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19.10.28 19:34
최근연재일 :
2021.03.04 14:24
연재수 :
287 회
조회수 :
767,473
추천수 :
28,909
글자수 :
2,157,900

작성
20.04.16 12:00
조회
1,540
추천
69
글자
17쪽

또 하나의 복수의 끝 #1

DUMMY

소음이 잦아들고 바닥에 붙은 불씨마저 던전에 삼켜졌을 때, 악마는 거인으로 줄어들고 화해의 표시로 케트라 산에서 긴급 공수해온 치킨을 건네줘서 화해를 청했다.

처음에는 분노해서 씩씩 거리던 문도 잘 튀겨진 용치킨 맛을 보더니 마음이 누그러져서는 조용히 지난 2천년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해주었다.

2천년 전, 창조신의 심판이 지상에 떨어져내렸을 때 사라져버린 부족 중 하나에 대한 이야기에 엘프들은 숨을 삼키고, 거인은 팔짱을 끼고 조금 난처해졌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정리를 해보자면 너는 창조신이 만든 괴물이 아니라 이 던전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불의 신이 만든 문지기인데 비활성상태로 있다가 불꽃 부족 주술사가 널 활성화시킨 뒤로는 지금까지 암호를 제대로 댄 녀석들이 없어서 한 번도 통과를 안 시켰다고?"


"그래그래! 바로 그거야!"



이 문은 예상대로 불의 신이 던전을 제작하면서 함께 만들어낸 문지기였다.

신의 하수인이면서 동시에 던전 시스템에 통합되어 던전의 힘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이 불의 문은 이제야 제대로 말이 통한다고 좋아하였다.



"그리고 2천년 전에 나랑 비슷하게 생긴 주술사가 사람들을 안쪽으로 통과시킨 뒤 적들을 막기 위해 문을 닫아버리고 기껏 널 깨워서 적을 물리쳤는데 다 끝난 다음 암호를 못 대서 못 들어갔고?"


"그렇지!"


"그럼 그는 어떻게 되었지?"


"같이 있던 사람들 데리고 밖으로 나갔지!"



포이부스는 이제야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전에 레무 대륙 남동쪽 해상에 있는 열도와 제도의 바다의 섬에서 만난 여행객으로부터 포이부스와 비슷한 자를 곤드 대륙의 드워프의 땅에서 봤다고 듣고 그걸 토대로 모르테스의 팀에게 조사를 시켜봤을 때 포이부스와 비슷한 붉은 머리카락, 붉은 눈썹, 갈색 피부를 지닌 인간들이 부족 단위도 이루지 못할만큼의 숫자인 소수민족으로 곤드 대륙에 뿔뿔이 흩어져서 살고 있다는 걸 들었다.


포이부스는 자신의 부족이 소수만 살아남아 곤드 대륙 전체로 흩어져서 다른 부족에 섞여들어 피가 진하게 남은 이들만 가끔 나타난다 생각했지만 그들은 그저 이 융통성 없는 문짝 때문에 대피소로 들어가지 못한 웃는 팔뚝을 비롯한 부족의 전사들의 후손들이고 이 통로 너머 안쪽에 있는 대피소에 웃는 팔뚝의 아들이자 포이부스의 남동생이나 다름 없는 뜨거운 주먹의 후손들이 모여 살고 있는 것이다.



"불의 신은 안에 있나?"


"글쎄? 난 애초에 우리 주인은 본적도 없어. 대화해본 적도 없고."



문짝 너머에서 불의 신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지만 이 융통성 없는 문은 그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답했고 포이부스는 대충 들어야할 정보는 다 들었다고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열어라. 안으로 들어가야겠다."


"암..."


찌릿



애초에 이 문을 활성화시킨 불꽃부족의 주술사이자 족장인 웃는 팔뚝조차 불의 신에게 암호를 전달 받지 못해 암호를 몰라 대피소로 들어갈 수 없었는데 포이부스가 암호를 알고 있을 턱이 없었다.

그런데도 문짝은 또 눈치없이 암호를 대라고 말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그 답답한 행정처리 시도는 포이부스의 째려보기와 겁나는 얼굴에 의해 문짝의 정신적 방어력이 떨어져 무력화되었고 문은 얌전히 얼굴이 반으로 갈라지더니 양옆으로 열리기 시작하였다.



"먼저 가서 불꽃 부족과 불의 신의 봉인을 찾아라. 나는 뒤처리를 하고 가겠다."


"예."



문이 열리자 팔라딘들이 포이부스의 명을 받아 먼저 무기를 들고 통로로 진입했고 포이부스는 드모'우레스 휘하의 금속의 정령들을 불러냈다.

금속의 정령들은 불의 신이 다른 신의 정령들을 막기 위해 대피소에 쳐놓은 정령퇴치 결계의 영향을 받는 건지 굉장한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포이부스가 즉석에서 짜낸 배리어를 받고는 얌전히 일을 하였다.

방으로 들어오는 어둠 속의 무지개가 떠 있는 안전지대의 통로 전체에 금속의 정령들이 토해낸 액화된 금속들이 쏟아져내리고는 바로 굳어버렸고 포이부스는 금속의 정령들에게 자신의 망가진 드워프 철퇴를 손으로 박살내 그 파편들을 건네주었다.


철퇴는 꽤 거대했기에 포이부스가 불러낸 금속의 정령들 전부가 배불리 먹기에 충분하였다.

드워프들이 만드는 흑철 합금을 흑당 먹듯이 와구와구 먹은 금속의 정령들은 대가가 마음에 들었는지 포이부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다시 정령계로 돌아갔고 포이부스는 마지막으로 불의 문이 있는 방에 온갖 함정과 룬마법들을 새겨놓고 문에게 말했다.



"나는 우리들의 주인인 불의 신을 깨우러 떠나지만 이제 이곳으로 적들이 몰려올 거다."


"전부 죽여야 하나?"



문은 일단 자신의 제작자인 불의 신을 깨운다는 말에 포이부스를 도와야 한다는 걸 이해했는지 적을 얼마든지 상대하겠다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절대로 제공받은 치킨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불의 신의 권속으로서 불의 신의 제1부하인 포이부스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문이 활짝 열려 있고 그에 따라 불의 문의 얼굴이 두 쪽으로 쪼개져 기괴하기 짝이 없었지만 포이부스는 얼굴 반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놈들이 함정에 걸려 허우적대고 있을 때 가만히 있어. 그러다가 녀석들이 다가오면 평소처럼 음식을 요구해."


"녀석들이 맛있는 음식을 줘도 열어주지 말아야 하나?"


"음... 아니, 진짜로 아예 흠잡을데가 없는 음식을 가지고 오면 열어줘. 대신 조금이라도 나쁜 점이 있다면 다른 거 가져오라고 말해. 예를 들어 맛은 있는데 색깔이 마음에 안든다던지 하는 걸로 말이야. 플레이팅 점수를 매기라고."



문은 그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아예 열어주지 말라고 할 줄 알았건만 아예 흠잡을 곳이 없으면 열어주라는 말도 이해가 안되는데 음식 평가에 맛이 아닌 색깔이나 배치 같은 플레이팅 점수를 매겨야 할 이유를 알 수 없는 문은 포이부스에게 물었다.



"이해가 안되는군. 음식은 맛으로 평가를 해야 하는데 겨우 그런 걸 트집을 잡으라고?"


"생각해봐라. 일단 놈들이 너한테 음식을 주겠지?"


"그렇지?"


"그걸 맛있다고 하면 그걸로 끝이잖아?"


"그, 그렇지?"


"하지만 어떻게든... 예를 들면 다 좋았는데 스테이크 구석진 부분이 타버려서 쓴맛이 났다거나, 사과는 당연히 빨간색이 상식인데 푸르딩딩한 청사과를 가니쉬로 올려서 마음에 안든다거나 하는 식으로 트집을 잡으면 다음에는 더 완벽한 스테이크를 바칠 거 아니야?"



자신들의 주인과 마찬가지로 맛있는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이 두 피조물들은 아까 전까지 일방적으로 때리고 맞던 걸 잊어버렸는지 아주 사악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킬킬 웃기 시작하였다.

누가보면 악의 조직의 미친 과학자와 간부가 서로 짝짜꿍이 맞아서 사악하기 짝이 없는 계획을 진행하는 것 같은 이 광경에 악당 보스의 애완 고양이가 없다는 사실이 애석할 뿐이었다.



"그리고 한 명 통과시킨다음 다시 닫아버리고 또 음식을 요구하는 거지."


"그러다가 놈들이 이건 공정하지 않다고 하면?"



포이부스는 그러면서 방금 막 문이 먹은 순살 용치킨 13조각을 가리켰고 포이부스와 팔라딘들의 숫자가 정확하게 13명이라는 걸 깨달은 문이 고개를 끄덕이자 포이부스는 설명을 이어갔다.



"무시하고 계속 음식 요구해. 그러다가 그놈들이 먼저 지쳐서 공격해오면 이렇게 말하는 거지. '나는 약속대로 음식 하나에 한 명씩 들여보내줬는데 너희가 이렇게 나오니 어쩔 수 없지!'라고."


"일단 명령을 받았고 그게 합리적으로 보이니 진짜로 그렇게 생각이야 하겠지만 굳이 그걸 적들에게 알려야 할 이유가 뭐지? 그놈들은 내가 진심인지 거짓인지 모르지 않나?"


"명분 싸움이라는 게 생각보다 중요한 법이야."



포이부스는 이미 만신전의 신들에게 신들이 필멸자나 필멸의 세계의 물건을 게임창 보듯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능력은 창조신이 게임에 참여한 모든 신들에게 기본적으로 제공한 능력이니 아마 일마타르 여신과 전쟁의 신 마헤스 무르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고 어쩌면 예전에 프레두스가 포이부스에게 보여줬던 신들의 상점 카탈로그에 있던 필멸자의 거짓말 체크 기능을 구입해놨을지도 모른다.

만약 신들이 그냥 무시하면 그걸로 끝이지만 만약 그 기능을 구입해놓은 상태라면 문이 하는 말이 진실이라는 걸 신들이 알테니 어쩌면 거기서 시간이 더 질질 끌릴지도 모른다고 포이부스는 생각한 것이다.



"그럼 불의 신을 깨운 뒤에 다시 보지."



포이부스는 축소화마법으로 가져온 남은 치킨을 전부 내려놓고 안으로 들어갔고, 포이부스가 안으로 들어오자 높이 5m의 거대한 불의 문은 스르륵 닫혀버렸다.

문이 닫힌 뒤 포이부스는 갑자기 몸 전체를 가볍게 짓누르는 것 같은 감각과 함께 공간이 단절되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정령들을 물리치는 결계가 그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고 불의 신이 대피소를 생각보다 철저하게 만들었다는 걸 느끼며 각오를 다지려고 할 때, 문짝 너머에서 바삭바삭한 무언가가 이빨에 분쇄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겨놓은 치킨을 불의 문이 처리하는 소리를 들은 포이부스는 자신의 명령을 받아 먼저 떠난 팔라딘들이 남긴 표식을 따라 걸어갔다.


팔라딘들이 고의로 지우지 않고 남겨놓은 발자국들을 따라가다보니 커다란 방에서 전투의 흔적이 남겨져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 던전들과 다르게 싸움이 끝난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멧돼지 몬스터들의 시체가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역시 문 바깥의 던전은 이쪽 던전을 위해 균형을 맞추는 용도인가?"



던전 핵에 허용된 힘은 무한하게 보이지만 사실 거기에는 한계가 있고 던전 어딘가가 강화되면 어떤 곳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아마 바깥 쪽 던전의 드랍 풀이 좁고 고기만 떨어지는 것도 대피소 쪽에 드랍율을 높이고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식으로 던전핵이 쓸 수 있는 자원을 몰아준 결과물일 것이다.


바깥과 달리 몬스터 시체들이 한참이 지나서야 스르륵 던전에 흡수되고, 던전에 흡수되지 않고 남은 부분도 랜덤한 게 아니라 딱딱 먹기 좋은 부위만 남은 걸 보면 불의 신은 이곳을 진짜 대피소 용도로 만들어 놓은 게 분명하였다.

포이부스는 팔라딘들이 빠르게 지나가느라 죽이고 남겨놓은 멧돼지 몬스터들이 던전에 흡수되고 남긴 안심과 등심, 삼겹살을 축소화 마법으로 줄여서 자신의 포켓에 넣고 앞으로 나아갔다.


통로를 몇 개 더 지나 또 다른 방에 진입했을 때 포이부스가 본 것은 이전 방과 마찬가지로 팔라딘들이 휩쓸고 지나간 흔적 뿐이었다.

이번 방에는 악어들이 배를 까뒤집은 채 죽어 있었고 악어들 중 일부는 온몸이 난도질 되어 있었지만 던전에 흡수되었다가 아이템으로 변하자 상처없는 부위의 가죽만 깔끔하게 남겨졌다.


아내인 스틸리나에게 만들어 줄 악어가죽 가방과 지갑 만들 생각에 상태 좋은 가죽만 쏙쏙 골라 챙긴 뒤 다음 방으로 넘어가려던 포이부스는 통로에서 갑자기 땅이 들썩거리는 걸 발견하였다.

보통 던전에 나타나는 몬스터들은 통로보다 방에서 생성될 것이고 던전의 벽과 바닥, 천장은 자동 재생이 달려있어서 지형을 바꾸기가 매우 힘든데 대체 이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이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두두!


불쑥!



끝없이 재생되는 던전을 헤치고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두더지였다.

그것도 심지어 코 끝에 촉각 혹은 돌기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수십 개가 달려서 꿈틀대는 엄청나게 못 생긴 별코두더지였다!

그 던전 별코두더지는 평범한 별코두더지와는 다르게 사람도 단번에 잘라낼 수 있는 거대한 앞발을 가지고 있었고 눈이 대체 어디에 달려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고개를 포이부스 쪽으로 돌린 것으로 보아 시각이 있기는 한 것 같았다.

어쩌면 저 코 끝에서 끝없이 꿈틀거리는 흉측해보이는 것들이 극도로 발달된 후각과 촉각, 혹은 마법적인 제6감을 감지하게 해줘서 시각을 대신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포이부스가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던전 두더지는 다시 던전 바닥을 파고 들어가 사라져버렸고 포이부스는 앞으로 나아갔다.



"오른쪽! 우측! 그래 거기!"


"피하라는 거야 공격하라는 거야?"


"당연히 피해야지!"



통로 몇 개를 더 통과한 뒤 넓찍한 방으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먼저 보냈던 팔라딘들이 늦여름에 먹을 것을 잔뜩 먹고 뱃살이 통통하게 오른 매머드들보다도 더 뚱뚱한 뚱보 매머드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었다.

뚱보 매머드들은 놀랍게도 상아와 코를 믿고 돌격하는 일반 매머드들과 달리 옆으로 굴러다니면서 팔라딘들을 깔아뭉개려고 하였고 팔라딘들은 상식에 안 맞게 굴러다니는 매머드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뭐하냐?"


"이 자식들 자꾸 굴러다녀서 칼이 잘 안 먹힙니다!"


"구르는 속도 왜 이렇게 빨라! 코카트리스! 내 코카트리스 데려와! 석화광선이 필요하다!"



팔라딘 이젝투스는 수십 톤을 넘어가는 매머드가 굴러다니면서 육탄공세를 해오자 답이 없다는 듯이 도망쳤고 옆에 있던 샤고스 역시 보통 방법으로는 답이 없다고 판단한 건지 그레이트 소드를 들고 도망다니기 시작했다.



"마법 준비 안 끝났어 오리스?!"


"좀 조용히해 캐스팅 중이야."


"미리미리 메모라이즈 좀 해놓지!"


"누가 이런 놈들 상대할 줄 알았냐!"



마르세우스 역시 악명 높은 주머니 괴물 금과 은에 출현하는 연속 구르기 젖소를 상대하는 초보 훈련사처럼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마법사에게 외쳤으나 팔라딘 오리스는 매머드들의 구르기 공격을 피해가면서 대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활약 못 할 것 같은 모르테스의 팀은 빠른 속도로 매머드들의 사이를 누비며 놈들의 급소를 찔러 구르기를 멈추게 하고 있었다.


포이부스는 부하들이 생각 외로 고전하고 있는 걸 보고는 힘의 악마화 주문을 외우고 높이 6m의 거대한 화염에 휩싸인 악마 형상으로 변해 발로 축구공 멈추듯 매머드 한 마리를 멈춰세우고, 불꽃의 채찍을 휘둘러 구르고 있던 매머드들을 날려버렸다.


채찍이 휘둘러져서 일정한 속도를 돌파할 때마다 내는 파공성은 채찍을 구성하는 불꽃이 터져나가 폭발음이 되었고 폭발음이 한 번 들릴 때마다 매머드 몇 마리가 멈춰섰다.



"가라!"



그때 팔라딘 오리스가 캐스팅을 끝마치고 대마법을 시전하였고 살아 움직이는 사슬로 된 마력의 뱀들이 고개를 들고 매머드들을 덮쳤다.

마력의 사슬들은 포이부스의 견제에도 계속 움직이던 매머드들을 붙잡았고 후퇴만 계속하던 팔라딘들은 바로 달려가던 방향을 틀어 매머드들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발만 묶였을 뿐 아직 코와 상아가 남아있는 매머드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코를 휘두르고, 고개를 흔들어 상아로 팔라딘들을 내리찍으려고 하였다.

팔라딘들 중 일부는 방어 태세를 취하고, 일부는 공격을 흘려보내고 파고들어 자신들의 무기를 매머드에게 휘둘렀다.



"다들 다치지 않게 적당히 해라."


"혹시 무조건 목만 쳐야 합니까?"



그때 매머드의 공격을 피해 등 위에 올라타고 할버드의 칼날 끝에 마력을 집중시켜 마력광을 뿜어내던 팔라딘 이젝투스가 휘두르는 걸 망설이며 물었고 포이부스는 이젝투스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물었다.



"무슨 소리 하는 거냐?"


"아까 보니까 던전에 흡수가 안되는 것 같던데 한 번에 목을 치지 않으면 고기 상하지 않습니까"



포이부스는 시체가 던전에 재흡수되는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서 팔라딘들이 이곳의 몬스터들은 던전에 흡수가 안된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착각을 정정해주려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천, 수만의 몬스터를 먹으면서 강화된 포이부스의 감각이 이곳에 자신들과 매머드들만이 아니라 다른 자가 있다는 걸 알려주었고 포이부스가 미세하게 인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시선 끝에 있는 던전의 통로 저 너머의 어둠 속에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불청객들이 보였다.

붉은 머리카락에 붉은 눈썹, 포이부스의 피부색보다는 밝고 건강해보이는 갈색 피부의 꼬마 두 명이 불안한 눈빛으로 매머드들을 도륙하는 그들을, 그 중에서도 높은 첨탑처럼 솟아 있는 악마화 된 포이부스를 보고 있었다.



"잠깐 너희들"


"히이익!"



그들은 포이부스가 말을 걸자 기겁하면서 도망쳤고 그들이 도망치면서 드러낸 복식은 대충 털 달린 짐승의 가죽을 벗겨다 가죽끈으로 꿰어 몸을 가리는 것이었고 그건 2천년 전의 불꽃 부족과 그리 다르지 않은 원시인의 모습 그 자체였다.



"2천년이 지났건만 전혀 변하지 않은 건가"



포이부스는 두 꼬마가 달아나는 걸 보면서 익숙한 것을 발견한 기쁨보다 지난 2천년 동안 던전의 대피소에 갖혀 지낸 자신의 부족이 전혀 발전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슬퍼하였다.

포이부스가 원시인 꼬마들이 도망친 통로를 바라보는 동안 팔라딘들은 매머드들을 전부 처리하였고 그들은 포이부스의 뒤에 모여 부복한 채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포이부스는 악마화 상태로 그들에게 명했다.



"저 꼬마들을 쫓아라. 불꽃 부족의 던전 내 근거지로 안내해줄 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0 아카이아 #7 +22 20.04.10 1,643 76 12쪽
169 아카이아 #6 +9 20.04.09 1,578 62 11쪽
168 아카이아 #5 +18 20.04.08 1,603 70 11쪽
167 아카이아 #4 +12 20.04.07 1,624 68 14쪽
166 아카이아 #3 +13 20.04.06 1,704 64 21쪽
165 아카이아 #2 +6 20.04.03 1,728 63 13쪽
164 아카이아 #1 +6 20.04.02 1,679 61 13쪽
163 진보를 위한 땀과 눈물 #10 +22 20.04.01 1,684 73 18쪽
162 진보를 위한 땀과 눈물 #9 +11 20.03.31 1,675 68 14쪽
161 진보를 위한 땀과 눈물 #8 +10 20.03.30 1,732 64 15쪽
160 진보를 위한 땀과 눈물 #7 +17 20.03.27 1,766 63 16쪽
159 진보를 위한 땀과 눈물 #6 +10 20.03.26 1,834 72 15쪽
158 진보를 위한 땀과 눈물 #5 +13 20.03.25 1,743 76 18쪽
157 진보를 위한 땀과 눈물 #4 +13 20.03.24 1,730 73 14쪽
156 진보를 위한 땀과 눈물 #3 +6 20.03.24 1,654 66 18쪽
155 진보를 위한 땀과 눈물 #2 +22 20.03.19 1,864 67 14쪽
154 진보를 위한 땀과 눈물 #1 +6 20.03.18 1,767 71 14쪽
153 뜻하지 않은 재회 #7 +16 20.03.17 1,815 77 21쪽
152 뜻하지 않은 재회 #6 +13 20.03.16 1,793 67 17쪽
151 뜻하지 않은 재회 #5 +11 20.03.12 1,988 70 14쪽
150 뜻하지 않은 재회 #4 +16 20.03.11 1,841 68 14쪽
149 뜻하지 않은 재회 #3 +11 20.03.10 1,849 77 16쪽
148 뜻하지 않은 재회 #2 +15 20.03.09 1,834 74 17쪽
147 뜻하지 않은 재회 #1 +11 20.03.06 1,869 84 13쪽
146 곤드 대륙 #12 +14 20.03.05 1,820 80 13쪽
145 곤드 대륙 #11 +17 20.03.04 1,816 82 17쪽
144 곤드 대륙 #10 +14 20.03.03 1,807 82 17쪽
143 곤드 대륙 #9 +11 20.03.02 1,822 79 20쪽
142 곤드 대륙 #8 +5 20.02.28 1,975 70 19쪽
141 곤드 대륙 #7 +13 20.02.27 1,900 69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