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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의 곰굴

EX급 귀농 라이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공모전참가작 새글

캡틴베어
작품등록일 :
2024.05.11 21:02
최근연재일 :
2024.06.16 13:1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07,475
추천수 :
4,639
글자수 :
415,080

작성
24.05.12 01:10
조회
8,070
추천
98
글자
16쪽

1화

DUMMY

1화



투명한 하늘 위로 빛나는 동그란 태양.

그리고 그것을 증폭시키듯 후광을 빛내고 있는 괭이.


"성좌··· 나한테 수호 성좌가 있었다니.”


있기는 정말로 있었네.

하도 안 나타나서 나는 그냥 버린 줄 알았더니.

멍하니 형형한 성스러움으로 빛나는 괭이를 살펴보며 얼빠진 소리를 내뱉었다.

이것은 내가 잡은 괭이가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카탈리스크가 괭이였다니······.”


이 허망한 기분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케이블 TV 방송을 보기 위해선 케이블 TV 위성을 설치해야 한다.

성좌와 연결되기 위해선 해당 성좌에 알맞는 촉매 물건과 접촉을 해야 한다.


성좌란 적들에 맞서 싸울 힘을 사람들에게 주는 존재였으므로, 성좌들과 연결되는 안테나, 즉 카탈리스크는 해당 성좌가 선호하는 무기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나도 헌터가 되고 성좌의 선택을 받은 뒤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무기를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쳤다.

결과는 전부 꽝.

그래서 내 성좌가 나를 버렸다고 생각했다.

무려 헌터로 활동한 모든 기간 동안!


“하필이면 괭이라니! 이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너무한 거 아니냐고!”


괭이를 하늘을 향해 치켜들고 허공을 향해, 성좌를 향해 말하듯 소리를 빽 질렀다.

원래 성좌와 화신의 관계란 이래도 되는 것이 아니었다. 성좌는 어찌 되었든 자신의 화신에게 베푸는 입장인 케이스가 대부분이었음으로.

무언가를 받는 사람이 공손한 게 당연한 이치였다.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그 오랜 기간 죽을 똥 살 똥 할딱할딱 살아 넘길 때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더니, 내가 그거 다 때려치우고 은퇴하고 시골 내려오니까 갑자기 성좌와 연결이라니.


- 꺄르르


어쩐지 들릴 리가 없는 성좌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자애롭고 상냥한 여신의 옥구슬 같은 웃음이 높은 하늘 구름마저 희미한 맑디맑은 하늘에 구르고 있었다.


[ 당신의 성좌 ‘어디에도 없는 여신’ 이 기대감에 두 손을 쓱싹쓱싹 비빕니다. ]


어디에도 없는 여신이라니.

이름 한번 잘 지었다.

나도 정말로 없는 줄 알았으니까.


“···그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렇구나.

내가 성좌를 오래도록 기다리고도 만나지 못했던 것만큼이나, 어디에도 없는 여신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나를 얼마나 오래도록 기다렸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스킬 열람.”


[ 금빛의 경작 ]

여신의 힘으로 땅을 경작합니다.

아무리 저품질의 땅이라도 순식간에 고품질의 지력을 가진 땅으로 탈바꿈합니다.


알려져 있기로,

성좌가 자신의 화신에게 무언가를 건네주는 것은 성좌에게도 부담감이 따른다.

특히나 이렇게 아무런 조건도 없이 무언가를 건네는 행위는 성좌에게 상당한 부담이 쌓이기에, 대부분의 성좌는 어려운 임무 등을 수행한 화신에게만 무언가를 건넨다.


하지만 내 성좌는 달랐다.

그저 카탈리스크로 나와 연결되자마자, 바로 기다렸다는 듯이 스킬을 선물한 것이다.

이것이 그녀가 얼마나 나를 오래도록 기다려왔는지 그 기다림에 대한 증거였다.


[ 성좌 ‘어디에도 없는 여신’ 이 퀘스트를 내걸었습니다! ]

[ 퀘스트를 수령했습니다! ]

[ 퀘스트 - 밭밭 밭을 갈아요 ]

목표 : 밭 갈기 0/100평

보상 : 새로운 스킬, 랜덤 씨앗 박스


“알았습니다. 해 보자고요.”


난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스트레칭해 풀었다.

농사일이라니.

게다가 퀘스트라니.


괜스레 웃음이 났다.


“은퇴를 하려고 한 건데 어째 이상하게 돼 가네.”


성좌와의 접촉, 게다가 퀘스트 수주와 수행이라니.

이거야말로 도시의 헌터들이 죽고 못 배기는 상황 아닌가.

성좌의 퀘스트란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해당 성좌의 총애를 받는 화신 한 명이나 퀘스트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것은 따지자면 헌터 수천 명 중 한 명이 얻는 혜택이었다.


그러니까 난 지모든 헌터들이 꿈 꿈꾸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헌터를 은퇴하고 나서 말이다.


퍼억! 퍼억!


무턱대고 땅을 갈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분야에 얕은 지식이라도 가지고 있는 나이기에 땅갈이의 목적과 원리 등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식과 직접 하는 노동이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어느 능숙한 농군이 슬쩍 본다면 비웃음을 참기 힘들 엉망인 품새로 괭이를 들어 땅을 찍고 퍼대기를 반복했다.


“읏!”


갑작스러운 통증이 전신을 스쳤다.


“후우······. 나도 모르게 마나를 썼나.”


겉보기에 나는 아주 멀쩡하다. 던전에서 다친 사람이라고 하면 나쁘면 사망이고, 흔하게라도 발목 하나는 없거나 한다.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지극히 정상으로만 보이는 내 몸. 하지만······.


‘괜히 D 등급을 받은 건 아니지.’


정부에선 그놈의 ‘최강의 세대’ 중 한 명인 제갈 이준이 더 이상 S급 헌터가 아닌 D급 헌터로 재책정 되었다는 사실을 민간에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내가 더 이상 헌터로서 제대로 활동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걸.


“휴우······.”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는데 마나 로드 손상으로 우는소리를 할 수는 없었다.


“자, 마나만 안 쓰면 되니까. 살살······.”


다시 괭이질을 시작했다.


다행인 점은 누구 말로 폐인이 되긴 했다만, 썩어도 준치라고 일단은 헌터. 보통 일반인 장정보다야 힘과 체력이 좋다는 점이 있었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 내겐 노하우가 없더라도 실컷 고생해도 괜찮은 몸이 있었다.


“몸으로 때우지 뭐.”


참 나.

도시의 치들이 내가 이런 발언을 했다는 걸 알면 기겁을 하겠구만.

늘 전략과 효율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나였는데 말이다.


조금 효율적이지 않으면 어떤가.


“하아.”


공기가 이렇게 맑은데.


쩌억!


[ ‘금빛의 경작’ 적용! ]


괭이로 땅을 파내자 신비로운 일이 일어났다.


분명 물기조차 전부 말라버린 생기 없는 땅이 괭이로 일구어짐과 동시에, 꼭 겉면은 바짝 타 버렸으나 내부는 고소한 내음이 나는 식빵이라도 되는 양 안쪽의 땅이 금빛으로 빛나며 지표로 올라왔다.


마법처럼 금빛으로 빛나던 흙에 서서히 기운이 가라앉으면 너무나도 훌륭한 예술 같은 황토 빛깔의 흙이 되었다.


“하하··· 이건 모르는 사람이 봐도.”


마술 같은 일이었다.


완전히 죽어가던 땅이 괭이질 몇 번에 그 어떤 농군이라도 두 눈이 반짝일 땅으로 변모해 갔다.


그것이 해가 머리 위에 뜰 때까지 반복되었다.


“이사 왔으니 자장면 먹을까.”


이삿짐조차 별로 없었기에 딱히 유난을 떨 일은 아니었지만. 내가 자장면을 찾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 당신의 성좌 ‘어디에도 없는 여신’ 이 군침을 꼴깍 삼킵니다. ]


“와. 이거지.”


손님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는, 자장면을 만들어 주고 나선 저쪽 주차장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는 주방장 할아범의 솜씨다.


“미쳤다. 진짜 수제면은 정말로 오랜만에 먹는 거 같네.”


면의 굵기가 미묘하게 일정하지 않다.


굵은 곳과 얇은 곳의 아주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것이 식감을 해치냐고?


아니 전혀. 오히려 씹는 맛이 배가된다.


기계로 만든 일정한 굵기의 면과는 또 다른 살아있는 맛.


확실하게 두 손의 손가락과 두 발의 발가락을 합쳐도 못 따라갈 경력의 주방장이 뽑아 준 면발과 무심하게 툭툭 썰어 넣은 젓가락이 치이는 양파, 잊을 만할 때 고소하게 올라오는 고기의 향까지.


이렇게 지방의 오래된 맛집엔 마치 첩첩산중에 숨어 사는 무림 고수 같은 의외의 맛을 지닌 식당들이 있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집에 오면 사주곤 하셨던 그 맛.


“잘 먹었습니다.”


일은 계속되었다.

무심하게 툭툭.

괭이는 또다시 금빛의 토양을 만들어 낸다.


[ 퀘스트 목표 : 55/100 평]


“···내가 너무 지쳤나?”


헛것이 보이는 거 같다.

하지만 눈을 비비고 봐도 그대로다.


옹알 옹알

옹알 옹알


땅을 열심히 갈고, 점점 차 올라가는 퀘스트 창의 목표 숫자를 위안 삼아 노동을 이어 가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녀석들이 보인다.


원피스를 입은 요정처럼 보이는 녀석들.


어린 시절 동화책 속의 요정처럼 갈색의 드레스를 입고 비단 같은 날개를 파닥이며 신비로운 빛무리를 향기처럼 퍼뜨리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사람 같은 녀석들이 보인다.


“······정령이잖아?”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경험이다.


쭈뼛 눈썹의 털까지 서는 기분.


진짜로 정령이라고?


“하급 땅의 정령···인가?”


내가 뭐라고 하든 별 관심도 없는 듯 내 주변을 빙글빙글 원형을 돌며 내가 파둔 땅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무언가 저들끼리 떠드는 정령들.


금빛의 경작 스킬에 이끌려 온 것일까?


이 녀석들이 보기에도 신기한 건가?


“정령이라니······황보 컴퍼니 연구실에서 보면 기절하겠군.”


아니, 그 어떤 메가콥이라도 이 상황을 알게 된다면 기겁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문자 그대로.


“땅을 팠더니 정령이 나왔어요······.”


인 상황이니까 말이다.


옛말에 그런 말이 있다.


땅을 파 봐라 100원짜리 하나 나오나.


나는 땅을 파니까 땅의 정령이 나온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정말로 땅에서 나오는 것인지, 어디서 오는 것인지 모를 녀석들이 벌써 4명으로 늘어났다.


짝! 짝! 짝!


옹알거리던 녀석들이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날 보며 박수를 치고 고개를 좌우로 박자에 맞춰 흔든다.


“흙의 정령이 불러 주는 노동요 같은 건가.”


심장이 간질간질할 정도로 신기한 경험.


난 그 사이에서 정령들이 원하는 대로 괭이질에 박차를 가했다.


[ 퀘스트 목표 : 100/100 평]

[ 퀘스트 클리어! ]

[ ‘어디에도 없는 여신’ 에게 평판이 증가했습니다! +1 ]

[ 퀘스트 보상을 수령합니다! ]


[ 새로운 스킬을 획득합니다! ]

[ ‘랜덤 씨앗 박스’를 획득했습니다! ]


마치 내 손바닥 위로만 빛으로 된소나기가 내리는 듯하더니 이내 초록빛의 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 이게 성좌의 하사품이구나.”


엄밀히 따지자면 하사품.


자신이 총애하는 화신에게만 내리는 보물이다.


[ ‘어디에도 없는 여신’ 이 고개를 끄덕끄덕입니다. ]


“하지만 이 스킬 이름은 좀······.”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는 센스의 스킬 명이었다.


[ 씨씨 씨를 심어요 ]

어떠한 씨를 심어도 더 좋은 결과를 불러옵니다.

매우 나쁜 환경에서도 씨앗을 꽃 피울 수 있게 됩니다.


‘효과는 발군일 거 같은 설명.’


하지만···.


“이거 이름이 좀 유치 하지 않나요?”


씨씨 씨를 심어요 라니.

이거 동요 구절이잖아.


[ ‘어디에도 없는 여신’ 이 입술을 비죽입니다. ]


“아, 아닙니다.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여신님.”


내가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보이자 그제야 꾸물꾸물 몰려들던 구름이 흩어진다.


이야, 성좌가 삐지기도 하는구나.

비위 잘 맞춰야 겠는 걸.


“······.”


이게 무슨 짓이냐 은퇴하고 정말.


분명 성좌가 화신에게 이 정도 관심을 보이는 건 엄청나게 과분한 상황인데.


감사해 마지않을 상황인데.


남들이 들으면 전부 부러워할 상황인데······.


‘나 은퇴했는데 왜 쉬기 그른 거 같지.’


[ 성좌 ‘어디에도 없는 여신’ 이 당신에게 새로운 퀘스트를 내 걸었습니다! ]

[ 새로운 퀘스트를 수령했습니다! ]

[ 퀘스트 : 농부가 되려는 자 나에게로··· ]

목표 : 아무 씨앗 파종 0/100 평

보상 : 랜덤 씨앗, 새로운 스킬


봐라.

쉬기 글렀잖아.


성좌가 퀘스트를, 그것도 연달아서 내주다니.


헌터사를 다시 써야 할 일이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보다 더 황당한 건, 몬스터를 잡아 오라느니 던전을 정복하라느니 하는 것도 아니란 거였다.


[ ‘어디에도 없는 여신’ 이 눈을 깜빡이며 당신을 궁금해합니다. ]


“예예. 갑니다 가요!”


[ 퀘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


“먼저··· 이거부터 열어봐야겠지.”


파앙!


손바닥 위에서 터진 물풍선처럼 빛무리를 흐드러지게 뿌린 랜덤 씨앗 박스의 안에서 나온 건 의외로 평범한 품종이었다.


[ 맑은 피 부추 씨앗 ]

최고 수준 부추의 씨앗입니다.

>음양오행< 해독과 해혈, 정화 능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음양오행? 이건 뭐지.”


씨앗에 옵션처럼 무언가가 달려 있었다.

일단은 심고 볼 일이다.


“부추라. 좋은 게 나왔네.”


좋다는 것은 내 상황에 적합한 녀석이기 때문이다.

부추는 게으른 농부의 풀이라고도 불린다.

대충 키워도 된다는 의미이고, 이건 달리 말하면 농사 초보자가 접근하기 좋은 작물이기도 하단 소리다.


피잉!


내가 씨앗을 밭에 심을 때마다 내 손끝에서 푸른빛의 빛이 감돌았다.


[ ‘씨씨 씨를 심어요’ 의 영향으로 씨앗을 모든 병충해에서 보호합니다. ]

[ ‘씨씨 씨를 심어요’ 가 씨앗이 발아 되기 전까지 무적 상태로 만듭니다. ]

[ ‘씨씨 씨를 심어요’ 가 씨앗에게 최적의 온도를 발아 전까지 제공합니다. ]


“이렇게 많은 스킬 창을 본 건 정말 처음인데.”


D급 헌터가 이런 걸 볼 일이 있으면 얼마나 있었겠나.


대체 이 스킬이 알려지면 정부나 연맹이 어떻게 등급을 매길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옵션만 따지면 당연히 S급인데.”


아마 당황들 좀 하지 않을까.


“상관없지. 이제 그쪽으론 안 돌아갈 건데.”


씨앗을 심다 보니 잡념도 사그라들었다.


옹알 옹알

옹알 옹알


어느새 다가온 땅의 정령들이 토닥토닥.


정말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가 심어둔 씨앗 위를 두드려 주는 게 아닌가.


마치 이렇게 하면 더 잘 자랄 거라는 듯 날 보며 웃어 보이기까지 한다.


“고마워.”


나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정령의 축복까지 받는 농사라니.”


이런 기막힌 일이 또 있을까.


땅의 하급 정령은 그사이에 10명이 넘는 숫자로 불어나 있었다.


할아버지의 농장은 어느새 동화 속 같은 풍경이 되어갔다.


[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

[ 새로운 스킬을 얻었습니다! ]


[ 풍요의 노래 ]

모든 연주와 노래가 풍요의 축복을 머물게 합니다.


나는 누군가 가져다 둔 듯한 통기타를 할아버지의 집에서 꺼내왔다.


“할아버지가 기타를 치시진 않았던 거 같은데······.”


나는 조금 칠 줄 안다.


예전에 뉴스 같은 곳에서 본 일이 있다.


농작물에 노래를 들려주면 더 잘 자란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물론, 이런 의미는 아니었겠지만······.


“무슨 노래를 해 볼까.”


의외로 선곡은 빨랐다.


기타 현을 손가락이 튕겼다.


오랜만이라 손가락이 굳었다.


천천히 했다.


급한 것 없으니.


“올모스트 헤븐, 웨스트 버지니아······.”


내가 고른 노래는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 TAKE ME HOME이었다.


고향으로 날 데려가 달라는 내용의 오래된 팝송이었다.


내가 진작, 진작에 고향에 갔어야 한다고.


[ ‘풍요의 노래’ 가 적용됩니다. ]


기타의 현에서 시작된 금빛의 기류가 통기타의 통을 울리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땅의 정령들이 너도나도 날개를 파닥이며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옹알거리며 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정령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붉은 노을이 물든 농장, 금빛의 물결 위에서 춤추는 대지의 정령들.


“테이크 미 홈~ 투더 플레이스~ 아 빌롱~”


노래의 후렴구와 함께 자유롭게 허공을 유영하는 정령들, 빼꼼히 고개를 내민 백색의 흐릿한 달을 보며 생각했다.


지금도 도시에 있었다면 이런 느낌은 받을 수 없었겠지.


귀농하길 잘했네.


숨이 쉬어진다.




* * *



모두가 잠든 밤.


옹알 옹알

옹알 옹알


집 앞 텃밭에 몰려든 땅의 정령들이 무언가를 저들끼리 말하면서 자그맣게 떠들고 있다.


꺄꺄 꺄꺄


정령들이 노닐고 있는 밭 위로는, 놀랍게도 바로 몇 시간 전에 재갈이준이 심은 씨의 푸르른 연둣빛 새싹이 돋아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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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0화 +5 24.06.15 1,139 52 13쪽
60 59화 +5 24.06.14 1,227 59 15쪽
59 58화 +2 24.06.13 1,382 50 13쪽
58 57화 +3 24.06.12 1,471 55 18쪽
57 56화 +2 24.06.11 1,596 56 17쪽
56 55화 +3 24.06.10 1,679 55 13쪽
55 54화 +1 24.06.09 1,831 53 14쪽
54 53화 +2 24.06.08 1,914 61 19쪽
53 52화 +3 24.06.07 1,975 64 16쪽
52 51화 +1 24.06.06 2,005 63 15쪽
51 50화 +2 24.06.05 2,159 62 16쪽
50 49화 +2 24.06.04 2,240 68 14쪽
49 48화 24.06.04 2,248 61 14쪽
48 47화 24.06.03 2,298 65 13쪽
47 46화 +1 24.06.03 2,338 64 12쪽
46 45화 +1 24.06.02 2,340 67 13쪽
45 44화 24.06.02 2,392 70 12쪽
44 43화 +1 24.06.01 2,411 64 15쪽
43 42화 24.06.01 2,421 63 12쪽
42 41 화 +1 24.05.31 2,577 66 13쪽
41 40화 24.05.31 2,630 62 14쪽
40 39화 +4 24.05.30 2,601 67 15쪽
39 38화 24.05.30 2,630 6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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