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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야 님의 서재입니다.

일곱 개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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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야
작품등록일 :
2018.08.22 17:21
최근연재일 :
2019.05.15 02:56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12,097
추천수 :
185
글자수 :
577,838

작성
18.12.24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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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추천
2
글자
11쪽

12장 뜻밖의 역습 (4)

DUMMY

공원 정문 근처에 도착한 만두귀는 주머니를 뒤져 보았다. 그제야 만두귀는 전화기가 없어진 사실을 알아차렸다.


‘젠장, 성당에서 흘렸나?’

혼잣말하며, 만두귀는 공원 안을 둘러보았다.


공원 잔디밭에는 아까처럼 어린아이와 엄마가 태연하게 휴일을 즐기는 척하며 히데오를 감시하고 있었다.


히데오도 망부석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


만두귀는 주머니를 털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전화기를 찾으러 다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이었다.


중학생들이 우르르 몰려가다니 히데오에게 다가가 슬쩍 쪽지를 던지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가던 길로 사라졌다. 언뜻 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돗자리에 앉아 있던 여자는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갸웃하고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히데오를 관찰했다.


그 순간이었다.

티 나지 않게 쪽지를 읽은 히데오는 몸을 구부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일어나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주변의 모든 상황은 슬로비디오와 빨리 감기를 섞어놓은 듯 어긋나게 흐르기 시작했다.


아이 엄마는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히데오를 지켜봤다.

아이보리 바탕에 작은 꽃무늬가 수놓아진 그녀의 치마만이 깃발처럼 바람에 펄럭일 뿐 꼿꼿이 선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히데오는 공원을 가로질러 전속력으로 달렸다.

규진도 공원 외곽으로 돌며 가미노게역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탄력 있게 달리는가 싶더니, 히데오는 얼마 가지 못하고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만두귀가 미식축구 선수처럼 히데오를 쓰러뜨린 것이다.

심상치 않은 장면을 발견하고는 규진도 방향을 바꿔 히데오에게 향했다.



정지 장면처럼 가만히 서 있던 여자는 순식간에 몸을 움직여 아이 손을 잡고 서둘러 반대 방향으로 달아났다.


쪽지를 전해주고 과장된 동작으로 빠르게 움직이던 중학생 세 명은 시간이 멈춘 듯 그 자리에 얼어붙어 히데오를 덮친 만두귀를 지켜봤다.


규진은 쓰러진 두 사람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공원 안의 모든 사람은 각자 빠르게 움직이다 멈추거나, 그와 엇갈리게 멈추어 있다가 속도를 냈다. 그 공원에 마지막으로 나타나 속도를 내기 시작한 사람은 진한 청색 상·하의 트레이닝복을 입은 유엔이었다.


히데오와 만두귀는 뒤엉켜 구르기 시작했고,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규진과 유엔은 반대 방향에서 히데오를 향해 달려왔다. 한데 뒹굴며 몇 차례 주먹으로 히데오의 얼굴을 강타한 다음 만두귀는 몸을 일으켰다.


만두귀가 중심을 잡기 직전 규진은 왼쪽 어깨를 부딪치며 만두귀에게 돌진했다.


사람끼리 부딪친 것이었지만, 공원 전체가 울릴 만큼 크게 쿵, 소리가 났다.


아이 손을 잡은 여자는 한 손에 전화기를 들고 통화를 하며 갈팡질팡하더니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팩, 지르고는 전화를 끄고 공원에서 사라졌다.


중학생들은 조각상처럼 미동도 없이 서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만두귀는 규진의 허리춤을 뒤에서 껴안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몸을 돌려 하늘로 던지듯 규진을 뿌리쳤다. 중심을 잃고 쓰러진 규진 위로 만두귀가 파운딩 자세로 올라타더니 양 주먹을 정신없이 휘둘러 공격하기 시작했다. 규진은 양팔로 얼굴을 막았지만, 계속되는 타격에 방어하는 빈틈은 자꾸 벌어졌다. 만두귀는 온몸의 체중을 주먹에 실어 아래로 내리꽂았고, 그걸 정통으로 맞은 규진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만두귀는 다시 한번 온 힘을 다해 내리치기 위해 팔을 높이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유엔이 돌려차기로 만두귀의 뒤통수를 팍, 소리가 나도록 후려갈긴 것은.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만두귀는 옆으로 몸을 굴리며 앉은 채로 자세를 고치더니 유엔을 확인하고는 개구리가 도약하듯 양팔을 벌려 유엔을 덮쳤다. 유엔이 반격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규진이 당한 파운딩보다 상황이 더 나빴다. 유엔은 만두귀의 주먹을 하나도 방어하지 못했다. 만두귀는 폭풍처럼 두 주먹을 번갈아 휘두르며 유엔을 공격했고, 유엔의 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졌다. 순식간에 입술이 터지고 잇몸에서도 피가 흘렀다. 눈두덩을 맞아 오른쪽 눈썹에서도 피가 흘렀다.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는 유엔에게 만두귀는 멈추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만두귀의 묵직한 오른쪽 어깨가 크게 움직였고, 육중한 오른 주먹이 아래로 향했다. 유엔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얼굴을 피했지만 대신 주먹은 왼쪽 머리에 정통으로 꽂혔다.


유엔은 관자놀이 주변의 두개골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유엔은 의식을 잃었다.



그 장면을 보고 나서야 중학생 중 한 명이 핸드폰을 열더니 긴급통화로 범죄 신고 전화를 걸었다.


공원 정문으로 들어오던 최대식은 난투극을 보더니 입을 쩍 벌리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유엔의 입에서 붉은 피가 거칠게 튀었다.

규진은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히데오만이 간신히 일어나 상황을 파악했다.


히데오는 주머니에서 폴딩 나이프를 펴서 만두귀의 등 뒤로 다가갔다. 유엔의 얼굴에 다시 한번 오른 주먹을 내리치려는 만두귀의 옆구리에, 히데오는 칼을 찔러 넣었다.


만두귀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반대 방향으로 쓰러졌다.


히데오가 칼을 빼려고 했지만, 만두귀가 거칠게 팔을 휘두른 바람에 손잡이에서 손이 미끄러지며 히데오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몸을 피한 다음 다시 균형을 잡은 만두귀는 옆구리에 깊이 박힌 칼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두어 번 힘을 주어 칼을 빼서 신경질적으로 땅에 던져버린 다음 만두귀는 통증에 고통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만두귀는 천천히 히데오에게 다가갔다.


다시 슬로비디오처럼 모든 사람의 움직임은 느려졌다. 천천히 다가오는 만두귀를 바라보며 히데오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했지만, 당황하며 눈을 깜빡였다.


시간이 멈춘 듯 느리게 움직이는 건 거기까지였다. 탱고 댄스를 추듯 왼발을 옆으로 쭉 뻗은 만두귀가 몸을 틀어 히데오의 허리를 잡으면서 다시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눈 깜짝할 사이 히데오의 몸은 허공에서 새우등처럼 둥글게 말렸고, 찰나의 순간 잠시 하늘을 향해 배를 보인 히데오는 머리부터 거꾸로 땅에 내리꽂혔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진 히데오는 목뼈가 완전히 부러졌다.



만두귀에게 허리가 잡혔던 히데오가 지른 기괴한 소리, 그게 마지막이었다. 땅바닥에 거꾸로 메다 꽂힌 히데오는 더는 소리를 내지 못했다.


악, 외마디 비명을 지른 건 유엔이었다.

목뼈가 부러진 히데오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만두귀는 쓰러진 유엔과 규진을 번갈아 보더니 피가 뿜어져 나오는 옆구리를 움켜쥐었다. 습관적으로 주머니를 뒤졌지만, 전화기가 없음을 다시 확인한 다음 만두귀는 짜증스럽게 옷깃을 털었다.


유엔을 향하다가 말고 만두귀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중학생 세 명 쪽을 둘러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공원 입구에 서 있는 최대식과 눈이 마주쳤다. 최대식은 쓰러진 사람을 들쳐 메는 시늉을 하며 손가락으로 규진을 가리켰다.


만두귀는 쓰러진 규진을 어깨에 메려고 허리를 굽혀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때였다. 만두귀가 시선을 돌리는 순간, 쓰러져 있던 유엔은 거미처럼 팔을 움직여 앉은 채로 다리를 쭉 뻗어 만두귀의 얼굴을 발로 찼다. 만두귀는 뒤로 넘어지며 한 바퀴 돌았다. 발작하듯 기침을 하는 만두귀의 옆구리에서는 피가 뚝뚝 흘렀다.


유엔도 일어나서 자세를 고쳐 잡았다. 입에 고인 피를 잔디에 뱉으며 흘끔 규진을 봤다.


쓰러진 규진은 이제야 정신이 드는 듯 주변을 둘러봤다.


입술이 새파래진 채 목이 꺾여 쓰러진 히데오를 보더니 규진은 경악했다.

시선을 돌려 옆구리에서 피를 흘리는 만두귀, 그리고 태권도 품새 경연에라도 참가한 듯 꼿꼿이 선 유엔도 올려다보았다. 오른쪽 눈이 완전히 뒤덮일 정도로 피를 흘리면서도 유엔의 눈빛은 물러섬 없이 강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다치고서도 유엔의 눈에는 두려움이 보이지 않았다.


유엔은 온 정신을 만두귀에 집중하고 있었다.

중학교 때 시 대표로 태권도 대회에 나갔던 그 날 기억을 떠올랐다.

그날은 아침부터 들떠서 이기는 상상만 했다. 대회에서 승리해서 도 대표로 뽑혀 소년체전에 나갈 거라며 즐겁게 공상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경기 내내 농락당하며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장면까지 떠오르자 유엔은 몸서리를 쳤다.

‘침착해야 해.’

유엔은 몇 번이고 속으로 다짐했다.

‘상대의 움직임을 간파하기 전에 먼저 움직이면 안 돼.’


집중하려고 노력했지만, 유엔의 시야는 자꾸 흐려졌다. 눈썹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았지만, 유엔의 오른쪽 눈은 캄캄했다.


그제야 유엔은 자신의 오른쪽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다. 머리를 강하게 맞은 탓이다.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 사물의 원근감을 느낄 수 없다. 반사신경도 둔해졌다.’

유엔은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왼쪽 눈으로 만두귀를 응시했다.


발을 앞뒤로 빠르게 움직이며 유엔은 유연하게 움직였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몸을 가볍게 움직여야 한다고 유엔은 다짐했다.


만두귀는 유엔의 빈틈을 노리며, 팔을 흔들어 몸을 좌우로 천천히 움직였다. 처음 유엔을 쓰러뜨리고 얼굴에 주먹을 날릴 때와 달리 만두귀는 유엔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다가서려고 하면 유엔은 재빠른 발동작으로 좌우로 몸을 피했다.


움직일 때마다 만두귀의 옆구리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만두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였다. 안내소에서 관리인이 호각을 불며 싸움판으로 달려왔고, 공원 밖에서는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만두귀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경찰차가 두 대 이상 다가오는 것을 감지했다.


공원 입구에 서 있던 최대식은 팔을 크게 휘저어 공원 입구 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만두귀에게 도망가라는 신호를 보낸 다음 최대식은 방향을 바꿔 달아나기 시작했다. 최대식이 사라진 빈 공간을 멍하게 지켜보던 만두귀는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을 냈다.


만두귀는 유엔에게 달려드는 시늉을 하다가 말고 갑자기 몸을 틀어 달리기 시작했다. 경찰 반대 방향이었다.


만두귀가 달아나는 남쪽 출구 방향에는 중학생들이 서 있었다. 피를 흘리며 달려오는 만두귀를 보더니 중학생들은 놀라서 몸을 움찔했다.



방금 전까지 더운 피가 돌던 히데오는 목이 부러진 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규진은 무릎을 꿇고 앉아 히데오의 얼굴을 만지며 숨이 넘어가는 괴상한 고음을 내며 꺼이꺼이 울었다.


땅에 떨어진 히데오의 폴딩 나이프를 손에 쥐고 규진은 만두귀를 향해 뛰어갔지만, 세 발자국도 못 가서 유엔의 손에 잡혔다.


유엔과 규진은 함께 뒹굴며 잔디밭에 넘어졌다.

“지금은 안돼.”

눈두덩이가 부어오른 일그러진 얼굴로 유엔이 한 음절씩 말할 때마다 붓고 터진 입술에선 피가 흘렀다.


유엔은 손가락으로 최대식이 숨어 있던 담벼락을 가리켰다.

“최대식이 있었어. 우리도 피해야 해.”


작가의말

목뼈가 부러진 히데오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습니다. 다시 한 번 소중한 사람을 잃었지만, 불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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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4 14장 거짓말 게임 (2) 19.01.07 87 1 14쪽
43 14장 거짓말 게임 (1) 19.01.04 91 1 11쪽
42 13장 그라운드 제로 (4) 19.01.02 89 2 12쪽
41 13장 그라운드 제로 (3) 18.12.31 114 2 12쪽
40 13장 그라운드 제로 (2) 18.12.28 98 2 12쪽
39 13장 그라운드 제로 (1) 18.12.26 94 2 12쪽
» 12장 뜻밖의 역습 (4) 18.12.24 90 2 11쪽
37 12장 뜻밖의 역습 (3) 18.12.21 102 2 11쪽
36 12장 뜻밖의 역습 (2) 18.12.19 95 2 12쪽
35 12장 뜻밖의 역습 (1) 18.12.17 115 2 13쪽
34 11장 진실 혹은 도전 (3) 18.12.14 108 2 13쪽
33 11장 진실 혹은 도전 (2) 18.12.12 107 2 13쪽
32 11장 진실 혹은 도전 (1) 18.12.10 112 2 12쪽
31 10장 숲속의 이끼 (3) 18.12.07 120 2 15쪽
30 10장 숲속의 이끼 (2) 18.12.05 112 2 12쪽
29 10장 숲속의 이끼 (1) 18.12.03 119 2 13쪽
28 9장 반격의 실마리 (3) 18.11.30 116 2 12쪽
27 9장 반격의 실마리 (2) +1 18.11.28 116 2 13쪽
26 9장 반격의 실마리 (1) +1 18.11.26 135 2 11쪽
25 8장 염곡동 살인사건 (5) +1 18.11.23 142 2 13쪽
24 8장 염곡동 살인사건 (4) +1 18.11.21 157 3 13쪽
23 7장 패밀리의 완성 (3) +1 18.11.20 140 2 11쪽
22 7장 패밀리의 완성 (2) +1 18.11.16 144 2 12쪽
21 7장 패밀리의 완성 (1) +1 18.11.13 150 2 11쪽
20 6장 일곱 개의 바다 (3) +1 18.11.09 162 2 11쪽
19 6장 일곱 개의 바다 (2) +1 18.11.06 164 2 11쪽
18 6장 일곱 개의 바다 (1) +1 18.11.02 159 2 12쪽
17 5장 잃어버린 아들 (4) +1 18.10.30 154 2 12쪽
16 5장 잃어버린 아들 (3) +1 18.10.26 193 2 12쪽
15 5장 잃어버린 아들 (2) +1 18.10.23 18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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