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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 망가! 그리고 고양이!

요셉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강철신검
작품등록일 :
2023.04.11 23:59
최근연재일 :
2024.05.27 22:38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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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5.1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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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요셉 -11화-

DUMMY

세계는 재구축되었다.


-대체 크리미널 최고레벨을 어떻게 설정한 거야?

-99.

-...아포칼립스 직전이잖아.


세계 설정엔 범죄레벨이 버젓이 있다.

만렙은 100.

원시지구의 범죄레벨은 제국 성립 이전과 이후로 갈렸고 평균을 낸다면 제국 이전은 대략 90이고 이후는 30을 오르내렸다. 인류의 이상향인 제국에서조차 범죄는 끊이지 않았다. 99면 미치광이 과학자 알란 그라임스가 또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레벨이다.

범죄레벨은 고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변했는데 제일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인간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내전內戰.


‘악마가 인류를 단결시켰지.’


심연의 침공으로 인류제국은 더더욱 단단하게 결속했다. 그러나 어떤 악마는 그 단결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냈다. 퀸 엘리자베스는 제국과 황제에 반하는 상상을 피도 눈물도 없는 철권을 휘둘러 분쇄했다.

그녀에게 악마 따윈 훌륭한 핑계이자 선동무기였다.

범죄레벨이 높다고 범죄율이 치솟는 건 아니다.

단지 범죄의 강도剛度 즉 잔인함의 정도가 기하급수로 높아졌다. 반인류적인 범죄의 등장은 당연히 사회불안을 야기했고 민심에 민감한 정치는 극단적 선택으로 응답할 가능성이 늘어난다.

불특정다수를 향한 테러도 인륜에 반했다.

제일 끔찍한 테러는 폭탄이 아닌 생물병기다.


‘용살자의 세계가 그랬지.’


Dragon Slayer

연구소가 창조한 강력한 크리처 용을 죽인 최초의 각성자.

한상혁

시련을 이겨낸 존재는 자기 세계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는 끝내 인간이길 바랐다.


‘우린... 닮았어. 아니, 닮을 수밖에 없나.’


이게 유전자의 신비일까.

서울로 돌아온 강지찬은 형을 찾아갔다.


“오! 동생. 웬일이야? 참, 오늘부터 출근이지. 어땠어?”

“나쁘지 않았어.”

“근데 오늘 회식 같은 거 안 해?”

“다들 바쁘니까 따로 날짜를 잡아야지.”

“아아, 우리 검사님들이 아주 바쁘신 분들이지.”


비아냥거림은 아니지만 비웃음이 없진 않았다. 동생을 비웃기보단 검찰 자체를 낮춰봤다. 누구처럼 인성 빻았나? 아니다. 그는 형제자매 중 사교성이 제일 높았다.

뭐 가끔 생각 없이 내뱉기는 하지만.


“약속 없으면 형이랑 한잔할까?”

“엄마가 일찍 들어오래.”

“음. 그럼 들어가야지.”


강대성 회장도 쥐고 흔드는 한지숙 여사의 파워를 두려워하지 않는 형제자매는 없었다.


“형한테 물어볼게 있어서 찾아온 거야.”

“나? 뭔데?”

“성상납 받은 적 있어?”

“콜록콜록.”


진즉 식어버린 차를 입으로 가져갔던 강성찬은 사례들렸다.


“뭐?”

“성상납 받은 적 있냐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강지찬의 질문에 강성찬은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표정이다.


“뭔 소리야?”

“첩보가 들어왔어. 고위층을 상대로 조건만남을 주선하는 집단 혹은 브로커가 있다고.”

“난 아니다. 네 형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형수를 만나기 전엔?”

“...”

“지금 솔직하게 말해줘. 나중에 형이랑 얼굴 붉히고 싶지 않으니까.”

“제안은... 많이 받았지.”


매파媒婆는 부모님을 찾고 재벌을 동경하는 돈의 망령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꽃을 찾는 나비처럼 날아들었다.


“만났어?”

“스폰은 안 해. 스폰은.”

“만났냐고.”

“...”

“만났군.”

“스폰은 아니야.”


곧 죽어도 스폰은 아니란다.

남녀가 자연스럽게 만나 간보는 거야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재벌이라고 헌팅하지 말란 법은 없다. 다만 금전적인 이해관계로 얽히는 순간 자연스럽다는 표현은 거짓이 된다.


“어떻게 만나? 길 가다 맘에 든다고 명함을 날리진 않을 거 아니야?”

“요즘엔 디엠이 오지.”

“디엠?”

“다이렉트 메시지, 팔로워챗도 있고 개인 이메일? 아니면 클럽에서 부킹해도 좋고.”

“비서를 통해서 만난 적은?”

“야! 나도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알아. 인마.”


결혼 전 강성찬의 여성편력은 화려했다.

조미연은 그걸 다 감수하고 결혼한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남편의 일탈을 모른 척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결혼했으니 아내만 보라 강요해봐야 들어먹을 재벌놈이 몇 명이나 될까.

대성가는 화목한 가정이지만 거기서도 모든 것이 상식을 따르진 않았다. 한동배보단 덜하지만 강대성도 옛날 남자다.


“...소문은 들은 적 있어. 비밀 만남을 제공하는 업체가 있다는.”

“업체?”

“정확히는 몰라. 나도 어디서 들은 거야.”

“그쪽이랑 연관이 없다는 거지? 형은.”

“...”

“형?”

“그... 내가 직접 관련된 건 아니지만 친구 따라 강남 간 적은 있지.”

“있다는 말이네.”


누구누구의 생일파티, 기념식, 환영회, 환송회 등 행사를 쫓자면 하루에도 수십 번의 불꽃이 터졌다. 여기에 비밀스런 사교모임까지 합하면 동원되는 인력과 자금은 범인凡人의 상상을 초월했다.


“누구야?”

“어... 안 실장.”


강성찬은 인터폰으로 비서실장을 호출했다.


“태석이 연락처 알지?”

“바빌론 정태석 대표 말씀입니까?”

“맞아.”


비서실장은 명함첩에서 한 장의 명함을 꺼내 강성찬에게 건넸고 그건 다시 강지찬 손으로 넘어왔다.


“바빌론?”

“정태석이라고 예전 경일그룹 차남이 설립한 투자사야.”

“경일이면 성조와 싸우다 망한 회사?”

“죽은 사람 욕하는 건 그렇지만 지오 형이 과하긴 했어. 다들 한 다리 걸치면 다 아는 사인데 꼭 망하게 할 필욘 없었잖아.”


대성과 경일은 경쟁하는 업종이 없어선지 딱히 나쁜 관계는 아니었다.


“우리 친구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줬지.”

“...”

“물론 성조에선 모르게.”


주인공과 마찰을 일으켜 망했지만 경일 역시 재벌로 불렸던 만큼 회사가 망했다고 당장 밥 굶는 일은 없었다.


“뭐 이젠 눈치 볼 상대도 없어졌으니까.”


성조 부회장의 사고사 이후 성조는 분열했고 이제 대大성조는 없다. 주인공에게 쓰러졌던 적이 하나둘 부활의 날개를 폈고 대성이 범성조에 속한 건 맞지만 엄연히 씨가 다른 일족이다.


-열등감?

-대성이 커도 성조만큼은 아니니까.


강성찬은 죽은 사람을 아직 질투했다.


“검찰에서 우리 사생활을 걸고넘어지려는 거야?”

“첩보가 있으니 조사하는 시늉은 하겠지.”


검찰과 재벌은 뭔가 물고 물리는 관계다. 이는 국회와 검찰, 법원과 검찰, 입법과 행정 등 모든 권력기관이 비슷했다. 어느 한 쪽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해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3년 전까진 성조그룹의 절대적인 우위였었다.

지금은? 혼란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나 생각해서 달려왔구나?”


강성찬의 눈동자가 촉촉해졌다. 형노릇한다고 열심히 한 보상을 받았다는 감동일까? 강지찬은 굳이 그의 감격을 깨고 싶진 않았다.


“변호사랑 상의해봐. 혹시 공격받으면 뭔가 대처해야 될 거 아니야?”

“아아, 걱정 마렴. 동생아. 대성은 그리 무르지 않단다.”


오너-리스크 매니지먼트

재벌 특성상 피해갈 수 없는 순리기도 했다. 주로 비서실이 관장하지만 아예 전담팀을 따로 운영하는 재벌도 많다.


“명함, 내가 가져가도 돼?”

“왜? 소개시켜줄까?”

“아니.”


강지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에 같이 가는 거 아니었어?”

“들릴 곳이 있어서.”

“오는 거 맞지? 늦으면 우리 엄니 화낼지도.”

“늦진 않을 거야.”


아마도란 뒷말은 삼켰다.


-자기 나가자마자 비서실장 조인트를 깠어.

-왜?

-왜 이런 좆같은 얘길 동생 입에서 듣게 만들었냐고.

-어리숙한 사람이 아니야. 형은.


강성찬은 보여주는 것보다 더 용의주도한 인물이다. 가족에겐 허허! 웃는 모습만 보여주지만 남에겐 냉정하다 못해 냉혹한 성격이다.


-검찰에 박아 넣은 대성 장학생은 뭐하는 밥버러지냐고 화내는 중.

-검찰에 리소스가 있나?

-재벌 사찰?

-응.

-많지.


그동안 수사기관이 쌓아놓은 정보는 때에 따라 재벌에겐 치명적일 수도 있다. 2세를 지나 3, 4세놈들이 저지른 사건·사고가 집중적으로 조명되면 고개를 빳빳이 들 부모는 한 명도 없었다.

강대성도 자식과 관련된 일에는 하남자가 된다.


-이경수는 알아봤어?

-대동정밀 대표이사 이경수, 대동정밀은 현재 신한국자동차 협력업체야.

-신한국그룹에 줄을 댔다?

-그룹 협력업체는 관례상 은퇴한 사장에게 먼저 기회를 줘.

-이경수는 뭔데?

-당연히 신한국과는 연이 없었어.

-딸을 신한국에 팔았군.

-이유리의 죄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었던 거야.

-순순히 당할 여자 같진 않던데?


잘 키운 딸자식으로 장사판을 벌이려 시도했지만 똑똑한 이유리가 응할 리 없었다.


-이경수는 본인이 조종할 수 없으니 차라리 망가뜨렸지.

-백경민으론 성이 안 찬다는 건가?

-동아와 신한국은 체급이 다르거든.


대한민국 재계 서열 2위 신한국그룹

신한국은 한때 성조를 위협하던 대기업이었다. 그러나 활빈당 사건이란 희대의 테러로 기업이미지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었다. 하지만, 시간은 모든 것을 잊게 만든다.

고씨형제의 비도덕적인 과거의 폭로도 냄비처럼 끓어오르던 분노도 시간이 해결해줬다.


-장남은 그룹 총괄부회장이고 차남은 자동차 사장이야.

-누구에게 로비를 한 걸까?

-고경환.

-차남?

-이경수와 고경환의 출국 기록이 겹쳐. 반년 후 대동정밀은 신한국자동차의 협력업체가 돼.

-이유리를 보여줘.


생전 이유리의 모습이 생생한 화질로 보였다.

예쁘다.

김종현들이 눈 돌아갈 만했다.


-고경환이 따먹고 버렸어. 아, 정정할게. 고경환 포함 열두 놈이 돌려 먹었어.

-...

-자식 팔아먹는 아비는 많이 봤지만 돌림빵 시키는 아비는, 이런 개종자는 정말 오랜만이야.


제레마이어는 보기 드물게 화를 냈다.


-더 가관인 건 딸의 죽음을 가지고 흥정했단 거야. 그는 이유리가 타살이 아니란 걸 알아.

-안다고?

-자살을 권유한 게 그놈이거든.

-...

-침묵한 이유는 그게 더 이익이 되니까.


이경수는 딸의 죽음조차 이용했다.


-이경수는... 김종현의 계획을 알고 있었군.

-당신이 뭉개버리지 않았어도 실패했을 계획이야.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어.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감시는 계속됐지.

-친딸이 맞아?

-안타깝게도.


인간은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을까.

악을 논하는 경연대회가 있으면 못해도 톱100에 들고도 남을 인재다. 내가 보낸 세월을 고려하면 100명 안에 든다는 건 대단한 경지였다.


‘인간의 거죽을 쓴 악마.’


강지찬이 도착한 곳은 이태원이다.

클럽 메릴랜드

미군기지가 이전한 이후 이태원은 더는 외국인의 성지는 아니게 됐다. 밤이 되면 외국인이 많아지긴 했지만.


“아직 안 열.”


입구를 지키던 직원은 눈앞에 들이민 검찰 신분증에 다물어야 했다. 버튼을 누르자 안에서 양복쟁이 한 명이 나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검사님?”


검찰 신분증이 다시 한 번 위력을 발휘했다.


“사장 있지?”

“강동구 대표님은 지금.”

“바지 말고 진짜 사장.”

“...”

“왜? 회장님한테 전화할까?”

“모시겠습니다.”


양복쟁이가 안내한 곳은 클럽에서 제일 비싼 프라이빗 룸이다. 주문하지 않은 비싼 양주와 화려한 안주가 줄줄이 나왔다. 양복쟁이는 아마 내 정체를 알고 싶어 여기저기 연락 중일 것이다.

목표가 등장한 건 20분쯤 지나서다.


“20분이면... 빠른 건가?”

“오랜만이다. 강지찬.”


이종천과 강지찬은 악수했다.

둘은 이미 안면이 있었다.

3년 전 어느 파티에서 만났는데 그때는 재벌가 자제로서 친분을 나눴다. 자주 보는 친한 친구는 아니지만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비즈니스 관계랄까.


“부임 축하를 원하는 건 아닐 테고...”

“클럽 메릴랜드, 너지?”

“...어떻게 알았어?”


클럽 메릴랜드는 외국인 손님이 많이 찾는 단순한 유흥업소가 아니었다.

이종천

베스타 글로벌VG 대주주이자 상원BnB 대표 이상택의 외동아들은 어둠의 정보상이었다. 멀쩡한 기업도 아니고 해결사집단을 운영하는 걸 대중이 알면 지탄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제껏 철저히 숨겨왔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걸?”

“...”

“걱정하지 마.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맘은 없으니까.”

“원하는 게 뭐야?”

“정보.”

“무슨 정보?”

“정태곤, 정태석, 정태영.”

“경일 형제들? 왜?”

“나쁜 놈들은 처넣어야지.”

“...대성이 노리는 건가?”

“놉. 대성관 상관없어.”

“대성관 상관없다? 그래서 대성 비서실이 아닌 날 찾아왔군. 그래. 어디까지 알고 싶은데?”

“그놈들 팬티 색깔까지.”

“일주일.”

“나흘.”

“이틀은 줘.”

“오케이. 대금은?”

“검사님한테 돈 안 받는다. 무서워서.”

“나야 땡큔데 이런다고 나중에 봐주는 거 없어.”

“바라지도 않아.”


거래가 끝나자 이종천의 경직된 얼굴이 조금은 풀렸다.


“한잔?”

“놉. 집에 일찍 가야 해. 울 엄니께서 만찬을 차리고 기다리시거든. 빠졌다간... 힘들다.”

“근데 부임하자마자 실적을 노리는 거야?”

“글쎄. 실적이 될지 헛수고가 될지... 왜? 아는 거 있어?”

“알고서 달라는 거 아니었어?”


강지찬의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천진난만한 눈빛공격에 이종천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얘네 지금 위험한 줄다리기 중이잖아.”

“위험한 거? 어떤?”

“뽕.”

“마약?”

“중국 가서 한 놈 물더니 마약총판이 됐어.”


성조 부회장에 의해 경일그룹은 산산조각 났었다. 성조그룹의 분열로 숨통이 트였지만 망한 회사를 다시 일으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중국에서 꽤 거금을 끌어오더니 엔터 쪽에 넣더군. 그게 거의 4년 전? 5년 전? 이제는 제법 잘나가는 기획사를 운영하는 중이야.”

“약은 뭐야?”

“미끼기도 하고 족쇄기도 하고.”

“기획사는... 삐끼군?”

“얼굴에 분칠한 연놈은 훌륭한 딜러가 될 수도 있거든. 더구나 본래 거대기획사가 먹여 살리는 중소기획사도 많아.”


엔터 비즈니스는 체급으로 하는 것이다.

소비자든 생산자든 그 중간에 낀 중개업자든 누구든 누구나 큰 회사를 선호했다. 거대기획사로 연예인 지망생이 몰리지만 쓸 만한 원석을 얻는 건 지난한 일이다.

그래서 인재를 공유하고 거래했다.

누가 봐도 스타가 될 특급 유망주는 당연히 NFS!

하지만, 애매하다 싶은 인재는 상황에 따라 시장에 나올 수도 있다. 중소기획사란 간판을 내건 소위 좆소의 운영은 대부분 이 연습생 장사에 달렸고 단역도 힘든 D, F급은 애초에 개인방송이나 유흥업소, 고위층을 접대할 소모품으로 빼버렸다.

폐급 판정을 받은 본인만 몰랐다.


“물론 모든 기획사가 거지같은 건 아니야. PnC는 술수 없이도 잘나가지만 대다수 좆소는 꼼수와 편법 없인 힘들지.”

“변명이군.”

“맞아. 변명. 그래도 요즘 애들 똑똑해. 예전처럼 안 걸려들어. 굳이 연예인이 안 되면 인플루언서로 나가면 그만이고 예쁘장한 애는 끼가 없어도 디엠을 많이 받아. 어디 파티에 나가 병풍만 해도 편의점 알바보단 열 배는 더 벌어. 근데 여기도 함정이 있네? 돈맛을 한 번 보면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거든.”


싱그러운 스무 살 청춘은 이런 유혹에 특히 취약했다. 젊음은 너무나 강력한 경쟁력이고 지나간 세월은 돌아오지 않기에 값어치 높은 것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들.

그 치열한 경쟁과 전쟁, 비즈니스세계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돈과 권력으로 남의 젊음을 사는데 조금의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었다.


“정씨 형제들은 한때 그쪽 세계에서 알아주는 난봉꾼들이었지. 하룻밤에 수천수억 원을 뿌리고 다녔거든. 그 기질이 어딜 가겠어? 회사와 가문이 망하든 말든 그 기질은 못 버려. 근데 웃긴 건 망나니짓으로 다져진 과거의 경험이 그들을 재기하게 도왔다는 거야.”


그룹으로 불리긴 미약하지만 바빌론 투자회사를 필두로 바빌론 엔터와 바빌론 스튜디오, 바빌론 클럽 프랜차이즈 등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회사를 차례차례 설립하고 성공시켰다.


“그래도 마약은 위험부담이 클 텐데?”

“아마 중국자본을 끌어오는 조건이 아닐까 싶어.”

“중국은 마약에 엄격하지 않아?”

“중국 국내에서야 그렇지. 하지만,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 뿌려지는 마약 상당량은 중국산이거든. 아니면.”

“북한.”

“난 중국공산당이 싫지만 중국이 망하는 건 바라지 않아.”

“왜?”

“생각해봐. 친구. 16억? 17억? 이 미친 인구빨 중에 미친놈 비율이 얼마나 될까? 아마 돈에 환장하는 돈귀신도 정말 많을 거거든. 돈에 미친놈은... 진짜 못할 짓이 없어.”


약쟁이를 그렇게 사형시키는데도 끊임없이 기어 나왔다. 사형이란 극약처방에도 욕심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되놈에게 자유가 주어지면 장담하건대 우리나라와 일본, 아시아 전역은 지옥으로 변할 거다. 중국은 억제돼야 해. 아니면 천 갈래로 찢겨 지들끼리 서로 죽이게 만들든가.”

“신박한 관점이네.”

“우리나라 국민은 이상하게 중국과 일본을 무시하더라? 존나 무서운 나라들인데.”


정보를 알면 알수록 파면 팔수록 이종천은 대한민국이 처한 운명이 기구하게 느껴졌다.


“전쟁이 나면 고토를 회복한다드니 열도를 정복한다드니 소설을 써대는데... 서울에 핵 한 발 떨어져야 정신 차리지. 자위대는? 병신짓거릴 많이 하긴 했는데... 한국이 비빌 만큼 약하지 않아. 일본이랑 전쟁? 미국이 가만있지도 않거니와 싸워도 우리가 질 걸? 친일파냐고 묻진 마. 난 애국자니까.”


현대전은 돈으로 수행한다. 돈을 쓰는 만큼 강해지고 쓴 돈이 곧 그 나라의 국방력이다. 임전무퇴의 정신만으론 결코 이길 수 없다.

그건 뭐 내 알 바 아니고.


“그래서 정태석은 어디서 마약을 들여오는데?”

“흠. 내가 너무 흥분했군.”


한·중·일 3국 관계를 열정적으로 논하던 이종천은 부끄러운지 헛기침했다.


“정태석이 직접 운반하진 않아. 이건 공짜로 알려주기 좀 그런데...”

“아까 준다고 했을 때 받았어야지.”

“대신 나도 부탁 하나만 하자.”

“말해.”

“러시아에서 사람 하나만 빼주라.”

“정치범은 안 돼.”


정보상이라니 안나 강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사업가야.”

“아무리 막장이라도 외국인을 막 잡아들이진 않는데?”

“...뇌물 문제로 한바탕 했거든.”

“빡칠 만하네.”


러시아의 부정부패는 심각한 수준이다.


“프로필 보내.”

“쿨거래 감사.”

“?”

“너... 영하지 않구나?”

“뭔 소리야? 제대로 된 한국어를 써.”


확실한 것은 어머니는 한국어 속어를 싫어하셨다. 제국인이기 전에 미국인이셨고 부부싸움을 하면 한국어와 영어가 마구 뒤섞였던 기억이 있다.


‘신도 부부싸움을 했어.’


하루는 치약 뚜껑을 똑바로 안 닫는다고 어머니가 아버지의 등짝을 후려치셨다. 내 열 살 생일날 놀이공원에서 토끼 머리띠를 한사코 거부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축구를 가르친답시고 황궁의 유리창이란 유리창은 다 깨버린 날 어머니는 아버지를 무릎 꿇리셨다.


‘국민이 알면 놀라 뒤집힐 일이었지.’


어머니는 아버지를 때리고도 멀쩡한 유일한 여자였다.

바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저택 앞에 섰을 때 왠지 감회가 새롭다.


‘강지찬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겠단 결심 때문인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와라.”


아버지는 장하다는 표정으로 안아주셨다.


“빨리빨리 좀 다녀!”

“좀 늦을 수도 있지.”


강상미와 강주미는 서로를 향해 쌍심지를 켰다.


“나랑 이따 한잔?”

“이이는! 어서 오세요. 도련님.”


형수는 술이 고픈 형을 타박했다.


“형! 형! 나 여친 사귀었다!”


강영찬은 여전히 인기에 목말랐다.


“자기.”


제레마이어, 아니 안나는 내 볼에 입 맞췄다.

상다리가 부러지는 게 아니라 주저앉을 정도로 수북이 쌓인 음식을 배경으로 그녀가 보인다. 행복의 절정인 환한 미소, 아낌없이 주는 모정은 시공간이 변해도 달라지지 않는 걸까.

한지숙은 내 손을 잡았다.


“어서 와. 우리 아들. 배고프지?”


강지찬은 환한 미소로 응답했다.


“다녀왔습니다.”


다시 입에 올리리라 생각하지 못한 그 말.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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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요셉 -28화- +15 23.06.29 2,844 128 17쪽
27 요셉 -27화- +13 23.06.27 2,612 124 20쪽
26 요셉 -26화- +9 23.06.26 2,617 120 22쪽
25 요셉 -25화- +11 23.06.22 2,829 132 24쪽
24 요셉 -24화- +20 23.06.20 2,819 141 26쪽
23 요셉 -23화- +11 23.06.16 2,825 140 15쪽
22 요셉 -22화- +11 23.06.14 2,779 137 23쪽
21 요셉 -21화- +12 23.06.12 2,880 126 20쪽
20 요셉 -20화- +12 23.06.06 3,196 152 29쪽
19 요셉 -19화- +15 23.06.02 3,050 157 30쪽
18 요셉 -18화- +14 23.05.29 3,074 144 25쪽
17 요셉 -17화- +10 23.05.26 3,204 150 23쪽
16 요셉 -16화- +23 23.05.23 3,326 158 24쪽
15 요셉 -15화- +15 23.05.18 3,530 147 36쪽
14 요셉 -14화- +17 23.05.16 3,345 177 17쪽
13 요셉 -13화- +12 23.05.15 3,316 131 24쪽
12 요셉 -12화- +23 23.05.12 3,501 166 20쪽
» 요셉 -11화- +16 23.05.10 3,433 134 20쪽
10 요셉 -10화- +10 23.05.08 3,484 132 17쪽
9 요셉 -9화- +15 23.05.07 3,618 163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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