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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 망가! 그리고 고양이!

지오 디 오리진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강철신검
작품등록일 :
2020.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3.04.25 21:13
연재수 :
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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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262
추천수 :
18,148
글자수 :
839,717

작성
21.02.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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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지오 디 오리진 -25화-

DUMMY

침대로 이어진 뜨거운 감사와 봉사를 받은 다음 날 아침 지오는 약속장소로 향했다. 세월은 가을을 지나 겨울로 가는 중이다.

한층 시원해진 아침 공기를 음미했다.


-감기 걸리는 거 아닙니까?

-간지를 포기할 순 없지.


뚜껑 열린 포르쉐로 도로를 달리면 한 번씩은 쳐다본다.

문제는 쌀쌀해진 날씨. 뚜껑은 언제든지 닫을 수 있다. 약속장소는 장사를 마치고 정리 중인 이태원 클럽이다. 맞다. 브라이스는 양팔 벌려 지오를 환영했다.


“오! 사랑하는 나의 형제여.”

“개소리하지 말고.”


지오는 비교적 깨끗한 소파에 엉덩이를 걸쳤다.


“잡았어?”

“잡아서 넘겼지.”


야쿠자를 등친 용감한 친구는 지오의 제보를 토대로 브라이스가 붙잡았다. 다른 사냥꾼들은 헛물만 켠 셈. 그런데 붙잡은 다음이 가관이다. 놈은 정태석의 사주로 야쿠자 계좌를 털긴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돈을 넘기면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았단다. 그래서 튀었다.

정태석은 땡전 한 푼 못 만져보고 적만 늘렸다.

성조와 공안위원회의 야합으로 일본 내 경일그룹 자산이 갈가리 찢겼다. 경일가家의 나머지가 바보가 아니면 일이 왜 이렇게 됐는지 추적할 것이다. 정태석은 본인이 저지른 짓을 감추는데 필사적이었다. 물론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다.


“신변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훔친 돈을 돌려주겠다더군.”


주인공은 이 거래를 받았다.

사기당한 돈을 회수해 돌려주면 일본의 권력자들과 더 깊은 친분을 나눌 수 있으니까.


“아무래도 정태석의 악명 때문에 망설일 수밖에. 거부했다면 바로 야산에 묻혔을 거야. 도망치면서 시간을 끈 건 똑똑한 행동이었어.”

“진짜 똑똑했으면 정태석 밑에서 일하진 않았겠지.”

“그게 또 그렇게 되나? 어쨌든 2조 원에 가까운 돈을 찾았으니 보상도 달라졌어.”

“얼마 받았는데?”

“열 배.”

“500억?”


지오는 휘파람을 불었다.

브라이스가 왜 불렀는지 알겠다.


“잠수 타려고?”

“난 지금 너무 노출됐어. 내가 즐기는 게임을 빌려 표현하자면 황금고블린이 됐지. 이건 안 좋아.”


로또만 터져도 온갖 곳에서 달려드는데 500억 원? 나쁜 마음을 먹은 이들이 넘쳐도 이상하지 않을 금액이다. 브라이스는 재벌도 아니고 일개 중개인이다. 아무리 어두운 세계에 잔뼈가 굵어도 천지 사방에서 쏴대는 총알을 다 막을 순 없다.


“클럽을 맡아줄 사람이 필요해.”

“나?”

“어. 수익은 전부 가져도 좋아. 걱정하지 마. 운영은 매니저가 할 거야. 그냥... 뒤를 봐줬으면 좋겠어.”


이태원에 있는 클럽 메릴랜드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의 명소이자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오가는 어둠의 정보상이다. 이를테면 조금 더 능력 있는 흥신소라고 보면 된다.

나 때문인지 주인공과 브라이스 사이가 예전만 못했다. 500억 원은 어쩌면 관계를 청산하려는 위약금일지도 모르겠다.


“욕심 좀 작작 부리지 그랬어.”

“땡길 수 있을 때 땡겨야 해. 아니면 반드시 후회하게 돼.”

“어디로 튈 건데?”

“이번 일로 야쿠자가 협조적이더라.”

“일본?”

“경일이 물러나면 빈자리가 많이 생길 거야.”

“아니, 야쿠자 그치들이 얌전히 두고 보겠어?”

“성조를 팔아야지.”


나는 상대를 미친놈 보듯이 그를 쳐다봤다.

주인공이 브라이스를 멀리하려는 이유는 명확했다. 난 적어도 뒤통수는 치지 않는다. 자기자본 하나 없이 레버리지를 풀로 당겼으면서 이번에도 공짜와 한탕을 노렸다.


‘미친놈.’


이건 투자가 아닌 100% 날먹이다.


“뒤지고 싶어?”

“이번이 마지막이야.”


협상도 계약도 없이 남의 영역에 손댔다가는 당장 손모가지 날아간다. 거기다 주인공을 팔겠다니 눈앞의 이 코쟁이새끼가 제정신인지 궁금했다.


“오늘 난 널 만난 적이 없는 거야. 브라이스.”


이게 내가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호의다.

지오는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내 계좌는 정리해둬.”


위태로운 미친놈과 인연을 이어가는 건 위험했다. 붙잡으려는 브라이스를 무시한 채 건물을 빠져나왔다.


-브라이스가 언제 죽더라? G.

-33챕터 야수들의 밤입니다.

-기억나. 러시아 쪽 마피아와 싸우다 뒤졌지. 맞아. 그때도 무리하게 확장하다 상대방의 심기를 거슬렀어.

-레드마피아는 무자비하죠.

-타임라인은?

-지금으로부터 약 5년 후입니다.

-5년이라... 지금 사라지기는 이른데...

-브라이스가 곧 퇴장하리라 예상합니까?

-하는 꼴을 보니 머지않았어.

-말릴 생각은 없겠지요?

-말려? 우린 친구가 아니야. G. 욕심 많은 기회주의자에 음모를 꾸미는 캐릭터는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져.


깊게 사귈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특히나 결혼을 앞둔 지오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를 멀리하고 싶었다.

지오는 다음 약속장소로 이동했다.

이종천에게 넘긴 원룸을 찾았다. PnC 엔터 프로듀서들의 음악노예로 전락한 녀석은 하루 24시간 중 20시간을 기계 앞에 머물렀다. 음악이 막 건반만 띵띵 두드리면 튀어나올 것 같지만 요즘 유행하는 음악은 기계를 다룰 줄 모르면 말짱 도루묵이다. 우리 귀로 듣는 완성본은 엄청난 인고의 시간 동안 연마하고 가공한 피와 땀의 결정체다. 믹싱과 마스터링에 한 달은 양반이고 길면 몇 년이나 걸렸다.

뭐 영감을 얻자마자 곡을 만드는 천재도 있을 순 있다.

5분에 한 곡 뚝딱 쓰는 천재, 그건 말 그대로 규격 외다. 수천 년 인류의 음악사에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탄생하기까지 그 밑을 깔아준 셀 수 없고 이름 없는 음악가들이 있었다. 한 명의 위대한 예술가를 위해 십만 명 이상이 들러리를 섰다.

그것을 시대별로 분류해 총합을 구한다면 현재 지구를 사는 70억 명도 모자라지 않을까? 음악뿐만 아니라 예술로 밥 먹고 사는 일은 쉽지 않다.


“왔어?”

“거지꼴이네.”


원룸 문을 열고 지오를 맞이한 이종천은 건방진 재벌 2세의 첫인상은 어디 갔는지 시궁창 쥐새끼 꼴이었다. 몇 번 찾아와 챙겨주니 금방 친해졌다.


“좀 씻어라.”

“네네.”


이종천은 흐느적거리면서 욕실로 향했다.

몸이 힘든 것과 달리 의외로 즐거운 것 같다. 이게 그 M은 아니겠지? 오늘은 일을 쉬는 날이다. 노예처럼 굴리라고 부탁했다고 진짜 월화수목금금금을 보낼 순 없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나온 이종천을 돌아봤다.


“나가서 먹을래? 시켜 먹을래?”

“피곤한데... 시켜 먹자.”

“피자? 치킨? 중화?”

“피자는 특대, 치킨은 반반. 아, 간짜장이랑 탕수육도.”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나쁜 이유는 자주 먹기 때문이다.

가끔 먹는 건 괜찮다. 스테이크만 썰던 이종천의 식성이 변했다. 명혜연 여사가 알면 기겁하겠지만 눈물 젖은 빵을 먹지 않고는 인생을 논하지 말랬다. 이 경우에는 눈물 젖은 피자와 치킨, 짜장과 탕수육이다.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건 여자만이 아니다.

피자와 치킨, 햄버거, 짜장면과 탕수육 등을 태어나 처음 먹는다는 말에 지오는 깜짝 놀랐다. 자식을 밀어붙인 사람은 어쩌면 부친이 아닌 모친일지도 모르겠다.

스테이크도 맛있지만 피자와 치킨, 햄버거와 짜장면도 맛있다. 대중식당 음식이 무조건 건강에 나쁘리란 말은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는 미신이랑 다를 것이 없다.


“어떻게 살면서 피자랑 치킨을 먹어볼 생각을 못 했냐?”

“엄마가 몸에 나쁘다고 하니까.”


서비스로 딸려온 군만두를 우걱우걱 씹던 이종천은 억울한 듯이 하소연했다.


“엄마 말이 다 맞는 줄 알았지.”


이종천의 지난 삶을 알아갈수록 지오는 바뀌어야 할 사람은 부친이 아니라 모친임을 깨달았다. 끝없는 모정, 자식을 걱정하는 명 여사의 참견은 도가 지나쳤다. 이종천이 군인이 되길 거부한 것도 본인의 의지가 전부는 아닌 셈이다.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까.’


충격요법으로 이종천의 자주성을 길러주면 해결되리라 생각했는데 복병은 아빠가 아니라 엄마였다. 결국은 아들을 휘두르려고 들 테니까. 이종천이 아버지의 굴레를 벗어나도 더 큰 함정이 기다리는 중이다.

한국인은 이상했다. 아닌가?

동북아시아의 가족문화는 어딘가 이질적이다. 아빠는 돈 벌어오는 기계다. 아빠는 육아에 관심이 없다. 아빠는 가족을 소홀히 한다. 한국인 엄마들은 대체로 자식을 이렇게 세뇌했다.

명혜연이 남편에게 악의를 가졌다고 믿진 않았다.

다만 결혼생활 동안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정이 이렇게 만들었다. 관념의 차이일까? 아빠는 돈 벌어오는 것이 당연하고 엄마는 집안일과 육아를 책임지는 것이 당연한 문화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비극이다.

자식은 엄마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이 회장은 전형적인 한국의 가부장이다. 사회적 성공을 통해 수입을 늘려 가족이 안정적인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이 아빠가 달성해야 할 임무이자 의무라고 굳게 믿었다.


“혼자 살아보니 어때?”

“좆같아.”


어느 정도 배를 채운 이종천은 콜라를 마시곤 트림을 꺼억! 했다.


“그래도... 재밌어. 솔직히 맘대로 살아본 게 처음이거든.”

“엄마가 다 해줬냐?”

“응. 입는 거 먹는 거 몽땅.”


부모님이 아무리 소중해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는다. 낳아주고 키워주고 사랑해준 건 고마운 일이다. 아무리 고마워해도 모자랐다. 그러나 내 삶은 내 것이어야 한다.


“폰이 없는 삶도 나름 좋아. 전에는 이놈 저놈이고 전화질이었거든.”

“있는 집 자식이니 뜯어먹으려고 달려들 연놈이 많았겠지.”

“맞아. 돌이켜보면 참 호구처럼 살았어. 줏대도 없고.”

“자아성찰이 됐다는 건 좋은 징조야. 그래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까?”

“알바 관둬야 해?”

“아니, 폰은 쓰게 해주겠다는 거지.”

“음... 거절.”

“왜?”

“진짜 해방된 기분이거든.”


본인이 옳다는 것을 밀어붙이는 아버지.

아들을 돕는 척 사실은 아버지를 디스하는 어머니.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말에 세뇌당한 아들은 아버지를 악당으로 여겼다. 이 가족은 멀쩡한 겉보기와 달리 뭔가 어긋났다. 카운슬러가 아닌 지오의 눈에도 그 균열이 보였다.


-일단은 부자 사이를 어떻게 해봐야겠는데?

-되겠습니까?

-남자들은 단순하거든. 취미로 대동단결할 수 있어.

-취미?

-이를테면... 게임?


문제는 쾌걸근육맨 1세인 이상택 회장과 예술가 기질이 농후한 이종천이 함께 공유할 취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처음은 게임보단 여행이 어떻습니까? J.

-여행? 음. 나쁘지 않아.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캠핑을 떠나는 것도 괜찮아. 근데 둘만 보내면 안 되겠지?

-반드시 싸울 겁니다.

-쯧! 어쩔 수 없나.


이종천은 해방을 만끽하는 중이니 당장 여행은 없다.

배가 부르자 식곤증이 몰려오는지 이종천은 침대로 향했다. 음악을 빼고는 먹고 자는 일밖에 안 했다. 단순한 삶, 모든 강요와 기대에서 해방된 현재를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잠든 이종천을 놔둔 채 PnC를 찾았다.


“지오 씨.”

“안녕하세요. 안 팀장님.”


안현진은 해맑은 표정으로 지오를 반겼다.

보이지 않는 무거운 족쇄를 푼 윤소희는 어제도 잘나갔지만 오늘은 더 잘나갔다. 드디어 성조의 얼굴이 된 그녀의 위상은 그냥 톱스타가 아니라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올랐다.

거기에 지오의 지분이 1%쯤은 있을 것이다.

그가 PnC를 찾은 이유는 보컬 레슨을 받기 위해서다. 강선아는 프러포즈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지오의 예민한 촉은 달랐다.

‘빨리 멋진 프러포즈를 준비해라! 닝겐!’

쪽팔리고 오글거리는 건 그때뿐이다. 영원히 바가지 긁히고 싶지 않다면 빅이벤트를 성공시켜야 했다. PnC의 엘리트 트레이너는 다소 황당하겠지만 안현진 팀장의 위상은 일개 트레이너의 기분 따윈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까라면 까야지!

지오는 강선아를 향한 절절한 사랑을 노래에 담았다.

가슴으로 부르는 남자의 노래, 고해를 조졌다!


“...”

“...”

-...


So what? 분위기 왜 이럼?


“크흠. 다음 노래도 들어보죠.”


정신을 차린 안현진이 다음 노래를 주문했다.


“다음 노래는 엠씨 더 맥스의 원럽.”

“오 마이 갓! 홀리 지저스!”


농담이 아니라 트레이너는 도망쳤다.

지오는 이해할 수 없었다. 300만 유튜버의 노래강좌를 구독했고 남자를 위한 발라드 30선을 열심히 연습했다.

안현진이 무섭게 노려봤다.


“진짜 그 노래를 부르며 프러포즈할 생각은 아니죠?”

“?”

-게임도 못 하고 노래도 못 하고.


G에게 진짜 눈이 있었다면 한심한 눈빛을 보내왔으리라.


“지오 씨는 아무래도 기초부터 배워야겠네요.”


씹덕이라고 생각했던 안현진에게 알 수 없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이것이 엔터테인먼트 전문가의 포스일까. 며칠 뒤 지오는 기초반에서 발성의 기초를 배웠다.

그것도 갓 연습생으로 들어온 초·중딩과 함께 말이다. 아닛! 특별대우를 하지 말랬다고 진짜 신경도 안 썼다. 지나가던 이종천이 나를 보고는 히죽거렸다.

굴욕이다.

오늘의 비참함을 거름 삼아 남자의 노래를 완성하자.

지오의 일과는 강선아와 함께 시작했다. 아침 일찍 운동으로 시작해 브런치를 즐긴 뒤 같이 쇼핑을 하든가 아니면 결혼과 여행과 관련된 계획을 짰다.

날짜는 잡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 프러포즈를 기다리는 중이다.

가끔 아파트 유부남들과 조기축구를 뛰었다. 아파트에 부녀회가 있듯 남자들 모임도 많다. 아무래도 30억에 육박하는 집값 덕분인지 나름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이 많아선지 과시욕이 장난 아니었다.

뭐랄까 알게 모르게 계급과 서열을 나눈달까.

미혼에 능력자에 미인인 강선아를 노리는 늑대는 많았다.

웃긴 건 유부남이든 총각이든 상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것들은 불륜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보수적인 사람이 있듯 성을 즐기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부류도 있다. NTR이니 스와핑이니 변태적인 욕구를 드러내는 부부도 은근히 많았다. 아니, 그럴 거면 왜 결혼했나? 혼자 살지.

얘길 들어보면 가정을 이루지 않고는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 힘들단다. 기득권은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굉장히 보수적이다. 가정을 이루지 못하면 어딘가 하자가 있다는 편견을 가졌다.


“패스!”


음치 박치일진 몰라도 몸을 쓰는 일은 다르다. 발재간도 필요 없다. 압도적인 체력과 속도는 배 나온 아저씨들을 유린했다.


“훅훅!”


그래! 바로 이거지! 나는 틀리지 않았다.


“슛!”


축구공이 터질듯한 파열음을 내며 상대편 골대 구석에 정확히 날아갔다. 야신이 살아 돌아와도 막을 수 없는 코스다.


“꼬오오올!”

“꼴꼴꼴꼴꼴!”


아저씨들이 방정맞은 추임새를 넣으며 세레머니 한다. 오늘 지오를 앞세워 응징한 건 아파트 옆 동 축구동호회였다. 지난번 술값내기에 처참하게 털린 복수를 제대로 하는 중이다.


“시발! 선출은 반칙이지!”

“선출은 무슨! 우리 지오는 선수로 뛴 적 없어!”

“야! 조사하면 다 나와!”

“해봐! 해봐!”


축구에도 벤클이 있나? 성난 아저씨들의 배치기대결은 아파트 옆옆 동 심판의 중재로 큰 사고 없이 끝났다. 하지만, 씩씩거리는 꼬락서니를 보니 백태클이 난무할 것 같다.

이후 지오는 드리블보다 패스 위주로 게임을 풀었다.

호시탐탐 백태클을 노리는 상대편에게 기회를 줄 필요는 없으니까.


“아싸!”


자로 잰 듯한 침투패스에 1초 코리아 인자기로 변신한 아저씨의 뽀록이 터졌다. 발이 아닌 무릎에 맞은 공이 골망을 가른 것이다. 흉측한 골 장면과 달리 세레머니는 프로선수 뺨쳤는데 상대편 벤치 앞으로 우르르 몰려가더니 단체로 기차놀이를 했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다음 역은 코리아나! 코리아나 엔젤하우습니다! 칙칙폭폭!”


코리아나 엔젤하우스는 고급요정이다.

잘사는 아저씨들의 술값내기는 애미, 아니 장난 없다. 그때까지만 해도 지오는 101동의 영웅이었는데 뒤풀이로 간 PC방에선 남들이 엄마와 아빠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불효자가 됐다.


“아닛! 거길 왜 들어감!”

“아닛! CS 좆 박으셨어요?”

“아닛! 용타임에 왜 합류 안 함!”

“아닛! 왜 처 물리고 XXXXXXXXX!”



배 나온 아저씨들이 잘 뛰지는 못해도 손가락은 현역이다. 아파트축구영웅은 좆롤 한 게임에 역적이 되었다.


-내가 시발 학원 다니고 만다!

-...

-응?

-사용자에게 게임은 맞지 않습니다.

-이거 왜 이래! 나 시뮬레이션 감응도 977점 찍은 사람이야! 초슈퍼엘리트 라이더라고!

-정정하죠. 사용자에게 구세계 게임은 맞지 않습니다. 정신감응 수치에 민감한 시뮬레이션 라이더와 달리 구세계 게임은 말 그대로 손과 눈으로 따라가야 합니다.

-설마?

-맞습니다. 사용자는... 3D 울렁증입니다.

-말도 안 돼!


내가 3D 게임고자라니!

G의 진단을 믿지 않은 지오는 좆롤 학원을 찾아가 듣고 싶지 않은 진실을 알게 됐다.

‘님 브실골!’

아아악!

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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