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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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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19.10.28 19:34
최근연재일 :
2021.03.0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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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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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또 하나의 복수의 끝 #3

DUMMY

자신이 옳다는 것을 아는 것과 상대를 설득하는 것은 연장되는 것이라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그 둘은 완전히 별개의 것이며 자신이 옳다는 걸 알고 있는다 한들 상대가 그걸 알지 못하면 설득하는데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포이부스에게 있어서 당초의 목적은 그저 이그니의 봉인을 찾아내 회수하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던전 깊숙한 곳까지 온 현재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친족의 후손을 찾아냈고 그들이 생각보다 숫자가 많으며 던전 내에서 고유한 문명과 문화를 쌓아올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너 누구다?"



포이부스 일행을 둘러싼 전사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온 백발이 성성한 근육질의 노인들 중 하나가 포이부스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포이부스는 그가 온 방향이 봉인에 가장 가까운 신전 쪽이라는 걸 짐작하고 그가 현재 족장 혹은 주술사일 거라고 생각했다.



"너희는 뜨거운 주먹의 자손들인가?"



질문에 질문으로 되받아친 것에 몇몇 불꽃 부족 전사들이 불쾌한듯 창을 잡은 손에 힘을 줬지만 포이부스도, 노인들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노인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더니 포이부스에게 말했다.



"자손? 자식을 말한다? 우리 뜨거운 주먹 족장 자식들 맞다. 혹시 너, 밖에 가서 안 돌아온 어른들의 자식인가? 첫번째 족장의 아버지고 주술사인 웃는 팔뚝의 자식, 자손인가?"



노인들은 그나마 젊은 애들에 비해 어휘력이 괜찮은 편이었고 처음듣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금세 파악하고 자신들의 말에 적용시킬 줄 알았다.

부족 원로들은 포이부스의 생김새가 자신들과 닮았고, 외부에서 왔음에도 부족이 던전 내에 자리잡게 한 첫번째 족장 뜨거운 주먹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을 통해 포이부스가 부족이 둘로 갈라진 대숙청의 날에 던전대피소의 문이 닫히기 전 밖에서 적들과 싸우다 사라진 웃는 팔뚝의 후손이 아닌가 생각했다.


포이부스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여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몰라 고민했다.

웃는 팔뚝의 자손이라고 대답하면 아마 그들은 포이부스가 자신들을 찾아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납득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며 앞으로 포이부스가 할 일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아니라고 답한다면 웃는 팔뚝의 자손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친근감을 얻을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그들은 포이부스가 어떻게 부족 역사에 남은 이들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 의심하며 경계할 게 분명했다.

포이부스는 잠깐 두 대답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리고 원로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는 웃는 팔뚝의 자손이 아니다. 나는 웃는 팔뚝의 여동생의 아들, 웃는 팔뚝의 조카, 뜨거운 주먹의 사촌 형, 하늘의 빠른 불 이그니의 계시를 받은 자, 떠도는 어두움이다."


"너 무슨 말 한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다? 떠도는 어두움은 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해준 이야기에서나 나오는 주술사다! 사람은 그렇게 오래 살 수 없다!"


"가짜 말! 거짓말이다!"



주변에 포위진을 형성한 젊은이들은 떠도는 어두움이라는 이름 자체를 모르는지 어리둥절했지만 나이가 제법 있는 노인들은 포이부스의 말에 크게 화를 내면서 외쳤다.

그들 말대로 평범한 인간은 그렇게 오랫동안 살 수 없었다.

그들 기준으로 포이부스는 이미 2천년 전의 전설과 신화 속에서나 나올 옛날 사람일 뿐이었다.


포이부스는 꽤나 귀찮은 일이 될 것 같다는 걸 느끼며 팔라딘들에게 입구를 확보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팔라딘들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양반다리를 하고 있는 포이부스를 내버려둔 채 마을 입구 쪽으로 가는 길을 확보하기 위해 야만 전사들을 밀쳐냈다.


무기는 사용되지 않았으나 마법이 걸린 전신갑옷을 입은 팔라딘 12명을 야만전사들이 힘으로 막기에는 부족했고 그들은 팔라딘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팔라딘들은 칼날로 그들을 썰어버리는 대신 그냥 주먹과 발길질로 야만전사들을 몰아냈고 포이부스 쪽에 있는 다른 야만전사들이 동료들을 지원하기 위해 몰려가려 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부족의 노인들이 길을 열어주라는 신호를 보냈다.


싸움은 한순간에 진정되었고 포위가 풀리자 팔라딘들은 마을 입구 쪽으로 우르르 몰려가 마을 중앙 공터에는 포이부스와 포이부스를 포위한 불꽃 부족 사람들만 남게 되었다.



"다시 말한다. 너 누구다?"



바닥에 앉은 상태에서도 부족에서 가장 키가 큰 노인과 눈높이가 비슷한 포이부스를 향해 부족의 원로들은 두려움이 섞인 눈빛을 하고 다시 물었고 포이부스는 그들에게 대답했다.



"몇 번을 물어도 내가 해줄 말은 같다. 나는 떠도는 어두움, 창조신이 이 세상에 남긴 다른 세상에 대한 단서고, 하로나스 님의 총애를 받는 사도이며 불꽃부족과 엘븐델과 마추픽이 함께하던 시절을 기억하는 증인이고, 너희가 신이라 부르는 저것 안에서 고통에 신음하는 불의 신 이그니의 종이다."



포이부스가 마을 중앙에 내려와 있는 태양을 가리키며 말하자 원로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고통으로 신음? 아파서 소리를 낸다? 신이?"


"의식의 날을 말하는 거다?"


"그럴 리가 없다. 의식의 날에 신이 들썩거리는 건 배고파서 그런 거다!"



원로들은 포이부스의 말에 짐작가는 것이 있는지 서로 귓속말을 주고 받았고 포이부스는 앉아서 한 손에 턱을 괸 채 던전의 태양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가 의식의 날이라고 부르는 때 무슨 일이 일어나지? 던전 두더지의 피를 바칠 때 말이다."


"너, 보고 있었다? 외부에서 온 녀석이 어떻게 그걸 안다?"



노인들은 이제 슬슬 포이부스가 단순히 키와 덩치만 큰 인간은 아니라는 걸 제대로 깨달은 건지 기존의 귀찮은 외부인을 보는 시선에서 자신들의 이해를 벗어난 두려운 존재를 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그를 대했다.

포이부스는 설득을 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리겠다고 속으로 투덜대며 말했다.



"신이 내게 직접 말해줬다. 내게 와서 맛 없는 두더지 피 좀 그만 바치게 하라고 말했다."


"맛없다?"


"가짜 말! 거짓말 하지 않는다! 의식의 날이 다가오면 신은 먹을 것을 요구하며 점점 커진다! 그때 그 어떤 맛있는 것도 소용이 없었다! 오직 끝없이 새살이 돋아나는 땅을 파헤치고 돌아다니는 두더지의 피만이 신을 만족시킨다! 신을 잠잠하게 한다!"



신에게 제물을 올릴 때 흔히 많은 문화권에서 성스러운 불꽃이 타오르는 화대와 제단에 제물을 태워버리는 식으로 제물을 바쳐왔다.

이그니의 봉인에서 흘러나오는 신성한 신의 불꽃은 신전에서 지키는 성화보다도 훨씬 성스럽고 직접적으로 신에게 연결되는 불꽃이니 저 던전 속의 태양에 음식을 던져넣는 것만으로도 봉인 속의 이그니에게 직통으로 제물이 전달되는 게 분명했다.


불꽃 부족의 노인의 말을 들어보면 지금까지 이그니가 봉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쳐서 봉인 외부로 방출되는 에너지가 늘어나면 저 태양이 거대해지는 것 같은데 당연히 빛 한 점 없는 던전 내부에서 봉인에서 흘러나오는 빛과 열에 기대서 마을을 만들어 살아가고 있는 불꽃 부족에게 태양의 지나친 확대는 재앙 그 자체였을 것이다.


이그니가 처음 봉인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쳤을 때가 언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아마 뜨거운 주먹이 이끄는 젊은이 무리와 웃는 팔뚝이 이끄는 어른 무리가 갈라져서 지식이 단절된 상태였을 것이고 주술사도 아니고 차기 족장으로 교육 받던 뜨거운 주먹 혹은 뜨거운 주먹의 자손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


그저 웃는 팔뚝과 포이부스가 신들을 대할 때 어깨너머로 본 것만 전해졌을 테니 그들은 닥치는대로 제물을 바쳤을 것이고 그 중에 우연히 던전 두더지가 섞여있었을 것이다.

이그니는 매우 까탈스러운 입맛의 소유자고 예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본다면 아마 더럽게 맛 없는 던전 두더지 제물을 받는 순간 실수로 그걸 맛보고 토하느라 에너지 방출을 멈췄을 것이다.


뜨거운 주먹 혹은 그 자손들은 그걸보고 신=태양이 만족해서 멈췄다고 착각하고 그 다음부터 줄창 던전 두더지만 제물로 바쳤을 것이다.

2천년 동안 봉인에서 탈출하려는 시도를 할 때마다 더럽게 맛없는 던전 두더지 제물을 받으면서 제압당한 이그니는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더는 못 버티겠다고 생각하고 다른 신들에게도 비밀로 하고 있던 만신전 신들의 권능 복제 혹은 탈취 능력까지 써가며 포이부스에게 SOS를 날려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다.



"대체 언제부터 잘못된 전통이 부족을 지배했는지 모르겠구나.... 듣는다! 신께서는 해방을 바라고 계신다."


"해방? 신은 늘 밝게 타오른다. 그런데 왜 해방을 바란다?"



지금 포이부스의 말을 듣는 그들은 지난 2천년 동안 자신들이 쌓아온 상식이 무너지고 있는 걸 느끼고 있을 것이다.

신이라는 단어가 태양이라는 단어를 대체하게 되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는가?

잘못된 지식에서 비롯된 그릇된 전통이 얼마나 부족을 쇠퇴시켰는가?



"너희들, 잘못을 저지른 전사가 있으면 어떻게 한다?"


"잘못에 따라 벌 준다.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만든 뼈판에 쓰여있다!"



부족은 그동안 발전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나름 독자적인 문자를 개발하고 부족을 다스릴 법을 만들고 금속과 던전 몬스터의 뼈를 가공하는 법을 습득하였다.


하지만 2천년이다.

2천년 동안 수많은 종족들이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제한된 환경에서 제한된 발전만 해온 불꽃 부족은 한때 최고의 기술과 세력을 자랑하던 제2시대와 달리 제3시대에 와서 시대에 뒤쳐진 야만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냥 나갔다가 실수로 친구를 다치게 한 전사는 어떻게 한다?"


"다친 전사의 몫만큼 고기 가져오게 한다."


"잘못 반성하라고 어딘가에 가두지 않는다?"


"고의로 친구 때려서 위험하게 한 전사는 어두컴컴한 곳에 가둬둔다. 그 친구가 죽으면 목을 자른다. 죽지 않고 화해하기로 하면 어두컴컴한 곳에 갖힌 전사의 가족이 고기나 뼈, 가죽을 다친 전사에게 주다가 전사의 상처가 나으면 어두컴컴한 곳에 가둔 전사 빼낸다."



그들도 감옥에 가두는 징역형과 사형의 경중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고 감옥이라는 개념도 단어만 없을 뿐 이해는 하고 있었다.

포이부스는 노인들의 어깨 너머에 있는 밝게 빛나는 태양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건 신이 아니다. 신을 가두고 있는 어두컴컴한 방이다. 저 안에 있는 신은 밖으로 나오고 싶어한다."



눈앞에서 태양처럼 타오르고 있는 이그니의 봉인은 평범한 인간이 맨눈으로 한참동안 보면 시력에 이상이 생길 정도의 빛과 열을 내뿜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진짜 태양에 비할 바는 아니며 이그니의 전력도 아니었다.



"너희들, 마지막으로 두더지 피 바친 게 언제다?"


"..."


"저기 있는 날아가는 화살이 꼬마였을 때였다."



대략 20~30대로 추정되는 포이부스를 이곳으로 데려온 전사가 꼬마였을 때라면 10~20년 전일 것이다.



"의식의 날이 처음 정해졌을 때 태양이 얼마나 커졌다?"


"마을 절반만큼이었다고 적혀있다."


"마지막 의식의 날 때는?"


"...저기 신전까지였다"



아마도 이그니는 두더지 피 제물을 주기적으로 받게 되었을 때 밖에 누군가가 있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불꽃부족이라는 것 역시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던전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발버둥을 치며 최대한의 힘을 방출했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힘의 방출만으로 자신은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걸 어필하고 있던 것이다.



"그럼 묻겠다. 너희가 신이라 말하는 저 태양은 그저 빛나기만 할 뿐인가? 아니면 살아 숨쉬는 것인가? 신이 해방을 바란다면 너희는 어쩔 건가?"


"..."



포이부스는 더 이상 예전의 제2시대의 떠도는 어두움으로서의 말투가 아니라 제3시대를 살아가는 신들의 대리인 포이부스의 말투로 그들에게 물었다.

노인들은 포이부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달은 것인지 입을 다물고는 자신들끼리 모여서 심각하게 대화를 하기 시작했지만 포이부스를 포위하고 있는 젊은 전사들 중 여기까지 포이부스를 데려온 전사가 말했다.



"빨간 프레오 수염, 혹시 너 말이 다 맞는 말이라고 하면... 너 어쩔 거다?"


"못 알아들었나? 신을 해방시키는 거다."


"해방? 풀려난다? 그럼 신은 어떻게 되는 거다?"



노인들은 포이부스가 뭘 하려는지 깨달은 것 같았지만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전사장에게 가서 훈련을 해 근육을 키우는 것만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포이부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앞으로 부족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전혀 짐작도 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포이부스에게 물었고 포이부스는 다시 그에게 말했다.



"너희들, 불 없이 어두컴컴하면 어쩐다?"


"불 피운다."


"불을 못 피우면?"


"다른 곳으로 간다. 마을 말고 다른 방에서 불 없으면 괴물들한테 아야한다."


"그럼 마을에 불이 없어져서 다른 방처럼 어두컴컴해지면?"


"...?"



그들은 포이부스의 말에도 불구하고 마을에서 태양의 역할을 하는 불의 신의 봉인이 사라졌을 때를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할 뿐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포이부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달은 것처럼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창을 들어올렸다.



"너, 너, 너! 무슨 짓 하려는 거다! 신을, 불을 꺼버릴 생각이다?!"


"신을 꺼버린다?"


"횃불에 모래나 물 뿌려서 꺼버리는 것처럼?"


"그런 짓 하면 마을이 이상해진다!"



노인들은 예로부터 전해져내려오는 전설이나 신화를 듣고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였기에 자신들이 누구인지, 누구로부터 나왔는지, 누구에게 복종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서 포이부스의 말을 듣고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대충 파악한 것 같았지만 젊은이들은 그저 마을을 지탱하는 태양이 사라진다는 것만 이해한 채 포이부스를 향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



"하하하! 다들 진정한다! 저 외부인이 아무리 크고 훌륭한 근육이 있어도 저건 신이다! 마을에서 제일 질기고 안타는 불꽃 도마뱀 가죽조차 신에게 던져넣으면 재가 되어버린다! 사람이 신을 꺼버릴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젊은이들 중에서도 조금은 생각이 있는 자가 있었다.

밖의 세상에서도 하늘의 태양을 없애버리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는 녀석은 미친놈 취급을 받는다.

감히 필멸자 주제에 창조신이 만든 하늘의 태양을 없애버리겠다는 허풍을 치는 놈이 정상일 리가 없는 것처럼, 이 지하세계에서도 신으로 불리는 저 태양을 없앤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똑똑한 자가 있었다.

그 젊은이의 말을 듣고서야 포이부스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던 이들은 그제야 크게 웃으면서 포이부스를 비웃기 시작하였다.



"흐르는 생각 네 말이 맞다! 잠깐 불이 머리까지 올라와서 생각 못했다! 네 말대로 사람이 신을 꺼버릴 수 있을 리가 없다!"


"괜히 덩치만 큰 허풍쟁이 때문에 몸에 보이지 않는 불이 나서 더워졌다."


"신에게 가까이 가기만 해도 새카만 재가 되어버린다! 어떻게 신을 꺼버리겠다는 거다! 하하하하!"


"..."



그러나 그 말을 들은 날아가는 화살을 비롯한 처음 포이부스와 조우했던 전사들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들은 포이부스와 처음만났을 때 포이부스가 6m나 되는 불꽃의 악마 상태였던 걸 기억하고 있었고 온몸에 불이 타오르는 악마라면 충분히 그들이 신이라 부르는 태양을 꺼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다, 다들 잠..."


"저 허풍쟁이보다 온몸에 딱딱한 돌로 된 갑옷 입은 녀석들이 더 위험하다! 그놈들이 허튼 짓 못하게 감시한다!"


"그렇다! 흐르는 생각 말이 맞다!"



다른 젊은 전사들이 마음 편히 웃고 있는 걸 본 날아가는 화살은 그들에게 포이부스의 정체에 대해 말하려고 했으나 그들은 포이부스를 덩치만 큰 허풍쟁이라고 생각해버린 건지 포위를 풀고 다들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팔라딘들 쪽을 경계하기 위해 떠나버렸다.



"다들 기다린다! 잠깐 내 말 듣는다! 다들 돌아온다!"



날아가는 화살이 뒤늦게 동료들을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어버렸고 마을 중앙 광장에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노인들과 날아가는 화살을 말을 들은 20명도 안되는 젊은 전사들만 남게 되었다.

수백에 달하는 이들은 마을 입구에 진을 치고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중부 아카이아 왕국군과 알티로스 제국군을 기다리는 엘프 팔라딘들을 에워싸는데 합류하였다.

대충 주변이 아까 전에 비해 조용해지자 포이부스는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포이부스를 바라보는 마을 원로들에게 말했다.



"어차피 내가 신의 봉인을 해제하지 않는다고 해도 적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


"적?"


"내가 통과한 문에 이미 다른 신들의 부하들이 도착했다. 예전에 웃는 팔뚝과 어른들을 공격한 적들의 자손들 말이다."


"그놈들이!"


"그놈들이 살아있다?!"



웃는 팔뚝을 공격한 적들이 중부 아카이아 왕국의 선조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바깥 세상과 단절된지 2천년이나 된 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에는 적절한 설명이었고 2천년 전의 적들이 다시 오고 있다는 말에 노인들은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선조들을 갈라지게 한 적들이 다시 마을을 공격하려 한다는 말에 분노하였고 포이부스는 노인들에게 자신의 목적을 상기시켰다.



"그들은 이 마을을 파괴하고 신을 데려가려고 하고 있다. 나는 그들의 손에 신이 넘어가기 전에 신을 감옥에서 해방시키려는 것이다."


"정말이다?"


"사실이다."


"그걸 어떻게 믿는다? 너는 너를 떠도는 어두움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게 오래 살 수 없다."


"너가 웃는 팔뚝의 자식의 자식이라고 했다면 우린 널 믿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생각이다?"



노인들은 포이부스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고 그때 마을 바깥의 통로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음식을 요구하는 불의 문은 포이부스의 생각보다 훨씬 약했던 것 같았다.


포이부스는 즉시 주문을 외웠고 안 그래도 거대한 포이부스의 몸 표면에서 불씨가 일어나고 몸 전체가 2배로 커지기 시작하더니 단 몇 초만에 유황이 타오르는 연기를 뿜어내는 뿔 달린 악마가 마을 광장에 나타나게 되었다.

불꽃 부족의 노인들은 넋을 잃고 포이부스를 바라보았고 포이부스는 그런 그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희들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너희들을 이해시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너희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고자 했기에 너희들과 대화를 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없다."



불꽃의 악마는 그들에게서 몸을 돌려 태양처럼 빛과 열을 내뿜는 불의 신의 봉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며 말했다.

그것은 불꽃 부족 사람들이 아닌 봉인 속에서 포이부스가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불의 신을 향해 하는 말이었다.



"이제 곧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드리겠습니다."


치이이익!



태양과도 같은 불의 신의 봉인에 신전이 세워진 지점 너머로 접근하자 불꽃으로 이루어진 포이부스의 몸으로조차 극도의 열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포이부스는 그걸 무시하고 앞으로 가며 말했다.



"그런데 혹시 기억하십니까? 예전에 늘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하셨죠."



포이부스는 그러면서 예전에 신들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세상 모든 것에는 대가가 필요하며, 특히 자유에는 아주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고 불의 신은 말했었다.

포이부스는 그럼 저기 신들에게 소속되지 않아 자유롭게 뛰노는 북부와 남부 야만인들도 치킨이 없는데 아주 비싼 자유로도 살 수 없는 치킨은 대체 얼마나 비싼 거냐고 따졌지만 이그니는 두루뭉실하게 문제를 넘겨버렸다.

그때는 신들에게 묶여있는 노예인 포이부스에게 입 다물고 있으라는 뜻을 말한 것이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들리지 않으실지도 모르지만... 풀려나시면 꽤나 비싸게 대가를 치르셔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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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뜻하지 않은 재회 #4 +16 20.03.11 1,841 68 14쪽
149 뜻하지 않은 재회 #3 +11 20.03.10 1,849 77 16쪽
148 뜻하지 않은 재회 #2 +15 20.03.09 1,834 74 17쪽
147 뜻하지 않은 재회 #1 +11 20.03.06 1,869 84 13쪽
146 곤드 대륙 #12 +14 20.03.05 1,820 80 13쪽
145 곤드 대륙 #11 +17 20.03.04 1,816 82 17쪽
144 곤드 대륙 #10 +14 20.03.03 1,807 82 17쪽
143 곤드 대륙 #9 +11 20.03.02 1,822 79 20쪽
142 곤드 대륙 #8 +5 20.02.28 1,975 70 19쪽
141 곤드 대륙 #7 +13 20.02.27 1,900 6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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