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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나가 님의 서재입니다.

삼재 든 왕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한투나가
작품등록일 :
2018.04.10 05:19
최근연재일 :
2018.12.21 15:45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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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48
추천수 :
45
글자수 :
285,650

작성
18.05.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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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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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바바아타의 성장

DUMMY

마법사는 황도의 마탑에서 베껴온 서적들을 보면서 신비로운 지식에 대한 식견을 높이면서 드래곤의 예언서를 꼼꼼하게 살피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또한 경비대 기사를 카툴 놀이로 혼을 쏙 빼놓은 다음 한꺼풀 한꺼풀 벗겨 먹을 궁리를 했어. 촌장에 대한 소소한 복수지. 그리고, 카툴 놀이로 친분을 쌓아 우탄바른 남작과 바바아타 왕자를 만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보려 했지.


마법사는 사흘에 한 번 약초를 캐러 가기 전날 밤 우탄바른 남작에게 마법으로 쪽지를 보냈고, 다음 날 약초를 캐러 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면서 등잔을 통해 답을 받았으며, 그 길로 경비대 숙소에 들러 경비대 기사와 함께 카툴을 놀았어.


경비대 기사는 파키 외페라고 했지. 몇몇 기사들과 술을 마시다 마을 젊은 농부들과 싸움이 붙었는데 귀족 출신들은 다 빠져나가고 상인 집안 출신인 자기만 죄를 뒤집어 쓰고 근신 대신 이런 어린애나 감시하러 촌구석에 처박히게 되었다며 푸념을 늘어놓았지. 처에 어린 자식까지 있는데, 전쟁도 아닌 통에 이리 멀리 떨어져 있다며 기사단장에게 멀리서 한방 먹이는 시늉을 하기도 했어. 물론 기사들과 싸운 젊은 농부들은 조용히 끌려와 기사들에게 곤죽이 되게 얻어 맞고 성밖으로 던져졌다고 했지.


기사의 말에 동조하기도 하고 종자가 타 온 차를 마시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쓰잘데없는 얘기들을 나누며 카툴 말을 번갈아 가며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지러지는 어린애 우는 소리가 들렸어. 기사는 짜증을 내면서 갑자기 어떤 사제의 욕을 해댔어. 세 걸음마다 자빠져 이빨이 깨지라는 둥, 수저를 입에 댈 때마다 재채기가 나와서 밥을 먹지 못할 거라는 둥, 숨 쉴 때마다 콧털이 들락거리며 간지럽혀 하루종일 짜증만 내라는 둥, 뭐 그리 심한 욕은 아니었지만.


마법사가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본래 아기를 보살피기 위해 수쿠푸올리 교단의 신성 사제가 하나 같이 왔지만 도착해 보니 완전 깡촌인지라 자기는 가까운 신전에 묵겠다며 아기가 아프거나 일이 있으면 바로 자기를 찾으러 오라고 했는데, 그 가까운 신전이 말로 달려 이틀 거리에 있는 홀납이라는 도시라는 거야. 수쿠푸올리교 사제라는 놈이 의외로 귀족 출신이라 의아했는데, 기사 되기 싫어서 사제가 된 귀족 가의 차남 놈이 틀림없다며 뒷담화를 해댔지.


자기네들이 탈이 났을 때 아픈 몸을 이끌고 어떻게 이틀 거리에 있는 신전까지 가서 불러오겠으며, 아기가 저리 울어대며 아프다고 난리인데 쟤를 안고 이틀을 어찌 가겠냐며 한숨을 쉬었지. 아기가 앓다가 죽으면 자기 황도 기사 생활은 끝이라며 탄식을 했지.


마법사는 이틀이나 가야 하는 거라면 자기가 먼저 한번 보면 어떠냐고 제안을 했지. 자기도 아픈 아이들을 많이 치료해 봤다면서. 뭐 거리끼는 게 있으면 그만 두라는 식으로 던져 놓으니 기사는 아기와 중년 여성을 데리고 이틀을 달렸다가 이틀을 다시 달려 오느니 일단 앞에 앉아 있는 약초꾼에게 맡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기사는 한 가지 쓸데없는 걱정을 했지. 지금 저 안에 있는 아기는 재앙의 씨앗이라고 소문이 난 아기라 혹시 괜히 선의를 베풀다 심각한 재앙을 안고 가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는 거지. 마법사는 그런 걱정은 쓸데없다며, 자기는 이미 세상의 재앙이 한번 쓸고 지나갔기 때문에 다른 재앙으로 쓸려나갈 게 없다며 안심하라고 했지.


기사는 마법사를 데리고 경비대 숙소를 나와 안쪽에 있는 바바아타의 집으로 갔어. 바바아타는 우탄바른 남작의 품에 안겨 마구 울어대고 있었지. 기사는 남작에게 믿을 만한 약제사라며 아기를 한번 맡겨 보라고 했어. 마법사는 처음 만나는 척 남작에게 예의를 갖춘 후 아기를 많이 고쳐 봤으니 한번 진단이라도 해 보게 해 달라고 했지. 남작은 쭈뼛거리면서 마법사에게 다가와 아기를 안겼지.


마법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울어대는 바바아타를 한 손으로 안고 한 손으로는 이마를 짚었다가 목에 가져다 댔다가 뺨에 댔다가 가슴, 배 등을 한번씩 어루만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수리에 손을 댔다가 떼었어. 그러자 자지러지던 바바아타는 울음을 뚝 그치고는 새근새근 잠이 들었지.


실은 어젯밤 마법사는 남작에게 마법으로 쪽지를 보내 저녁 먹을 때쯤 바바아타 왕자의 엉덩이를 세게 꼬집어 크게 울리게 했어. 그러니 바바아타를 안은 한 손으로 마나를 조절해 아픔을 없애는 건 식은 죽 먹기였지. 다른 한 손으로는 마치 사제가 신성 치료를 하는 식으로 몸 여기저기를 만지고. 그 연극에 기사는 그냥 속아 넘어갔지. 우는 아기 달래기가 얼마나 힘든지 이미 잘 알고 있는 기사는 그저 숨 열 번 쉬기도 전에 아기를 달래는 모습에 존경의 눈빛을 보내기도 했어.


마법사는 아기를 다시 남작에게 돌려주며 아기가 요사이 이리 크게 운 적이 있느냐고 물었지. 남작은 그저 칭얼대는 정도만 있었을 뿐, 크게 아프거나 운 적은 없다고 했어. 그러자 마법사는 기사에게 저번에 기사들이 탈이 난 것도 그렇고 근방 지형의 뒤틀린 마나의 흐름이 아마도 남성들의 마나 흐름에 해를 끼치는 것 같다며 내일 근방을 돌며 마나의 흐름을 조정해 보겠다고 했어. 뭐 자기들도 고치고, 아기도 고치고 하는 걸 보며 마법사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지.


그리고 마법사는 기사에게 아기의 마나 흐름이 정상보다 굉장히 미약하다며 언제 큰 탈이 날지 모르니 들를 때마다 마나 치료를 통해 마나를 잘 흐르게 하는 게 좋겠다고 했어. 그리고, 치료비는 들를 때마다 은전 다섯 닢이나 곡식 다섯 헤지를 주면 좋겠다고 했어. 남작은 미소지으며 그 정도면 감사히 내겠으니 허락해 달라고 기사에게 요청했어. 기사야 자기랑 놀러 오는 틈에 잠시 아기를 봐 주는 정도에 치료비까지 남작이 내겠다니 그러라고 기꺼이 승낙했어.


기사는 놀던 카툴이나 마저 놀자며 마법사를 끌고 나갔지. 마법사는 남작에게 작별 인사를 보내며 바닥에 작은 종이 뭉치 같은 것을 소리 나지 않게 떨어뜨리며 손으로 곧 집어 들라는 표시를 하고 방을 나갔어.


남작은 문이 닫히자마자 종이 뭉치 같은 걸 집어들어 보니 그 안에 자잘한 환약들과 복용법이 써 있었어. 바바아타에게 매일 음식과 함께 먹이라는 것이었지. 환약은 마나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주는 데 효과가 좋다고 설명해 놓았지.


마법사는 경비대 숙소로 돌아와 기사와 다시 카툴을 놀기 시작했어. 마법사는 오늘도 역시 아슬아슬한 승부로 이기고 지고를 반복했어. 기사는 아주 안달이 났지. 더불어 마법사도 손을 부들부들 떨기도 하고, 다리를 동동 구르기도 하며 안달이 난 시늉을 하며 상대의 긴장을 고조시켰어.


기사는 더욱 카툴에 집중했고, 한 수를 노는데 식사 한 끼 할 시간을 쓰기도 했어. 열 판을 두고 난 다음 정신을 차려 보니 새벽이 되어 있었어. 마법사는 재미있게 두었다며 다음엔 좀더 재미있게 은전 한 닢씩 걸고 하는 게 어떠냐고 했어.


기사는 매일 무료하고 심심하던 차에 내기 카툴은 좀더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 같았지. 마법사가 돌아가고 난 뒤 기사는 잠시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더니 카툴판을 펼쳐놓고 오늘 졌던 판들을 다시 복기를 해 보았지. 도저히 눈 앞에 어른거려서 잠이 오지 않았거든.


한 수, 한 수, 또 한 수, 초중반에서는 결정적인 것은 없었지만 중반 이후에는 반드시 두어야 한다고 판단되는 것만 잘 두었고, 둘 수밖에 없는 수를 두었는데 졌던 거야. 기사는 날이 새도록 두고 또 두어 봐도 다른 수는 생각나지 않았지. 기사는 지쳐서 테이블에 엎어져 잠이 들었어. 식사도 거른 채 자고 일어나니 저녁이었지. 점호나 일지 기록 등 별것도 아닌 간단하지만 매일 해야 하는 일과들이 있었는데, 모두 거른 것이었어.


그 후로 기사의 생활은 묘하게 꼬였지. 마법사가 들르는 날, 카툴 열 판을 두고 나면 꼭 은화 두 닢씩 잃었지. 그리고는 잠을 못 자고 동이 트도록 복기를 하고 감탄하고 절망하곤 했지. 어느 새 약재상에게 은화 한 닢을 뺐어 보는 게 당면한 소원이었어. 그러던 어느 날, 기사는 소원성취를 했어. 약재상에게 은화 두 닢을 이긴 거지. 그 날 기사는 잠을 푹 잤지.


몇 번을 또 그렇게 두 닢씩 따던 어느 날, 마법사는 판돈을 올리자고 했어. 은화 두 닢 따기는 감질나던 기사는 탐욕스럽게 입맛을 다시더니 은화 다섯 닢으로 올리자고 했어. 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요사이 장사가 잘된 덕분에 은화는 넉넉하다며 웃었지.


그러면서, 최근 담근 몸을 강건하게, 정신을 맑게 해 주는 약주를 담갔다면서 술병 하나를 내놓았어. 그러자 기사는 종자에게 술잔 두 개를 가져오라고 했지. 둘은 은화 다섯 닢짜리 카툴을 놀았지. 이후로 마법사는 은화 열 닢이나 스무 닢을 잃었고, 가끔 약주를 가져와 같이 마시곤 했어. 그리고 약주는 기사 뿐 아니라 병사들에게도 기사 몰래 마시라며 가끔 한 병씩 주고는 했지.


그렇게 200여 일이 지나고 바바아타가 벽을 짚고 일어날 수 있을 만큼 자란 때, 기사와 마주 앉아 약주를 마시면서 카툴을 놀고 있던 마법사는 갑자기 손바닥을 세게 마주치며 손뼉을 치자 기사는 갑자기 멍해지면서 의자에 앉은 채 옆으로 기대며 기절을 했어. 기사 뿐 아니라 숙소 내 휴식을 취하거나 숙소 근처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던 병사도 그 자리에 주저 앉는 듯 쓰러지더니 기절하고 말았지.


마법사는 미소를 지으며 안쪽 바바아타의 집으로 들어가 우탄바른 남작과 바바아타를 만났어. 그리고 바바아타의 상태를 계속 체크하면서 체내의 마나 순환과 혈액 순환을 더욱 순조롭게 하면서 쿠발랏시에 의해 입은 내적인 상처를 치유하며 장애를 최소화해 보려 애썼어. 그러나 치료를 끝내고 내려 놓은 바바아타는 이제 겨우 벽을 짚고 움직일 때도 조금씩 다리를 절면서 몇 걸음 가다가 옆으로 쓰러져 울곤 했어.


마법사는 사흘에 한 번씩 와서 카툴을 두는 척하다 기사와 경비병들을 재우고 바바아타를 치료하고 돌보며 지냈어. 또한 약초 장사를 하며 돈도 벌었지. 중간에는 이전에 테바조크를 거래하던 상인들이 들이닥쳐 봉변을 당하기도 했지만 주민들이 마법사 편을 들어주어 상인들을 모두 쫓아냈어. 그 후로 장사는 쉬웠지. 그리고 틈틈이 산에서 캐오는 약초를 말려 약주와 환약을 조제해 팔아 꽤 큰 수입을 얻기도 했어.


또한 드래곤의 예언서에 대한 이해도 점점 높아졌고, 한투나가를 제어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점차 쌓아갔어. 마탑에서 필사해 온 서적들도 다 살펴 봐 드래곤 예언서에 자신의 주석을 달 수 있을 정도가 되어갔지.


조금 늦긴 하지만 바바아타는 꾸준히 성장했고, 말도 조금씩 할 줄 알게 되었으며, 조금씩 절기는 했지만 벽을 짚지 않고도 조금씩 걷기도 했어. 우탄바른 남작은 바바아타가 스스로 일어나 걷기 시작했을 때 마구 울었지. 친모가 이 모습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아팠지.


그렇게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면서 바바아타가 세 살이 되었고, 그 때까지도 페르에 공작령에는 재앙이 일어나지 않았어.


작가의말

드디어 바바아타가 깨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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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마나의 달콤함 18.05.21 435 0 8쪽
30 요정 출현 18.05.18 452 0 7쪽
29 마나의 흐름 18.05.17 441 0 11쪽
28 바바아타의 첫 스승 18.05.16 462 0 9쪽
27 황태자의 꿈 18.05.15 490 0 12쪽
26 새로운 재앙 18.05.14 458 0 9쪽
25 전이된 소년 18.05.11 454 0 11쪽
24 왕의 재혼 18.05.10 473 0 12쪽
» 바바아타의 성장 18.05.09 449 1 12쪽
22 마법사의 잔꾀 18.05.08 476 1 11쪽
21 바바아타의 집 18.05.07 452 1 12쪽
20 마법사의 오만 18.05.04 502 1 10쪽
19 황태자의 모의 18.05.03 463 1 10쪽
18 대주교의 인생론 18.05.02 463 1 11쪽
17 국경의 소란 18.05.01 479 2 12쪽
16 드래곤의 예언서 18.04.30 509 2 12쪽
15 키케테 대수도원장 18.04.27 514 2 12쪽
14 머나 먼 마툼마키 공작령 18.04.26 488 2 12쪽
13 바바아타 왕자 탄생의 비밀 18.04.25 529 2 11쪽
12 위험한 길드 18.04.24 510 2 12쪽
11 추격자 하우카의 마스터 18.04.23 514 3 11쪽
10 위기 탈출 +2 18.04.20 537 3 11쪽
9 바바아타 왕자의 위기 18.04.19 543 2 12쪽
8 위험한 마차 여행 18.04.18 533 2 11쪽
7 다가온 이별 18.04.17 557 2 11쪽
6 베르크 왕실의 근심 18.04.15 553 2 11쪽
5 황태자의 소문 18.04.13 563 2 12쪽
4 추수 경마 승부 조작 18.04.12 571 2 11쪽
3 세자의 황도 생활 18.04.11 616 3 11쪽
2 왕국의 재난 18.04.10 63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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