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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19.10.28 19:34
최근연재일 :
2021.03.0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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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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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57,900

작성
20.03.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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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진보를 위한 땀과 눈물 #5

DUMMY

인류가 하늘을 날지 못하던 시절, 하늘은 늘 광활하고 신비로운 존재였다.

빛이 내려오는 곳도 하늘이고, 비가 떨어져 내리는 것도 하늘이며, 별이 수놓이는 곳도 하늘이며, 눈과 번개가 내리는 것도 하늘이었다.

고대인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누군가는 답답함을, 누군가는 해방감을 느끼며 신비로운 밤하늘 저편에서 들려오는 별들의 속삭임을 서로에게 전해주었다.

그런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혜성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타나지만 기이한 일이 벌어질 것을 예고하는 존재였다.



"저건 또 뭐야?"



신들의 게임판이라는 이름의 행성의 북반구의 수많은 국가들이 처음 그것을 인지한 것은 이제 막 차가운 겨울의 칼날이 물러나는 때였다.

강 밑바닥까지 얼어붙었던 얼음이 어린아이들이 손으로 뜯어낼 수 있을 정도의 살얼음으로 바뀌는 시기에 갑자기 나타난 혜성은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큰 의미는 없지만 집집마다 만드는 육포가 썩지 않나 다시 돌아보게 하는 정도의 불길한 징조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수십, 수백 년에 한 번 볼까말까한 혜성을 연속해서 본다면?

그것도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위치에 떨어져내리다 사라지는 혜성을 본다면?


처음에는 그저 하늘을 통치하는 신이 불길한 일에 대비하라는 가벼운 경고 정도로 여기던 이들조차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규칙적인 이적(異跡)과 기사(奇事)는 신들마저도 하늘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벌써 6일 연속으로 같은 곳에 혜성이 지나가는 게 보이는데?"


"창조신이 뭐 이벤트 준비하는 거 아니야?"


"요란하게도 이벤트 사전 공지를 하는구만"



안타깝게도 창조신은 야근으로 지친 심신을 치유할 꿀잠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시대의 발걸음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며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대비하는 동안 북반구에 속하는 뮤 대륙의 에스티나 왕국의 영산 케트라에서는 한 여인이 머리를 쥐어 뜯고 있었다.


벌써 몇 주 동안 연속된 만신전 회의를 간신히 끝마치고 피곤한 얼굴로 복귀한 포이부스는 신전 근처의 횃불들의 불빛조차 닿지 않는 깜깜한 밤 하늘 아래의 벌판에서 엎드린 채 한손으로는 머리를 쥐어뜯고, 한손으로는 잔디밭을 쾅쾅 내리찍고 있는 엘프를 잠깐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팔라딘 제니스에게 물었다.



"오리스 쟤 왜 저러냐? 실수로 뷔토스의 지팡이라도 깨먹었냐?"



자신의 군주가 돌아왔는데도 알지 못한 채 계속해서 낮은 목소리로 뭔가를 웅얼거리면서 화를 참지 못하고 애꿎은 잔디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는 팔라딘 오리스를 보면서 팔라딘 제니스는 헬쑥해진 얼굴로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이번에는 무조건 성공한다고 자신만만하게 굴다가 시험용으로 쏴올린 모의 플랫폼이 추락해서 이젝투스한테 그나마 남아있던 속옷마저 털려서 저러고 있습니다."


"으아아아! 이 천하의 대마법사 오리스가! 이 마법병단장이! 그런 빡대가리한테 일곱 번이나 지다니 이건 말도 안돼! 세상이 잘못된 거야! 이럴 리가 없어!"



안 그래도 스트레스로 미쳐버리기 직전이었던 오리스는 자신이 가진 모든 돈에다 속옷까지 걸었는데 자신을 일곱 번이나 털어먹고는 속옷은 필요없다면서 버리고 간 이젝투스의 이름을 듣고 다시 발광하기 시작하였고 포이부스는 이 미친 엘프들을 교화시키는 작업이 대체 언제쯤 끝날지 막막해지는 걸 느끼면서 뒤에 있는 팔라딘 마르세우스에게 물었다.



"그래서 천하의 오리스 마뉴스 경을 속옷까지 벗겨먹은 우리의 레이스 우승자께서는 뭐하고 있나?"


"오리스한테 딴 돈 가지고 레이스 장비에 필요한 것들 사오라고 시키려고 잠깐 산 밑에 케트라 레기온 본부로 갔습니다. 샤고스랑 레이스 즐기는 녀석들은 전부 따라갔습니다."



케트라 산 밖으로 간 게 아니라 케트라 레기온에 자신이 필요한 걸 구해오라고 돈을 들고 갔다는 말에 포이부스는 이젝투스를 비롯한 팔라딘들이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건지 심히 우려되었으나 그래도 케트라 산 밖으로는 안 나갔다는 말에 그냥 말로 주의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보다 이제는 아무것도 없는 잔디밭 위에 누운 채 팔다리를 휘두르며 발광하고 있는 오리스를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포이부스는 아기 고양이 잡듯이 오리스의 뒷덜미를 잡고 들어올리고는 오리스를 풀밭 위에 똑바로 앉히고 그 옆에 앉은 채 말했다.



"진정해라 오리스. 우주 항공 산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건 나 같은 건 한 마차 가득 실어서 데려와도 못 따라갈 천재들조차 수십 수백 수천 번을 실패하고서야 간신히 성공할 정도로 난이도 높은 작업이다. 난 솔직히 실패는 했어도 벌써 쏴올렸다는데 놀라고 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제 계산은 완벽했습니다. 천체의 움직임과 하늘의 궤도와 바람의 움직임과 태양의 위치, 대지에 깃든 마력의 충만함까지 전부 계산했단 말입니다! 그 어느 것도 틀린 게 없을 텐데 대체 왜?"



오리스는 이젝투스에게 내기를 진 것이 엄청난 충격이었는지 포이부스의 위로에도 자신의 연구 노트들을 집어던지며 외쳤고 포이부스는 오리스가 집어던진 노트를 염동력으로 끌어와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지난 몇 주 동안 하로나스의 영역에서 회의를 하면서 잠을 잘 때는 올'쏜에게 고문에 가까운 마법 수업을 받은 포이부스는 이제 염동력을 다루는데 매우 익숙해졌기에 손가락에 조금만 힘을 줘도 뭉개지는 카스테라 푸딩조차 염동력으로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단 하나의 균열도 만들지 않고 저글링을 하면서 옮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런 힘으로 가장 먼저 현실계에 나와서 한 것이 누군가가 집어던진 노트를 가져온다는 게 참 아이러니 했으나 포이부스는 염동력 마법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확인하고는 오리스에게 말했다.



"마법의 세계에 완벽이 어디있냐? 올'쏜 님께서 들었으면 초등교육 과정부터 다시하라고 호통을 치셨을 거다."


"아무리 그래도 그 빡대가리 이젝투스가 저에게 백날 해봤자 안될 거라고 놀려댔단 말입니다!"


"얘 이렇게 망가진 거 처음보는 거 같은데 혹시 야근한다고 마약이라도 빤 건 아니지?"



포이부스는 어째 오리스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며 옆에 있던 팔라딘들에게 물었으나 돌아온 대답은 냉혹하기 짝이 없었다.



"냅두십쇼. 시간 지나면 회복될 겁니다."


"저게? 그냥 냅둔다고 회복이 될까?"


"좀 많이 망가진 것 같지만 그래도 회복할 겁니다. 오리스는 강한 여자입니다."


"하지만 불확실한 것을 가지고 이젝투스랑 내기해서 진 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책이긴 합니다. 평소에 이젝투스가 지능이 낮다고 지나치게 무시한 업보가 쌓이다가 되돌아왔다고 할 수 있죠."



그 와중에 마르세우스는 오리스가 너무 오만했다고 지적을 하였고 오리스가 그걸 들었는지 다시 발광하기 시작하였다.

포이부스는 귀찮게 됐다는 듯이 윤기 없이 뻑뻑한 붉은 머리를 벅벅긁다가 오리스의 노트의 내용을 보고는 오리스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런데 이 노트 보니까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빠진 것 같은데 정지궤도, 중궤도, 저궤도, 라그랑주점의 개념은 파악하고 있나?"


"그게 뭐죠?"



오리스는 갑자기 자신이 들어본 적이 없는 고유명사들이 튀어나오자 발광하던 것을 멈추고 포이부스에게 물었고 포이부스는 일단 기초적인 사항부터 확인하자고 생각하고 다시 물었다.



"혹시 중력이 뭔지는 알고 있나 오리스?"


"중력? 땅이 만물을 당기는 힘 말씀이십니까? 그거야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하늘로 물체가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대지의 기운을 말씀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마법 배우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다행히도 이 시대에 중력의 개념은 마법 세계에서도 필수적으로 생각해야 할 요소인지 오리스는 즉각 대답하였고 뒤에 있던 나머지 세 팔라딘들 역시 하나씩 거들었다.



"마법공학이나 건축학에서도 배우는 기본 개념이죠."


"대지모신의 신도들 중 몇몇 사제들이 중력을 다루는 신성마법을 다룬다는 건 유명한 사실입니다."


"그럼 달에도 그 힘이 있는 건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달 역시 거대한 땅이며 특히나 첫번째 달에는 신들이 머물고 있기에 신들이 달로 가장 많이 돌아간 시기에 달의 대지에 깃든 신성한 힘이 극도로 강해진다고 들었습니다. 이 세상에 파도가 불규칙하게 변하는 것은 2개의 달의 충만한 신성력으로 생겨나는 당기는 힘 때문에 바다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며 그 힘 덕택에 세상이 돌고 도는 와중에도 바람과 하늘로 날아가는 마력들이 세상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배웁니다."



그래도 대충 중력과 만유인력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은 상식으로 알고 있지만 중력이 대지모신과 신들로부터 비롯된다고 배운다는 게 포이부스가 중력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점으로 다가왔다.



"안 그래도 2천년 전에 두 번째 달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예전보다 중력이 불규칙하게 변하는 시기가 훨씬 많이서 안정적인 정지궤도 찾기가 힘들텐데 그건 어떻게 처리했지?"


"왕궁에서 근무할 때 월력을 측정하는 계측학자들을 키워낸 적이 있었습니다. 신들이 머무는 첫번째 달 루나와 창조신께서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기 위해 만든 두 번째 달 프로메사의 움직임은 창조신의 의지 그 자체라고 알려져 있기에 달의 움직임을 측정하고 계산하는 것은 예로부터 창조신의 뜻을 받드는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2개의 달의 접근과 이 시기에 해안가 쪽 도시들이 기록한 파도가 높아지는 정도를 측정한 기록을 결합시켜 2개의 달이 뿜어내는 당기는 힘, 그러니까 두목님께서 중력이라고 부르는 힘에 대해 계산했고 그 계산을 토대로 플랫폼들을 고정시킬 정지궤도를 유추했던 건데.... 전부 실패했습니다."



오리스의 말에 팔라딘 파일라가 보충설명을 해줬지만 마지막에 실패했다는 말에 오리스는 다시 화가 치밀어오르는지 이를 꽉 깨물었다.

포이부스는 오리스가 추진하는 신의 회초리 계획의 현재까지 드러난 문제점들을 생각해보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용어의 통일이었다.

신들이 두 달을 부르는 이름과 필멸자들이 달을 부르는 이름이 다르고, 또 필멸자들 사이에서도 지방마다 달을 부르는 이름이 달라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부터 루나는 1번 달, 프로메사는 2번 달로 부른다. 알겠나?"



포이부스는 즉각 용어 통일에 들어가기로 하고 팔라딘들에게 말했고 팔라딘들은 포이부스가 어떤 생각으로 그런 건지 짐작하면서도 평생동안 입에 익숙해진 명칭들을 당장 포기하기 좀 그랬던 것인지 포이부스에게 물었다.



"구분하기 쉽게 하는 것 외에 그렇게 부를 이유가 있습니까?"


"신들께서 그렇게 부르신다."


"그럼 어쩔 수 없죠."



그 말 한 마디로 반발은 사라졌다.

필멸자들이 아무리 달들을 수많은 이름으로 떠들어봤자 신들이 그렇게 부른다는데 1번 달을 루나라고 할 간 큰 자가 있겠는가?

사실 신들 또한 달들을 1번 달은 만남의 광장, 이세계 톨게이트, 카페, 머저리 박제 추천장, 가즈 퍼니스트 홈 비디오 상영관 등으로 부르고 2번 달을 창조신의 빡침, 창조신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증거, 이그니의 어리석음 등 여러 이름으로 부르긴 했지만 제일 보편적인 용어는 1번 달과 2번 달이었다.


달에 대한 용어 통일이 끝나고 포이부스는 그 외에도 몇몇 용어들을 자신과 신들의 기준으로 수정한 뒤 팔라딘들이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테스트를 하고는 뒤늦게 생각이 났다는 듯이 그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궤도에 안정적으로 올리는데 실패한 모의 플랫폼들은 어떻게 되었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부 하늘로부터 떨어져 내리면서 불타 사라졌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포이부스는 불길한 기분이 엄습하는지 즉각 번개 정령 통신기를 꺼내 제국으로 정찰을 나간 모르테스에게 혹시 최근 이상한 일이 없냐고 물었다.

그러자 잠시 후 번개 정령 통신기의 금속판에 제국 내에서 며칠동안 계속 나타나는 혜성을 불기한 징조로 보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답변이 올라왔고 포이부스는 오리스에게 물었다.



"우리는 지금 뮤 대륙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흩어진 신들의 영토를 지켜야 한다. 그러니까 플랫폼은 하나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커버할 수 있도록 최소 6개는 쏴올려야 할 텐데 실패할 때마다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수많은 종족들이 그걸 목격하고 의심하고 있는 상태다. 더 이상 플랫폼 안착 실패를 하면 신들까지 의심을 하게 될 텐데 더 이상의 실패없이 단기간에 6군데의 정지궤도를 찾아낼 수 있겠나?"


"..."


"당장은 불가능하고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다른 팔라딘들은 전부 침묵하고 오리스는 그건 생각 못했다는 것 같은 표정으로 입술을 가볍게 씹으면서 대답하였다.

그리고 오리스는 립밤이 없는 세상에서 입술이 상하는 것도 신경쓰지 않은 채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포이부스에게 물었다.



"혹시 저희가 놓친 수식이나 계산법이 뭔지 짐작가십니까?"


"난 개념만 알고 있지 우주 항공 산업에 필요한 수식이나 도구 같은 건 모른다. 게다가 내가 알고 있는 단위와 이쪽 단위가 비슷해도 세세한 부분에서 달라서 처음부터 싹 다 다시 계산해야 할 거다."



포이부스는 도와주고 싶어도 자신이 아는 것 이상을 말해줄 수는 없었다.

애시당초 자기 전공과 관련없는 걸 알고 있는 것도 논문 검수하는 아저씨랑 친하게 지내면서 그 아저씨가 투덜대던 소리를 옆에서 들어서 기억에 남았을 뿐 깊이 있는 심화과정은 아예 알지도 못하는 포이부스는 오늘도 전공선택을 잘못했다고 후회하였다.



"역시 쉽게 되는 일은 없군요."


"오리스 마뉴스 여사가 이렇게 실패로 끙끙대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구만"


"닥쳐"



그래도 포이부스가 조언한 내용들 덕분에 조금씩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인지 오리스는 발광하는 걸 멈추고 멘탈을 잡고 다시 계산에 들어갔고 포이부스는 오리스의 계산식들을 어깨너머로 바라보다가 가볍게 물었다.



"그런데 오리스? 달들과 이 행성의 중력과 신들의 영향력에 관련된 건 계산에 넣은 것 같다만 태양의 중력은 계산에서 빼먹은 것 같은데 이유가 있나?"


"태양? 태양 쪽에 무슨 문제 있습니까?"



오리스는 포이부스의 말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포이부스는 오리스가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말했다.



"내가 첫번째 달에 창조신한테 묶여있을 때 마침 태양이 행성에 가려진 상태라 자세히는 못봤는데 보통 태양은 이런 행성보다 몇 십 몇 백배는 더 거대해서 그만큼 중력도 엄청난데 혹시 신들의 힘 때문에 태양의 영향은 별로 없는가 해서"


"태양이... 그 정도로 거대하다고요?"



하지만 오리스와 팔라딘들의 반응은 포이부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그들이 살아온 수백 년 동안 쌓아온 상식이 무너지는 것 같은 얼굴로 포이부스의 말에 입을 떡 벌리다가 간신히 팔라딘 제니스가 정신을 차리고 포이부스에게 물었다.



"태양은 좀 멀리 떨어져 있긴 해도 기껏해야 달의 10배 정도 크기 아니었습니까?"


"어... 어어? 그런가?"



포이부스는 달에 소환되었던 날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다는데다 때마침 태양이 행성에 가려졌기에 태양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 자신이 알고 있던 태양과 비슷한 크기인지 아니면 팔라딘들이 말하는대로 크기가 꽤 작은 항성인지 알지 못했고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한 채 어버버거려야 했다.



"이제 알았어! 이번에야말로 알았다고!"



하지만 팔라딘 오리스는 포이부스의 말을 듣고 뭔가 감을 잡았다는 듯이 뭔가를 외치면서 연구실이 있는 축사 건물로 뛰어들어갔다.

아마 태양의 크기를 구하는데 사용된 일식에 관련된 자료를 확인하기 위함인 것 같았고 포이부스는 자신의 세상과 이쪽 세상의 법칙이 미묘하게 달라서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피곤을 몰아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숙소로 향했다.


염동력을 간신히 마스터한 포이부스의 꿈에 더는 올'쏜이 찾아오지 않았기에 포이부스는 오랜만에 편안한 잠자리에 들 수 있었고 다음날 아침 오랜만에 개운한 기상을 경험하였다.


포이부스는 그렇게 모르테스가 복귀하길 기다리며 코카트리스들을 점검하고 아들인 카론과 놀아주고 스틸리나와 생전에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데이트를 하기 위해 왕국 수도인 스도티르로 내려가 쇼핑을 즐겼다.

스틸리나는 킴푸루샤의 레헴 왕국에 있을 때는 하고 싶어도 꾹 참던 쇼핑을 한껏 즐기고 포이부스를 짐꾼으로 써먹다가 문득 어두워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뭐야 저거?"



나무 정령의 힘으로 짠 쇼핑용 바구니를 잔뜩 들고 있던 포이부스는 아내의 말에 하늘을 바라보았고 그곳에는 하늘을 스쳐지나가는 하나의 혜성이 파란색의 마력광 같은 꼬리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혜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리스의 비명 같이 들리는 끼야아아악 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셋으로 쪼개지고는 대기권의 마찰열에 불타 하늘에서 사라졌다.

그것은 어쩌면 이젝투스에게 기록적인 8연패를 달성한 오리스의 자존심이 내는 단말마가 아니었을까?


포이부스는 역시 우주 항공 산업 같은 최첨단 산업은 판타지 세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거리의 마법등을 토대로 세워진 야시장을 즐겁게 거니는 아내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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