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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의 곰굴

EX급 귀농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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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
작품등록일 :
2024.05.11 21:02
최근연재일 :
2024.06.3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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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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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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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481

작성
24.06.0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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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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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글자
12쪽

44화

DUMMY

44화



“어욱. 너무 좁은데!”


“찍찍? 찍찍찍!”


사람은커녕 개 한 마리 잘 파고들며 지나가면 맞을 듯한 좁은 통로, 사람들이 도저히 다니지 않을 법한 아이스캐슬코퍼레이션의 토지 인근의 언덕에 숨어있던 작은 통로로 머리를 드밀고 기어가는 중이었다.


서서 가기는커녕, 쭈그려 가기는커녕, 아예 지렁이처럼 몸을 밀어 넣고 좁디좁은 통로를 기어들어 가고 있었다. 이게 사람 꼴이 꼴이 아닌데!


옹알 옹알!!


불행 중 다행으로 땅의 정령들이 자꾸만 내 몸을 잡아당기며 안으로 함께 응원하며 들어가 주고 있었다.


“찌직!!”


햄스터 중 한 마리가 자꾸만 내 엉덩이를 걷어차는 게 느껴졌다. 저 자식이.


이게 사람 꼴이 꼴이냐. 온몸이 진흙에 진창이 되어 까닥하면 생매장이 되는 게 아닌가 걱정하며 좁은 흙 통로를 지렁이처럼 꿈틀대며 주파했다.


제갈이준 왕꿈틀이의 처절한 몸짓이 하나의 예술이 되어 갈 때쯤.


뽁!


“후우······.”


머리를 드민 공간은 신기할 정도로 널찍한 안쪽 공간이 나왔다. 이제는 사람 한 명 넉넉히 기거해도 될 정도의 공간이 나왔다.


대체 얼마나 땅 밑으로 밀고 들어왔는지 알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 안에 이어져 있는 공간은 더욱이 믿을 수 없는 신비로운 공간이었다.


도대체 누가 이걸 만들었는지!


“······. 익숙하되 여기도 새로운 맛이 있구나.”


나는 지난 기억을 떠올렸다.

청청계곡의 비밀스러운 통로와 연결되어 있었던 커다란 거위의 신단. 그것은 물의 중급 정령 운디네의 처소였다. 그리고 북북산의 계곡 사이에 있던 비밀스러운 동굴. 그 안에는 실프의 사당이 있었다. 그 두 곳과는 또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장소였으나, 역시나 비슷한 인물의 손길이 닿아 있음을 이곳저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지상에서 멀리 떨어진 지하인지 알 수도 없을 만큼 깊은 곳인데도 마치 지상의 어떤 집의 낮처럼 자연스러운 빛이 어딘가에서 비추어 은은한 빛이 토굴 안 가득했다.

토굴이라기보다는 어디 교회나 성당 안에 있는 기분이었다.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마법진은 이 공간 전체를 감싸듯 둥근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거대한 마법진 속에 또 다른 작은 마법진들이 도열해 하나의 거대한 마법진 군단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뉘앙스는 다르되, 역시나 운디네의 신당이나 실프의 사당처럼 같은 사람의 솜씨임을 찬찬히 살펴보면 알 수 있었다.


“굉장한 솜씨다. 도대체 누구길래······.”


옹알 옹알~


정령들도 신기한지 여기저기 살펴보며 날개를 파닥거렸다.


그때였다.


“뀽뀽뀽뀽뀽!!”


“헉. 이걸 뭐라고 하더라?”


토굴의 저 먼 곳에서 웬 갈색빛 털을 가진 사람 허리까지 오는 네발짐승이 낮은 목소리로 빠르게 뀽뀽 거리며 달려왔다.


어쩐지 네모 뭉툭한 비누처럼 보이는 커다란 얼굴, 그리고 토실토실해 보이는 뱃살이 가득한 통통한 몸과 귀여운 앞니까지 지니고 있는 생물이었다.


“맞다. 카피바라지?”


“뀨뀨뀨뀨뀽······.”


묘한 목소리로 우는 카피바라의 앞에 햄스터들이 몸을 조아리며 고개를 숙였다.


“찍찍찍!”


“뀨뀨뀨뀽······.”


“호오.”


상황을 보아 햄스터들은 이 커다란 카피바라의 부하였던(?) 모양이다. 말로 하자니 이상하지만, 상황상 그래 보였다.


심지어는.


“······. 와 햄스터 무지 많네.”


카피바라의 뒤에 숨어있던 또 다른 햄스터들은 20마리도 넘어 보였다. 색색깔도 다양하게 하얀 녀석부터 너도밤나무처럼 갈색에 줄무늬가 있는 녀석, 덩치가 좀 크고 금빛 털을 가진 녀석 등등 다양한 종류의 햄스터들이 와글와글 있었다.


“찌찍!”


“찍찍찍찍!”


나를 이곳까지 인도해 온 용감한 햄스터 3형제에게 다른 햄스터들이 몰려들어 그 용기와 고생을 치하하는듯 보였다.


“뀨뀨뀨뀨뀽······.”


걱정스러운 눈으로 우는 카피바라의 눈동자가 매우 촉촉했다. 숨을 달싹일 때마다 모양이 변하는 콧구멍도 간절해 보였다. 어쩐지 나와 함께 온 땅의 하급 정령들은 이미 카피바라와 친해진 거 같았고, 특히 단발이는 카피바라의 머리에 매달려 안쓰럽게 우는 미간을 위로하듯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아하······.”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난 바로 카피바라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곳에도 마기가······.”


당연한 일이었다. 카피바라가 있는 지하 동공의 위치는 대략 살펴보아도 아이스캐슬 코퍼레이션의 농토 아래 부근인 듯 보였다.


“어처구니없는 녀석들.”


저들 멋대로 만든 마기를 먹고 자라는 강화강화 농작물이란 걸 만들어 대고, 그걸 키우겠답시고 인류가 이 세상에서 최대한 추방하고 멀리하려는 마기가 가득한 오염물을 게이트 안에서 굳이 꺼내 와서 잔뜩 뿌려 댔다니.


그런 일이 바로 이 위에서 있었을 테니, 지하까지 마기가 뻗친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토양을 더럽힌 마기가 카피바라의 공동 위쪽 마법진 근처까지 침식해 온 상황 같았다. 다행히 마법진과 진법 덕분에 카피바라가 있는 공간까진 침범당하지 않은 듯했지만, 이대로라면 마기가 이 공간 전체를 몽땅 잠식하는 것도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 카피바라는 행여 그런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워서 햄스터들을 시켜 날 이곳까지 데려온 것이다. 즉, 이곳이 아마도 이번 모험의 종착점인 셈. 문제는······.


“나는 마기를 정화할 수 없는데. 그러니까······.”


애초에 내가 아니라 이 세상 그 어떤 헌터라도 스스로 마기를 정화하는 방법 따위는 없었다. 그런 게 있었다면 각 세계 정부와 헌터들 등등이 그토록 고생을 안 하겠지!


어쨌든 고생을 해줘야 할 녀석들이 따로 있다는 말이었다. 내 말을 알아들은 하급 정령들이 귀를 쫑긋하나 싶더니, 이내 징징거리며 파업을 선언했다.


옹알 옹아아알~~~

옹알~~~~


나 더 못해~~

시러시러시러~~


“하이고야!”


손바닥만 한 녀석들이 더는 못 한다며 여기저기 널브러져 바동바동 떼를 쓰기 시작했다.

찡찡찡 우는 하급 물의 정령들에게선 이슬 같은 물방울이 톡톡 튀어나왔고, 하급 땅의 정령들의 두 눈에선 흙가루가 뚝뚝 떨어졌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안대!


······. 물론 그렇게 말하지야 않겠지만, 그런 느낌마저 드는 필사적인 찡찡거림이었다.


하기야 마기를 정화할 때 정령들이 서로 손을 잡고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아야 하는 게 퍽이나 힘들어 보이긴 했다. 게다가 그걸 남남동 농지들을 돌며 스무 번이나 했으니 더 이상 하기 싫을 만도 했다.


“이를 어쩐다.”


정령들은 때때로 보면 어른 같기도 했지만 때때로는 순수한 어린아이와도 같았다. 그것이 꼭 좋은 의미에서만 어린아이 같다는 뜻은 아니었다. 떼를 쓰거나 할 때도 정말 어린아이 처럼 썼다. 어떤 의미에선 정말로 순수하단 뜻이었고, 다른 의미에선 어린아이 달래듯 달래야만 한다는 소리였다.


“얘들아! 그냥 두기엔 카피바라랑 햄스터들이 너무 불쌍하잖아.”


“뀨뀨뀨뀽······.”


“찍찍찍! 찍!”


딱 타이밍 좋게 카피바라랑 햄스터들이 알아듣기라도 한 듯 정령들을 설득하듯 구슬픈 소리로 울었다.


옹알······.


정령들도 쟤들은 좀 불쌍하긴 하다는 듯 약간 풀어져 보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응? 이번에 도와주면 내가 너희들 좋아하는 맛있는 거 잔뜩잔뜩 해 줄게! 어때?? 정말 너희가 지쳐서 더 이상 못 먹을 만큼 해 줄게!”


하급 정령들이 자기들끼리 눈치를 보며 무언가를 속닥거린다. 그러더니 고개를 들고 묻는다.


옹알······?


“그럼 당연하지. 약과가 먹어보고 싶었어? 돌아가면 잔뜩 해 줄게!”


옹알 옹알······?


“부침개? 그거야 쉽지. 열 장 해 줄게 열 장!”


옹알! 옹알 옹알!


“떡볶이?? 그래! 그거 맛있겠네. 왜 해먹을 생각을 못 했지? 한번 해 보자 돌아가면!”


옹알~! 옹알옹알!!


이제는 신나서 음식 이름을 말하며 깔깔거리는 하급 정령들이었다. 이렇게 단순하다니. 역시 애들 같다.


“그래그래 다 해줄게. 그래그래 약속!”


쪼그만한 손가락들과 새끼를 걸어 약속까지 해 주고 나서야 하급 정령들의 기운이 좀 살아난 거 같았다.


“······. 돌아가면 잔치를 벌여야겠네. 어디 요리사 자격증이라도 따야 하나.”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정령들의 의식이 시작되었다.


옹알 옹알!!


“그래.”


나도 정령들에게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하는 게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았다. 내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꼭 착각은 아닌 듯한 포인트가 내가 지켜보고 집중할수록 정령들이 일을 잘 한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최대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일을 시작한 정령들을 지켜보았다.


총 40명이 넘는 하급 정령들이 열 명씩 나뉘어 손에 손을 잡고 속성별로 섞여서 커다란 원 네 개를 만들고 허공에서 각기 돌아가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이잉!


가속해서 정령들의 강강수월래가 허공에서 돌아가면서, 각기 네 개의 빛의 구슬이 그 무리들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총 네 개의 빛의 기술이 내 집중력에 따라 점점 활기를 더해가며 점점 더 커진다.


쇄애애애애앵!!


어느 순간, 주변의 흙에서 불끈불끈 일어난 검붉은 자줏빛의 불온한 기운들이 들썩이며 치솟아 빛의 구 들에게 흡수된다.


시작은 느렸으나, 시작되고 나자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주변 대지의 마기가 빛의 구에게로 몰려들었다. 마치 철가루를 잔뜩 흩뿌려 둔 곳에 강력한 자석이 떨어지기라도 한 듯한 풍경이었다. 빛의 구로 빨려 들어가는 검붉은 마기들!


“호오오오······.”


번쩌어어억!!


신비로운 빛무리와 함께 엄청난 분량으로 몰려든 마기들이 일거에 맑은 기운으로 정화되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헤롱~헤롱!!


두 눈이 핑글핑글 돌아가는 하급 정령들이 후두두둑 허공에서 떨어졌고. 내가 한 뭉텅이를 받고 햄스터와 카피바라들이 나머지 정령들을 받아내었다.


“고생했다. 정말로 고생했어!”


옹알······. 옹알~.


따봉을 들어 보이는 하급 정령들이 헤실 웃으며 뻗었다.


“휴. 정말 고맙다 얘들아.”


아마도 정령도 힘든 일은 힘들 것이다. 도대체 정령들이 마기를 어떻게 정화하는지조차 나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주변에 있던 엄청난 규모의 마기가 뭉텅 하고 정화되었으니, 이들에게도 보통 일이 아니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난 하급 정령 한 명 한 명이 행여 다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며 토닥여주었다. 내가 토닥여 줄 때마다 조금씩들 기운을 차리는 게 느껴져서 더 열심히 돌봐주었다.


“뀨뀨뀨뀽······.”


카피바라는 코를 벌름거리며 감동 받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햄스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찌지지직!”


위대한 제갈이준님이시여!


꼭 그렇게 말이라도 하는 듯 수십 마리의 햄스터가 내 주변에 모여들어서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하. 다행이다 정말.”


이제 이 공간은 당분간은 마기 걱정이 없어 보였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마기가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확연하게 사라져 있었다.


“자 어때 너도······.”


내가 카피바라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더니, 어느새 카피바라는 허깨비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


그 대신 엄청난 압박감이 사방에서 몰려왔다. 나는 이내 알 수 있었다.


내게, 이 대지 자체가 말을 걸고 있었다.


흙벽의 벽면에 나타난 둥그런 빛나는 눈이 나를 관찰하듯 다가왔다.


이 일대의 대지 전체!


그 대지 자체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언젠가 흙에 묻힐 인간이여.

나의 이름을 말하라.



웅대한 대지 그 자체가 내게 말을 건다. 마치 어디에도 없으나, 어디에나 있는 그런 존재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하하.”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전개였다.

이름을 말하면 힘을 얻으리라.

나는 머리를 굴려 기억 속에 있는 이름을 하나 찾아내었다. 이거 또, 이 사실이 알려지면 나라가 발칵 뒤집어지겠구먼.


“노움?”


구르르르르르르르르르······.


대지가 진동하듯 하더니 그 웅대한 감각이 내게 더 가까이 성큼 다가왔다.


[ 땅의 중급 정령 노움이 당신과 계약하길 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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