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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의 곰굴

EX급 귀농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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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캡틴베어
작품등록일 :
2024.05.11 21:02
최근연재일 :
2024.06.16 13:10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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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5.1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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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3화

DUMMY

3화




“와, 근데 이거 부추 상태가 왜 이리 좋아? 뭐지? 누가 심어 둔 거야 이거?”


“내가 심은 건데?”


내 초등생 시절 베프 추영광과의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도 잠시. 영광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 밭을 살폈다.


“네가 심은 거라고?? 이상하다. 너 내려온 지 얼마 안 됐다고 들었는데?”


“누가 내 얘기를 그렇게 해?”


“동네에 소문 쫙 났지. 내가 친척네 다녀오느라 며칠 비웠거든. 근데 동네 오니까 전부 네 얘기 하는 거 아니야. 이 동네 제갈씨가 너네 밖에 더 있어? 듣고서 바로 너 잡으러 왔지 인마!”


“허허.”


벌써 동네 유명 인사가 되어있나 보다.

지난 며칠간 짜장면집 갔던 갔던 거랑 슈퍼 들락인 거 빼곤 교류도 거의 없었는데.


“야 근데 이건 말이 안 되는데? 부추 상태가 적어도 2년 차 인데 이건.”


“차이가 있어 그게?”


“부추가 진짜 계륵 같은 녀석이거든. 1년 차 때는 볼품이 없고 2년 차 3년 차 때는 폼이 절정인데, 이때 뿌리 나누고 관리 잘해 줘봐야 5년 차 넘어가면 또 폼이 꺾여. 지력 영향을 많이 받는 놈이거든. 제대로 상품 만들어 팔라면 비료니 뭐니 관리 엄청나게 해줘야 한다고. 근데 이거······.”


파릇파릇한 부추 잎을 보던 추영광의 입가가 헤실헤실 올라간다.

저놈의 눈에는 자기 발목을 차고 발등을 꽉꽉 밟고 있는 땅 정령들은 다행히 안 보이나 보다.


5:5 가르마에 단발한 땅 정령 단발이가 부추잎 하나를 홍콩 영화의 봉술 사범처럼 붕붕 돌리며 추영광의 뒤 발목을 열심히 때리고 있다.


“야 씨 이거 향기부터 죽이네! 야 이건 진짜 못 참겠다. 이거 전 해 먹자 전!”


단순한 녀석.

부추가 이상할 정도로 빨리 자란 건 또 그새 넘어간다.


“막걸리 콜?”


“좋지. 오브콜스지 이 자식아.”


추영광의 포터를 타고 청청리 나름의 번화가. 핫플. 버스 역 근처로 향한다.

나름의 상업 시설이 유일하게 갖춰져 있는 곳이다. 5일 장이 열리는 곳과 마을에 하나뿐인 편의점과 버스 정류장과 철물점과 치킨집과 농협과 오리고깃집과 다방과 동사무소와 교회까지 300미터도 안 되는 반경 안에 아주 옹골차게 모여있는 핫플 중 핫플이다.

이 거리를 마을 사람들은 ‘주차장’이라고 불렀다.


웬 주차장이냐고? 버스 주차장이란 소리다.

아니면 다른 어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왜냐는 질문 자체가 무의미하다. 마을 사람들이 주차장이라고 부르는데 어쩔 것인가.


주차장 인근을 돌며 막걸리와 부침가루 등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야 근데 너도 참 대단하다. 어떻게 저쪽엔 쓰레기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요기만 싹 치워서 농사를 짓냐?”


“······.”


내가 봐도 참 옹졸한 농사긴 하다.

할아버지의 농장은 각종 쓰레기와 무성한 잡초로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태였다. 그걸 내가 대략 100평 정도만 대충 치워두고 농사를 지어 부추까지 수확한 상황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어처구니없겠지만 꽤 합리적인 이유가 내겐 있었으니까.


‘딱 그 정도 하니까 퀘스트 끝나더라고.’


좀 머쓱해지긴 했다.


“그럼 네가 좀 치우던가.”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다. 아휴 깝깝스러운 자식. 전이나 부쳐와 봐라 행님이 여기 잡초 좀 뽑아 주고 있을 테니까.”


“오케이.”


아주 능숙한 농군의 폼으로 어느새 꺼낸 목장갑을 착착 차는 추영광. 믿음직스럽네 그놈.


나는 부추와 부침가루 등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왔다.


잡초를 치우러 가는 추영광의 등 뒤를 따라가며 계속해서 손톱만 한 돌을 던지거나 깨물려고 하는 단발이가 보인다. 어지간히 싫은가 보다. 그리고 저 녀석도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둔하네. 정령이 눈에 안 보여도 저 정도면 눈치채겠구만.


부침가루엔 물을 섞고 부추를 넣고 적당히 간을 해 준다. 그리고 기름으로 달궈진 팬에 불을 조금 줄인 뒤 눅진해진 반죽을 국자로 퍼서 살살살살···


치이이이이이익!


멋진 소리와 함께 부추전이 형태를 잡아간다.


“어디서 비가 오나? 여긴가? 저긴가? 아. 전 굽는 소리구나?”


기분 좋은 고소한 비가 내리는 소리.

여기에 더해서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있다.


“···얌얌오행.”


행여 누가 들을까 스킬의 이름을 조심스레 중얼거리며 손을 뻗었다.


정말인지 엄청난 작명 센스의 스킬명이다. 씨씨 씨를 뿌려요와 쌍벽을 이룬다.


[ ‘어디에도 없는 여신’ 이 팔짱을 끼고 당신을 지켜봅니다. ]


이런, 또 심기를 거슬렀나?

난 힘차게 기합을 넣듯이 스킬명을 외쳤다.


“흐앗! 얌얌오행!”


[ ‘어디에도 없는 여신’ 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


주문도 취향도 까다로운 아가씨다.


촤아아아앗—!


내 손에서 오색 빛의 무지개가 뻗어나간다.

지져지는 부추 전에서 갑자기 영험한 기운이 뿜어져 올라온다.

화사한 빛이 비교적 어두웠던 주방을 채운다.


“이야, 이게 뭐야.”


꼴깍.

침이 절로 넘어간다.

이건 정말로 음식에서 빛이 나오는 느낌이다.


“뭐, 뭐, 뭐냐? 야 이거 뭐야!”


영광이의 반응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평상 위로 가져온 부침개를 보더니 넋을 놔 버린다.


“너 서울에서 다닌다는 직장이 요리사였냐?”


“헌터 회사라니까.”


“그래, 구내식당 주방장 짬바가 있다 이거지?”


아니 그런 거 없다고.


하지만 추영광이 착각할 만도 했다.

지금 우리 눈앞의 부추전은 최소 어디 한식 장인이 만든 듯한 폼을 내고 있었으니까.


촤앗···


듬직한 부침개의 한쪽을 젓가락으로 가르자 바삭한 겉면과 촉촉한 안쪽 면이 갈라지며 뽀얀 김이 한 줄기 피어오른다.

그리고 그 향은.

미쳤구만 이거이거.”


저런 소리가 저절로 나올 지경!

나도 적당한 크기로 가른 부침개를 장에 찍어 한 입 해 본다.


“이야. 이게 뭐지?”


이걸 내가 만들었다고?

무엇보다 부추의 맛이 말이 되질 않았다.

이 세상의 것처럼 느껴지지가 않는다.

씹을 때마다 딱 좋은 식감과 함께 풍성한 부추 향이 맴돈다.

씹을수록 그렇다. 질기단 느낌조차도 없고.


“크아! 한 잔 더 하자!”


“이 동네 막걸리 다 비울 수도 있겠다 진짜.”


소박하다면 소박한 부추부침개 하나뿐인 술상.

멀리서 본다면 그래, 농촌 총각 둘이 소박하게 낮술을 하는구나. 하겠지만 가까이서 보면 축제였다.


“이건 전집을 열여야 되! 야 됐고 부추 서너 단만 팔아라.”


“팔긴 뭘 팔아. 갈 때 가져가.”


“어허허허. 그래그래. 서울 깍쟁이 놈이 시골 인심도 알고 그러냐?”


“일당이야. 먹고 쓰레기나 더 치우고 가.”


“아하~이 서울깍쟁이들은 어쩔 수가 없다니까?”


낄낄낄 웃으며 한 잔 더 적신다.


이상하다. 얌얌오행이 요리 실력을 늘려 주는 스킬은 아닐 텐데, 재료의 맛이 한층 올라가서 그런지 정말 막걸리가 물 마시듯이 들어갔다.


“하 이게 좀 아쉽단 말이야.”


“뭐가.”


“이 정씨 아저씨 막걸리 말이야. 청청막걸리! 이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진짜 폼이 레전드였거든?”


“그래? 지금도 괜찮은 거 같긴 한데.”


“야야 자식아. 네가 어릴 때 서울 올라가서 이 맛을 모르는 거야. 청청리의 자랑! 청청 막걸리! 하! 이게 그 맛이 아닌데.”


“왜, 뭐가 어떻게 바뀐 건데?”


“뭐긴 뭐겠냐? 물맛이지.”


“물맛?”


“···진짜 몰라서 묻냐 알고도 묻냐?”


추영광의 말을 듣자니 사연이 있는 일이었다.

청청 막걸리는 청청리의 맑은 물을 활용해 만든 막걸리였다. 사람들이 약수라고 부르는 그 물 말이다. 그냥 마셔도 톡 쏘는 알싸함이 있는 신기한 물로 만드는 막걸리였다. 모르는 사람들은 몰라도 아는 사람들은 청청리에 들를 때마다 트렁크 가득 실어 간다는 명물 막걸리.


“화산 메가 코퍼레이션이라고?”


여기서 그 이름을 듣게 될 줄이야.

화산 메가 코퍼레이션.

국가도 함부로 어쩔 수 없다는 메가 코퍼레이션의 지위를 갖고 있는 회사 중 하나였다.

황보 컴퍼니가 그토록 염원하던 메가콥의 지위 말이다.


“그래. 그 서울 놈들이 쳐들어와서 몇 년 휘젓고 가더니 어떻게 됐는지 아냐?”


“···어떻게 됐는데?”


짝!

추영광이 손뼉을 치며 말을 이었다.


“약수터가 결딴이 났다는 거 아니야.”


“약수터가?”


“여기 강이랑, 산에서 내려오는 약수랑. 전부 마시지 말라고 동사무소에서 싹 빨간 스티커 붙이고 다니느라 바빴다는 거 아니야.”


“그게 정말이야?”


“그래가지고 정 씨 아저씨네도 빚을 못 갚아서 청청막걸리 양조장 지금 빚에 넘어가게 생겼다더라고.”


이건 좀 충격적이었다.

청청리.

산 높고 물 맑은 고장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중에서도 맑다는 약수가 음용 불가 판정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걸 직격으로 맞은 막걸리 사업은 망하기 직전이고 말이다.


“대체 화산 코퍼레이션에서 여기다 뭘 했는데?”


“모르지! 한 일 이년을 산이랑 바다에 사람이 왔다 갔다 하면서 뚝딱뚝딱하다가 갑자기 어느 날 짐 싸 들고 사라졌어. 우리가 뭘 아나? 그냥 서울 놈들 욕이나 하는 거지. 어휴. 속 타네. 마셔라 야!”


“그래···?”


결국 대접 만 한 부추부침개를 넉 장, 그리고 막걸리를 세 병 이나병이 나 비우고나서야 낮술 판이 끝났다.


“원래 농사는 술김에 하는 거야!”


“참네.”


“흐흐흐흐”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또 야무지게 손을 놀리던 영광이가 한편에 있던 재래식 수동 펌프를 가리켰다.


“야 너 이걸 안 쓰고 있었어?”


“안 되는 거 같길래 그냥 수돗물 쓰고 있었지.”


“얌마 이게 공짠데! 하 진짜 서울 놈들은 말이 안 통한다니까?”


“아니 뭐 꿈쩍도 안 해 그거.”


“어디 보자··· 흠, 이거 손 좀 보면 될 거 같은데······.”


청동색의 수동 펌프는 지하수를 끌어 올리는 것일 거라고 했다. 듣고 보니 맞는 소리였다. 지하수를 퍼다 쓰는 거라면 물값은 확실히 아낄 수 있을 거다. 다만 수질이 걱정인데.


“괜찮아. 이 동네 물도 마시지를 못한다는 거지 농업용수로는 지금도 써.”


“그래?”


재래식 펌프는 녹이 슬어서 꿈쩍도 안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주변을 치우고 닦으니 펌프는 서서히 움직였다. 하지만 물이 나오지 않았다.


“안에 뭐가 막힌 거 같은데···.”


업자를 불러야 하나.

이모저모 살피고 있을 때 뭔가 이상한 게 느껴졌다.


“응? 잠깐만······.”


“야 그게 손으로 되겠냐?”


내가 펌프 라인 안쪽으로 손을 넣자 말리는 영광이. 하지만 내가 괜히 이러는 게 아니었다.


‘마법 진 이잖아?’


황당하게도, 펌프 안쪽에 마법 진이 숨겨져 있다는 걸 난 알 수 있었다. 마법 진은 나도 스킬을 가지고 있었기에.


치이잉-


펌프 안쪽에 있던 마법진에 손가락을 간신히 닿아 마나를 밀어 넣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끼익 끼익 끼익—


별안간 재래식 수동 펌프가 저 혼자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뭐, 뭐 뭐야. 야 좀 떨어져라.”


터지기라도 할 것이라 여겼는지 영광이가 내 소매를 잡아끌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정말로 재래식 펌프가 폭주했다.


콸콸콸콸콸!


엄청난 기세로 오래된 관을 따라 끈적한 검은 물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내렸다.

동시에 펌프를 덮고 있던 녹이 봄을 맞이한 눈처럼 저 혼자서 녹아내려 없어졌다.

순백 금속의 본모습을 되찾은 펌프에선 햇빛에 부서져 내리는 맑은 물이 쏟아져 내렸다.


“와··· 이게 뭐냐?”


“나도 잘은 모르겠어.”


넋을 놓은 영광이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놀랐다.

도대체 평범한 할아버지 농장의 재래식 펌프에 왜 회사에서 온갖 종류의 마법 진을 보았던 나도 종류가 파악도 되지 않는 마법 진이 새겨져 있는 거지?


“야 이거 그냥 쓰면 되겠다.”


마법의 펌프는 스스로 움직이는 건 멈추었지만, 한 번 레버를 밀 때마다 별 힘 주지 않아도 부드럽게 밀렸고, 맑은 물을 얼마든지 내줄 기세로 잔뜩 부어내 주었다.


“헉, 맛도 좋은데 이거?”


“그걸 막 먹냐.”


용감한 영광이가 맛을 보고 바가지를 내게 내민다.

확실히. 가까이서 봐도 멀쩡해 보이는 물 이다.


“아유 서울 놈 티 내네. 꼴딱 마셔 봐!”


그래도 이건 찜찜한 게 맞지 않아?

이 동네 약수터도 음용수로 못 쓴다며 이제.

별수 없이 정말 살짝 입만 축이는데, 화들짝 놀랐다.


“뭐냐 이거···?”


깜짝 놀랐다.

이 세상에 그 어떤 물 보다도 청량한 맛이 혀끝에 맴돈다.


꼴깍.


도저히 못 먹는 물이랑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입에 머금고 목을 타고 내려가는 그 느낌이 너무 좋다.


“와······.”


감탄이 절로 난다.

값비싼 명품 생수들은 발끝도 쫓아오지 못 할 지경이다.


“이걸로 막걸리 만들면 죽이겠다!”


“그러게······. 청청 양조장 그거 사 버릴까?”


“뭐라고?”


“아냐 아냐. 허허.”


막걸리 사업이나 한번 해 봐?


“좋다 공짜 물도 생겼겠다 장난이나 좀 쳐 보자!”


영광이가 코칭해 준 봄 작물 몇 가지를 더 심었다.

내가 코 앞에서 금빛의 경작 스킬과 씨씨 씨를 뿌려요 스킬을 사용해도 영광이는 별 반응이 없었다.


‘이 이상한 스킬들도 아무 눈에 나는 안 보이는 모양이고.’


별로 눈치 볼 필요도 없겠다.


“갑자기 기타는 왜?”


영광이가 어리둥절하게 보고 있었지만 난 통기타를 메고 한 곡조 뽑기 시작했다.


“듣고나 있어 인마.”


작물들에게 풍요 버프를 걸어 줄 ‘풍요의 노래’ 스킬을 쓰기 위함이었다.

오늘의 선곡은···


“빠라바라라 라밤바~”


“빠라바 라밤바!!”


전주부터 고개를 끄덕이던 영광이가 두 손을 허우적대며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라밤바는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의 기분을 가득 담고 있었다.


“유노 소이마이 네로~ 소이 카피탄~ 소이 카피탄~ 소이 카피탄~♬”


특유의 대책 없이 신나는 리듬의 멕시코 민요가 원조인 올드팝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신나는 연주를 이어 나갈 때, 신비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밭을 늘 지켜주고 있는 땅 정령들이 하나둘 나와 옹알거리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건 예상을 한 일이다.

하지만 처음 보는 상황이 발생했다.


갑자기 허공에 푸른빛의 비단 같은 기운이 휘감는 것이 아닌가.


만약, 차가운 메가 서울에서 이런 경우를 당했다면 적의 기습이라며 잔뜩 신경을 치켜세웠겠지만, 여기선 그럴 필요가 없었다.


푸른 기운은 날 헤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고, 내가 부르는 노래의 리듬에 맞춰 물결치는 파란 기운을 오로라 보듯 감상할 무렵이었다.


꺄르르. 꺄르르.


어디선가 푸른빛 드레스를 입은 자그마한 아가씨들이 은빛의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들었다. 손바닥 만 한 요정처럼 보이는 이들은 땅의 정령과 약간 달랐다.


물을 것도 없이 물의 정령들이었다.


‘말도 안 된다 진짜.’


나도 모르게 저절로 입이 반달 모양으로 벌어지는 게 느껴졌다. 잇몸이 마를 지경인데 물의 정령 때문에 마르지도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따질 필요도 없었다.


이 모든 순간 매분 매초가 너무 짜릿하고도 소중했다.


[ 스킬 ‘풍요의 노래’ 가 적용됩니다. ]


기타에서부터 퍼져나간 금빛의 아우라 위로 정령들이 춤을 추었고, 영광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춤을 추고 있었다. 이 모든 광경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그저 너무도 즐거웠다.


“라밤바!”


“뭐야 끝났어? 앵콜! 앵콜! 앵콜!”


추영광이 박수를 치자 정령들이 이번엔 추영광 편에 서서 자기들도 작은 손으로 박수를 짝 짝 앵콜 박자에 맞춰 치는 게 아닌가.


“다음에 다음에.”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자 나의 성좌가 미소를 띠고 내려다보는 게 느껴졌다.

스마일 모양의 구름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 내려오길 잘한 거 같다.”


“응? 뭐라고 했냐?”


“아무것도 아냐 이 자식아!”


하하하!


도시의 비정함에 질려버렸던 나는 평화롭게만 보이는 청청리의 하늘을 보며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콰르르르르!


그때였다.

흙먼지를 헤집으며 검은색 스포츠카 한 대가 배기음을 울리며 농장으로 들어섰다.


정령들이 긴장한 눈치였다.


“헐, 저거 비엠따블유잖아?”


“그래 보이네.”


영광이는 이 시골에 있기에 너무 고급스러운 차종이 들어서자 놀랐고, 나는 너무나도 잘 아는 차가 들어왔기에 놀랐다.


저벅. 저벅.


차에서 내린 건장한 남자, 몸은 무식한 근육질의 파이터 같지만 헤어 스타일은 서울에서 유행하는 최첨단 스타일의 끝, 그루밍한 용모는 깔끔하기에 그지없었고 그저 걸쳐 입은듯한 셔츠 한 조각 마저 패션 센스가 빛나는 잘생긴 젊은 헌터가 다가왔다.


“형님! 여기 계셨군요! 평안하셨습니까.”


황보유혁이었다.

칼각의 인사로 내게 고개를 숙여 보이는 황보유혁.


“···왔냐.”


딱히 부른 것도, 왔으면 했던 것도 아니지만 한 번쯤 올 줄은 알고 있었다.

내가 황보유혁을 맞이하는데 영광이가 눈치 없게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형님이라고? ···야 너 서울에서 다닌다는 회사가 조폭이었냐?”


안 그래도 사나운 편인 황보유혁의 인상이 추영광을 째려보느라 더 더러워졌다.


“왜 왔어?”


“형님. 부탁드립니다. 뭐든 해 드릴 테니 제발 회사로 돌아와 주십쇼!”


황보유혁이 내게 90도로 머리를 숙였다.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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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4화 24.06.02 2,374 69 12쪽
44 43화 +1 24.06.01 2,389 63 15쪽
43 42화 24.06.01 2,399 61 12쪽
42 41 화 +1 24.05.31 2,553 66 13쪽
41 40화 24.05.31 2,605 62 14쪽
40 39화 +4 24.05.30 2,574 67 15쪽
39 38화 24.05.30 2,602 66 14쪽
38 37화 +3 24.05.29 2,760 74 13쪽
37 36화 +1 24.05.28 2,852 74 13쪽
36 35화 +2 24.05.28 2,789 6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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