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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 망가! 그리고 고양이!

요셉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강철신검
작품등록일 :
2023.04.11 23:59
최근연재일 :
2024.04.16 02:5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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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9.0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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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요셉 -33화-

DUMMY

“저기야? 조셉.”

“Yes.”


FBI요원 리처드 포터와 강지찬은 다음 목표를 100미터 남겨두고 만났다. 테러리스트를 박살내는 레이드 팀원은 작전이 이어질수록 불어났다. 물경 100명이 넘는 경찰과 SWAT, FBI 요원이 정렬했다.

리처드는 테러범을 잡겠다는 강지찬의 말을 신뢰했고 그것이 그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였다. 전미에서 몰려들 수사기관의 거물들이 리처드의 엉덩이를 뻥 차버리고 주도권을 가져갈 테니까.

그러니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기 전에 속옷까지 탈탈 털어 영혼의 한타를 시도했고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다. 급습작전으로 압수한 엄청난 양의 불법무기와 폭발물, 마약 그리고 자백은 리처드의 행동에 엄청난 자유를 주었다.


“엘레나.”

“조셉.”


CIA는 우르르 몰려오진 않았다.

엘레나 화이트

국장의 오른팔인 그녀는 요원 셋만 대동했다.

엘레나는 진입하지 않는 강지찬을 채근했다.


“누굴 기다리는 거죠?”

“왔네.”


뉴욕에선 절대 볼일 없을 것 같던 장륜장갑차APC가 등장했다. 경찰과 FBI 등 100명이 넘는 병력을 단숨에 초라하게 만든 상대는 코쉬 용병들이었다.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헬리콥터.

강지찬을 빤히 쳐다보며 다가오는 여자.

그녀를 본 엘레나는 기가 찬다는 표정이다.


“기요틴 퀸...”

“에이전트 화이트?”

“오랜만이네요. 코르센코 의장.”


엘레나와 악수한 에밀리야는 초면인 리처드와 눈인사를 나눴고 강지찬에겐 화사한 미소를 선보였다.


“이제야 보네. 조셉.”

“진짜 왔어?”

“온다고 했잖아.”

“보통은 뜯어말리지 않나?”


에밀리야 뒤에 선 남자는 강지찬의 시선에 으쓱했다.


“올 사람은 다 온 거 같으니 갑시다.”


강지찬이 앞장서자 다들 따라갔다.

경찰지휘관도 아니고 FBI나 CIA 요원도 아닌 외국인의 뒤를 따르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까? 에밀리야는 강지찬 옆에 바짝 붙었다.


“누굴 잡으려는 건데?”

“상원의원 암살미수범.”

“밀러가 안 죽었어?”

“다 알면서 모른 척하긴... 꽤 음흉한 구석이 있네. 너.”


단두여왕에게 음흉하다니? 엘레나는 흠칫했지만 정작 그 말을 들은 본인은 화를 내기는커녕 웃었다.


‘재밌어.’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걸까? 아닐 것이다.


‘배경을 믿는 것도 아니야.’


재벌을 부모로 두었으니 건방질 만하지만 눈으로 확인한 상대는 배경만 믿고 나대는 병신은 더더욱 아니다. 무엇보다 그녀를 흥미롭게 만든 건 팀원이다.

신이 나서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캠을 들이미는 저놈은 유튜버 그리고 붕대를 감은 노인은 총포상 주인.

이게 맞아?

이게 허락이 돼?


‘왜?’


뉴욕을 불사른 사상 초유의 테러란 심각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이 구성은? 테러리스트 체포에 하등 쓸모없는 인원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광경이 이상했다.

무장한 대규모 병력이 움직이자 자택에서 숨죽인 채 피신했던 시민들이 창가를 기웃거렸다. 일부는 밖으로 뛰쳐나와 도움을 요청했고 어쩔 수 없이 일부 경찰이 응해야 했다.


“저기야?”

“어.”


목적지는 뉴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의 집이다. 리처드의 수신호에 SWAT 대원들이 문 앞으로 다가갔다.


“FBI! Open up!”


캬! 마법의 단어는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문이 열렸다.

두 손을 번쩍 들고 저항할 의사가 없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이는 코쉬 용병들이었다. 에밀리야가 앞으로 나섰다.


“맷.”

“보스.”


SWAT 대원도 상대를 거칠하게 포박하지 않았다.

내부는 이미 위험이 제거된 상태.

요원들이 집을 수색하는 동안 우리는 제압된 목표와 마주했다.

A.K.A. 리치

그는 에밀리야를 뚫어지게 노려봤다.


“퀸... 클라이언트 보호를 최우선하는 게 아니었습니까?”

“맞아. 근데 이번엔 아니야. 이유는 당신이 더 잘 알겠지.”

“...”

“우리와 얘기합시다. 미스터 오브라이언.”


리처드와 엘레나가 신문하겠다고 나서자 에밀리야와 강지찬은 한 걸음 물러섰다.


“쟤는 중계상일뿐이야. 조셉.”

“알아.”

“정확히 누굴 쫓는 거지?”

“정태곤.”

“?”

“테러는 테러고 나도 내 비즈니스를 해야지.”


강지찬이 미국으로 넘어온 건 정태곤 때문이다.

다들 눈앞의 테러에 정신 팔렸지만 강지찬의 우선순위는 바뀐 적이 없었다.


“그자가 이번 테러와 관련 있어?”

“아니.”

“그럼?”

“놈이 이용한 불법 입출국 경로가 테러와 관련 있지.”

“?”

“왜?”

“너무 단순하잖아. 누구도 이번 공격을 예상하지 못했어.”


당장은 수습에 전력을 다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미 정보공동체는 책임과 징계를 피할 수 없다. 준정보기관 취급받는 코쉬는 어쩌면 특정분야만큼은 CIA나 FBI를 능가했다.

진실이야 어쨌든 법률과 절차를 준수해야 할 국가기관은 불가능한 불법과 편법에 한발 걸친 셈. 그 코쉬조차 뉴욕테러는 예측은커녕 조짐도 느끼지 못했다.


“그보다 출처는?”

“내 밥줄을 내놓으라고?”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소환당할 수도 있어. 조셉.”

“글쎄... 청문회를 열 여유가 있을까.”

“...”

“너도 어렴풋이 느낄 텐데? 배후가 누군지.”


안나가 짠 시나리오에서 이번 테러 배후는 미국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었다. 벨리알이란 절대적인 중재자를 잃어버린 미합중국의 억눌린 괴물들이 기지개를 켰다.

3년, 아니 4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

“이 진실을 너희가 쉽게 인정할 수 있을까?”


하하! 사실 같은 미국인이 테러를 저질렀어요!

이렇게 지껄일 순 없었다.

남북전쟁이 끝난 지 100년하고도 반세기가 더 지난 오늘에도 알게 모르게 갈등은 잔존했다. 미국인이 같은 미국인을 테러했다는 진실이 밝혀질 경우 오랫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분노와 증오를 일깨울 것이다.


“너는... 닮았어.”

“누굴?”

“지오.”

“흠. 그럴 리가... 어디가 닮았다는 거지?”

“마치 세상을 다 안다는 듯 재수 없는 말투가.”


에밀리야가 본 벨리알은 자신감의 총아였다.

실패를 모르는 성공의 화신.

그가 말하는 건 그대로 이루어지리라.

혼자된 그녀의 후원자 엉클 샘은 불가능을 모르는 초인超人이었다. 슈퍼맨? 아니, 그는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외계인은 아니었다. 기뻐하고 슬퍼하고 때론 엉성하고 약한 모습을 보여주던 한낱 인간이다.

단지 그 재수 없는 말투는 싫었다.


‘난 어린애가 아니야.’


처음 만났을 때도 에밀리야는 어리지 않았다.

아닌가? 나만 그렇게 생각했나?

세상에 홀로 남은 그녀의 두려움은 곧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다가오는 모든 사람을 찌르고 거부했다. 하지만, 그 인간만은 달랐다.


‘무식한 인간 같으니.’


그는 내 가시에 상처입지 않았다. 도리어 가시를 뭉개고 부러뜨리며 다가왔으니까.

그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폭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아버지가 남긴 유산에 관심 갖기 시작한 것이. 자본주의천국 미합중국에서 어지간한 문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분명 있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입을 열지 않아.”


리처드는 곤란한 얼굴로 조셉에게 다가왔다.


“블랙사이트로 옮길 여유는 없어요.”


악명 높은 CIA 전용고문실. 그러나 엘레나는 미국 영토에서 미국시민을 고문하는 걸 주저했다. 아무리 테러리스트를 도운 혐의가 있어도 미국시민은 미국시민이다.


“그럼 내가 하지.”

“!!!”


하지만, 에밀리야는 상관없었다.

법이니 절차니 고리타분한 원칙을 고수하는 건 전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 벨리알에게 배운 것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이거다.

‘결과만 좋으면 장땡!’

모로 가도 서울만, 아니 뉴욕만 가면 된다.


“테러범을 어디로 빼돌렸지?”


노아 오브라이언과 대면한 그녀는 우아한 동작으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


“...”

“후우. 난 경찰이 아니야. 리치. 법? 전장에서 그딴 게 중요할 거 같아?”

“...”

“맷.”

“예스. 보스.”


방금까지 오브라이언을 보호하던 용병이 다가왔다.

에밀리야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그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옛 클라이언트를 바라봤다.


“쏘리. 리치.”

“웁웁!”


매튜의 부하들이 리치를 양옆에서 잡았다.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자 쏟아지는 물줄기.


“웁웁!”


숨이 완전 막히는 것이 아니라 숨 쉬기 힘든, 딱 죽지 않을 정도만 공기를 흡입하도록 계산했다.


“웁웁!”


말없이 10분 동안 지속된 신사적?인 고문의 끝은 반쯤 혼이 빠진 피고문자다.


“크엑! 쿨럭쿨럭!”


수건을 걷어내자 눈물콧물이 뒤섞인 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어디로 빼돌렸어?”

“...”

“맷.”


에밀리야의 부름에 매튜는 혀를 찼다.


“쯧쯧! 쉽게 가자니까. 친구. 버틸수록 당신만 괴롭다고.”

“웁웁!”


이번엔 5분을 늘려 15분이다. 단 두 번의 고문만으로 초주검이 됐다.


“근성 있네. 확실히 브로커짓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맷.”

“...이 이상은 무립니다. 보스. 피를 보려면 저치들의 보증이 필요합니다.”


매튜는 턱짓으로 리처드와 엘레나를 가리켰다.

국가위기상황에 법과 절차는 얼마든지 무시될 수 있다. 하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 다르듯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딴죽을 거는 이는 반드시 등장할 것이다.

영장 없이 집행된 긴급조치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법리해석에 들어가면 곤란해지는 건 항상 현장에서 발로 뛴 사람들이었다. 첫날엔 영웅으로 치켜세우더니 돌아서면 소환장을 발부했다.

엘레나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말했잖아요. 블랙사이트로 옮길 여유는 없어요.”


악명 높은 CIA라도 보는 눈도 많고 듣는 귀도 많은 이곳에서 피를 보긴 어려웠다.


“겁쟁이들. 그냥 해.”


FBI와 CIA를 한심스럽게 쳐다보던 에밀리야가 매튜를 다시 찾았지만 강지찬이 가로막았다.


“기다려.”

“왜?”


에밀리야가 불쾌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릴 때 리처드와 엘레나를 찾는 전화가 있었다.


“네. 네. 알겠습니다.”

“네. 네. 그러죠.”


통화를 끝낸 둘은 의미심장한 시선을 교환했다.


“지찬. 이제부터 당신이 현장책임잡니다.”

“오케이.”

“...”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강지찬의 반응에 리처드와 엘레나는 할 말을 잃었다.


-백악관?

-일라이자의 조언을 받은 대통령이 결정했어.

-도박이군.

-도박이 필요할 때긴 해.

-성공한 경영자 출신이라서 그런가.


우유부단한 정치인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선택이다.


“어쩔 겁니까? 리더.”

“기다려.”


강지찬은 다 물리고 오브라이언과 단둘이 마주앉았다. 수갑이 풀린 손목을 어루만지던 그는 강지찬을 빤히 쳐다봤다. 아까까진 죽을 듯 숨넘어가더니 꽤 빠르게 안색을 회복했다.

강지찬은 담배를 권했다.

안색은 회복했을지 몰라도 덜덜 떨리는 손을 보건대 대미지는 아직 남았다. 불을 붙여주자 깊게 빨아들인다.


“후우. 감찰관과 어떻게 아는 사이?”

“사적으론 몰라.”

“당신이 그쪽과 관계있음을 저치들도 알아?”

“협박으로 들리는데?”

“웁스.”


연합Union 감찰관은 어쨌든 암흑가에서 활동하는 인물이다. 범죄자랑 무슨 사이냐고 물으면 협박으로 들릴 수밖에.


“가브리엘, 어디 있어?”

“몰라.”

“의리를 지킬 사이였나?”

“모르는 사람이라니까.”


강지찬은 피식 웃었다.


“아르테미스 ND219.”

“!!”


유들유들 피해가던 오브라이언의 미소가 걷혔다.


“그걸... 어떻게?”


타들어가는 담뱃재가 떨어지는 줄도 모른 채 경악에 가득한 얼굴로 강지찬을 바라봤다. 정보상이 되기 전 그는 유능한 정보원이었다. 그리고 Artemis ND219는 노아 오브라이언의 콜사인이다.

이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만 그 호출부호를 안다.


‘그는... 죽었어.’


‘그’를 위해 음지에서 활동하던 많은 정보원이 있었고 오브라이언도 개중 한 명이었다. 전 세계에 흩어진 이 정보원들은 철저한 점조직으로 되어있지만 어느 정도는 서로를 알고 있었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들은 기쁨과 슬픔, 환희와 두려움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그’라는 울타리는 이제 없다.

세상에 내던져진 두려움과 함께 족쇄를 풀고 자유로워진 내 모습에 기뻐했다. 브로커연맹 크래프트는 알게 모르게 서로를 알고 있던 일부 정보원이 뭉쳐 탄생했다.

정보원에겐 불문율이 있다.

평소에는 사익을 위해 움직여도 콜사인이 떨어지면 즉각 응답해야 한다. 거부권은 없다.


“...당신은.”

“아르테미스 ND219.”

“...”

“넌 답해야 할 의무가 있어.”

“...포틀랜드, 솔베이 포틀랜드의 밀수 루트를 통해 캐나다로 넘어갔습니다.”


배짱부리던 오브라이언의 기세가 꺾였다.


“이름.”

“막심, 막심 세르게예프.”

“Good.”


오브라이언은 미련 없이 일어나려던 강지찬을 붙잡았다.


“어떻게?”

“네 콜사인을 어떻게 아냐고? 흠.”


강지찬은 말 대신 으쓱하며 돌아섰다.

부정도 긍정도 아닌 묘한 제스처.


“역시 당신은 죽지 않.”


오브라이언은 소스라치며 자기 입을 막았다.

일행에게 돌아온 강지찬은 알아낸 정보를 풀었다.


“솔베이 포틀랜드 막심 세르게예프, 마약조직의 밀수 루트를 이용해 국경을 넘은 것 같아.”

“...”

“왜?”

“How?”


정보보다 그 정보를 어떻게 얻었는지 더 궁금한 것 같았다. 강도 높은 고문도 버티던 상대의 입을 대화만으로 열어버렸으니 신기한 것이다.


“그게 중요해?”

“중요하지. 내 말은 안 했지만 용의자의 아지트는 대체 어디서 정보를 얻은 거야?”

“문제될 건 없잖아.”

“문제될 건 없지. 아직까진... 아니, 내 말은.”

“이상하단 겁니다. 외국인인 당신이 우리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진 게.”


리처드의 말을 이은 건 엘레나였다.


“정보를 가진 그 자체가 문제라고?”

“네.”


돌아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외국인을 현장책임자로 임명한 대통령도 이상하지만 외국인이 기관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졌다는 사실은 차후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했다.

사실 강지찬도 그것은 의문이다.

주도권을 잡는 건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청문회를 피할 수 있나?

-없어.

-그럼 일부러 유도하는 거야?

-맞아. 당신은 상원청문회에서 스타가 돼야 해.


안나가 그리는 큰 그림의 윤곽이 보이는 듯싶다.


-테러 이후 얼라이언스는 해결사가 필요할 거야. 미국과 연관되지 않은, 이 복잡한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제삼자.

-그게 나다?

-모른 척하면서도 당신을 벨리알의 후계자쯤으로 의심하거든. 무엇보다 얼라이언스나 그와 버금가는 다른 조직도 개편이 시급해. 그들도 폭풍이 코앞까지 왔다는 걸 이젠 알아.

-...전쟁.

-중재자는 사라졌고 이제 본격적인 경쟁이야.


얼라이언스처럼 거대한 조직은 장점만큼 단점도 명확했다.


-최고위원회는?

-그건 유령이야. 당장 실체를 보이기보단 영원히 어둠에 남는 게 좋지. 단 미국은 우리가 먹어야 해.

-왜 미국인데?

-한국은 괜찮은 나라지만 미국에겐 안 돼. 미국이야말로 세계표준이니까. 엄밀히 따지면 제국의 시작은 미국이야. 미국에서 쌓은 기반이 제국을 건설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 그리고 아무리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어도 최소한의 룰은 지켜져야 해.


시스템의 아카식 레코드는 결정론에 기반을 두면서도 관대한 ‘자율’을 보장했다. 어찌 보면 모순이지만 시스템 윤리회로의 ‘효율’을 극도로 억제한 덕분에 가능한 행동강령이다.

황제가 정한 인과율, 황금률의 말씀Word은 시스템의 근간이 되었다. 그것은 누구도 어길 수 없다. 존재와 생명의 정언定言 카스키-워드가 초자아생명체의 자기파괴를 엄격히 금지하지 않았다면 시스템은 모든 인간 유전자를 교배하고 개량해 일찌감치 신시대로 나아갔으리라.

조금씩 비틀리더라도 원시지구의 원형은 보존돼야 한다.


‘강지찬은... 비밀이 있어.’


엘레나는 강지찬을 벨리알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의심했다. 물론 일라이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도 있고 돌아가는 일련의 상황을 분석한 그녀만의 추측이다.

엘레나는 강지찬의 과거를 안다.

출생의 비밀이 있지만 고아로 자랐고 동맹국의 일개 검사일 뿐이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도 그렇다.

미합중국 유수의 정보기관들도 알지 못하는 정보를 척척 물어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대성그룹의 힘?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웬텔의 도움? 케이트와 은밀하게 만나는 내연남도 아니고 생판 남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어쩌면 국장님 말대로...’


그리고 그 비밀의 핵심에는 강지찬의 피앙세가 깊이 관여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안나 강.’


레드마피아를 일통하고 대공에서 차르로 등극한 블라디미르 비탈리예비치 로스토바의 유일한 상속자.

증거는 없지만 이 모든 것이 연결됐단 느낌을 받았다.


“지금 집중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야. 친구들.”

“...”

“솔베이 포틀랜드, 막심 세르게예프.”


강지찬은 너희 차례 아니냐는 듯이 리처드와 엘레나를 바라봤다.


“찾아. 명령이야.”


대통령이 준 완장을 잘 써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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