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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가 케익 먹는 햄버거가 되는 그 날까지~!

운명을 던져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백수77
작품등록일 :
2013.09.18 02:21
최근연재일 :
2015.04.0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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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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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노랑머리 청소부 04

DUMMY

‘젠장…… 이혜리 씨와 오붓하게 데이트 하는 날에 이게 무슨 일이야?’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슈퍼맨마냥 순식간에 건물 위로 올라 이혜리를 노리는 녀석이나 골목에 숨어서 자신을 지켜보는 두 개의 시선이나, 좋은 의도를 가지고 찾아온 녀석들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어떡하지?’

잠시 고민을 하던 나백현은 잠시 사람이 많고 안전한 곳에 있는 것이 좋겠다 여겼다. 해서 그는 괜찮다고 말하는 이혜리를 끌고 패밀리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왜 그러세요? 저 진짜 괜찮다니까요.”

이혜리의 말에 나백현은 종업원이 가져다 준 물 한잔을 마시며 말했다.

“이혜리 씨.”

“예.”

“방금 화분이 떨어진 것은 단순한 사고가 아닙니다.”

“사고가 아니면요?”

“위에서 누군가 일부러…… 이혜리 씨를 노리고 떨어트린 것입니다.”

“정말이요? 어떻게 아세요?”

“방금 화분이 떨어졌을 때, 누군가 위에 있는 것을 봤습니다.”

“단순한 사고일 수도 있지 않나요?’

“아닐걸요. 그 사람의 표정을 보니 마치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는 표정이었어요.”

“그럼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하셨군요.”

“아니요. 어두워서 자세히는 보지 못했어요. 단지…… 눈빛이……”

나백현의 대답은 모순 덩어리였다. 하지만 확신에 찬 그의 목소리 때문인지 몰라도 모든 것이 사실 같았다. 그렇기에 이혜리는 아무런 반문도 없이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그름 지금도 이 건물 위에 있겠군요. 지금 경찰에 연결해서 잡을게요.”

그러며 이혜리가 전화번호를 누르려 하자, 나백현은 맞은편 좌측 골목을 보며 말했다.

“아니요. 지금 그는 건물에서 나왔어요. 그리고 좌측 골목에 숨어서 이곳을 감시하고 있어요.”

“네?”

“그리고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에요. 지금 우측 골목에도 두 사람이 더 있어요.”

그의 말에 이혜리는 고개를 돌리며 유리를 통해 좌측 골목과 우측 골목을 살폈다. 하지만 그곳에는 어두운 그림자 외에는 그 어떠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확실한가요?”

“예. 확실해요.”

“어떻게 아시는 것이죠?”

“그게…… 눈썰미가 좋아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실이 보인다느니 신기(神氣)가 있다느니 하는 말을 할 수 없는 나백현은 자신감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에 이혜리는 오히려 장난을 치는 줄 알고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물었다.

“군대를 어디 다녀오셨나요?”

“육군이요.”

“UDT같은 특수부대가 아니고요?”

“아니요.”

“정말로 눈썰미가 좋으신가 보네요.”

나백현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하긴, 그 짧은 시간에 숨어서 감시하고 있는 자들의 존재를 쉽게 간파하는 것을 봤으니 영화에 나오는 특수요원으로 착각할만했다.

이혜리가 다시 물었다.

“그럼 셋 다 모두 저를 노리고 온 것이란 뜻인가요?”

“글쎄요. 어쩌면 아닐지도 몰라요.”

“왜요?”

“그게…… 우측 골목의 두 사람은 아까 저를 쫓아오는듯했거든요.”

솔직히 말할 수 없는 그로서는 이야기를 지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속으로 난처해질 수 있는 질문을 더 이상 해주지 않기를 바랬다.

바로 그때, 전화가 울렸다.

‘음? 뭐지?’

모르는 번호가 뜨자, 나백현은 사기 전화겠거니 생각하고 바로 끊었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울리자, 혹시 아는 사람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나백현 씨.]

“예. 맞는데요.”

[전 한석이라고 하는데, 기억나십니까?]

이에 나백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 싸가지를 당연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일로 전화한 것이면 이만 끊겠습니다.”

[아, 아니. 잠시만요. 그게 아니라 저번에 만났던 이동현을 기억하십니까? 그 친구가……]

“그 사람 일로 전화하는 건가요? 전 지금 바쁩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일로 전화하지 마세요.”

나백현은 한석이란 자가 ‘이동현이란 친구가 회사에서 당신 때문에 해고당했다’며 하소연을 하거나 욕을 하려는 줄 알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안 그래도 이상한 놈들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어서 정신 사나운데, 쓸데없는 일로 골치 아파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또 다시 전화가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는 전화번호였다. 바로 박희선의 전화였던 것이다.

나백현은 이혜리 앞에서 여자의 전화를 받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그냥 끊으려 했다. 그러나 전화에서 흘러나온 아주 얇은 실이 자신에게 매달리는 것을 보고 급한 일이라 여기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저씨.]

“나 아저씨 아니라니까요.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지금 한석 씨랑 같이 있어요.]

“그 자식이 전화하라고 한 거에요?”

[예. 그런데 전화 끊지 마세요.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아저씨 목숨과 연관된 일이라고요.]

전화를 끊으려던 나백현은 ‘목숨’이라는 말에 그럴 수 없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한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지금 제 목숨과 연관된 일이라고 했는데, 무슨 뜻이죠?”

나백현이 굳은 표정으로 전화를 받는 것을 들은 이혜리는 전화를 내려놓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한석이 말했다.

[자세한 일은 지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어디 계신지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야기 먼저 들어야겠습니다. 목숨과 연관된 일이라는 것이 무슨 뜻이죠?”

[그게…… 아직 사실이라고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멕시코 카르텔인 엘 차뽀 (El Chapo)에서 보복을 하기 위해 사람을 보냈을 수 있습니다.]

“지금…… 카르텔에서 사람을 보냈다고요?”

나백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자, 한석이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이라 할지라도 걱정 마십시오. 제가 아는 분께서 계십니다. 그분이라면 나백현씨를 아주 안전하게 보호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석의 마지막 말은 나백현의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에 가만히 듣고 있던 이혜리가 물었다.

“지금 누구와 통화하신 건가요?”

“한석이라는 자입니다.”

“어떻게 아는 사람이죠?”

“그냥 우연히 알게 된 딜러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카르텔에서 사람을 보냈을까요?”

이혜리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백현 씨가 이덕수를 잡는데 큰 역할을 했잖아요.”

“하지만 동업자 때문에 놈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사람을 보낸다는 것이 말이 안되잖아요.”

“이것은 제 생각이지만, 놈들은 단순히 인신매매 때문에 이덕수란 자와 거래한 것은 아닐 거에요. 아시겠지만, 한국은 아직 어느 누구도 손을 데지 못한 시장이에요. 그러니 이곳에 가장 먼저 자리를 잡는 카르텔은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겠죠.”

“그럼 지금 우리의 뒤를 밟고 있는 자들이 그들일 가능성이 크겠군요.”

“아마도요.”

즉, 엘 차뽀 라는 카르텔이 한국에 마약장사를 준비하는데 나백현이 소금을 뿌렸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지금 골목의 어둠에 숨어 그를 노리고 있는 두 개의 시선이 바로, 카르텔에서 보낸 자들일 확률이 높았다.

해서 나백현이 속으로 욕을 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에서 한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백현 씨. 나백현 씨. 지금 어디에 누구와 있나요?]

“아실 필요 없어요. 그리고 나는 지금 검사님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그럼 끊습니다.”

전화를 끊은 나백현은 한석이 말한 ‘안전을 책임져 줄 분’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이유 없는 호의란 없는 법. 누군가 호의를 베푼다면 거기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르기 나름이다. 그리고 빚지고 남에게 끌려 다니기 싫은 그는 전화를 끊어버린 것이었다. 물론, 눈 앞에 대한민국 검사가 있다는 것도 크게 작용했지만……

나백현이 이혜리에게 물었다.

“저기…… 혜리 씨. 그런데 저 놈들을 잡을 수는 있겠지요?”

“제가 이래봬도 검사에요. 당연히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싸워야지요.”

싱긋 웃은 이혜리는 곧바로 수사관에게 전화를 했다.


* * *


이동현의 고모부인 최재원 전직국회의원을 찾아가 자신이 아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은 한석은 당장 나백현을 찾아 데려오라는 명령을 받았다. 물론, 전직 국회의원이었던 최재원이 직접 나서서 알아보는 것이 더 빠를 터였다.

하지만 지금 온 정계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잘못 움직였다가는 마지막 카드가 될 수 있는 나백현을 빼앗기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었다. 해서 최재원은 한석에게 부탁을 한 것이고, 그는 빠른 시일 내에 나백현을 데려오겠다고 호언장담을 하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박희선이 일하는 편의점으로 향하였다.

“희선 씨.”

한석이 인사를 하자, 박희선은 가볍게 눈인사만 하고는 계속해서 계산을 했다. 이에 그는 카운터로 다가가 손님들이 모두 나가기를 기다리다 물었다.

“희선 씨. 혹시 나백현이라는 친구 집주소나 전화번호 아세요?”

“왜요?”

“아주 급한 일이라 그 사람을 찾아야만 합니다. 혹시 아세요?”

“몰라요.”

“희선 씨. 지금 농담하는 것 아닙니다. 이것은 정말로 생사가 달린 일이라고요.”

하지만 박희선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물건을 정리할 뿐, 조금의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하기야 지금까지 편의점에 들락거리며 만나달라고 귀찮게 하던 그가 와서 하는 말이니, 무슨 말인들 믿어지겠는가?

“그 사람 어디로 이사 갔는지 몰라요.”

“그래도 전화번호는 알 것 아닙니까? 희선 씨가 모르더라도 이곳 사장이라면 알 텐데요.”

“알고 있어요. 자, 여기……”

박희선은 한석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나백현의 전화번호를 적어줬다. 이에 그는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백현 씨. 전 한석이라고 하는데, 기억나십니까?”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나백현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쓸데없는 일로 전화한 것이면 이만 끊겠습니다.]

“아, 아니. 잠시만요. 그게 아니라 저번에 만났던 이동현을 기억하십니까? 그 친구가……”

뚜- 뚜- 뚜-

전화가 끊어지자, 한석은 다시 전화하려다 잠시 머뭇거렸다. 다시 걸어봐야 자신의 말은 듣지도 않고 그냥 끊어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해서 그는 박희선에게 부탁을 했다.

“희선 씨. 제발 나백현 씨에게 전화를 해서 제 말좀 들어달라고 해주실래요?”

“제가 왜 그래야 하죠?”

“그게 사실은……”

한석은 하는 수 없이, 이동현이나 최재원 전직국회의원에 관한 것만 빼고서 자신이 왜 나백현을 찾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박희선의 표정은 오히려 더욱 가관이라는 듯이 변했다.

“지금 그 말을 믿으라고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그래요. 멕시코의 카르텔에서 영화에서 본 것처럼 킬러를 보냈다고 해요. 그럼 경찰에 신고를 해야지, 왜 직접 전화를 하려는 건데요?”

“이것은 경찰에게 신고를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찰이 세계적인 마약범죄조직을 상대해본 경험이 있다고 보십니까? 함부로 총도 쏠 수 없는 한국 경찰이 사람을 잡아서 토막 내고 총과 폭탄으로 무장한 카르텔을 상대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한국에 미국처럼 증인보호 프로그램이 제대로 돼있다고 보십니까? 지금으로서는 한국경찰이 나백현 씨를 보호해줄 수 없습니다.”

“경찰이 보호할 수 없다 쳐요. 그럼 한석 씨가 보호해줄 수 있나요?”

“당연히 저는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분이라면 나백현 씨를 안전하게 보호해줄 수 있습니다.”

자신감이 가득 찬 한석의 대답에 박희선의 눈이 무섭게 빛났다. 한국 경찰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은 엄청난 재력을 가진 재벌이거나 아니면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일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그 정도의 파워를 가진 인물이라면 지금 교도소에 있는 오빠를 풀어내는 일은 쉬운 일이리라.

박희선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

“만약…… 제가 한석 씨를 도와주면 한석 씨는 제게 뭘 해줄 수 있는데요?”

“네?”

“설마 이 세상에 공짜가 있다고 생각하신 것은 아니시죠?”

한석이 당황과 실망이 교차한 얼굴로 물었다.

“무엇을 원하시는 건가요? 혹시 돈……?”

“돈 따위는 필요 없어요.”

“그럼요?”

“제 오빠가 상습폭행으로 지금 교도소에 있어요. 최고 2년있다가 나와야 하거든요.”

“……”

“오빠를 풀어주는데 힘써주세요. 그럼 도와줄게요.”

한석은 잠시 망설였다. 겨우 전화번호를 알아내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리 나쁜 거래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나백현의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최재원에게 데려가고 그에게 협력하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보다 박희선처럼 친분이 있는 사람이 나서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희선 씨가 나백현 씨를 설득해서 그분의 도움을 받고 작은 도움을 주도록 설득해준다면, 희선 씨 오빠를 풀어주는데 힘을 쓴다고 약속 드리죠. 어쩌면 금전적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알았어요.”

박희선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

[나 아저씨 아니라니까요.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나백현이 발끈하자, 박희선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지금 한석 씨랑 같이 있어요.”

[그 자식이 전화하라고 한 거에요?]

“예. 그런데 전화 끊지 마세요.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아저씨 목숨과 연관된 일이라고요.”

순간, 정적이 흘렀다. 아마도 목숨과 연관된 일이라는 말에 매우 놀란듯싶었다. 해서 기회는 이때다 싶어 전화를 한석에게 넘겨줬다.

“안녕하세요.”

[지금 제 목숨과 연관된 일이라고 했는데, 무슨 뜻이죠?]

“자세한 일은 지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어디 계신지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야기 먼저 들어야겠습니다. 목숨과 연관된 일이라는 것이 무슨 뜻이죠?]

“그게…… 아직 사실이라고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멕시코 카르텔인 엘 차뽀 (El Chapo)에서 보복을 하기 위해 사람을 보냈을 수 있습니다.”

[지금…… 카르텔에서 사람을 보냈다고요?]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이라 할지라도 걱정 마십시오. 제가 아는 분께서 계십니다. 그분이라면 나백현씨를 아주 안전하게 보호해줄 수 있습니다.”

나백현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수화기 너머에서는 나백현이 어느 여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들 대화 중 ‘뒤를 밟고 있는 자들’이라는 말이 귀에 꽂혔다.

“나백현 씨. 나백현 씨. 지금 어디에 누구와 있나요?”

[아실 필요 없어요. 그리고 나는 지금 검사님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그럼 끊습니다.]

뚜- 뚜- 뚜-

또 다시 전화가 끊어졌다. 하지만 지금 한석은 그딴 일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벌써, 카르텔에서 보낸 킬러들이 그의 주변에 맴돌고 있다는 말은 최재원이 지금의 상황을 역전시킬 비장의 한 수가 영영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한석은 편의점 한쪽 구석으로 자리를 옮겨 전화를 걸었다.

“의원님. 접니다. 지금 일이 급하게 됐습니다.”

[무슨 일인데?]

“카르텔에서 보낸 사람들이 벌써 나백현이란 사람 주위에 있나 봅니다.”

[확실한가?]

“좀 전에 통화를 했는데, 수상한 자들이 뒤를 쫓는다는 대화를 하였습니다.”

[대화를 했다니 무슨 말인가?]

“지금 검사와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곧 경찰에 다 잡힐 듯 합니다.”

쾅!

수화기 너머에서 탁상을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놈들이 그냥 잡히면 나백현인가 나백순가 하는 놈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일이 없어지잖아.]

“예, 그럴 가능성도……”

[당장 방해를 해야 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전화만 짧게 통화를 했지, 지금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말을 해주지 않아서……”

순간, 최재원 의원이 화를 참지 못하고 숨을 거칠게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생각한 것과 달리 소리를 버럭 지르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낮은 톤으로 더욱 침착하게 말하는듯했다.

[방금 검사하고 있다고 했었나?]

“예.”

[그럼 그 검사도 지금 카르텔에서 나백현을 처리하려고 사람을 보낸 사실을 알고 있겠군.]

“예.”

[그렇다면 지금 강력계 형사들이 그들이 있는 근처로 이동하고 있을 거야. 알았네. 그 일은 내가 처리하지. 자넨 이만 들어가 봐.]

즉, 더 이상 쓸모 없으니 그만 사라지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한석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전화기를 놓지 않았다.

“저, 의원님. 그가 있는 장소를 아시면 저에게 말씀해주십시오.”

[왜?]

“아무리 카르텔에서 보낸 자들이 잡히지 않도록 한다 하여도, 나백현이란 자가 의원님에게 의탁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의탁하려 한다 해도 돕는다는 보장도 없고요. 그가 G&W의 최 전무와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시면 안됩니다.”

[그래서?]

“그러니 그를 설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를 아주 잘 아는 사람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를 설득할 사람이 있다는 말인가?]

“예. 지금 저와 함께 있습니다.”

최재원 의원은 잠시 무언가 고민을 하는듯하더니, 이내 허락했다.

[알았네. 곧 내 비서에게서 전화가 갈 것이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한석은 전화기를 붙들고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 편의점 카운터에 있던 박희선은 그러한 광경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유리를 통해 지켜봤다.


* * *


‘단순한 우연일까?’

골목에 숨어서 여검사가 다시 나오기를 기다리던 클락은 좀 전의 상황을 되새겨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해서 실패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건물 위로 올라간 것은 저들이 레스토랑 안에 있을 때니까 당연히 보지 못했어. 그리고 밖에 나오면서도 고개를 위로 들거나 하지 않았어. 그런데 저 남자는 어떻게 화분이 떨어지는 것을 알고 검사를 피하게 한 것이지?’

단순한 사고처럼 위장한 그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는 단 몇 차례밖에 없었다. 그리고 모두 하나같이, 언제나 적의 공격을 경계하느라 신경이 곤두서있는 특수부대 베테랑이거나 아니면 범죄조직 인물들이었다.

‘그럼 저 남자도 군인일까?’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남자들이 군대를 간다는 사실은 그도 익히 들었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온 것과 전쟁터에서 실전을 경험한 베테랑은 다르다. 그리고 한국군인 중 전쟁을 몸소 경험한 베테랑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아니면 외국에서 용병으로 일했던 자일지도……’

상대가 어찌 되었건 자신이 마음만 먹어서 죽이지 못하는 자는 없었다. 다만,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특히나 한 나라의 검사를 처리하는 일이니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해서 그는 여검사가 다시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기회를 봐서 사고를 가장해 처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이 길은 왜 저렇게 험상궂게 생긴 남자들이 많은 거지?’

짙은 색에 구질구질한 잠바를 입은 남자들이 주변에 눈에 띄게 많이 보였다.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그로서는 이것이 일상적인 모습이라고 여기고 넘어갈 뿐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큰 길 양측에서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뭐, 뭐야?’

클락이 당황하기도 전에 갑자기 나타난 경찰들과 길거리를 서성이던 잠바를 입은 자들이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자신을 잡으려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반사적으로 양 발에 힘을 주고 땅을 박찼다. 그러자 그의 신체는 마치 미사일이 된 듯 위로 쑥 솟구치더니 18미터 높이의 4층 건물 옥상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옥상으로 몸을 피한 클락은 난간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아래를 살폈다. 그리고 경찰과 사복경찰들이 자신이 있던 자리를 살피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있던 장소를 정확히 짚어내고 나를 찾으러 왔단 말인가? 하지만 어떻게……?’

마치 누군가의 농간에 놀아난 것같이 보이는 상황에 클락은 좀 더 상황을 주시했다. 그리고 경찰들이 자신 말고도 다른 두 사람을 더 추적하는 것을 확인했다.

‘라틴계인가?’

하지만 단순히 라틴계인물이 아니었다. 경찰들의 추적을 뿌리치며 도망치는 것을 보니, 길거리에서 제법 험한 일을 해본 자들이었다. 마치, 빤디샤(pandilla: gang)의 킬러들같이……

‘저놈들 때문에 내 일이 틀어진 것인가?’

그럴 수 있었다. 어쩌면 저놈들 때문에 여검사와 함께 있는 남자가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고, 그 덕에 클락의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일 수 있다. 덤으로 지금 경찰에게 쫓기기까지 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는 저 놈들이 정확히 누구 왜 노리고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더불어 자신의 일을 방해한 빚까지 톡톡히 받아내야 할 테지만……

‘음?’

지금 경찰의 손에서 거의 빠져나간 두 라틴계인물을 잡기 위해 뒤를 쫓으려던 클락은 순간 싸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해서 그는 본능적으로 한말 물러서며 뒤돌아봤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자신을 위협할만한 요소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여검사와 함께 동행하던 남자가 패밀리레스토랑 입구 앞에 나와 옥상에 있는 자신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뭐지? 지금 저놈이 날 보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내 몸이 저놈의 눈빛에 반응을 한 것이고?’

클락은 이런 경험을 몇 차례 해봤다. 그리고 거기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이런…… 능력자인가보군. 아무래도 아까 그 일은 단순한 우연이나 저 빤디샤 놈들 때문만은 아니었나 보군. 이거…… 더더욱 궁금해지는데. 놈의 능력이 무엇이며, 무엇 때문에 라틴계 빤디샤(pandilla)가 뒤를 쫓고 있는지 말이야.’

노랑머리 청소부 클락은 재미난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저 멀리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검은머리의 남자에게 윙크를 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작가의말

12월 말까지 바빠서 ‘거의 연중’들어갑니다.

‘거의 연중’이란 글이 올라올 수 있고 안 올라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기둘리지 말라고염.

정말 바빠염. ㅜㅅㅜ

아시잖아염. 원래 백수는 연말되면 바쁘다는 사실을....


넘 바쁘니까 신경이 다른 곳에 가있고,

신경이 다른 곳에 가있으니 내 글에 몰입할 수 없고,

글에 몰입할 수 없으니 신이 나질 않고,

신이 나질 않으니 글도 써지지 않네여.

그래서 이번 편은 넘 힘들게 썼답니당.


그러니 이해해주세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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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보이지 않는 전쟁 05 +8 14.03.07 9,451 314 13쪽
40 보이지 않는 전쟁 04 +20 14.03.02 9,881 328 13쪽
39 보이지 않는 전쟁 03 +14 14.02.22 10,495 334 13쪽
38 보이지 않는 전쟁 02 +15 14.02.16 11,836 379 18쪽
37 보이지 않는 전쟁 01 +10 14.02.09 12,633 386 16쪽
36 함정 07 +14 14.01.20 10,888 387 11쪽
35 함정 06 +4 14.01.20 11,719 362 14쪽
34 함정 05 +12 14.01.17 10,620 360 12쪽
33 함정 04 +8 14.01.17 10,559 284 12쪽
32 함정 03 +14 14.01.15 12,770 414 13쪽
31 함정 02 +13 14.01.09 11,324 340 9쪽
30 함정 01 +11 14.01.06 13,266 460 15쪽
29 노랑머리 청소부 08 +13 13.12.29 12,195 400 15쪽
28 노랑머리 청소부 07 +4 13.12.29 10,943 342 14쪽
27 노랑머리 청소부 06 +7 13.12.29 12,225 336 16쪽
26 노랑머리 청소부 05 +9 13.12.05 13,201 425 19쪽
» 노랑머리 청소부 04 +10 13.11.24 16,400 558 22쪽
24 노랑머리 청소부 03 +31 13.11.17 13,753 423 11쪽
23 노랑머리 청소부 02 +15 13.11.14 14,777 419 16쪽
22 노랑머리 청소부 01 +8 13.11.10 16,224 451 14쪽
21 투기전쟁 07 +28 13.11.04 17,487 554 12쪽
20 투기전쟁 06 +7 13.11.04 15,807 499 15쪽
19 투기전쟁 05 +20 13.11.01 17,667 614 12쪽
18 투기전쟁 04 +17 13.10.27 16,651 512 13쪽
17 투기전쟁 03 +12 13.10.24 18,734 496 18쪽
16 투기전쟁 02 +22 13.10.21 19,918 540 15쪽
15 투기전쟁 01 +9 13.10.20 16,879 459 12쪽
14 천운을 훔쳐라 07 +18 13.10.17 17,098 483 15쪽
13 천운을 훔쳐라 06 +12 13.10.14 16,268 497 15쪽
12 천운을 훔쳐라 05 +7 13.10.14 17,333 47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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