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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 망가! 그리고 고양이!

요셉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강철신검
작품등록일 :
2023.04.11 23:59
최근연재일 :
2024.05.27 22:38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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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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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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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7.2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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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요셉 -31화-

DUMMY

“크윽!”

“좀 참아 봐요. 노인장.”


총포상엔 응급키트가 있다.

혹시 오발이라도 나면 대참사고 총상은 응급조치에 따라 생사가 나뉘니 어지간한 의료기구나 약품은 대부분 구비된 상태다. 심슨 총포상의 주인 윌리 심슨의 상처는 깔끔한 관통상이었다.


“다행히 동맥은 피한 것 같고... 쇄골도 멀쩡하네요.”

“윽!”


강지찬의 배려 없는 손길에 윌리는 오만상을 찌푸렸지만 목구멍까지 올라온 욕을 뱉진 않았다. 그가 고약한 늙은이긴 해도 생명의 은인한테 역성 낼 만큼 막장은 아니니까.


“운이 좋았습니다. 영감님.”

“운이 아니라 실력이지.”

“1인치만 엇나갔어도 동맥이 찢겼을 텐데요?”

“끙!”

“거 노인네 센 척하기는.”

“고맙네. 심슨, 윌리 심슨이네.”

“지찬, 아니 조셉입니다. 미스터 심슨.”

“그냥 윌이라고 불러.”

“오케이. 윌.”


요셉 혹은 요세프는 히브리어다.

조셉은 영어고 주세페는 이탈리아어 그리고 요제프는 독일어며 호세는 스페인어다.

Joseph

한때 미국인이었던 어머니는 외할아버지 이름을 따왔다. 그러나 과거 한국인이었던 아버지는 조셉보다는 요셉이 더 마음에 들었나보다. 하지만, 외할아버지 몸에 흐르는 피 절반은 유대인이었다.

이젠 조금 살만해졌는지 윌리는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씰? 델타?”


노인네의 손짓에 안쪽에 딸린 주방에서 맥주 두 병을 꺼내온 강지찬은 어깨를 으쓱했다.


“문턱도 가본 적 없습니다.”

“그럴 리가?”


맥주를 받아든 윌리는 그럴 리가 있냐는 표정을 지었다. 총을 다루는 예술적인 솜씨는 차치하고 몸을 쓰는 것이 결코 일반인 레벨이 아니었다.

총포상 주인쯤 되면 어지간한 장교는 싸대기 후리는 군사전문가다. 월리 본인만 해도 해병대 부사관 출신이다.


“가게가 이렇게 큰데 직원은 안 씁니까?”

“집에 보냈지. 이 난린데 가족이 우선 아닌가. 강도놈들이야 나 혼자도 충분하니까.”


대단히 터프한 노인네다.


“자넨 진짜 외국인이 맞아?”

“미국인이 아닌 건 확실하죠.”

“일본인?”

“일본인처럼 보입니까?”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군.”


서양인이 외모만 보고 동양인의 국적을 구분하기는 힘들다. 물론 반대도 똑같다.


“코리안.”

“코리아? 북쪽은 아니겠고... 남쪽이구먼. 그러고 보니 젊었을 적에 방문한 적이 있어. 세울이었나?”

“맞습니다.”

“친절한 사람들로 기억해.”


글쎄다. 여행하는 것과 정착해 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미국도 여행하면 뭐든 좋아 보이지만 막상 정착하려면 난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친절한 이웃과 인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낯선 이는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음.”


인기척을 느낀 윌리가 샷건을 들었다.

곧 총구 앞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워워!”


양손을 번쩍 들고 싸울 의사가 없음을 밝히는 사내.

80만, 아니 이제는 100만 유튜버에 오른 밀리오다. 그의 경호팀은 고용주를 만류했지만 우락부락한 경호원보단 밀리오가 덜 위협적이긴 했다.

경호원이 먼저 들어왔으면 윌리는 샷건 방아쇠를 당겼을지도.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힙스터 같은 복장과 다르게 카메라가 꺼진 밀리오의 말투는 깍듯했다. 입만 열면 난무하던 욕설은 다 방송용이고 더 놀라운 건 그는 목회자 교육을 받은 독실한 크리스천이란 사실.


“미친놈일세.”

“하하. 그런 소릴 많이 듣긴 하죠.”


명함과 밀리오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 윌리는 헛웃음을 흘렸다. 종일 폰만 들여다보는 요즘 애들이 이상한 것 이상으로 거 유튜버인지 인플루엔자 뭔지 하는 인간들도 이해 불가능이다.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윌리는 속으로 탄식했다.

세상은 나날이 더 미쳐갔다.


“그래서?”

“제안이 있습니다.”


늙은이와 젊은이의 비즈니스에서 한 걸음 떨어진 강지찬은 경호원 우두머리와 악수했다.


“코쉬?”

“예스.”

“골치 아픈 클라이언트겠네요.”

“돈만 많이 주면 어디든 못 가겠습니까.”


제임스는 가벼운 대화에 응하면서 상대를 관찰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능숙한 영어에 위화감은 없다.

허술한 자세 같지만 본능은 끊임없이 경고를 보냈다.


‘드는 순간... 죽는다.’


총구를 들어 올리는 순간 당한다는 육감엔 변함없었다.


‘대체 누구지?’


미군 특수부대원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인간병기라면 육성 중에 소문이 안 날 수가 없었다.


“어? 혹시...”


제임스 뒤에 섰던 경호원은 강지찬을 알아봤다.


“아시안 제다이? 맞는 거 같은데... 맞죠?”

“제다이?”

“거 정키놈들 진압할 때 삼단봉으로 때려잡던...”

“아아.”

“맞죠?”

“맞습니다. 용케 알아봤네요.”

“와! 팬입니다.”


2m에 육박하는 거구의 흑인이 하얀 이를 보이며 악수를 청해왔다. 강지찬도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맞잡자 제임스를 뺀 나머지도 악수를 청했다.


“뭐, 뭐야? 나만 몰라?”

“소드마스터 기억 안 나? 제임스가 보여주면서 근접전은 이렇게 하는 거라고 맨날 구박하는 그 영상 주인공이잖아.”

“어?”


제임스는 눈을 껌뻑였다.


“아! 오리엔탈 마스터!”


여전히 유튜브를 떠도는 강지찬의 무력진압 영상은 군인과 용병 사이에도 나름 화제가 됐다. 물론 쇼라고 비웃고 무시한 이도 많지만 제임스는 인종으로 차별하거나 폄훼하는 부류는 아니었다.


‘진짜잖아?’


인종이 다른 사람의 얼굴을 구분하는 건 어렵다. 아무리 많이 보고 겪어도 도무지 익숙하지 않다. 인종의 용광로인 미국이지만 결국은 끼리끼리 놀고 끼리끼리 모여 살았다.


“제임스, 제임스 헬럽니다.”


제임스는 락스타를 만난 팬보이처럼 다시 악수를 청했다.


“지찬, 아니 조셉.”

“LA에 있던 거 아닙니까? 조셉.”

“일하러 왔으니 일을 해야겠죠. 관광하러 온 건 아니니까.”

“아.”


미국 뉴스는 강지찬의 이국異國 재벌이란 배경과 웬텔가 쌍둥이와의 관계만을 조명했고 그가 수배자를 잡으러 온 검사란 사실은 다들 잊어버렸다.

이후로 제임스와 근접전투기술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제임스 헬러는 시니컬한 얼굴과 다르게 자기가 종사하는 분야에 열정적인 전문가였다. 늙은이와 젊은이의 비즈니스가 성사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몇 분이지만 제임스는 많은 것을 얻어간다는 만족감을 표했다.


“와우! 제다이 마스터!”


강지찬의 정체를 알게 된 밀리오는 다분히 과장된 제스처를 취했다.


“쿵푸 마스터니까 그렇게 잘 싸웠던 거군요?”

“...”

“제 채널에 출연하시면.”

“때려도 됨?”


제임스는 제발 참아달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떠버리가 뭐라고 떠들던 강지찬은 본론을 꺼냈다.


“코쉬 클라이언트 중 한 명이 이번 테러에 관여했습니다.”

“헛!”


코쉬 소속 경호원들은 눈을 부릅떴다.


“정확히는 밀러 상원의원 암살을 실행했어야 할 팀이었죠.”


요인암살은 아주 기초적인 테러행위다.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회사가 휘청거릴 겁니다.”

“...확신합니까?”

“어제 밀러 상원의원을 만났죠. 아, 같이 움직인 FBI 요원이 있었습니다.”


강지찬은 FBI 특수요원 리처드 포터의 명함을 건넸다.


“...관여한 자의 이름을 압니까?”

“알죠.”

“잠시만.”


제임스는 심각한 얼굴로 한 걸음 물러나 폰을 꺼냈다. 기지국은 혼란하지만 코쉬쯤 되는 대기업은 그들만의 사설망이 있다.


“이름을 알려주시죠. 조셉.”

“노아 오브라이언, 별명은 리칩니다.”


제임스는 다시 물러나 심각한 통화를 이어갔다.


“와우! 테러범을 안다고요? 당장 습격합니까? 윽!”

“넌 나랑 놀자.”

“아파! 아프다고요! 영감님!”


옆에서 엿듣던 밀리오의 발광을 제압한 건 윌리다. 그는 우산의 손잡이로 밀리오의 목을 걸어 당겼다. 그 모습을 일별한 강지찬은 근처에 놓인 광고용 스케치북에 매직펜으로 쓱쓱 글을 써 밖에서도 잘 보이도록 창에 붙였다.

Call me, Now!

폰이 울린 건 1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다.


“조셉.”

“엘레나.”

“...탈출을 원합니까?”

“놉! 사람을 보내세요.”

“?”

“테러리스트를 잡으러 갈 겁니다.”

“무슨?”

“난 분명 기회를 줬습니다. 에이전트 화이트.”


통화를 끊고 리처드 포터에게 전화했다.


“조셉? 괜찮습니까? 다친 곳은 없어요?”

“쫓겨났습니까?”

“음...”


밀러 의원의 지원을 받아 설치하려던 특별수사본부는 곧바로 테러대책본부로 탈바꿈했고 본부장의 꿈은 일장춘몽이 돼버렸다. 에이전트 포터는 발끝도 못 미칠 거물이 속속 뉴욕으로 날아오는 중이니 상원의원빽으로 자리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했다.


“내 폰을 추적하세요. 리처드.”

“?”

“테러범을 잡으러 갈 겁니다.”

“네?”

“Trust me?”

“Yes.”

“Follow me.”


전화를 끊자 제임스가 다가와 자기 폰을 건넸다.


“당신과 통화하고 싶답니다. 조셉.”

“누구?”


제임스는 씩 웃었다.


“마이 퀸.”

******




뉴욕이 불타고 있다.

달을 가린 검은 연기는 도시를 어둠으로 물들였다. 비명과 화염 가득한 뉴욕을 내려다보는 고층 빌딩, 대중과 언론은 이곳을 크루얼 스테이트로 비난하지만 충실한 병사는 최후의 요새Fortress로 불렀다.

왜냐면 미 최대군산복합체 코쉬 인더스트리얼의 본사가 있기 때문이다.

코쉬 밀리터리 서비스

코쉬 뱅가드 스트림

코쉬 나이트 옵서버

텍사스와 버지니아 등 전국에 흩어진 방위산업체 공장을 제외하면 PMC를 포함한 대인력사업부 전체가 뉴욕에 있었다.

대회의실은 분주했다.


“발주 가능한 모든 용병계약을 갱신해야 합니다. 아마 곧 펜타곤에서 대규모 민간계약을 추진할 테니까요.”

“규모는 얼마쯤으로 예상합니까?”

“음.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80억 달러 이상입니다.”

“초기 물량이 그 정도라는 겁니까?”

“분기 물량으로 예상합니다.”

“전세기를 더 계약하고 지금 쓰는 것도 연장계약 준비를 서둘러야 합니다. 나중엔 늦습니다. 국무부 전담팀 인력을 늘려야 합니다.”

“건 스미스는요?”

“커스텀 업체의 계약은 최장 10년까지 늘렸습니다.”


뉴욕이 공격당했다.

이 불길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미합중국은 전심전력을 다해 전 세계로 분노의 함성을 터트릴 것이다. 그리고 코쉬는 진격하는 미군을 뒤따르며 그들이 흘리거나 놓친 전리품을 받아먹을 만반의 준비를 끝마쳐야 한다.

미군이란 저 가공할 메뚜기떼가 휩쓸고 지나간 황폐한 논밭을 재건할 권리를 얻으면 코쉬는 두세 단계 도약할 것이다.


“로비스트 그룹을 디씨에 더 투입합시다.”

“여론전을 위한 리서치 예산도 더 필요합니다.”

“이사회에 긴급예산 편성을 요청하죠.”


밖에서 비명을 지르든 말든 베테랑 병사들이 지키는 요새는 안전했다. 로켓탄도 막을 특수방탄 창문 앞에서 팔짱을 낀 채 불타는 뉴욕을 내려다보는 여자의 귀엔 대회의실의 열띤 토론이 소음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왕국을 남겼다.

피와 죽음으로 쌓은 왕좌.

그녀는 한때 뉴욕 사교계의 슈퍼스타이자 문제아, 여왕벌로 부친의 속을 썩였다. 다들 왕좌를 물려받은 그녀의 몰락을 기대했다. 왕국은 곧 갈가리 찢기거나 간판을 바꿔 달리라 비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들의 기대를 배신했다.

그리고 그 조롱과 비웃음을 환호로 바꿨다.

제멋대로 굴던 사춘기 철부지는 이제 없다.

제너럴 코르센코의 피는 어디 가지 않았다.

입대는커녕 총도 쏠 줄 모르던 그녀가 산전수전 공중전 우주전을 다 겪은 베테랑들의 지지를 받을지 누가 알았을까.

왕국은 쓰러지지 않았다.

도리어 더욱더 거대해졌다.

사람들은 그녀를 이렇게 불렀다.

단두여왕

Guillotine-Queen


“서머홀 장관이 만나잡니다. 보스.”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에밀리야는 뒤에선 들린 목소리에도 돌아보지 않았다.


“왜?”

“뉴욕 치안 일부를 우리에게 요청할 것 같습니다.”

“주 아니면 시?”

“롱아일랜드나 햄튼이 난장판이랍니다.”


뉴욕 동쪽의 만灣은 지역 간 빈부격차가 엄청났다.

관광으로 먹고사는 동네도 있고 어부도 있고 그저 그런 제조업도 있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뉴욕이 있었다.

뉴욕 대도시권, 아니 뉴욕-보스턴-필라델피아-워싱턴D.C.를 넘어 동부 오대호와 캐나다까지 뻗어가는 권역은 미합중국 그 자체였다.

뉴욕이 불타는 건 단순히 뉴욕의 문제만이 아니다.

뉴욕이 멈추면 미국이 멈춘다.


“대통령이 곧 계엄을 선포할 거랍니다.”

“그렇겠지.”


무역센터가 무너질 때보다 더 깊은 상처를 입었다. 벌써 사망자만 만 단위다. 본토에서 미국인이 만 단위로 죽어나간 건 남북전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평소라면 정부 비판에 앞장서야 할 언론이 속보에만 치중한 건 시민들의 역린을 건드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유! 자유가 소중해도 조국이 공격당하면 입 다물고 미국 만세를 부르짖어야 했다.

안 그런다? 성조기를 든 성난 시민의 손에 끌려나와 화형을 당할 것이다. 농담이 아니다. 진보를 외치는 좌파 지식인도 이때만큼은 그 잘난 말장난과 비아냥거림을 삼갔다.

샷건맛을 보고 싶지 않다면.


“보스!”


대회의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뛰어든 이는 곧장 에밀리야를 찾았다. 물론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이번 테러와 관계된 자 중에 우리 클라이언트가 있답니다.”

“뭣!”


격하게 반응한 건 에밀리야가 아니라 나머지다.


“그게 무슨 뜻인가?”

“말 그대롭니다. 우리 클라이언트 중에 테러를 돕거나 계획한 자가 있단 말입니다.”

“맙소사! 어디서 나온 정보지?”

“현장팀 중 하나가 보내온 정봅니다.”

“현장팀? 신뢰할 수 있나?”

“정보 출처가... 코리안 몬스텁니다.”

“흠. 흥미롭군.”


흠터레스팅! 마지막 말이 영 관심 없던 에밀리야의 주의를 끌었다. 돌아선 그녀는 눈을 빛냈다.

코드네임 코리안 몬스터

에밀리야 본인이 지은 별명이다.


‘벨리알...’


그의 죽음과 함께 그가 세운 질서는 무너졌다.

아니, 아직 안 무너졌나?


‘아니, 이제 마침표를 찍었어.’


불타는 뉴욕이 바로 그 증거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


‘얼라이언스는... 심대한 타격을 입겠지.’


미국을 공격한 것이 아니다.

얼라이언스를 공격한 것이다. 에밀리야가 보기엔 그랬다. 하지만, 굳이 따로 경고하거나 언급하지 않았다. 알 만한 사람은 알아볼 테고 모르는 사람은 그냥 모른 채 사는 것이 좋다.


‘너무 오만했어.’


벨리알의 부재에도 그들은 너무나 오만하게 굴었다. 막아줄 사람도 중재할 사람도 없는데 고고한 콧대를 굽히지 않았다.


“코드네임 코리안 몬스터는 현재 뉴욕에 있습니다. 전날 밀러 상원의원과 접촉한 걸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FBI와 CIA의 긴급대응팀이 움직이는 중입니다.”

“계속해.”


100인치가 넘는 화면에 노아 오브라이언의 얼굴이 떴다.


“노아 오브라이언, A.K.A. 리치. 우리 클라이언틉니다.”

“등급은?”

“더블 에입니다.”


AA등급은 부동산과 채권을 제외한 순자산 5000만 달러 이상의 우량고객을 뜻했다.


“펀드매니저?”

“브로컵니다.”

“브로커?”

“정보브로컵니다. 크래프트 쪽이죠.”

“아.”


벨리알은 여러 조직을 거느렸었다.

사모펀드, 뮤추얼펀드 등 여러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도 있고 첨단무기를 생산하는 방위산업체 그리고 석유와 광물 같은 천연자원을 캐는 기업도 여럿 가지고 있었다.

양지의 조직이 이렇고 불법이나 더러운 일을 도맡은 음지의 조직은 철저히 점조직으로 이뤄졌다. 크래프트는 벨리알의 죽음 이후 활동하기 시작한 브로커 연맹이다.

정보상답게 본인들의 과거를 잘 감췄다고 생각하겠지만 코쉬는 PMC이기 전에 CIA조차 경계하는 준정보기관이다. 전쟁터에서 활약하는 군인이든 용병이든 병사에게 제일 중요한 건 상대해야 할 적의 정보다.

개개인이 인맥으로 움직이는 정보브로커 따위와 코쉬를 비교하는 건 너무나 불합리한 경우다.


“분석은?”

“벨리알의 죽음 이후 그가 거느린 많은 요원이 독립하고 은퇴하거나 또 경쟁조직으로 넘어갔습니다. 본토에서 제일 위협적인 적대세력은...”

“데스 사이드?”

“높은 확률로 그들이 테러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괴물들을 억눌렀던 더 큰 괴물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아무래도... 이제 눈치 보기는 끝난 것 같습니다. 보스.”


천천히 무너지고 죽어가던 질서의 끝.

눈치만 보던 그들은 오늘에서야 그 끝을 확인했고 확신을 얻었으리라. 자기보다 더 큰 괴물이 진정 사라졌음을.


‘과연 그렇게 될까?’


벨리알이 진짜 죽었을까?

사람들이 신봉하는 과학적 증거들은 그의 죽음을 결정 내렸다. 하지만, 에밀리야는 믿지 않았다. 논리는 없다. 그저 느낌이다. 이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내면 다른 이들은 망상으로 치부할 것이다.


‘하지만, 나만 의심하는 게 아니야.’


CIA 국장 일라이자 레인

그녀도 의심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일개 검사를 그토록 오랫동안 주시하진 않았을 테니까.


‘강지찬...’


벨리알의 죽음 직전 모습을 드러낸 인물.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닐 수도 있다.

하루에도 수백 명씩 스쳐가는 가벼운 인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왜 그때였을까?

왜?

왜 하필 그때 그 순간이지?


‘마치... 선수 교체를 하듯이.’


벨리알의 퇴장과 함께 그가 등장했다.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여러모로 파격적이었다. 한낱 고아에서 로열패밀리가 되는 스토리나 검찰 조직의 관습? 전통을 무시하는 거침없는 행보는 배경을 믿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의심스러운 것은


‘닮았어.’


생김새가 아니라 분위기가 닮았다.

세상 거칠 것 없는 그 자신감.

놀라울 정도로 평온한 부동심.


‘그리고 압도적인 신체능력.’


벨리알

지옥의 총군주로 불리는 이유는 돈이 많거나 배경이 빵빵해서가 아니었다. 그가 쌓아올린 명성은 오로지 잔혹한 살상능력 덕분이다.

지옥의 왕을 적대하는 자는 반드시 죽는다.

어떤 인간도 죽음을 어쩔 순 없었다.

완전하고 완벽하며 확실한 죽음.


“전화해.”

“네?”

“현장팀.”

“굳이 나서실 필요가... 알겠습니다.”


에밀리야가 물끄러미 쳐다보자 재빨리 말을 바꿨다.

폰을 넘겨받은 그녀는 짤막하게 말했다.


“바꿔.”


심장이 뛴다.

두근두근-

여자의 감이 말했다.

누가 들으면 개소리하지 말라고 비웃겠지만 일라이자 레인도 그렇고 내 육감도 강렬한 경고를 보냈다.


“헬로?”


그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다.


“하이.”

“미스 코르센코?”

“에밀리.”

“에밀리? 난.”

“조셉.”

“...정보가 참 빠르네. 그래서 왜?”


왕국을 물려받은 후 누구도 그녀를 편히 대하지 않았다. 뉴욕 사교계를 주름잡던 여왕벌은 진짜 여왕이 됐다. 그리고 피와 죽음으로 쌓은 왕좌는 동경이 아닌 공포의 대상이다.


‘이런 취급은... 오랜만이네.’


대수롭지 않은 하찮은.

예전에는 친구가 있었다.

바니스 뉴욕, 네이먼 마커스, 로드&테일러 등 고급백화점을 털러 다니던 친구들. 속에 있는 얘길 꺼낼 수 있었던 친구. 이제는 사라진 친구들.


“만날까?”

“내가 좀 바쁜데.”

“내가 갈게.”

“오케이.”


뚝-

에밀리야는 통화가 끊긴 폰을 보며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비서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명령했다.


“I'm coming.”

******




“이상한 여자군.”


거리가 난장판인데 굳이 만나러 오겠다고? 이상한 여자다.

강지찬은 제임스에게 폰을 넘겼다.


“...역시 당신은 대단한 남자입니다.”


단두여왕을 그리 막대할 수 있는 남자는 드물다. 아니, 거의 없다. 제너럴 코르센코 사후 왕좌에 오른 에밀리야는 그날 이후 웃지 않게 됐다. 가히 철의 여인, 얼음가면을 뒤집어쓴 그녀는 웃지도 화내지도 않았다.

코쉬 이사회와 베테랑들이 그녀를 지지하는 건 단순히 장군의 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에밀리야의 후견인이 벨리알이다. 코쉬 인더스트리얼의 고도성장 뒤에 그가 있는 셈.

그러든가 말든가.

강지찬은 아직도 옥신각신하는 늙은이와 젊은이 그리고 가게 밖을 경계하는 경호원의 주의를 끌었다.

짝짝-

손뼉을 치자 시선이 쏠린다.


“테러범 잡고 싶은 사람 거수.”


강지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손을 든다.

테러리스트 레이드팀-100만 유튜버, 총포상 주인, 용병 넷 그리고 외국인 검사.

레이드 뛰려면 무장은 필수.

강지찬은 근처에 진열된 베넬리 M4 슈퍼90 샷건을 집었다.


“얼맙니까? 윌. 카드도 받나요?”


윌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Free.”


오늘은 무료!


작가의말

컨디션이 회복이 안 됨.

종일 무기력하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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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셉 -31화- +24 23.07.25 2,867 134 20쪽
30 요셉 -30화- +23 23.07.18 2,676 133 25쪽
29 요셉 -29화- +22 23.07.11 2,765 129 22쪽
28 요셉 -28화- +15 23.06.29 2,844 128 17쪽
27 요셉 -27화- +13 23.06.27 2,612 124 20쪽
26 요셉 -26화- +9 23.06.26 2,617 120 22쪽
25 요셉 -25화- +11 23.06.22 2,829 132 24쪽
24 요셉 -24화- +20 23.06.20 2,819 141 26쪽
23 요셉 -23화- +11 23.06.16 2,825 140 15쪽
22 요셉 -22화- +11 23.06.14 2,779 137 23쪽
21 요셉 -21화- +12 23.06.12 2,881 126 20쪽
20 요셉 -20화- +12 23.06.06 3,196 152 29쪽
19 요셉 -19화- +15 23.06.02 3,050 157 30쪽
18 요셉 -18화- +14 23.05.29 3,074 144 25쪽
17 요셉 -17화- +10 23.05.26 3,204 150 23쪽
16 요셉 -16화- +23 23.05.23 3,326 158 24쪽
15 요셉 -15화- +15 23.05.18 3,530 147 36쪽
14 요셉 -14화- +17 23.05.16 3,345 177 17쪽
13 요셉 -13화- +12 23.05.15 3,316 131 24쪽
12 요셉 -12화- +23 23.05.12 3,501 166 20쪽
11 요셉 -11화- +16 23.05.10 3,433 134 20쪽
10 요셉 -10화- +10 23.05.08 3,484 132 17쪽
9 요셉 -9화- +15 23.05.07 3,618 163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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