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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님의 서재입니다.

삼재 든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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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작품등록일 :
2018.04.10 05:19
최근연재일 :
2018.12.21 15:45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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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46
추천수 :
45
글자수 :
285,650

작성
18.05.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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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요정 출현

DUMMY

"요정이 붙었군요."


판리카교 주교 파타는 부제 바르푸넨에게 바바아타가 느낀 현상을 듣고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부제 바르푸넨은 이틀 전 대주교를 만나기 위해 바인가니에 공국 니엘라에 도착했다. 대주교를 보자마자 바바아타가 겪은 일을 이야기하며 요정을 분별하고 접촉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했더니 대주교도 역시 판리카교 대주교를 만나러 가자고 부제를 데리고 즉시 나섰다.


이렇게 연락도 없이 찾아가도 되나 싶었지만 대주교는 한 마디로 판리카교의 주교를 만날 수 있었다.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 했더니 파타 주교는 이미 대주교와 마나와 요정에 대해 꽤 자주 만나 의견 교환을 하는 사이였다. 또한 바바아타에 대한 일도 어느 정도는 의논한 바 있었다. 자주 보는 사이인 만큼 즉시 바바아타의 이야기로 들어가 부제 바르푸넨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요정은 마나의 냄새를 따라 다닌다고 합니다. 요정을 부르는 것 역시 마나 조절 방법인데, 땅 위의 생물은 그 냄새를 맡지 못한다고 합니다."

"마나에서 냄새가 난다고요?"


금시초문이었다. 부제 바르푸넨은 요정에 대해 별다른 관심도 없었고, 마나에 대한 여러 이론을 공부했어도 마나에서 냄새가 난다는 설은 생각조차 못했다. 하긴 마나를 촉감으로도 느끼는 실재인데 냄새가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했다는 것에 머리를 탁 쳤다.


"땅 위의 생명체는 마나가 흐르지요. 그 마나에서 요정이 좋아하는 냄새가 나면 요정이 알아서 붙기도 하지요. 물론 요정이 붙은 걸 생명체 스스로 알게 되는 건 다른 문제지요."

"그렇다면 바바아타에게 흐르는 마나에서 요정이 좋아하는 냄새가 난다는 거군요."

"현재로선 그렇다고 봐야겠지요. 그게 아니면 그 경험을 설명할 수는 없지요."

"그럼 자신에게 붙은 요정은 쫓아내거나 제어해서 말을 듣게 할 수 있는 건가요? 그리고 자기에게 붙은 요정을 볼 수도 있는지요?"

"자, 잘 보세요."


주교 파타는 오른손을 허공에 요리조리 휘젓고, 왼손으로는 손가락으로 묘한 모양을 만들더니 깊은 숨을 들이 쉬고는 훅 불어냈다. 그러자 방 안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그리고 세 성직자 머리 위에 등잔 밝기로 파란 풀빛이 도는 빛 덩어리가 나타났다.


"빛의 요정, 로자니입니다. 내게 붙은 요정 중 하나지요. 아, 로자니는 제가 붙여준 이름이에요. 빛 색깔이 초록빛이 나잖아요? 아직 요정 도감에 등록되지 않은 요정이라 제가 이름을 붙였죠. 빛이 보이지만 요정처럼 보이는 건 없지요? 저건 내가 요정에게 빛을 내 달라고 부탁을 해서 저렇게 보이는 겁니다. 요정의 본래 모습은 아무도 알 수 없어요."

"요정은 특정 현상으로 자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뿐이군요. 그러면 바바아타가 느낀 건 여러 가지 느낌이었는데 여러 요정이 붙은 걸까요?"

"단정할 수는 없지요. 요정 하나가 여러 특성을 가질 수도 있으니까요. 요정과 대화를 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요정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하겠군요."

"요정과 대화를 한다는 건 마나를 이용해 요정에게 의사를 전달해요. 그러니 기본적으로 마나를 부릴 줄 알아야 하고, 거기에 마나의 진동과 방향, 중첩 등을 이용해야 의미를 실어야 하니 요정과 대화하는 건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연습을 해야 터득할 수 있는 거죠."

"아까 수인과 수화는 마나를 부려서 요정과 대화하는 것이었군요."

"아, 요정마다 대화법이 다 달라요. 마치 갓난아기들과 대화하는 것과 같지요. 이 아이 로자니에게는 마나를 8자 매듭으로 꼬아 보내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지요."

"아, 요정을 부리는 건, 엄청난 공부가 필요하군요."

"공부 기간이 길기 때문에 요정을 부리는 정령사들은 보통 나이들이 꽤 있지요. 정령사들이 오래 살기도 하고요. 요정들이 정령사를 보호해 주니까. 아주 드물게 본능적으로 요정과 대화가 통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기록에 의하면 여태 두 사람밖에 없었다고 하지요. 게다가 모두 단명했지요. 마흔 살이 되기 전에 모두 죽었지요. 아마도 요정과 싸워서 요정이 떠났기 때문이란 설이 설득력이 있지요. 의사소통이 너무 원활해서 서로 싸운다는 거죠."


여기까지 들은 무제 바르푸넨은 고민이 생겼다. 만약 바바아타가 선천적으로 요정들과 대화하는 능력이 있다면 바바아타는 일찍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인데, 혹시 요정이 붙어도 부리지 않으면 어찌 될까? 그런 질문을 주교 파타에게 물었다.


"일반적으로는 반반입니다. 요정이 싫증이 나서 떠나거나 요정이 사람을 괴롭혀 미치게 될 수도 있지요. 사람이 미치면 마나의 냄새가 변한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러면, 일단 아주 단순하더라도 계속 대화를 하면 큰 문제는 없겠군요."

"단순하더라도 대화를 규칙적으로 해 준다면 큰 문제는 없지요. 그러나, 사람들의 욕심이 그 정도에 그치지 않지요. 정령사가 되면 꽤 대접을 받지요. 비슷한 능력을 가진 마법사보다 더 큰 대접을 받지요. 욕심이 없는 이들은 우리 판리카 교단에 들어와 땅 위의 생명을 위한 삶을 살기도 하지요."


부제 바르푸넨은 요정을 부리는 방법에 대해 쓴 책을 구할 수 있는지 물었다. 주교는 교내의 방법은 비전으로 내려오는 것이라 따로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고 했다. 수련자들은 모두 구전으로 내려오는 방법을 익히고, 외우고, 응용한다. 그렇게 자기 고유의 요정 대화법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외웠던 것은 모두 잊는다. 오로지 교단 중앙 아카데미 도서관 사서들만 구전의 원형 그대로를 간직할 뿐이다. 사서들은 정령사가 아니다.


주교 파타는 바바아타가 요정 대화법을 익히지 않으면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니기 때문에 차차 배워가도 된다며 시간을 내서 바바아타를 보러 꼭 한번 찾아가겠다고 약속했다.


주교 파타와 이별하고 판리카 신전을 나서면서 대주교는 부제에게 한투나가의 영향이 없을 수 없으니 항상 잘 살펴야 한다며 당부했다. 아직까지 한투나가에 대한 이야기는 파타와 나누지 않았다고, 이 부분은 바르푸넨이 직접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얼마 후 다시 돌아와 바바아타 앞에 선 부제는 신성력을 이용해 바바아타에게 흐르는 마나의 기운을 훑었다. 바바아타의 마나는 여전히 깨끗하고 청량했다.


"바바아타의 마나는 마치 푸른 하늘에 부는 바람과 같구나. 얼굴만 멋진 게 아니라 마나마저 멋지구나. 하하"


마나 점검을 마친 부제는 바바아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니엘라에서 사 온 사탕을 하나 손에 쥐어 주었다. 바바아타는 손 위의 사탕을 요리조리 보면서 말했다.


"마치 마나에서 나는 냄새 같이 달달하겠네요."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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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마나의 달콤함 18.05.21 435 0 8쪽
» 요정 출현 18.05.18 452 0 7쪽
29 마나의 흐름 18.05.17 441 0 11쪽
28 바바아타의 첫 스승 18.05.16 462 0 9쪽
27 황태자의 꿈 18.05.15 490 0 12쪽
26 새로운 재앙 18.05.14 458 0 9쪽
25 전이된 소년 18.05.11 454 0 11쪽
24 왕의 재혼 18.05.10 473 0 12쪽
23 바바아타의 성장 18.05.09 448 1 12쪽
22 마법사의 잔꾀 18.05.08 476 1 11쪽
21 바바아타의 집 18.05.07 452 1 12쪽
20 마법사의 오만 18.05.04 501 1 10쪽
19 황태자의 모의 18.05.03 463 1 10쪽
18 대주교의 인생론 18.05.02 463 1 11쪽
17 국경의 소란 18.05.01 479 2 12쪽
16 드래곤의 예언서 18.04.30 509 2 12쪽
15 키케테 대수도원장 18.04.27 514 2 12쪽
14 머나 먼 마툼마키 공작령 18.04.26 488 2 12쪽
13 바바아타 왕자 탄생의 비밀 18.04.25 529 2 11쪽
12 위험한 길드 18.04.24 510 2 12쪽
11 추격자 하우카의 마스터 18.04.23 514 3 11쪽
10 위기 탈출 +2 18.04.20 537 3 11쪽
9 바바아타 왕자의 위기 18.04.19 543 2 12쪽
8 위험한 마차 여행 18.04.18 533 2 11쪽
7 다가온 이별 18.04.17 557 2 11쪽
6 베르크 왕실의 근심 18.04.15 553 2 11쪽
5 황태자의 소문 18.04.13 563 2 12쪽
4 추수 경마 승부 조작 18.04.12 571 2 11쪽
3 세자의 황도 생활 18.04.11 616 3 11쪽
2 왕국의 재난 18.04.10 63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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