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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 망가! 그리고 고양이!

지오 디 오리진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강철신검
작품등록일 :
2020.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3.04.25 21:13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564,424
추천수 :
18,148
글자수 :
839,717

작성
21.01.03 19:42
조회
8,291
추천
236
글자
21쪽

지오 디 오리진 -17화-

DUMMY

이벤트 난이도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참가자의 질과 양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오가게 될 돈의 크기. 100억 원은 지오에겐 거금이 맞지만 동생 목숨이 걸린 주인공에겐 푼돈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왕 이벤트에 참가한다면 100억은 너무 싸구려 보상이다.


-벌써 성공한 것처럼 구네요. J.

-실패할 수가 없지.


8세대 뉴로다이어 극소기기단말을 가진 내게 인간추적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어디 하늘 너머 우주로 솟구치거나 마리아나 해구 깊은 바다로 가라앉은 것이 아니면 반드시 찾아낼 수 있다.


-세계를 무대로 실종자만 찾아줘도 돈이 되겠어.

-트러블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잘 골라야지.


사고로 실종된 이들의 가족도 납치 실종자 가족의 마음고생보다 더하면 더했다. 납치는 이유라도 알지 원인 모를 실종을 당하면 평생을 마음 졸이며 산다. 오늘은 돌아오지 않을까 하염없이 기다렸다.

성조의 비즈니스 제트기를 타고 오사카로 이동했다. 이택기는 확실히 주인공의 신뢰를 받는 심복이 맞다. 이수영을 어떻게 찾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거든.

아, 내 머릿속에 개사기치트AI가 들었다고 말할 순 없지 않은가. 오사카에 도착하자마자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미행을 따돌렸다.


-이수영 추적.

-검색 중... 완료!


G센서는 이수영의 지난 행적을 역추적했다. 그녀가 찍힌 영상과 사진을 타임라인으로 분석해 확률이 낮은 지역부터 소거했다.

지도상 빨간 점이 깜빡이는 곳은 오사카 북동부 가와니시에서 5km 북쪽에 있는 호수 인근이었다. 납치 현장으로부터 대략 30km 떨어진 곳이다.

대담하다고 해야 할까.

하긴 일본은 국토의 7할이 산림일 정도로 숲이 우거졌다.

막말로 죽여서 어디 산골에 묻으면 찾기 힘들다는 뜻이다.


-보안시스템 해킹 중... 완료! 화면 띄울까요?

-띄워.


보안을 지키려고 설치한 시스템이지만 통신선과 연결된 이상 G 앞에서는 어떤 방화벽도 안전하지 않았다. 폐쇄회로 해킹으로 확인한 이수영은 손발이 묶이거나 학대받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윤소정도 딱히 고문받거나 나쁜 일을 당하진 않았다.

납치된 학생은 총 여덟 명.

정태석의 목표는 이수영과 윤소정이고 나머지 6명은 의도를 감추려는 위장일 것이다. 주인공이 손대기 전에도 대영고등학교는 부자학교고 학부모는 한국에서 나름 방귀깨나 뀌는 인간들이었다.


-아직 납치가 언론을 타지 않았지만 정태석은 다른 학생을 이용해 주인공을 향한 여론을 악화시킬 겁니다. 마치 그 때문에 이런 불미스러운 납치가 일어난 것처럼 호도하겠죠.

-자기는 쏙 빠지고?

-납치 주범은 주인공에게 앙심을 품은 야쿠자로 알려질 겁니다.

-놈의 정확한 목적이 뭐야?

-평화협정입니다.

-이렇게 개판을 치고도 가능할 거라고 봐?

-자길 건드리면 좆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합니다.

-또라이네.


자기가 또라이라는 것을 아는 똑똑한 또라이였다. 주인공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충분히 세력을 일구지 못한 그와 악당4와의 다툼은 사실 어느 쪽이 유리하다 확신하지 못했다.

악당2와 악당3를 처리하고 얻을 경험치를 건너뛰었으니 주인공은 아직 쪼렙이었다. 쪼렙이 중간보스와 싸우려니 당연히 힘들 수밖에.


‘설마 지지는 않겠지?’


미지의 존재 XXX.

운명을 관장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주인공을 항상 지켜볼 것이다. 기도로 통하는 신언 즉 이쪽 세계에선 창조주를 대리하는 신과 같다. 하지만, 내 기도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그럼 욕을 하면? 패드립을 날리면 혹시 분노해서라도 내 앞에 나타나지 않을까. 그러나 감히 시도하지 못했다. 그 분노가 어떤 결과로 드러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죽기 전에 욕이나 실컷 질러야지.’


그날을 대비해 욕스킬을 갈고닦자.


-도착했습니다. J.


렌트카는 이수영이 구금된 별장 근처에 주차했다.

산림에 둘러싸였다고 인적이 드물진 않았다. 오사카와 불과 수 킬로미터 떨어진 교외는 도심에선 찾기 힘든 단독주택단지로서 교통도 주거환경도 나쁘지 않다. 여유 있는 중산층은 빡빡한 도심보단 산 좋고 물 좋은 교외를 선호했다.


-별장 소유자는 시도우 켄, 광역지정폭력단 중 하나인 오성회의 2차 조장입니다.

-오성회면 그 야쿠자?

-네. 챕터18에서 주인공에게 박살 납니다. 오키나와에서 때려잡은 야쿠자는 오성회 4차 조직입니다.

-맞아. 기억나. 경일과 본격적으로 부딪치기 전에 백기사가 될 수도 있는 세력을 먼저 정리했어.


강선아를 집에 보내고 이택기를 만나 일본으로 넘어와 별장에 도착하기까지 고작 5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약 50분 후면 해 뜰 시간이다.


-이택기에게 위치 전송해.

-확인, 메시지 전송 중... 완료. 도착시간은 약 35분 후.


이럴 거면 이택기와 같이 움직이는 것이 낫지 않냐고 하겠지만 추적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 무당이라고 말할 순 없잖은가.


-이상 감지!


기동타격대를 기다리던 중 상황이 변했다.


-이수영 외 7인이 탈출을 시도하려고 준비합니다!


이래서 애들은 주제를 모르고 나대다 변을 당한다. 어쩔까? 그냥 두고 볼까. 20분 후면 아군이 도착할 것이다.


-감청! 이수영과 윤소정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을 처리하란 명령 하달됨!


이런! 정태석은 과감하고 잔인했다.


-내 얼굴이 드러나는 건 곤란한데...

-카메라를 속일 순 있지만 사람의 눈은 광학장비 없인 어렵습니다. 조명을 끌까요?

-조명을 꺼도 달빛을 어쩔 순 없잖아?

-그건 그렇습니다.


홀로그램 광학장비만 있으면 사람의 눈도 속일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얼굴을 가릴 마스크 한 장조차 없다. 달빛이 날 숨겨주길 기대해야 하나.


‘어?’


그때 보조석에 고이 모신 물건에 눈길이 닿았다.

강선아와 함께 고른 세리나의 선물, 어쩌다 보니 손에서 놓지 못하고 일본까지 들고 왔다.


시크릿 쥬쥬 셀러브리티 스페셜 세트

19만 9900원

******




납치되고 17시간, 이수영과 친구들은 처음의 공포는 희석되었다. 이수영이 속한 자유여행 5조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저주받은 인형 집 어트랙션을 돌다 납치당했다. 귀신의 집 콘셉트이니 비명을 질러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입과 코를 막는 손수건에서 시큼한 냄새를 맡자마자 정신이 혼미해졌다.

깨어난 아이들은 패닉에 빠져 훌쩍이지 않았다.

5조 조장이자 부반장 김도연은 냉정하게 상황을 살폈다. 왜 우리를 납치했나? 대영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 대다수는 나름 상류층 부모를 두었다. 김도연만 해도 부친은 대한변호사협회 이사고 모친은 대학병원 교수였다.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기득권층의 자녀들, 몸값을 노렸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한두 명도 아니고 여덟 명을 납치하는 건 납치범 입장으론 위험부담이 컸다.


‘납치에 대처하는 양국 정부의 부담감이 커.’


일본에서 한국인이 납치당했으니 한·일 양국 모두 껄끄러운 상황이 될 것이다.


‘더 최악은... 정치범 혹은 사상범일 경우야.’


정치사상범은 그들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아이들의 목숨 따윈 중요치 않을지도 모른다.


“얘들아. 잘 들어. 기회가 있을 때 탈출해야 해.”


납치당했으니 울고불고할 법도 한데 고등학교 1학년치곤 다들 다부진 표정이다. 다행히 손발을 묶진 않았다. 한 방에 여덟 명을 몰아놨다. 천장 구석에 보이는 카메라로 우리를 감시하는 것 같다.


“눈 돌리지 말고. 천장에 카메라 있어. 다친 사람?”


아무도 손들지 않았다.


“좋아. 기회는 한 번뿐이야.”

“어떻게 유인해?”

“똥을 쌀까.”

“뭐?”

“농담이야.”


김도연의 농담에 조금은 풀어졌다.


“남자를 제압하려면 급소를 공격해야 해.”

“다리 사이 말이야?”

“정확히는 낭심, 그걸 가격당하면 어떤 남자도 힘쓸 수 없다고 배웠잖아.”


요즘 고등학교 커리큘럼에는 호신술도 있다. 여성이 건장한 남성을 한 방에 제압할 수 있는 기술에는 낭심가격 이른바 고자킥이 최고다. 실습하자는 호신술 강사의 농담에 남학생들은 기겁하며 탈주했다. 하지만, 사타구니는 남자만 아픈 것이 아니다. 여자도 아프다.

철컥-

자물쇠 열리는 소리에 애들은 본능적으로 문에서 멀어졌다.

김도연은 친구들을 보호하듯 제일 앞에 섰다.

스키마스크를 쓴 괴한들이 들어왔다.


“모두 얌전히 있어.”


한국인? 어색하지 않은 한국어 발음에 김도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일본에서 한국인 납치범이라니.


‘뭔가 음모가...’


음모론 신봉자로서의 감이 번뜩인다.

괴한들은 뭔가를 꺼내 아이들과 번갈아 쳐다봤다.


“쟤랑 쟤.”


손짓에 따라 두 명의 친구가 끌려나가자 김도연은 반사적으로 가로막다 내쳐졌다.


“꺅!”


사정없이 내동댕이쳐진 김도연의 모습에 낭심을 가격하자는 계획은 온데간데없이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몸이 굳어졌다.

이수영과 윤소정.

김도연은 괴한들이 끌어내는 친구들을 확인하곤 머리를 굴렸다.


‘한 명은 전학생이고 한 명은 연예인 동생?’


전학생은 잘 모르겠고 윤소정은 대한민국최고미녀라는 톱스타 윤소희의 친동생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 위기를 어떻게든.

쾅-

문짝이 날아갔다.

응?

모두의 시선이 문짝이 날아가 뻥 뚫린 문으로 향했다.

어?

거기에는 조커Joker가 있었다.

알록달록하게 칠한 면상, 딱 조커다.


“뭐?”


애들 화장품이 위장크림보다 낫긴 하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좋진 않았다. 재입대한 기분이니까. 이 시대의 한국군이나 내 시대의 제국군이나 좆같은 건 비슷했다.

지오는 서비스로 동봉된 요술봉을 들었다.

짜라랑-

요술봉의 효과음과 LED가 반짝거린다.


“너 뭐야? 새꺄.”


말은 필요 없다.

현금영수증과 부가세 별도의 이름으로 너흴 용서하지 않겠다. 제일 눈치 없이 나서는 놈을 향해 19만 9900원 요술봉서비스 투척!


“억!”


코가 깨진 놈이 주저앉자 이어서 엉거주춤한 놈을 향해 19만 9900헥토파스칼 고자킥을 날렸다.

19만 9900원 권장소비자가 無할인 펀치!

19만 9900원 한국 가서 다시 사야 돼 좆됐어킥!

연이은 자본주의의 분노에 납치범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괴한을 몽땅 기절시킨 지오는 이택기를 기다렸다. 우르르 내린 기동타격대는 별장 내부로 진입하다 주춤했다.

조커 같은 내 위장크림은 낮에 봐도 무섭고 밤에 보면 더욱더 무섭다.


“오지.”

“쉿!”


이택기의 입을 막았다. 듣는 귀도 많은데 내 이름을 함부로 발설하려고 하다니 조심성이 없다. 아이들은 곧바로 경호원을 따라 이동했다.

이수영의 안위를 확인하고 돌아온 이택기는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역시 엄청난 분이었군요. 지오 씨.”


존중은 했지만 존경은 없었다면 이제는 감탄과 더불어 조심스러운 기색이 더 깊어졌다.


“보수로 200억을.”

“돈은 됐어.”

“네?”


지오의 거절에 상대의 놀람은 더 커졌다.


“내가 필요한 건 제트기 이용권이야.”

“비즈니스 제트 말씀입니까?”

“맞아.”

“이용권이라 함은... 비행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말씀하는 거고요?”

“굿.”


이륙에 필요한 복잡한 절차.

각 공항에 격납하고 유지보수하는 자격과 비용.

이걸 개인이 다 하려면 피똥 싼다. 내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는 건 대단한 특권이다. 주인공이든 성조든 그들이 보유한 비즈니스 제트기를 이용한다는 것은 곧 그쪽에서 신원을 보증한다는 뜻이다.

이건 아주 중요했다.

예를 들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요구하는 신용평가점수에도 영향을 끼치고 미국을 가려면 통과해야 하는 인터뷰에도 영향을 끼친다.

대영고등학교 수학여행 납치사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VS일본 양국 정부와 성조VS경일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모른다. 언론이 잠잠한 걸 보면 어떻게든 합의에 도달했으리라.

지오는 양손 무겁게 사카가와가家를 찾았다.

이택기는 수완을 발휘해 시크릿 쥬쥬를 구해왔다.


“와! 쥬쥬!”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키워봐야.


“고맙습니다! 해야지. 세린.”

“고맙습니다!”


역시 형수는 도리를 아는 현모賢母다.


“형이랑 다른 애들은?”

“곧 올 거야. 애들은 운동부.”

“운동부? 오사카에선 안 시켰잖아?”

“하고 싶다고 그러네.”

“친구를 빨리 사귀려면 운동이 좋긴 하지.”


사카가와 아리나와 사카가와 마모루는 도쿄로 전학한 후 운동부에 들어갔다. 사교의 일환일까. 빨리 친해지려면 부대끼는 것이 제일이긴 했다.

이택기가 바리바리 싸준 시크릿 쥬쥬 선물세트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형수는 무리했다고 타박했지만 눈은 웃고 있었다.


“한국엔 또 언제 가?”

“금요일?”

“모레네?”

“응. 마무리할 일이 있거든.”


우롱차를 한 모금 마셨다.


-결과를 확인할까요? J.

-굳이? 내게 위협이 된다면 모를까. 왜? 위협이 돼?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 나는 나. 안 만나는 게 좋은 거라고.

-이렇게까지 엮이는데도 말입니까?

-네가 말했잖아. G. 이벤트를 피할 수 없다면 취사선택하라고. 훌륭한 충고였어. 낄끼빠빠 잘해야지.


얼굴을 보는 건 이택기급에서 끝내는 것이 현명했다.

주인공이나 악당과 직접 만난다?


‘뭔 꼴을 당하려고.’


둘 다 정상은 아니다.

이택기는 부산에서 재회했다. 한결 편한 얼굴을 보니 잘 해결됐나 싶다. 궂은일을 도맡는 주인공의 뒤치다꺼리 담당이니 갈려 나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아! 직장인의 비애인가.


“부탁한 서륩니다.”

“오, 땡큐.”


성조의 신원보증을 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성조에 입사하면 된다. 성조맨, 남들은 못 돼서 안달인 간판이지만 내겐 있으면 편한 딱 그 정도 수준이다.


“미국에 있는 비행학교에서 교육을 이수하고 세스나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입교 시기는 마음에 드는 날짜로 정하면 됩니다.”

“땡큐땡큐.”

“정말 200억이 아쉽지 않습니까?”

“알면서 왜 그래? 그거 족쇄잖아. 존나 무거운 족쇄.”


강호 C&C에서 베스타 글로벌로 상호를 변경한 주인공의 수족은 또 몇 년 내로 성조에 흡수될 테고 이택기는 자연스럽게 그룹 비서실로 합류할 것이다.

성조든 VG든 그들이 내주는 거금에는 교묘한 함정이 있다. 기업의 지출에는 명확한 회계 기준과 절차가 있으니까. 200억 원을 어디에 왜 무슨 이유로 지급하는지 명시해야 했다.

그냥 좆대로 지급하는 건 횡령이나 다를 바 없다.

200억 원을 준다고 덥석 받았다간 좆된다. 아니, 지금은 좆되지 않아도 상대방이 날 좆되게 만들고 싶다면 좆될 수 있었다. 법은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다.

주인공의 개인재산으로 내 보수가 지급되면 여러 사람이 날 수상히 여기고 주목할 것이다. 그 안에는 주인공과 대립할 악당놈들도 있겠지.


‘으, 소름!’


생각만도 끔찍했다.


“응?”


서류에 적힌 연봉은 무려 4700만 원, 신입사원치고는 대우가 좋다. 성조그룹의 평균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건 차치하고 낙하산 주제 더 바라면 개새끼다. 같은 성조맨도 연봉은 계열사마다 차이가 있다.

의아한 건 내 이름을 올린 계열사의 상호商號다.


PnC 엔터테인먼트


이거 윤소희 소속사잖아? 언제부터 성조 계열사가 됐지?


-G?

-죽음을 피한 윤소희는 동생 친구들에게 관심이 많았고 윤소정은 이수영을 언니에게 소개했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이수영의 꿈이 바뀌었죠. 동생의 꿈을 응원하는 오빠는...

-물러. 물러터진 주인공놈! 동생이라고 간도 쓸개도 다 빼주지 말라고! 애새끼는 강하게 키워야 해.

-사용자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왓?

-쥬쥬?

-...

-...


간은 빼준 적 없다.


‘쓸개는 몰라도...’


솔직히 귀엽지 않은가.


“어디? PnC? 거기는 갑자기 왜?”

“취직했어.”

“PnC에?”

“응.”

“너도 참... 도깨비구나.”


일주일 만에 만난 강선아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이름만 올렸어. 이름만.”

“근데 월급을 줘?”

“성조에 아는 사람이 있거든. PnC도 얼마 전에 성조 밑으로 들어갔잖아.”

“그러고 보니까 대영학원 기숙사 경비도 했다고 하지 않았어? 거기도 지금은 성조지?”

“맞아.”

“너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거 있니?”


고아 고졸 군필의 대한민국 백수가 일본의 떠오르는 영웅과 친분이 있고 재계 1, 2위를 다투는 성조에 아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본인은 언어의 천재? 이걸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내가 많이 잘났어.”

“재수 없다. 너.”

“왜? 애인이 잘나서 싫어?”

“그건 아니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지?”

“싸움도 잘해.”

“또?”

“나이에 비해 재산도 좀 있고. 누나한텐 우습겠지만.”


스물일곱 지오의 현재 자산은 대략 1억 800만 원이다. 브라이스의 차명계좌는 제외하고 성조에서 줄 월급은 다음 달부터니 뺐다.


“또?”

“없어.”

“소희한테 관심 있어?”

“응?”


아, 결국은 그건가.


“위에서 알아서 꽂은 거야.”

“근데 하필 저번에 만난 소희다?”


여기서 말 잘해야 한다.


“당장 옮길게.”

“그래도 돼?”

“응. 관두는 건 내 맘이니까.”

“하지 마.”


지오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말을 바꿨지만 여기서 안심하는 건 연애하수다.


“아니, 내가 불편해서 옮겨야겠어.”

“그러지 말라니까.”


속지 말고 끝까지 관철하자.

이택기에게 낙하장소를 바꿔 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바꿔 달라고 부탁했으니 조만간 바뀔 거야.”


강선아는 내 고집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입꼬리는 통제를 벗어났다.


‘휴우.’


함정수사에 걸리지 않았다.

저녁에 비즈니스 미팅이 있다는 강선아를 배웅했다. 당분간 그녀의 기분은 좋을 예정이다. 어른 여자라고 질투가 없는 건 아니다.

부산에 내려와 이유나의 일본유학도 마무리 지었다. 답사를 위해 그녀의 엄마가 동행할 계획. 이번에도 성조의 도움을 받았다. 확실히 이 나라에서 재벌은 프리패스다.


-위험해. 위험해.

-?

-편리함에 물드는 순간 수렁에 빠진 거야.


난 성조를 이용하고, 성조는 날 이용하고. 언뜻 균형이 맞는 것 같지만 개인은 집단을 이기기 힘들다.


‘편리함에 너무 기대지 말자.’


그렇게 따지면 G가 더 사긴데 말이다. 모순이다.

집으로 돌아와 원룸을 청소하던 중 브라이스의 전화를 받았다.


“요. 브로.”

“와이?”

“맡길 일이 있어.”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에이, 왜 이래!”

“일단 들어보고.”

“요약본을 태블릿으로 보냈어.”


지오는 태블릿을 들었다.

박재우, 31세. 한국대표미남, 직업은 배우다.


‘특이사항은... 네 건의 자살?’


본인이 출연한 네 작품에서 각각 한 명씩 자살했다.


“자살이 네 건?”

“우리가 파악하기론 대략 2년을 주기로 한 명씩 자살했어.”

“더 있을 수 있다는 말툰데?”

“정황은 그런데... 증거는 없어.”

“경찰은?”

“경찰은 네 건 다 자살로 결론 내렸지.”

“그럼 끝이잖아?”

“의뢰비가 많이 세. 네게 제안할 선금만 3억이야.”


선금이 3억 원이면 총 6억 원이다. 물론 브라이스는 수수료로 더 높은 의뢰비를 챙겼다.


“연예인을 조사하는데 3억? 클라이언트가 누구야?”

“그건 비밀.”

“흠. 정황증거만 있다고?”

“이상하잖아. 안 그래? 처음에는 데리고 놀다 비관 자살했나 싶었어. 영화판이나 방송계통에선 흔한 일이지. 그런데 그녀들을 알아갈수록 누구도 자살 징조를 보이지 않았어. 웬만한 용기론 자살은 힘들어. 또 단번에 성공하는 일도 없고.”


성공할 확률이 제일 높은 자살방법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넷 다 손목을 그었다. 그것도 단 한 번에 말이다.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사이드 퀘스트? 정확히는 히로인 후보1이 떠올랐다.


‘한채원.’


현 집권 여당 최고의원으로 3년 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한중겸의 외동딸이자 대한민국 경찰이다.


“할래?”

“안 함.”

“3억인데?”

“30억을 줘도 안 해.”

“쯧! 마음 바뀌면 연락해.”


미쳤다고 경찰을 끼고 일할까.

브라이스는 이번 사건으로 말미암아 크게 낭패를 당할 것이고 주인공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덕분에 히로인 후보1 한채원과 주인공의 첫 만남이 성립된다.


-J. 박재우를 주요감시명단에 올릴 것을 요청합니다.

-왜?

-박재우는 현재 강선아와 비즈니스 미팅 중입니다.

-왓?


시발 좆같은 스토리! 그냥 속세와 인연을 끊어야 하나.


-네임 박재우 추적.

-스캔 중... 완료! 풀 스크린!


망막디스플레이에 떠오른 정보는 아니나 다를까.


‘선율살인마.’


아이러니하게도 이름은 오늘 처음 듣는다.

왜냐면 한국대표미남이고 나발이고 선율살인마는 히로인 후보1과 주인공의 첫 만남을 위한 제물이었다. 원래는 죽었어야 할 윤소희와 다를 바 없는 엑스트라다.


‘박재우.’


사람을 홀려 조종하는 최면의 달인, 자살한 네 명의 여배우는 최면에 당했을 것이다.


-네임 한채원 추적.

-스캔 중... 완료! 히로인 후보1 한채원은 현재 선율살인마 박재우를 감시 중입니다!


Good! 이러면 내가 신경 쓸 필요가 없.


-경고! 선율살인마의 다음 목표는 강선아일 확률 높음!


어이, 농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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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지오 디 오리진 -25화- +11 21.02.27 6,317 204 17쪽
24 지오 디 오리진 -24화- +11 21.02.27 6,529 201 21쪽
23 지오 디 오리진 -23화- +16 21.02.03 7,112 242 21쪽
22 지오 디 오리진 -22화- +5 21.02.03 6,822 208 22쪽
21 지오 디 오리진 -21화- +9 21.02.03 6,866 210 17쪽
20 지오 디 오리진 -20화- +27 21.01.20 8,190 230 30쪽
19 지오 디 오리진 -19화- +32 21.01.14 8,190 250 38쪽
18 지오 디 오리진 -18화- +16 21.01.07 8,063 232 17쪽
» 지오 디 오리진 -17화- +18 21.01.03 8,292 236 21쪽
16 지오 디 오리진 -16화- +19 21.01.01 8,115 231 19쪽
15 지오 디 오리진 -15화- +15 20.12.30 8,190 245 20쪽
14 지오 디 오리진 -14화- +13 20.12.29 8,266 253 12쪽
13 지오 디 오리진 -13화- +22 20.12.27 8,603 247 20쪽
12 지오 디 오리진 -12화- +20 20.12.25 8,546 260 13쪽
11 지오 디 오리진 -11화- +18 20.12.25 8,551 252 11쪽
10 지오 디 오리진 -10화- +23 20.12.24 8,956 246 13쪽
9 지오 디 오리진 -9화- +13 20.12.23 9,170 239 14쪽
8 지오 디 오리진 -8화- +16 20.12.22 9,997 264 20쪽
7 지오 디 오리진 -7화- +19 20.12.21 10,813 248 25쪽
6 지오 디 오리진 -6화- +17 20.12.20 10,933 268 12쪽
5 지오 디 오리진 -5화- +10 20.12.20 11,560 267 13쪽
4 지오 디 오리진 -4화- +17 20.12.19 13,458 316 12쪽
3 지오 디 오리진 -3화- +49 20.12.18 18,735 355 36쪽
2 지오 디 오리진 -2화- +19 20.12.18 20,547 362 18쪽
1 지오 디 오리진 -1화- +41 20.12.18 33,706 419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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