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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의 곰굴

EX급 귀농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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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
작품등록일 :
2024.05.11 21:02
최근연재일 :
2024.06.16 13:10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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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831
추천수 :
4,608
글자수 :
415,080

작성
24.05.24 01:10
조회
3,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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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글자
13쪽

27화

DUMMY

27화




“외과적으론 모두 정상입니다. 헌터용 시액 테스트 결과도 모두 좋게 나왔습니다.”


“네? 그게 정말인가요??”


의사의 진단에 정수아의 두 눈이 흔들거렸다.


“예. 저희가 지금 구할 수 있는 마나 측정 테스터기의 결과는 모두 정상입니다. 또 의학적으로 보았을 때 일전에 많이 수축하였던 혈관들이 제자리를 찾아갔고, 신체 기능도 모두 정상 이상입니다. 헌터분들 이라고 해도 이만큼 건강하긴 힘들 정도로요. 체내에 잔류하던 뒤틀린 마나의 흔적도 전혀 없습니다.”


“세상에. 세상에 이런 일이······.”


의사가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정수아 씨. 이건 학계에 보고될 만한 일입니다. 혹시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알 수 있을까요?? 뒤틀린 마나로 더러워졌던 마나 로드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깨끗해질 수 있는 건지 굉장히 궁금하네요.”


이건 학계에서도 놀랄 일이었다.

비록 황보 코퍼레이션의 악행으로 피해자들이 이런 증상을 겪게 됐지만, 고등급 던전의 마나 파장을 얻어맞는다든가 하는 사유로 이와 유사한 증상을 앓는 헌터들은 제법 흔했다.


상당한 고액이 들어가는 치료법과 시술로도 극복하기 어려운 증상인데, 정수아는 거짓말처럼 완전히 나아 온 것이다.


“그게, 그게요······.”


정수아는 자꾸만 차오르는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었다.

의사가 자기도 모르게 한껏 정수아의 말에 집중했다.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는 기세로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증언을 받아 적을 기세였다.


“······.산, 산 좋고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있었어요.”


제갈이준에게 세뇌되듯 들었던 말들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의사의 표정이 멍청하게 변한걸 본 정수아가 다급히 덧붙였다.


“아! 부추전도 먹었어요. 부추가 피를 맑게 해 준대요!”


“어······. 하하하하! 그렇죠. 아무튼 잘됐네요 정수아 씨. 축하드립니다. 병원에서 더 이상 해드릴 건 없을 거 같습니다. 몸조리 잘하세요.”


“감사합니다!”




* * *




맑디맑은 하늘엔 조각구름이 떠 가고 있었고, 요즘 따라 기운을 차린 햇살은 따사롭게 농장을 달궈주고 있었다.


옹알 옹알

옹알 옹알


여기저기서 색색깔의 옷을 입은 정령들이 노닐고 있는 평화로운 농장. 여러 작물이 심겨 있는 집 가까운 곳을 지나, 아직 아무것도 심지 않은 땅으로 굳이 향했다.


“주변에 100평 정도 잡으면 되겠지······?”


도저히 어떤 규모일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뒤를 잠시 돌아보니 하우스 옆에 옮겨 심어둔 ‘냥냥 좋아 개박하’가 시원한 그림자를 만들어 줄 정도로 자라있는 게 보인다. 그 밑에는 호돌이가 자리를 깔고 누웠다.


“······ 캣닢이 원래 저 크기로 자라는 건 아닐 테고.”


냥냥 좋아 개박하는 여신님이 선물한 작물 중에서도 그 등급이 높은 중급 작물이었다.


중급이라는 표시가 박혀있지 않은 작물들은 의외로 크기 자체는 평범한 농산물에 가까웠다. 다만 맛이나 색, 효과가 달랐을 뿐이다. 하지만 중급 작물인 개박하는 그렇지 않았다. 개박하치고 너무나도 크게 자라버린 것이다.


“웃자람이라고 보기에도 아닌 거 같고.”


저건 원래가 저 크기인 품종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블루베리 세계수라는 것은 얼마나 커다란 품종인 것일까?


“······. 그런데. 진짜로 세계수란 소린가?”


세계수.

신화나 전설에 따라 부르는 말은 다르다. 가장 유명한 단어로는 세피로스. 우주의 중심이, 이 온 세계의 중심이 된다고 전해지는 나무다. 전설에 따르면 어떤 종족은 이 나무를 숭배하며 살아가기도 하고, 이 나무의 존망이 어떠한 세계의 존망과 직결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블루베리 세계수의 설명을 찬찬히 읽어보면 조금 다르다.


‘세계수는 아니고 세계수의 편린.’


다시 말 해서 세계수의 또 다른 조각이라는 설명이다. 조각이라는 표현을 나무에 쓰는 것은 생소하지만, 어쩌면 세계수의 ‘일부’라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도 있었다.



[ 내일 세상이 안 망하지만, 한 그루의 세계수를 심겠다! ]

퀘스트 조건 :

* 블루베리 세계수를 심자! 0/1

* 블루베리 세계수를 싹 틔우자! 0/1

* 지역 공무원을 충격과 공포에 떨게 만들자! 0/1


퀘스트 보상:

* 새로운 스킬! [산적의 벌목]

* [랜덤] 여신님의 도구 레시피 1개



“살짝만 제목이 달랐으면 엄청 살벌한 퀘스트가 될 뻔했네.”


[ 당신의 성좌 ‘어디에도 없는 여신’이 당신의 얼굴을 보며 낄낄거립니다! ]


“예예. 하지만 세상은 안 망한다는 거죠?”


그게 중요하지.

게다가 퀘스트 보상도 처음 보는 종류다.

도구 레시피도 흥미롭지만, 벌목이라고?


“······. 새로운 종류의 노가다를 시키고 싶으신가?”


어쨌든 여신님이 주신 스킬 중에 좋지 않은 것도 없었고, 헌터계가 들썩이지 않을 만한 스킬도 없었다. 다 좋은데, 다 좋은데! 딱 한 가지가······.


“······. 지역공무원을 충격과 공포에 떨게 만들자는 도대체 뭡니까.”


예? 말씀을 좀 해보세요. 대체 절 공무원 사회에 어떤 해악(?)으로 만드시려고 이러는 겁니까!


[ ‘어디에도 없는 여신’이 눈을 가늘게 뜨고 두 손을 쓱싹쓱싹 비비며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합니다! ]


“······.”


아무 일도 아니긴.

누가 봐도 악당이 음모를 꾸미는 자세잖아요!


“휴. 그럼 해 볼까.”


어쨌든 성좌님이 내어주는 퀘스트는 도시의 헌터들은 일 년에 하나 받을까 말까 하는 귀한 자원이었다. 이걸 이렇게나 퍼주는데 안 할 이유는 없었고. 또 이렇게나 많은 퀘스트를 내주는 성좌 님의 안배를 무시할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늘요!”


[ ‘여디에도 없는 여신’이 고개를 끄덕끄덕입니다. ]


블루베리 세계수를 심는 곳은 대략 100평 정도로 잡았다. 난 간만에 괭이를 짊어지고 땅을 갈기 시작했다.


보통의 농군이라면 딱 나무를 심는 곳만 갈아 주어도 무난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무 주변 100평을 모두 갈아줄 생각이었다. 아마도 그러면 나무에 좋을 거 같아서다. 나는 보통 농부가 아닌, 따지자면 S급 농부였으므로.


퍼억! 퍼억!


[ ‘금빛의 경작’ 스킬이 적용됩니다! ]


힘껏 괭이를 땅에 박아 넣고 흙을 들어내니, 소담하고 소박하지만, 눈으로 보기만 해도 따스한 기운이 느껴지는 흙이 본 모습을 드러냈다.


“신기하단 말야.”


난 실실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기가 힘들었다. 나의 괭이가 닿으면 땅이 마치 노래하듯 반응한다. 그건 나에게 마냥 비유는 아니었다.


♪옹알 옹알~

옹알 옹알 ♬


내가 땅을 갈기 시작하자 신이 난 하급 땅 정령들이 내 주변을 노닐며 아름다운 선율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건 응원가 같기도 하고, 비옥해지는 땅을 위한 축하 공연 같기도 했다.


옹알 옹알~


하늘은 맑고, 햇볕은 따스하며, 땅의 정령 단발이는 노래하며 하늘하늘 웃고 있었다.


퍼억! 퍼억!


괭이가 땅을 갈아엎을 때마다, 신기하게도 무언가 내 명치 부근을 막고 있던 체증 같은 것이 가벼운 깃털처럼 훌훌 하늘로 떠서 날려 가는 것이 느껴졌다.


뜨거운 햇볕이 나의 피부를 달구니, 내가 덥지 않도록 바람의 정령 몇몇이 내 볼 근처에서 고사리 같은 손을 파닥파닥 거려주었다. 그럴 때마다 미약한 바람이 스치워 땀을 식혀주었다. 귀여운 녀석들.


“고맙다.”


“크르르르렁!”


저 멀리서 내 쪽을 보고 있던 호돌이가 한 번 울자, 신비로운 일이 일어났다.


쉬이이이이이잉······!


저 먼 산에서부터 시작된 산바람이, 농장을 기분 좋게 스치우며 지나갔다.


“하하하하! 고맙다 호돌아 너도.”


“그릉!”


퍼억! 퍼억!


지루하고 반복 노동일 뿐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재미는 아는 사람도 요즘 세상에는 드물 것이다. 신체를 움직여서 무언가 만들어내는 결과, 때때로 불어오는 (물론 내 경우엔 정령 덕분이지만) 산바람의 시원함.


“좋아. 이제 심어 보자.”


꼭꼭······.


본디 나무를 이렇게 씨앗으로 심는 경우는 흔하진 않은 것으로 안다. 실제 다른 농부들은 보통은 묘목을 사 올 것이다.


“싹이 잘 터야 할 텐데······.”


[ ‘씨씨 씨를 심어요’ 스킬이 적용됩니다! ]

[ 씨앗이 발아할 때까지 무적 상태가 됩니다! ]


쪼르르르르······.


“언제 싹이 나려나?”


내 말을 들은 듯, 땅의 정령들이 심어진 블루베리 세계수의 씨앗 주변의 흙을 손으로 토닥토닥 해 주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쏘옥?


“······. 바로나네?”


품종이 품종이라 그런가?

심은 지 15분 정도 됐을 뿐인데 벌써 눈이 시원해지는 연둣빛의 떡잎 두 장이 자라났다.




* * *



“어?? 어???”


청청시의 레이더 데이터 센터. 이쪽 지역 인근의 이상 에너지 전파를 감지하는 담당 부서인 이상 에너지 관측부의 김대현 주무관이 화들짝 놀라서 격한 소리를 지른다.


“왜, 왜 그래???”


그의 상급자인 노상아 주무관이 김대현의 격한 반응에 당황해서 자신이 들고 들어오던 라떼가 담긴 컵을 급히 한쪽에 두고 달려온다.


“여기 반응이······. 어라? 없어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방금 강력한 에너지 반응이 점 하나로 찍혔었거든요? 분명히 찍혔었는데······???”


“데이터 로그 살펴봐 봐. 응 오른쪽에 그거 눌러서.”


로그를 찬찬히 살피던 노상아 주무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히 깡촌 중 깡촌인 청청리의 끝자락, 갑자기 거대한 에너지 반응이 1초 정도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엔 또 귀신처럼 모든 반응이 사라졌다.


“귀신이 곡 할 노릇이네? 놀랠 만했다 야.”


“무, 무슨 일일까요? 보스 몬스터가 등장했던 걸까요??”


“그리고 1초 만에 죽고? 그럴 리가 있나.”


노상아 주무관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에러 반응일 거야. 아마 다른 지역에 게이트 나타났는데 좌표가 튄 거겠지. 이럴 수가 있나.”


종종 있는 일이기도 했다. 아주 짧은 시간의 에러 정도는 말이다.


“로그 분석 의뢰 보내고. 아마 별일 아닐 거야. 걱정하지 마.”


“네네. 휴우······. 십년감수했습니다!”


“하하하하. 이런 깡촌에 뭔 일 일어나겠어? 있어도 산 쪽이면 모를까. 저긴 그냥 주민들 사는 덴데.”


게이트는 주로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 근처에서 자주 일어났다. 인구 밀도와 게이트의 발생 빈도에 대한 상관관계가 연구중에 있었다. 반면, 게이트에서 행여 도망쳤거나 아니면 지역 변형의 영향으로 갑자기 노상에 나타난 개별의 몬스터 등은 최대한 사람의 인적이 드문 곳으로 자신들의 거처를 옮기는 습성이 있었다. 그렇게 거처를 옮기고, 숫자를 불리다가 커다란 골칫거리가 되곤 했다.


“자자 신입! 긴장하지 말고. 로그는 보내고.”


“네네······.”


김대현이 자기도 모르게 축축해진 뒷머리를 훔치며 끄덕였다.



* * *



[ 모든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

[ 퀘스트가 클리어되었습니다! ]

[ 보상이 지급됩니다! ]


[ 스킬 ‘산적의 벌목’을 얻었다! ]

[ 레시피 ‘재워 재워 숙성 통’ 을 얻었다! ]


“호오.”


새로운 스킬과 레시피를 얻었다.

레시피는 정말인지 종이였다. 일종의 숙성 통 설계도였다. 그 설계도를 바라보고 있자니 문구가 떠올랐다.


[ 재워 재워 숙성 통 레시피 ]

- 여신님의 가호를 받은 숙성 통을 제조할 수 있는 레시피!

- 청사진으로 숙성 통을 만든 뒤 주문을 외우자.

- ‘여신님이 날이 갈수록 예뻐진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


“······.”


뭐, 주문이야 그렇다 치고.


“지역공무원을 충격과 공포에 떨게 만들기는 어떻게 클리어가 된 거지?”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말이다.

잠시 고민해 봤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하하하하!”


그때였다. 서울에 들르기 위해 나갔었던 정수아가 마당으로 들어왔다.


“선배······.”


응? 쟤가 왜 저러지.

정수아가 아주 느린 걸음으로 다가왔다. 심상치 않은 기운 때문에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멀쩡했던 정수아의 얼굴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꿈틀거렸다. 이내 격하게 구겨진 정수아는 눈물을 참기 위함인지 두 손으로 코끝을 감추며 어깨를 떨었다.

난 급한 마음에 지니고 있던 괭이도 한편에 내팽개쳐 두고 수아에게 달려갔다.


“왜. 무슨 일 있어?”


“저······. 다 나았데요 선배. 병원에······. 갔었는데. 다 나았데요!”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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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8화 24.06.04 2,230 6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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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화 +1 24.06.03 2,322 6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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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화 +1 24.06.01 2,390 6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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