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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 망가! 그리고 고양이!

지오 디 오리진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강철신검
작품등록일 :
2020.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3.04.25 21:13
연재수 :
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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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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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9,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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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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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지오 디 오리진 -6화-

DUMMY

당직근무 한 달 동안 귀신을 보지 못했다.

2주 안에 인원을 보충해주겠다는 안현민 주임의 약속은 공수표였다. 한 달이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는 걸 보니 처음부터 보충해줄 계획이 없었나보다.


‘노동착췬데 이거...’


때려치워야 하나? 그에 반해 학교 측에선 나를 마음에 들어 했다. 안빈낙도, 어? 이게 아닌가? 복지부동. 맞다. 시설점검으로 기숙사를 찾는 공무원과 교무행정처 직원은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을 좋아했다.

한마디로 큰 사고만 없으면 만사 ok.


“아저씨!”

“여.”

“주말인데 뭐 하세요?”

“경비가 경비를 서야지 뭘 하겠니. 너는 집에 안 가?”

“집이 부산이라서요.”

“글렀군.”


서울-부산 왕복이라? KTX가 아무리 편해도 오가는데 반나절이다. 목욕탕 덕분에 첫날에 안면을 튼 여학생 기숙사 2층 층장은 경비실을 자주 찾아왔다. 상상력이 풍부한 연애고자라면 혹시? 하는 마음을 품겠지만, 난 아니다. 여자가 잘해준다고 홀딱 넘어가는 남자는 매력이 없다. 훗.

랜덤생성캐릭터의 뽑기운이 좋다는 판단은 단순히 키만 크다는 것이 아니었다.


‘거시기도...’


탈모만 오지 않으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들어와.”


여학생과 단둘뿐이라면 경비실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다.

2층 층장의 단짝인 단발머리 여학생과 함께니까 허락했다.


“스벅?”

“감사합니다.”


커피머신 앞에서 주문을 확인했다. 진짜 스타벅스 커피라는 뜻은 아니고 비견될 만큼 맛있다는 말이다. 뭐 G의 보조로 최상의 혼합비율을 찾은 것이 컸다.


“윽! 써.”

“커피는 원래 써.”


애들이 커피의 향과 맛, 멋을 알기에는 한참 어렸다.

주말을 맞이한 남녀 기숙사는 텅텅 비었다. 금요일 오후 종례를 마치면 삼삼오오 자유를 찾아 떠났다. 보통은 집으로 돌아갔고 발랑 까졌다면 강남을 헤맬 것이다.

2층 층장, 그러니까 이유나와 그녀의 단짝 김연선은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기숙사에 남은 괴짜였다.

우리네 인생과 비슷한 커피의 쓴맛에 눈살 찌푸리는 그녀들을 위해 냉장고에서 달달한 과일주스를 꺼내줬다. 그제야 인상이 풀린다. 왠지 당한 느낌이.


“아저씨, 아저씨. 리모컨 주때요.”

“너 혀를... 어떻게 한 거야?”

“리모컨 주때요.”


혀를 잡아먹었나? 저 혀 짧은 소리는 여러 번 들어도 영 적응이 안 된다. 평범한 남자라면 JK 즉 조시코세의 애교에 젤리처럼 녹았겠지만 내 눈에 여고생은 여자가 아니다.


‘여대생 이상만 가능하지.’


아리타 정착촌 슬럼에선 미성년자 성매매가 흔했을지 몰라도 이곳에선 중짜 고짜를 건드렸다간 철컹철컹 한다.


“이게 목적이구먼.”

“헤헤.”


비즈니스호텔에 버금가는 기숙사지만 1인 1실에 TV는 포함되지 않았다. 리모컨을 겟한 그녀는 얼른 채널을 돌렸다. 예능프로그램의 왁자지껄한 소음에 끌린 좀비가 하나둘 방에서 나와 어슬렁거렸다.

경비실은 어느새 TV 상영회장이 되었다.


“즐거운 토요일 보자!”

“아니, 아니! 오늘 우리 오빠들이 나오는 예능을 봐야 해!”


TV는 한 대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많으니 당연히 분쟁이 생겼다. 이러다 멱살잡이할까 귀찮아진 지오는 빠르게 분쟁을 조정했다.


“가위바위보로 정한다. 이의는 없겠지?”

“물론입니다! 솔로몬 대왕이시여!”

“쫄리면 뒈지시든가!”


애를 반갈죽 하려던 솔로몬의 명판결?이 떠오르는 훌륭한 중재였다.


“가위바위보! 으악!”

“가위바위보! 쉣더뻑!”

“가위바위보! 니애미!”

“패드립은 실격.”


최종승자는 2층 층장의 단짝 김연선이었다.

대권을 차지한 그녀는 오만하게 주변을 쓸어봤고 다들 장화 신은 고양이와 비슷한 슬픈 눈망울로 김연선을 올려봤다. 그녀의 선택은 냉정했다.


“내 선택은 두구두구두구두구! 아이돌캠프!”

“우와!”

“아아.”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아!”


절망하는 자, 기뻐하는 자,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 세뇌하는 패배자. 이 한 편의 청춘활극을 지오는 커피를 홀짝이며 시청했다. 관찰을 선호하는 그에겐 MSG 팍팍 뿌린 TV드라마보다 이런 날것이 훨씬 좋았다.


‘어릴수록 감정표현이 풍부하군.’


왜 그럴까? 아는 것이 없어서? 그보다는 냉정한 사회의 경험이 적기 때문이리라. 아니, 사회가 냉혹하다는 건 그들도 알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피부로 느끼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사회를 경험하는 순간 순수는 죽어버리지.’


젊음의 활기는 유통기한이 명백했다.

사람은 딱 그 나이대에 어울리는 감성이 있었다.


“깽판 치지 마라.”


애들에게 주의를 환기하고 순찰에 나섰다.

왜냐면 G센서가 이상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55m 전방 거동수상자!

-스캔.

-무기류는 감지되지 않음! 증거용 영상촬영 시작!


기숙사에는 밖으로 나가는 문이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경비실이 있는 정문 그리고 각종 업체가 드나드는 후문은 잠겼을 뿐만 아니라 바리케이드도 있다.

벽을 넘어 들어와 바리케이드를 치운 괴한들은 절단기로 후문에 채워진 자물쇠도 끊었다. CCTV가 버젓이 비추는데 신경도 안 쓰는 과감한 움직임이다.

지오는 스마트폰(내게는 골동품)을 사진모드로 놓고 열심히 작업 중인 괴한들 앞으로 갔다.


“헤이! 가이즈.”


낯선 목소리에 마스크를 쓴 괴한들이 일제히 돌아본다.


“김치!”


찰칵! 폰의 플래시가 터졌다.


“저 새끼!”


제일 앞에 있던 괴한이 손가락질하자 3명이 달려들었다.


‘새끼들이.’


나는 사건을 찾아갈 계획이 없다. 사건이 날 찾아도 어지간하면 피할 생각이다. 그렇다고 내 평범과 평탄, 일상을 위협하는 사건까지 피할 맘은 없었다.

내 안의 작은 아이가 속삭인다.


“내 인생에 태클을 걸면 주옥되는 거야.”


퍽! 호기롭게 달려들던 괴한의 턱주가리에 펀치를 꽂았다.

뉴로칩의 전투가속을 사용하지 않아도 웬만한 상대는 맨손으로 제압할 수 있다. 초능력자와 강화인간, 외계인과 전쟁기계 등 온갖 괴물이 득실거리던 제국에서 살아왔던 그에게 21세기 인류의 전투능력은 귀여웠다.


“억!”


돌려차기에 한 명 더 나가떨어졌다.

급한 대로 절단기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괴한의 불알을 까버렸다. 맨손전투에 흉기를 들다니? 상도덕이 없는 놈은 고자가 어울린다.

3명이 순식간에 쓰러지자 대장으로 보이던 놈은 슬슬 뒷걸음치다 냅다 담장으로 뛰었다. 하지만, 도움닫기를 하기 전에 날아온 콘형 바리케이드를 맞고 쓰러졌다.

신음하는 괴한들을 내려다보며 폰을 들었다.

경찰? 노노!

털릴 것이 많은 사립학교는 경찰을 싫어했다. 오늘 학교 본관 당직이 누구더라? 이런 일은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좋다.

전화를 받고 달려온 당직자는 놀라서 더 높은 사람에게 연락했고 꼬리에 꼬리를 문 전화릴레이의 도착지점은 교무행정처장이었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본관 경비원을 불러 괴한들을 잡아갔다. 그러더니 한참을 누군가와 통화한 뒤에야 나를 찾았다.


“오지오 씨? 반갑습니다. 교무처장 한세경입니다.”


여성스러운 이름이지만 가슴털 수북한 남자다.


“오늘 큰일 했어요. 경찰에 연락하지 않은 건 잘했습니다.”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 할 일을 못 하는 인간이 너무 많아서 문제죠. 오늘 일에 충분한 보상이 있을 겁니다. 보안서약은 따로 받을 필요 없겠죠?”

“오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좋군요.”


한세경은 씩 웃더니 악수를 청한 뒤 사라졌다.


“정리는 우리가 하겠습니다.”

“아, 네. 그러시죠.”


한 달 전 답사를 나왔을 때 지오를 안내했던 경비였다. 넌 언제 도망칠까 궁금해하던 사람인데 오늘은 그 비웃음 가득했던 말투와 행동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긴 혼자서 네 명을 때려눕혔으니 함부로 깝치다간 처맞을 것이 뻔한 걸 왜 모르겠나. 경비실로 돌아오자 애들은 소란이 있었다는 것도 모른 채 TV에 집중했다. 슬그머니 따라온 학교 본관 경비원이 CCTV 데이터를 회수해갔다.


-사건 개요를 들으시겠습니까? J.

-G. 너... 갈수록 떠버리가 되는 기분이다? 그래. 해봐.


눈을 신문에 고정하자 설명충 G의 브리핑이 시작됐다.


-재단법인 대영학원의 모체는 경일그룹.

-Stop!


지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경일그룹을 내가 왜 모를까. 주인공이 한국으로 돌아와 상대하게 될 첫 번째 적대세력이다. 어? 설마.


-내가 때려잡은 애들이 설마?

-정보브로커 브라이스가 고용한 이들입니다.

-하!

-현재 브라이스가 사용자의 뒤를 캐고 있습니다.

-아니, 약골들 좀 때려잡았다고 일개 경비원 뒤를 왜 캐?

-넷 중 셋은 육군 특전사 출신입니다만?


퍽킹 ROKA! 훈련을 어떻게 했길래 약골만 있어!


-차단할까요?

-막으면 더 지랄하겠지.

-정보브로커의 호기심은 엄청나죠. 이력이 별 볼 일 없으면 더 파고들 겁니다.


고졸에 군필 경비원이 특전사 셋을 이겼다? 이상할 수밖에.

그렇다고 스펙을 뻥튀기하면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마.

-그럼?

-뭐 어쩌겠어. 아무리 털어봐야 나올 게 없는데.


그리 심각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었다. 아무리 파봐야 나오는 건 없을 테니까. 그냥 살다가 한 번쯤 터지는 행운으로 각색하면 된다. 그리고 그건 오래지 않아 결과로 드러났다.


-추적을 멈췄습니다.

-그렇겠지. 나올 게 없는데.


내가 무슨 신분을 감춘 킬러라거나 국정원이 키우는 비밀요원도 아니고. 걸릴 것이 없었다. 대신 스카웃 제의가 왔다. 침입이 있은 지 일주일 뒤에 지오를 찾아온 양복쟁이가 있었다.


“누구시라고요?”

“강호 C&C의 이택기 과장입니다.”

“강호 C&C면...”

“동종업계니 지오 씨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강호 C&C면 지금 지오가 다니는 회사보다 20배는 큰 경호·경비업계의 공룡이었다. 임직원을 합해 3000명이 넘었다.


“거기서 나를 왜요?”

“우수한 직원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니까요.”

“이 양반 뭘 잘못 알고 계시네. 관심 없습니다. 나가는 길은 알고 계시죠?”

“제 설명을.”

“훠이훠이!”


잡상인 쫓듯 내쫓아버렸다.


‘이러면... 나가린데?’


얌전히 있으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사그라지리라 예상했는데 헤드헌팅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들고 왔다.


-시나리오에 대영학원이 있었나?

-없습니다.

-그럼 브라이스가 왜 대영학원에 사람을 보냈지?

-경일그룹 삼남 정태곤을 겨냥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아, 듣보잡 사건. 맞아. 그게 있었구나.


시나리오상 일곱 번째 소제목《듣도 보지도 못한 잡놈》

경일그룹 삼남 정태곤이 일으킬 사건의 발단은 모아이란 클럽에서 시작된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쓴 시나리오는 매우 진부한 스토리로 진행됐다.

진부陳腐의 정의가 뭔가? 어디서 본 듯한 흔한 이벤트로 도배했다는 뜻이다. 뼛속까지 우리다 못해 썩어들어간 클리셰로 꽉꽉 채워놨다.

재벌가 삼남은 나쁜 놈!

주인공의 멋짐을 빛내줘야 할 엑스트라 악당1이다.


-분석해봐. G.

-주인공의 의뢰를 받은 브라이스는 정태곤의 뒤를 캡니다.

-어떤 의뢰지?

-정태곤이 과거에 저지른 죄를 파악하는 겁니다.

-뭐 학폭 같은 건가?

-학폭은 기본이고 어쩌면...

-에이, 설마 학교 안에 뭐 시체라도 묻었겠어?

-...

-어? 야? 어라? 어? 진짜?


시발! 좆됐네.

지오는 이택기가 두고 간 명함을 들었다.


“여보세요? 이택기 과장님. 저 오지옵니다.”


브라이스든 주인공이든 증거를 손에 넣으려고 더 실력 좋고 더 많은 싸움꾼을 학교로 보낼 것이 뻔했다. 오지오가 나서면 침입은 저지할 수 있겠지만 그러면 더 어그로를 끈다.

재수 없으면 주인공이 직접 쳐들어올지도 몰랐다.


‘이 만남은 옳지 않아.’


이대로 출出사표하고 튀는 방법도 있지만 공을 세웠는데 갑자기 사표를 던지면 더 수상했다. 차라리 헤드헌팅 당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브라이스는 잘 싸우는 경비를 치우고 싶은 것뿐이니까.


‘이직했다가 적당한 시기에 사표를 던지자.’


나는 기필코 이벤트를 피할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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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지오 디 오리진 -23화- +16 21.02.03 7,118 242 21쪽
22 지오 디 오리진 -22화- +5 21.02.03 6,833 208 22쪽
21 지오 디 오리진 -21화- +9 21.02.03 6,875 21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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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지오 디 오리진 -19화- +32 21.01.14 8,203 250 38쪽
18 지오 디 오리진 -18화- +16 21.01.07 8,069 232 17쪽
17 지오 디 오리진 -17화- +18 21.01.03 8,299 236 21쪽
16 지오 디 오리진 -16화- +19 21.01.01 8,121 231 19쪽
15 지오 디 오리진 -15화- +15 20.12.30 8,197 245 20쪽
14 지오 디 오리진 -14화- +13 20.12.29 8,274 25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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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지오 디 오리진 -9화- +13 20.12.23 9,178 239 14쪽
8 지오 디 오리진 -8화- +16 20.12.22 10,008 264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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