턴 뭐든지 숨기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 고마운 일이군요.”


20등급 파동이 어쩌니 하는 정보가 기업 놈들에게 들어가면 또 이 일대가 시끄러워질 수도 있었다.

그건 사절이지. 귀찮게 시리.


그보다 남남동이면 바로 오늘 다녀온 곳이 아닌가.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된진 모르겠지만, 타이밍이 참 좋았다 싶었다.


그렇게 연맹장님과의 통화를 종료하고 나도 다시 후식이나 거들려 가려는데, 다시 전화가 왔다.


“왜 그러시죠 연맹장님?”


하지만 내 목소리를 들은 상대방은 전혀 딴 소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제갈이준씨 본인 되시죠?”


날카롭고 사무적이며 단조로운 목소리였다.


“예. 어디시죠?”


“경찰청입니다. 몇 가지 확인할 게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통화 괜찮으신지요?”


“······.”


경찰.

어쩐지 싸늘한 기분이 공기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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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2 24.05.27 3,689 8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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