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일벌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일벌
작품등록일 :
2019.01.02 21:31
최근연재일 :
2022.05.28 20:3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861
추천수 :
68
글자수 :
178,991

작성
22.05.28 20:30
조회
17
추천
0
글자
13쪽

9. 그만둬야 할 때(2)

DUMMY

“아빌라드 경? 맞으시죠?”

“누구시오?”

“아, 화장 때문에 알아보기 힘드시죠? 잠시.”


피오나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얼굴에 박박 문댔다. 강렬한 색조의 화장이 지워지고 맨얼굴이 드러나서야 아빌라드는 그녀가 누군지 떠올랐다.

눈이 휘둥그레진 아빌라드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피오나의 손이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다른 한 손은 입술 위에 검지손가락을 핀 채로 붙이고 있었다.


“자리를 좀 옮겼으면 하는데요.”


가웨나는 도통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어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아빌라드는 가웨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피오나의 바람대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그래서.”


눈에 띄지 않을만한 골목길에 들어선 피오나가 아직 남아있는 화장 자국들을 지우며 입을 열었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아빌라드 경. 오랜 시간이 지나서 아예 기억하지 못하시는 게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기우였네요.”

“옛날의 미모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어떻게 기억하지 못하겠어?”

“우와. 설마 방금 그거 추파라고 던진 건가요?”


닭살이라도 돋았는지 양팔을 쓸어내리는 시늉을 하는 피오나. 그런 그녀를 보고 아빌라드는 피식 웃었다.

눈앞의 이 여인은 과거 자유기사 시절 네디스 왕국에서 함께 싸웠던 기사였다. 그 당시 갓 서임을 받았던 그녀는 햇병아리 같은 구석이 있어서 아빌라드가 여러모로 챙겨줬었는데, 지금 모습을 보니 꽤 노련해진 티가 나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는데. 아무튼 이렇게 재회할 줄은 몰랐어. 기사는 관두고 서커스로 먹고살기로 한 건가?”

“그야 당연히 사정이 있어서 잠깐 이러고 있는 거죠. 우리 왕국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계실 거 아녜요?”`

“내분이 일어났다고는 들었다.”


그녀의 고향인 네디스 왕국은 지금 혼란한 시기였다. 십여 년 전 이웃 나라와의 전쟁에서 선대왕이 전사, 후사라고는 아직 한참 어렸던 왕자밖에 없었다.

전쟁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기에 어린 왕자 대신 섭정이 실권을 거머쥐었고 그의 집권은 왕자가 장성하고 나서도 계속되었다.


당연히 반발도 계속되었고, 결국 네디스 왕국은 섭정을 옹호하는 귀족파와 왕권을 되찾으려는 왕당파 두 가지 파벌로 나뉘어 싸우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넌 어느 편이지?”

“당연히 왕자님의 편이죠. 마땅히 나라를 다스려야 하실 분이 탐욕스런 귀족 놈들 때문에 왕위에 앉아보지도 못했다구요.”


아빌라드는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기억 속의 피오나는 정의감과 충성심이 투철했으니까. 그녀의 성정에 귀족들을 따르는 짓은 하지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염려가 되는 것이 있었는데, 가장 최근에 들린 소식에 의하면 귀족파가 왕당파와의 전투에서 연달아 승리하여 기세가 완전히 넘어갔다는 것. 왕자의 생사조차도 불분명하더랬다.


“그런데 서커스단에 있는 이유는 뭐지? 몸을 숨기는 데에는 더없이 좋겠지만 왕자를 돕는 데엔 좀 그렇지 않나?”

“서커스단 전체가 왕자님의 사람들이에요. 대륙 이곳저곳 떠돌면서 왕자님을 지지해줄 외부세력을 모으는 게 저희 목적이에요. 공연은···. 명색이 서커스단이니 구색이라도 갖추려고 하다 보니···.”


점점 목소리가 작아진 피오나가 얼굴을 붉혔다. 임무를 위해 벌인 공연치고는 본인도 상당히 즐거운 눈치였는데, 본인에게도 알맞는 일인 듯했다.


“근데 이 아이는 누군가요? 따님?”

“내 딸은 아니다. 사정이 있어서 잠깐 돌보고 있어.”

“아... 안녕하세요.”

“어, 응. 안녕?”


가웨나의 어색한 인사에 다시 어색한 인사로 화답하는 피오나.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 아빌라드가 헛기침으로 주의를 환기시켰다.


“오랜만에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보니 좋았어. 왕국 내부의 일은 잘되길 바라지. 나도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군.”

“잠깐만요.”


옛 동료를 만난 것은 반가웠지만, 지금은 지금의 할 일이 있었다. 적당히 작별인사를 건네고 떠나려던 심산이었지만, 어째선지 피오나는 그의 어깨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아직도 할 말이 남았나? 서로 안부를 확인했으니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는데.”

“단순히 안부만 전하려고 경을 붙잡았던 게 아니니까요.”

“그럼?”

“아직도 용병으로 싸울 생각이 있으시면, 저희 왕당파에 합류해주시지 않을래요? 예전에 같이 싸웠던 동료들도 다시 볼 수 있을 겁니다. 아, 하드랜스 경도 지금 왕자님과 함께 있어요!”

돌프 하드랜스.


그리운 이름. 그 역시 네디스 왕국의 기사였다. 아빌라드가 자유기사였을 시절에 지금 아빌라드와 비슷한 나이대였으니, 지금쯤이면 백발이 성한 노인이 되었을 터.

기사답지 않게 격식 없고 호탕했던 돌프는 젊은 아빌라드에게 이것저것 조언해주던 고마운 존재였다. 그의 소식을 듣자 만나러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허나 그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미안하군. 그건 힘들겠어.”


아빌라드의 즉답에 피오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마도 이렇게 곧바로 거절당할 것이라곤 생각지 못한 모양이었다.


“왜, 왜죠? 돈 때문에 그런 건가요? 지금 왕당파 상황이 좀 힘들긴 하지만, 왕자님이 왕위를 되찾으시면 보통 용병은 상상도 못 할 보상을 내려주실 거예요. 영지라도 내어주실걸요?”

“돈이 문제가 아니야. 지금은 이미 맡은 일이 있거든. 교단의 일이라서 도중에 그만둘 수도 없어.”


센티누스를 추격해 죽이는 일. 교단에서 뜯어말린다고 하더라도 아빌라드는 반드시 그 마인을 쫓아가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알 리가 없는 피오나를 설득하려고 일부러 교단 얘기를 들먹인 건데, 효과는 확실한 것 같았다.


“아···.”


교단의 일이라고 하니 집요하게 권유하던 피오나도 잠잠해졌다. 시무룩한 표정에 조금 죄책감이 들기도 했지만, 어쩌겠는가. 사실이 그런 것을.


“정말로 아쉽네요. 경이 합류해주면 정말 든든할 텐데···.”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지. 그런데 왕당파의 주둔지가 어딘지는 알려줄 수 있나?”

“그건 왜요?”

“지금 하는 일이 대륙 여기저기를 쏘다녀야 하는 일이라서. 혹시나 네디스 왕국에 가게 된다면 돌프를 한번 만나보고 싶군.”

“흐음.”


피오나는 팔짱을 끼며 잠시 고민했다.


“역시 알려드릴 수 없겠네요.”

“어째서?”

“지휘관의 위치라니, 제일 중요한 기밀이잖아요! 그런 걸 외부인에게 어떻게 알려줘요?”

“확실히 그렇긴 하군.”

“이게 다 풋내기 시절에 경에게 배웠던 거랍니다.”


왠지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는 피오나. 제안이 거절당한 것에 대한 소심한 복수인 모양이었다. 사실 그녀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기에 아빌라드도 순순히 포기하고 자리를 떠났다.



&



그렇게 옛 동료와의 해후를 끝내고, 아빌라드는 가웨나와 함께 대장간에 들른 참이었다.


“연습용 목검이 필요하시다고?”

“그렇소. 이 아이가 쓸 거요.”


머리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대머리 대장장이가 가웨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 시선에 가웨나가 불편해할 때쯤, 대장장이는 치수가 맞는 목검을 찾기 위해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목검을 선물하는 건 오늘 가웨나가 검술에 흥미를 느끼는 것을 보고 결정한 일이었다. 교단에서 검을 가르쳤을 땐 거기 있는 목검을 사용했지만, 체구가 작은 가웨나에겐 크기가 과한 편이었다.


가웨나도 검술에 흥미를 보이고, 이왕 가르칠 거라면 철저하게 가르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었다. 검술 스승이라면 제자에게 목검을 선물하는 풍습도 있었고.


“아저씨. 교단에도 목검은 많이 있잖아요. 저 정말 안 사주셔도 돼요···.”


걱정스러운 표정의 가웨나가 만류했지만, 아빌라드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아마도 자신 때문에 돈을 쓰는 것이 부담스러운 모양이었지만, 아빌라드는 오히려 즐거운 기분이었다.


“검술을 익힐 땐 네 몸에 맞는 검을 쓰는 게 훨씬 좋단다. 그리고 자신의 것이라는 자각이 있어야 검을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법이지. 부디 사양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하, 하지만···.”

“그리고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무기를 가지고 다녀야지. 모험가라면 저마다 하나씩은 가지고 있단다.”


날붙이도 아닌 목검이고, 가웨나가 정말 전투를 벌일 상황이 오겠냐만, 아빌라드는 부담스러워하는 가웨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둘러댔다.


그렇게 시답잖은 실랑이를 벌이던 중, 안쪽으로 들어갔던 대장장이가 다시 돌아왔다. 품 안에는 목검 여러 자루가 품고 있는 채였다.


―와르륵.


“아가씨의 몸집에 맞는 목검들이요. 무게는 직접 확인해보슈.”


탁자 위에 아무렇게나 늘어진 목검들. 아빌라드가 시험 삼아 몇 개를 집어 들어보았다.


“무게가 전부 다르군.”

“안에 철심이 없는 것도 있고, 철심끼리도 무게가 다 다르고, 목재를 어떤 걸 썼는지도 다 다르니까 말이요. 아마 이 도시에서 우리 가게만큼 목검이 다양한 곳도 없을 거요.”

“이렇게 다양하게 만들어놓은 이유가 뭐요?”

“아들놈이 기사가 되겠답시고 맨날 목검을 휘두르다 분질러 먹어서, 내가 작정하고 만들다 보니 이렇게 쌓였지. 아무튼 살 거요 말 거요?”


목검이 많은 이유가 우스꽝스럽긴 했지만, 사러 온 입장에선 이보다 좋을 순 없었다. 전부 같은 크기여도 그 안에서 자신에게 맞는 무게를 고를 수 있었으니까. 심지어 품질까지 좋았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가웨나. 네가 직접 골라보겠니? 가장 편안한 무게로 고르면 된단다.”

“네···.”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가웨나는 쭈뼛쭈뼛 목검을 하나 잡아 무게를 가늠하는 시늉을 했다.


“네가 사용할 거니깐 잘 확인해야지. 제발 돈 걱정은 그만하렴.”

결국 보다 못한 아빌라드가 나섰다. 그는 가웨나의 뒤에서 팔을 잡아주고 자세를 고쳐잡게 했고, 아침에 가르쳤던 대로 몇 번 휘둘러보라고 조언했다.


그의 말을 따라 여러 목검을 번갈아 가며 확실하게 휘둘러본 가웨나가 한 목검을 집고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게 제일 맘에 드는구나?”

“아, 저기, 그, 네. 감사합니다···.”


당황한 듯 말을 더듬는 가웨나. 아빌라드는 피식 웃으며 그녀가 고른 목검의 값을 치렀다. 대장장이가 인심 좋게 허리춤에 매달 끈까지 챙겨준 덕에 가웨나는 허리춤에 목검을 패용하고 나올 수 있었다.



&



해가 점점 저물어가고 있었고, 마침 시장기도 돌았기에 근처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아빌라드와 가웨나는 소화도 시킬 겸 도시 외곽의 유적지로 발을 옮겼다.


도시 외곽에 늘어선 유적들은 고룡들이 둥지 삼아 지내던 장소였다. 용 숭배자들은 지하에서 기거하며 지상에서는 용들의 수발을 들었다고 전해지는데, 유적에 남은 흔적이 그걸 증명해주고 있었다.


물을 퍼올려서 위에서 비처럼 떨어지게끔 하는 장치, 제자리에서 돌아가며 등을 긁어주는 장치, 지붕을 열었다 닫을 수 있게끔 해주는 장치 등. 까마득한 옛날에 만들어졌음에도 정교한 설계가 돋보였다.


물론 세월의 풍파를 맞아 어딘가가 소실 되거나, 풍화되어 깎여나간 구석도 많았지만, 본래 쓰임새를 추측할 수 있을 정도는 남아있었다.


그리고 모든 기계 장치들의 공통점은 동력원으로서 인간의 노동력을 사용했다는 것.


큰 덩치와 불을 내뿜을 수 있는 걸 제외하면 한낱 짐승에 불과한 현시대의 용과는 달리, 고룡들은 모두가 고차원의 마법을 다룰 수 있는 초월적 존재들이라고 전해진다.

그런 존재들이라면 이런 장치 따윈 없어도 그만이었을 터. 그야말로 인간을 어떻게든 부려 먹기 위해 고안된 장치들이었다.


아빌라드도 처음 드래곤킵의 유적들을 봤을 땐 잘 몰랐지만, 학자의 설명을 듣고 나선 그 노골적인 악의가 드러나 있는 유적을 볼 때마다 묘한 불쾌함이 올라오곤 했다.


“우와아아!”


하지만 가웨나에겐 그저 멋진 풍경에 불과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눈을 빛내며 웅장하게 펼쳐진 유적을 유감없이 둘러보고 있었다.


사실 인간에 대한 악의만 빼놓고 보면 유적은 볼 것 많은 관광지나 다름없었다.


괜히 그녀의 감상을 방해하기 싫었기에 아빌라드는 고룡에 대한 것은 언급하지 않고 그녀의 유적 관람을 뒤에서 지켜보았다.


가웨나는 같은 또래의 아이답게 유적 내부를 뛰어다니며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하다는 듯이 건드리고 있었다.


“아저씨! 빨리 오세요!”

“그래, 그래.”


해맑은 표정으로 아빌라드를 부르는 가웨나. 아빌라드가 미소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가던 그때.


―쩌적.


가웨나의 그림자에서 검은 형상이 솟아올랐다.


“···가웨나!”

“아저씨?”


검은 존재가 형태를 바꿔 순식간에 가웨나를 덮치려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잿빛용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재개 공지 22.05.05 25 0 -
공지 연재관련 공지 +1 19.01.14 85 0 -
» 9. 그만둬야 할 때(2) 22.05.28 18 0 13쪽
30 9. 그만둬야 할 때(1) 22.05.22 19 0 12쪽
29 8. 드래곤킵(7) 22.05.18 19 1 12쪽
28 8. 드래곤킵(6) 22.05.15 25 1 13쪽
27 8. 드래곤킵(5) 22.05.12 20 1 13쪽
26 8. 드래곤킵(4) 22.05.11 22 0 13쪽
25 8. 드래곤킵(3) 22.05.09 22 1 12쪽
24 8. 드래곤킵(2) 22.05.07 28 1 16쪽
23 8. 드래곤킵(1) 22.05.06 28 0 13쪽
22 7. 갈라드식 접대(3) 22.05.05 30 0 12쪽
21 7. 갈라드식 접대(2) 19.01.13 117 1 12쪽
20 7. 갈라드식 접대(1) 19.01.12 68 4 12쪽
19 6. 오래된 벗(4) 19.01.11 70 2 12쪽
18 6. 오래된 벗(3) +2 19.01.10 75 1 15쪽
17 6. 오래된 벗(2) 19.01.09 67 1 13쪽
16 6. 오래된 벗(1) 19.01.09 88 0 12쪽
15 5. 커다란 그림자(2) 19.01.08 89 1 13쪽
14 5. 커다란 그림자(1) 19.01.08 89 1 12쪽
13 4. 미련(3) 19.01.07 77 1 13쪽
12 4. 미련(2) +2 19.01.06 86 4 12쪽
11 4. 미련(1) 19.01.06 87 5 12쪽
10 3. 이상징후(2) +2 19.01.05 113 5 12쪽
9 3. 이상징후(1) 19.01.05 109 1 12쪽
8 2. 동행(3) 19.01.04 129 2 12쪽
7 2. 동행(2) 19.01.04 111 4 12쪽
6 2. 동행(1) 19.01.03 126 5 13쪽
5 1. 낙스빌(4) 19.01.03 158 3 12쪽
4 1. 낙스빌(3) 19.01.03 149 4 13쪽
3 1. 낙스빌(2) 19.01.03 194 5 13쪽
2 1. 낙스빌(1) 19.01.02 234 6 13쪽
1 Prologue. 약초꾼과 사냥꾼 +5 19.01.02 392 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