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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19.10.28 19:34
최근연재일 :
2021.03.04 14:24
연재수 :
287 회
조회수 :
767,541
추천수 :
28,909
글자수 :
2,157,900

작성
20.04.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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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2
추천
73
글자
17쪽

또 하나의 복수의 끝 #2

DUMMY

종종 진실은 잔혹한 얼굴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며 사람을 조롱하곤 한다.

이 세상의 진실의 신이 잔혹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진실 역시 잔인한 것인지 진실이 잔인하기에 진실의 신이 잔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세상의 수많은 현자들과 신들을 불러다가 토론을 해봐야하기 때문에 일단 넘어가고, 포이부스는 지금 그 진실과 마주하기 직전이었다.

신들의 영역인 달 위에 강제로 불려나가 창조신의 강압이라는 사슬에 사지가 묶인 채 사랑하는 부족과 가족들이 대숙청으로 쓸려나가는 걸 볼 때의 극대화된 감정은 그의 마음에 반영구적인 상처를 입혔다.


예전에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어지간해서는 침착하게 일을 처리하던 포이부스는 제3시대에 들어와 자신이 종종 겉잡을 수 없이 미쳐날뛰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다.

정신과 쪽 지식이 별로 없기에 그게 PTSD라고 불러야 할지 트라우마라 불러야 할지 분노조절 기능 장애라고 불러야 할지 알 수 없지만 해소되지 않는 분노가 이성을 짓누르고 자기주장을 펼칠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정성은 늘어난다는 건 확실히 알고 있다.

그러나 던전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 형체가 없는 비물질적인 오래된 상처가 포이부스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아물었다고 생각하면 다시 벌어지고, 극복해냈다고 생각하면 다시 찢어지는 정신적 자상은 그 틈새로 분노와 슬픔을 쏟아내 이성과 합리를 파묻어버린다.

하지만 예전에 그가 오리스에게 말했듯이 정신과 영혼이 입은 상처는 치유할 약이 없다.

정신적 상처를 스스로 이겨내거나, 유일한 치료제로 생각되는 시간이 상처를 제대로 아물게 하길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히이익!"



그러나 속으로는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는 포이부스는 지금 다른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 트라우마 제조기, PTSD 유발기 그 자체였다.

사냥의 신의 핏발 선 눈을 이마에 투영한 채 키가 6m에 달하고 온몸에 진홍색 신성력의 불꽃에 휘감긴 악마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괴물들을 짓밟으며 따라오는 걸 보고 있는 부족의 꼬마들은 기겁하며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마치 벌레를 쫓듯이 던전의 괴물들을 손등으로 쳐낼 때마다 무시무시한 힘에 몸이 둘로 쪼개진 괴물들이 던전 벽에 페인트볼처럼 부딪쳐서 터지는 걸 보고 있자면 너무 비현실적인 광경이라 되려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그냥 저 애들한테 낙인 마법을 걸어놓으면 안됩니까?"



팔라딘 오리스는 귀찮다는 듯이 상대방에게 마법적인 낙인을 찍어 근처의 모든 번개를 유도하는 스톰 브랜드 마법을 추적마법 대신 사용할 것을 제안했으나 포이부스는 답변하지 않았다.

그저 부족 꼬마들에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듣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듣고도 고의로 무시한 것인지 몰라도 자신의 군주에게 함부로 대들 생각은 없는 팔라딘 오리스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얌전히 상관의 뒤를 따랐다.


던전 내의 길이 복잡한 것인지 아니면 겁에 질린 꼬마들이 아무렇게나 이동하고 있는 것인지 몰라도 한참을 빙빙 도는 느낌이 들었고 포이부스는 꼬마들이 지칠 것 같은 기색이 보일 때마다 조금씩 발걸음을 늦췄다.

던전에 익숙해져 있는 두 꼬마들은 포이부스가 고의로 속도를 늦추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거리가 조금 벌어지면 최대한 속도를 높였고 포이부스는 다시 거기에 맞춰서 일정 간격을 유지하였다.


꼬마들은 앞에 나타난 몬스터들의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며 이동했고 포이부스 일행은 그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분쇄해버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들이 자신들을 뒤쫓고 있다는 걸 아는 꼬마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고 팔라딘들은 저 꼬마들이 자신들을 집으로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패닉에 빠져서 아무렇게나 이동하고 있는게 아닌가 의심이 들 무렵, 마침내 그들은 지금껏 듣지 못했던 꼬마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날아가는 화살! 날아가는 화살! 우리 돕는다!"



잠깐 몬스터들을 박살내느라 거리가 벌어져 한순간 꼬마들이 시야에서 사라진 순간, 저 너머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꼬마들의 목소리가 들렸고 포이부스 일행이 싸움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학살을 끝마치고 나아가 코너를 돈 뒤 본 것은 다름 아닌 울끈불끈한 상체 근육을 자랑하듯 드러내고 있는 야만 전사의 무리였다.



"뭣...?"


"이, 이거 뭐다!"



바지 대신 짐승의 가죽을 둘러 하반신을 가리고, 악어가죽으로 만든 벨트에 여러 무기와 도구를 매달고 있는 5인의 야만 전사들은 방금 전까지 매머드를 사냥하고 있었는지 창과 화살이 잔뜩 박혀 절명한 매머드 옆에서 해체용 칼을 갈고 있었다.

그들은 갑자기 나타난 동네 꼬마들이 가리키는 방향의 통로에서 고개를 살짝 숙여 모습을 드러낸 포이부스를 보고는 얼어붙었고 포이부스는 3개의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우리들의 신을 찾아온 만신전의 종이며 너희들의 선조이니라."



나름 예전에 성경에서 읽은 천사들이 인간들을 진정시킬 때 쓰는 유명한 구절을 조금 따라하였으나 역시 처음 8초 동안 보이는 첫인상이 상대방에 대한 평가를 결정한다는 외모지상주의적 이론이 옳다는 걸 증명하듯이 전사들은 발작을 일으키는 것마냥 화들짝 놀라며 전투태세를 취했다.



"너, 너, 너 뭐다!"


"괴물이다! 처음보는 괴물이다! 족장과 주술사에게 알린다!"



포이부스를 본 전사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어떻게든 동포들에게 새로운 위협을 알려야 한다는 듯이 꼬마 둘과 전사들 중 한 명을 마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보내며 나머지 4명이 방진을 짜기 시작했다.

포이부스는 통로 너머에서 우르르 몰려나오는 팔라딘들이 자신의 뒤에 일렬로 서서 압박감을 뿜어내기 시작하자 전사들이 바짝 긴장하며 무기를 앞으로 겨눈 걸 보고 말했다.



"우리는 너희의 적이 아니다."


"처음보는 괴물! 어디서 나왔다? 거대 두더지가 판 굴로 들어왔다?!"



역시 눈이 셋 달리고 뿔나고 불타는 악마의 형상은 좋은 첫인상을 주기는 힘들어보였고 포이부스는 그들에게 친숙할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포이부스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자 야만 전사들은 오히려 더 기겁하며 외쳤다.



"괴물이 둔갑한다! 우리랑 비슷하게 둔갑한다!"


"이게 내 원래 얼굴이다."


"구라쟁이다! 거짓말! 구라친다! 괴물 말 안 믿는다!"


"마을에서 제일 큰 매머드 발도 저렇게는 안 크다!"



야만 전사들은 포이부스를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창과 활을 겨눈 걸 풀지 않았고 포이부스는 선제공격을 한 적도 없는데 저들이 왜 이렇게 과민반응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더러운 외모지상주의자들 같으니... 뜨거운 주먹 녀석 대체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애들이 이런 차별주의자가 된 거지?"



포이부스는 이미 옛날 옛적에 죽었을 과격한 동생 뜨거운 주먹에 대해 투덜거렸고 야만 전사들은 긴장을 풀지 않은 채 포이부스를 향해 창과 활을 계속 겨누었다.



"제압할까요?"



결국 대치가 길어지자 보다못한 팔라딘 이젝투스가 슬쩍 물었고 포이부스는 기다리라는 손짓을 하고 앞으로 한 발짝 나섰다.



"내가 예전에 집에서 어떻게 말을 했더라?... 흠흠! 너거들! 판테라처럼 용감하다?"



포이부스는 자신이 그렇게 교정하려던 말투를 다시 쓰게 될 줄은 몰랐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불꽃 부족과 엘븐델 사람들의 말투로 물었고 야만전사들이 대답했다.



"판테라? 혹시 나이 많은 괴물이다? 우리 나이 많이많이 먹은 주술사나 그런 말 한다. 우린 카르바노그만큼 용감하다고 한다!"



카르바노그가 뭔지는 몰라도 요즘 젊은 것들은 포이부스가 쓰는 표현을 늙은이들이나 쓰는 말이라고 하면서 웃었고 포이부스는 순간 그 띠꺼운 표정에 울컥해서 말했다.



"자꾸 울면 판테라가 물어간다 했다! 느그들은 어무니 아부지가 판테라 조심하라고 안 한다?!"


"괴물 이상하다! 괴물 말에서 쵸다타(거북) 냄새 난다!"


"우리 주술사만큼 꼬장꼬장한 말이다!"



뭔지는 몰라도 유행에 한참 뒤쳐진 골방 늙은이 같다는 표현이 분명했고 포이부스는 슬슬 겁대가리를 상실하고 있는 저 젊은 것들을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였다.

포이부스의 이데아와 포이부스의 에이도스가 모두 저먼 스플렉스로 버릇없는 것들을 조져버리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포이부스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자비심이 이데아에서 분리되어 그를 말리고 있었다.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정의로운 불꽃을 휘감은 팔콘 펀치를 먹이는 걸 간신히 참아낸 포이부스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가며 말했다.



"나 괴물 아니다! 나는 불꽃 부족의 주술사 떠도는 어두움이다! 하늘의 빠른 불이 나를 보냈으니 너희 주술사한테 안내한다!"


"하늘의 빠른 불?"


"그게 뭐다?"



분명 불의 신 이그니를 지칭하는 옛 말을 꺼냈지만 정작 이 젊은 전사들은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2천년이나 되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신을 부르는 명칭이 바뀌었을 거라고 예상했었어야 했어야 했건만 너무 성급했고 포이부스는 슬슬 인내심이 바닥나는 걸 꾹 참아가며 다시 말했다.



"전사들, 주술사나 족장한테 판테라 양귀비 태워 피던 시절 이야기 안 듣는다?"


"하하하! 얼라도 아니고 누가 하얀수염들 옛날 말 듣는다?"


"그럴 시간에 전사장한테 가서 창 찌르는 법 배운다! 그것도 모른다?"



포이부스가 괴물이 아닌 건 눈치 챈 것인지 전사들의 말투에서 경계심이 점점 누그러졌지만 그에 반비례하게 포이부스의 짜증은 극대화되고 있었다.

옛날 같았으면 부족을 위해 신들의 수발을 들며 밤낮으로 일하던 그를 이렇게 푸대접하는 자가 있을 거라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족과 떨어져있는지 너무 오랜 세월이 흘렀고 부족민들은 포이부스의 존재를 잊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주술사한테 데려다준다 안 데려다준다?"


"안 데려다준다! 괴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외... 외부? 외부인! 그래! 외부인 못 믿는다!"



전사들은 매우 단호하게 포이부스의 말에 안된다고 대꾸했고 포이부스는 슬슬 말로 할 단계가 지나갔다고 생각한 것인지 표정을 한껏 구기고 말 없이 손으로 전진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뒤에서 완전무장 상태로 대기하고 있던 팔라딘들이 일제히 달려들었고 전사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방진을 짜고 거기에 대항하였다.



'저 창과 화살 평범한 원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손잡이가 나무가 아니라 통짜 금속이잖아?'



야만전사들이 들고 있는 창은 나뭇가지에 뿔을 붙여놓은 게 아니라 금속으로 추정되는 것을 가공해서 만든 창대에 매머드 뿔을 붙여놓은 것이었다.

화살 역시 예전에 포이부스가 엘븐델에 살고 있던 시절의 물건과 비슷해보였지만 꽤 상당한 솜씨의 대장장이가 가공한 것이었다.


야만전사들은 상상 이상으로 잘 버텼지만 수의 폭력과 경험치, 재능의 차이가 워낙 심했기에 결국 5분도 안되서 팔라딘들에게 전원 제압되었고 포이부스는 오리스가 불러낸 마법의 사슬에 묶인 야만전사들에게 물었다.



"지금 족장과 주술사 누구다?"


"...."



야만전사는 죽일테면 죽이라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힘의 차이는 확실하지만...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마을의 안전을 위해 마을의 위치를 숨기겠고 결심한 듯이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포이부스는 슬슬 알티로스 제국군과 아카이아 왕국군이 불의 문 근처까지 왔을 시간이 되었기에 지체할 여유가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친동생이나 다름 없는 뜨거운 주먹의 후손들을 고문하기는 꺼려졌다.


텔레파시 마법은 습득했지만 그걸 악용하면 진짜로 정신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올'쏜에게서 안정성 높은 정신조작이나 세뇌마법은 배운 적이 없기에 포이부스는 결국 말로 설득하기로 하였다.



"나 적 아니다. 너희들 주술사 하는 말 잘 안들어서 하늘의 빠른 불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하늘의 빠른 불 우리 부족의 신이다. 하늘의 빠른 불 나에게 찾아와서 여기로 오라고 말했다."



그때 갑자기 전사들이 포이부스가 내뱉은 '신'이라는 단어에 반응하며 움찔거렸고 대체 무슨 소리를 하냐는 얼굴로 포이부스를 바라보았다.

포이부스는 자신이 뭘 잘못 말했나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짚이는 부분이 없기에 그저 눈만 껌뻑거릴 뿐이었고 전사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그들 중 하나가 대표로 말했다.



"무슨 소리 하는 거다? 신은 의식의 날 빼고는 늘 멈춰있다? 그게 어떻게 움직인다? 의식의 날 한참 남았다. 어떻게 밖에 있는 너한테 찾아간다?"


"아니, 나가 하는 말 하늘의 빠른 불 내 꿈에 나 찾아왔다. 하늘의 빠른 불 창조신님한테 아야아야하고 어떤데에 넣어졌다. 그러니까 하늘의 빠른 불 진짜로 움직이는 게 아니.... 움직인다고? 신이 움직여?"



불의 신은 분명 봉인되어 있을 텐데 신이 움직인다는 말에 되려 포이부스 쪽이 당황하였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자신도 모르게 평소 말투로 돌아온 포이부스를 보고 야만 전사들 쪽 역시 뭔가 단어 선정에 오류가 있다는 걸 느낀 것인지 포이부스에게 물었다.



"빨간 프레오 수염 대체 뭘 말한다? 너 대체 뭘 말하는 거다?"


"..."


"너가 말하는 하늘의 빠른 불은 신 맞나? 신이 아닌 거 같다."



야만 전사들은 포이부스가 소개한 떠도는 어두움이라는 이름을 까먹은 건지 아니면 그냥 부르기 편한대로 부르는 건지 몰라도 포이부스를 붉은 사자 수염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포이부스는 잠깐동안 머릿속으로 수많은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고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뒤에 부복하고 있는 팔라딘들에게 말했다.



"풀어줘라."


"괜찮겠습니까?"


"풀어줘."



포이부스의 말에 팔라딘 오리스는 야만 전사들을 구속하고 있던 사슬을 풀어줬고 야만 전사들은 왜 자신들을 풀어준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포이부스를 바라보았지만 포이부스는 담담하게 그들에게 말했다.



"난 하늘의 빠른 불이 너희들이 말하는 신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한다. 우리는 너희보다 강하다. 하지만 너희 풀어줬다. 우린 싸울 생각 별로 없다. 우리 손님으로 마을로 가고 싶다. 적이 아니다. 손님이다."



포이부스의 말에도 불구하고 야만 전사들은 그리 탐탁치 않다는 얼굴이었고 포이부스는 성가시다는 듯이 말했다.



"너희 친구랑 꼬마 벌써 마을로 돌아갔다. 너희가 안내 안해줘도 마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손님으로 가고 싶다."



아까 전사 중 하나가 꼬마들을 데리고 떠난 것에 대해 말하면서 포이부스가 바닥에 남은 발자국을 가리키자 전사들은 동료는 발자국을 잘 감췄지만 아직 어린 꼬마들은 그러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 잠깐 고민하다가 서로 귓속말로 논의를 하고는 그들의 리더로 생각되는 활을 든 남자가 말했다.



"좋다. 안내해준다. 하지만 이미 우리 전사들 준비 끝냈을 거다. 허튼 짓 하면 많이 아야한다."



당장은 전력차이가 있지만 마을의 전사들을 전부 모으면 팔라딘들 정도는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건지 전사들은 얌전히 앞장서서 가기 시작했다.

아까 포이부스의 거대한 악마화 상태의 모습을 보고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불의 신의 부하들이 보통 근거없는 믿음에 잘 빠진다는 걸 알기에 포이부스는 일행은 그 뒤를 따라갔다.

던전의 통로들을 가로지르면서 전사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그렇게 몇십 분이나 더 전진하고서야 다른 인간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이미 연락을 받은 것인지 수많은 투창용 창을 허리춤에 매달고 전사들의 안내를 받고 있는 포이부스 일행들을 경계하며 포위망을 유지한채 따라왔고 마을로 접근하면 접근할수록 그 숫자가 늘어났다.

그리고 거기에 비례해서 불의 신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졌고 마침내 옛 마추픽의 공동과 비슷한 마을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어째서인지 던전 자체의 완전한 어둠을 막아주고 있는 정체불명의 희미한 불빛 대신 환한 태양과 같은 빛이 그들을 비추었으며 좀 더 나아가 입구를 통과한 뒤 포이부스 일행이 본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인구 수천이 살아가도 충분할 면적의 대공동의 중심부에 빛이 있었다.

압도적인 빛을 내뿜고 있는 그것의 근처에는 오로지 단 하나의 새하얀 작은 신전만이 서 있을 뿐이었고 다른 건물들은 중심부의 그것이 내뿜는 빛에서 조금 떨어진 채 원형으로 도시를 만들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대공동의 중심부의 바닥에 내려앉은 것은 다름 아닌 태양이었다.



"본다 빨간 프레오 수염. 저게 신이다."



그리고 그들을 이곳으로 안내한 야만 전사는 넋을 잃고 바닥에 내려앉은 태양을 바라보는 포이부스에게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고 포이부스는 그 태양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압도적인 빛과 열과 신성력을 뿜어내는 응축된 거대한 불꽃, 그것은 불의 신의 봉인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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