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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님의 서재입니다.

삼재 든 왕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한투나가
작품등록일 :
2018.04.10 05:19
최근연재일 :
2018.12.21 15:45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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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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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수 :
28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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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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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재혼

DUMMY

베르크 왕은 고민이 많았어. 베르크 왕국은 느리지만 착실히 재난을 복구하고 있었지. 제국도 한 해가 지난 후 의외의 추가 원조를 해 주어 일단 물자는 넉넉했어. 그러나 코로넬로, 파키온, 세부타 지방에서 생존한 사람들이 거의 없어 복구 인력이 많이 부족한 건 타격이 컸지.


왕은 유민들을 회유해 세 지방으로 보내 복구를 하도록 독려했어. 그곳을 특별구역으로 지정하고 특별행정관이란 자리까지 만들어 세 지방의 복구를 전담하게 하고 상당한 물자를 지원했어. 그래도 특별구역의 복구는 일 년에 겨우 옛 영주성과 큰 도시 서너 군데까지 길을 내는 정도였지.


특별행정관으로 임명된 첼레티 백작도 정기적으로 올리는 계본에 항상 인력을 좀더 보내달라는 얘기가 있었지. 특히 마법사와 신전의 의원들을 좀더 파견해 달라고 했어. 인력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화산재에서 나오는 유독한 기운 때문에 복구에 투입된 인력 중 꽤 많은 이들이 앓아 눕거나 심한 경우 죽어나가기도 하기 때문이었지.


그는 매일 경계 부대를 돌려 떠도는 유민이 하나라도 눈에 띄면 곧바로 잡아다 복구 작업에 투입시키도록 할 정도였어. 그리고 도적들을 토벌해 복구 인력으로 쓰게 해 달라고 애원할 정도였어. 그러는 새 세 지방 복구현장은 지옥이라고 소문이 나 버려 어느 누구도 그리로 가기를 꺼려했어.


왕은 마탑에 몇 번이고 특별구역으로 추가 파견할 마법사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마탑은 이미 파견할 만한 마법사는 모두 파견해 더 이상 없다고 버틸 뿐이었어. 그러자, 왕은 예전에 신전을 털어버린 것처럼 마탑을 털어버리려 기사단을 이끌고 마탑으로 쳐들어갔지.


마탑을 관장하는 마스터 일루나는 갑자기 쳐들어온 왕을 마주하고 담담하게 모든 마법사들을 적으로 돌리려 하느냐고 물었지. 왕은 얼굴을 찡그리며 왕국에 마탑이 존재하는 이유는 왕국과 왕국에 있는 신민들을 이롭게 하기 위한 게 아니냐며, 지금 신민들이 재난에 고통 받고 있는데 마탑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왕국의 고난을 외면하는 마탑이 과연 존재 가치가 있냐며 모든 마법사들을 동원해 왕국을 같이 복구하기를 바란다고 했지. 요청이 아니라 명령조로.


마스터 일루나는 마탑에 있던 마스터 스무 명이 왕의 요청에 따라 마탑을 떠나 일을 하고 있으며, 지금 남아 있는 마법사는 자기 하나 뿐이라 더 도와줄 수가 없다고 했어. 그리고 마스터가 아니면 마탑을 떠날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지 않느냐면서.


그러자 왕은 마탑을 특별 구역으로 옮기라고 했어. 그리고 특별 제안을 했지. 특별 구역에 마탑을 세우고 거기서 마스터가 수련생들을 이끌고 특별구역의 복구를 돕는다면 마탑에서 특별구역의 반을 삼십 년 동안 독점 관리할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고 했어. 그리고 그 동안 면세 혜택도 주기로 했지.


파격적인 제안에 마스터 일루나는 잠시 당황했지. 이미 마스터 한 사람이 특별구역에 파견되어 복구를 돕고 있는데, 소식에 의하면 유해한 기운이 인간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고 했지. 하루에 겨우 삼십 세타(사방 삼십 걸음, 집 한 채 세우는 면적) 정도 마나로 정화시킬 수 있는 게 최선이라고 했어. 그렇지 않으면 유해한 화산재를 걷어내고 대지를 한 마가스 정도를 파내 뒤집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데, 화산재를 걷어내다 많은 사람들이 병을 얻고 있다고 했지.


마스터 일루나는 화산재에서 나오는 유해한 기운을 중화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특별구역에 마탑을 세우고 거기서 연구하는 것이 더 빠른 결과를 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어. 마스터 일루나는 마지못해 수긍하는 듯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고 왕을 어서 마탑에서 나가도록 이끌었어. 실제로 마탑을 직접 찾아온 왕은 이번이 처음이라 많이 당황하긴 했지.


궁으로 돌아온 왕을 기다린 것은 제국에서 온 사신이었지. 제국이 원조를 보낸 게 얼마 되지 않아 사신이 올 사안이 없는데 하며 갸웃거리며, 혹시 세자가 사고를 쳤나 살짝 긴장하긴 했어. 급한 마음에 왕은 갑옷을 입은 채로 제국의 사신을 맞이했지.


사신은 왕에게 예를 표한 후 웃음을 띄며 왕을 만난 이유를 말했어. 왕이 홀로 된 지 일 년, 왕에게 배우자가 없을 수 없으니 황제의 다섯 째 황녀를 왕비로 맞이하는 것이 어떤지 의향을 묻기 위해 왔다며 그림첩 하나를 왕에게 바쳤지.


황녀의 초상이었어. 붉은 드레스에 반짝이는 유리 구슬이 박혀 몸에서 마치 빛이 나는 것 같았고, 검은 눈동자, 새초롬한 입술, 하얀 피부, 검은 머리에 나비잠을 꽂아 올린 풍성한 머리카락. 귀여우면서도 살짝 색기가 흐르는 매혹적인 여인이었지.


사신은 지금 황제가 가장 총애하는 프릴리치노 황후의 딸로 올해 열여섯이 되며 팔라우누 영지를 하사 받아 후작 작위를 받았다고 전했지. 이 말은 곧 팔라우누 후작을 왕비로 맞이하면 제국에 영지가 생기는 것과 같다는 거지. 왕비의 영지는 곧 지참금과 같은 거니까. 단, 베르크 왕국 역시 팔라우누 후작의 공동 소유가 되는 것이니 잘 생각해야 하지.


왕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지. 황제의 딸을 왕비로 들이게 되면 제국이 왕정에 간섭을 하게 될 게 눈에 뻔히 보였으니까. 그런 고민을 아는 듯 사신은 한 마디 더 왕에게 올렸지. 황제가 황녀가 사는 곳을 험하게 두겠느냐는 거지. 추가 원조를 암시하는 거겠지. 그리고 한 마디 더 올렸어. 또한 황도에 있는 세자는 황제의 손자가 되고, 황태자의 조카가 되는 거라고.


왕은 세자 생각을 하자 한숨을 내쉬었어. 왕비가 될 황녀는 세자와 동갑이었던 거지. 세자가 만약 황도에 있지 않다면 올해 열여섯, 봉작을 받을 나이로 아마도 대공에 봉해졌을 테지. 신년에 세자에게 봉작을 주어야 하니 잠시 귀향 허가를 바란다고 황제에게 상주했으나 세자는 따로 제국에서 봉작을 내리겠다며 거절했기 때문에 왕은 마음이 많이 아팠지.


그 때, 황제가 세자에게 제국의 봉작을 내린다는 의미가 궁금했는데, 지금에서야 이해가 되었어. 황제가 손자에게 봉작을 내린다는 거지. 세자를 비롯해 볼모로 잡힌 왕자와 공주들, 그리고 연금되어 있는 바바아타를 생각하면 제국과 혼인으로 관계를 맺어 두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었지.


왕은 자신의 생각을 접고 대신들을 둘러 보았어. 표정은 완전히 둘로 나뉘었지. 왕실과 가까운 대신들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왕실과 관계 없는 귀족 대신들은 이건 희소식이라는 듯 빙그레 웃고 있었지.


왕은 사신에게 대신들과 의논한 후에 결정하겠다며 일단 사신을 물렸어. 대전의 문이 탕하고 닫히자마자 대신들은 서로 자신의 의견을 떠들어 대 아주 시장바닥이 되어 버렸지. 왕실 측은 이건 대놓고 내정간섭을 하겠다고 나서는 거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삿대질을 해댔고, 귀족들은 제국에게서 지속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며 소리를 질러댔지.


왕은 이럴 줄 알았다는 듯 그들의 소란을 가만히 지켜보았어. 소란은 한 동안 지속되다가 슬슬 왕의 눈치를 보더니 하나 둘 입을 닫았지. 왕은 총재를 불러 이러저러한 지시를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대전에서 퇴정했어. 대신들이 먼저 의견의 일치를 보라는 거지. 그 후로 새벽까지 대신들은 난상토론을 펼쳤어. 결국은 제국의 혼인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지.


다음 날 대신들의 결정을 들으며 왕은 몇 가지 조건을 덧붙였어. 제국의 마법사를 지원해 줄 것, 세자의 봉작을 후작 이상으로 해 줄 것, 공주 둘을 귀향시켜 줄 것이었어. 혹시나 애먼 곳과 혼인해 불행한 삶을 살지도 모르는 공주들은 꼭 데리고 오고 싶었어. 그리고 바바아타에 대한 건도 요청할까 하다 황제는 모르는 일일 수도 있고, 또한 다른 귀족들도 모르는 일이라 우선은 보류해 두었지.


사신은 왕의 결정을 보더니 흐뭇한 얼굴로 왕에게 예를 표한 후 황도로 향했어. 그리고 뒤이어 황태자의 밀사가 왕을 찾아왔지. 밀사가 전한 서한을 보고는 왕은 기분 잡쳤다는 표정을 지었지.


황태자는 자신의 작품이 어떠냐며 기가 막힌 제안이 아니냐며 자화자찬을 하고 있었어. 황태자는 마치 동생에게 자신이 쓰던 장난감을 물려주며 자신이 얼마나 우애가 깊은 형인지 동생을 다독이는 것 같았어. 그리고 마지막에 바바아타는 아주 잘 있으며, 재앙의 씨앗이라는 소문은 뜬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언급이 있었어.


아마도 황태자는 바바아타 왕자가 머무르는 곳이면 금방 세상이 망하는 듯한 재앙이 일어나는 줄 알았던가 싶었지. 그러나 황태자가 기대한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고, 세상은 잠잠했어. 아직 페르에 공작은 황태자에 대한 관심은 조금도 없었지. 하지만 황태자는 조급하지 않았어. 한번만 크게 터지기만 하면 되니까.


얼마 후 황제의 사신이 황제의 회신을 들고 왔어. 왕이 요청한 사안들은 모두 수용하겠으니 황도에 와서 혼인식을 올리고 왕비와 공주를 데려가라는 것이었어. 이 내용을 듣자 모든 대신들이 반대하고 나섰지. 특히 재정 대신은 극구 반대하고 나섰어. 왕이 황도로 혼인식을 하러 간다는 것은 왕실 재정이 튼튼할 때나 하는 일이었지.


신부에게 보내는 예물 말고도 왕실 주요 종친들에게 보내는 선물, 그리고 황도 신민들에게 베풀어야 하는 선물 뿐이랴, 각국을 지날 때마다 머무는 왕국에게 사례할 선물, 마중 나오는 레인저 부대에게 줄 수고비, 그리고 같이 갈 기사단과 근위대에 소요될 비용 등은 현재 예산으로 책정된 왕실의 비용으로는 절대 감당하지 못할 게 뻔하다는 거지.


다음 날 사신은 짐이 무거워 하루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어제 배알할 때 가져오지 못한 것을 가져왔다며 궤짝 다섯 개를 대전으로 가져오게 했어. 그리고 궤짝을 열어 보였어. 번쩍거리는 금괴가 가득했지.


사신은 혹시 비용 때문에 걱정일 수도 있겠다고 황제께서 염려하는 마음에 황도 행차 비용으로 쓰라고 내려준 거라며 제국의 부유함을 과시했지. 대전의 대신들은 모두 배알이 꼴렸지. 그러면서도 황금을 보면서 침을 꿀떡꿀떡 삼켰지.


금화가 아니라 금괴! 그것도 제국의 주조소 인장이 찍혀 있는 금괴. 이건 시중에 유통하는 게 아니야. 그냥 황제의 재산으로 황궁 창고에 쌓아 놓는 용도지. 금화로 바꾸면 10배 가치가 있는 것이지. 왕은 그냥 고개를 끄덕였어. 사신은 왕의 뜻을 잘 받아 간다며 대전을 나서 황도로 돌아갔지.


왕은 황제가 보내 준 금괴의 반 정도를 써서 황도로 향하는 길에 올랐고, 왕실의 보물창고를 열어 가져 온 보물들을 황실 종친들에게 보냈지. 황도 신민들에게는 동전을 나누어 주고 술과 고기를 풀어 환심을 사기도 했어. 그리고 오랜만에 세자를 비롯한 자식들을 만나 회포를 풀기도 했고. 닷새 간 황도는 베르크 왕과 다섯째 황녀의 결혼으로 시끌벅적한 잔치를 벌였어.


셋째 날 황제 앞에서 왕비를 맞이하는 혼인식을 올리고 이틀을 황궁에 머무른 다음 엿새째 두 공주를 데리고 귀향길에 올랐어. 귀향길 내내 황태자와 나누었던 대화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어. "세자가 마치 아들처럼 참 자기를 잘 따른다. 세자를 내 양아들로 삼고 새 왕비가 낳은 아들을 세자로 삼는 건 어떤가?"


작가의말

바바아타가 성장하는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써 봤습니다.

앞으로 바바아타의 행보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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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마나의 달콤함 18.05.21 435 0 8쪽
30 요정 출현 18.05.18 451 0 7쪽
29 마나의 흐름 18.05.17 441 0 11쪽
28 바바아타의 첫 스승 18.05.16 462 0 9쪽
27 황태자의 꿈 18.05.15 490 0 12쪽
26 새로운 재앙 18.05.14 458 0 9쪽
25 전이된 소년 18.05.11 454 0 11쪽
» 왕의 재혼 18.05.10 473 0 12쪽
23 바바아타의 성장 18.05.09 448 1 12쪽
22 마법사의 잔꾀 18.05.08 476 1 11쪽
21 바바아타의 집 18.05.07 452 1 12쪽
20 마법사의 오만 18.05.04 501 1 10쪽
19 황태자의 모의 18.05.03 462 1 10쪽
18 대주교의 인생론 18.05.02 463 1 11쪽
17 국경의 소란 18.05.01 479 2 12쪽
16 드래곤의 예언서 18.04.30 509 2 12쪽
15 키케테 대수도원장 18.04.27 514 2 12쪽
14 머나 먼 마툼마키 공작령 18.04.26 488 2 12쪽
13 바바아타 왕자 탄생의 비밀 18.04.25 528 2 11쪽
12 위험한 길드 18.04.24 510 2 12쪽
11 추격자 하우카의 마스터 18.04.23 514 3 11쪽
10 위기 탈출 +2 18.04.20 536 3 11쪽
9 바바아타 왕자의 위기 18.04.19 543 2 12쪽
8 위험한 마차 여행 18.04.18 532 2 11쪽
7 다가온 이별 18.04.17 557 2 11쪽
6 베르크 왕실의 근심 18.04.15 553 2 11쪽
5 황태자의 소문 18.04.13 563 2 12쪽
4 추수 경마 승부 조작 18.04.12 571 2 11쪽
3 세자의 황도 생활 18.04.11 616 3 11쪽
2 왕국의 재난 18.04.10 63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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